고금소총 제418- 들추면 다 그렇다 (佛本麻滓)

*刮佛本麻滓(불본마재): 부처님도 근본을 캐 나아가다 보면 삼찌꺼기가 나온다.

 

아주 가난하게 사는 한 노파가 있었다.

입은 옷은 누덕누덕 기운데다

군데군데 해져서 살이 드러나 있었다.

 

그러고는 물동이를 이고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오는데,

마침 한 젊은 부인을 만났다.

 

이 부인은 부잣집 젊은 새댁으로

온몸을 아름다운 비단으로 휘감고,

얼굴은 곱게 단장하여 잘 꾸몄으며

머리에는 장의(長衣)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는 여종을 거느린 채 걸어가고 있으니,

물동이를 인 노파가 보고서 속이 뒤틀렸다.

 

'세상도 참 공평하지 못하지.

누구는 저렇게 잘 차려 입었는데,

나는 몸 하나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누더기를 입고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젊은 새댁 곁으로 다가가

크게 방귀를 뀌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돌아보며 웃으니,

노파는 얼른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잘 차려 입은 새댁이 어찌 훤한 대낮에

넓은 대로변에서 버릇없이 크게 방귀를 뀐단 말이냐?"

하면서 그 새댁에게 무작정 뒤집어씌우니 

그 뒤를 따르던 여종이 노파를 보고는

욕을 하면서 덤벼들려고 했다.

 

이에 노파는 태연하게 돌아보며

꾸짖듯이 중얼거렸다.

"속담에, '부처님도 밑을 뒤집어 보면

삼거웃1)이 나온다'고 했느니라.

1)삼거웃 :삼의 찌꺼기.

 

파고들면 모두 약점이 나오게 마련이니,

더 부끄러움을 당하기 전에

속히 샛길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게다.“

 

그러자 여종은 고개를 숙이고

새댁과 함께 얼른 길을 갔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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