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刮佛本麻滓(괄불본마재): 부처님도 근본을 캐 나아가다 보면 삼찌꺼기가 나온다.
아주 가난하게 사는 한 노파가 있었다.
입은 옷은 누덕누덕 기운데다
군데군데 해져서 살이 드러나 있었다.
그러고는 물동이를 이고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오는데,
마침 한 젊은 부인을 만났다.
이 부인은 부잣집 젊은 새댁으로
온몸을 아름다운 비단으로 휘감고,
얼굴은 곱게 단장하여 잘 꾸몄으며
머리에는 장의(長衣)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는 여종을 거느린 채 걸어가고 있으니,
물동이를 인 노파가 보고서 속이 뒤틀렸다.
'세상도 참 공평하지 못하지.
누구는 저렇게 잘 차려 입었는데,
나는 몸 하나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누더기를 입고 있으니...‘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젊은 새댁 곁으로 다가가
크게 방귀를 뀌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돌아보며 웃으니,
노파는 얼른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잘 차려 입은 새댁이 어찌 훤한 대낮에
넓은 대로변에서 버릇없이 크게 방귀를 뀐단 말이냐?"
하면서 그 새댁에게 무작정 뒤집어씌우니,
그 뒤를 따르던 여종이 노파를 보고는
욕을 하면서 덤벼들려고 했다.
이에 노파는 태연하게 돌아보며
꾸짖듯이 중얼거렸다.
"속담에, '부처님도 밑을 뒤집어 보면
삼거웃1)이 나온다'고 했느니라.
1)삼거웃 :삼의 찌꺼기.
파고들면 모두 약점이 나오게 마련이니,
더 부끄러움을 당하기 전에
속히 샛길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게다.“
그러자 여종은 고개를 숙이고
새댁과 함께 얼른 길을 갔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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