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조사(詔使) 황번충(黃樊忠)이 거련관(車輦館)의 반송(蟠松)을 읊었는데, 그 맨 끝구에 한(韓) 자를 압운하니, 나의 중형이 한 선자(韓宣子)가 각궁(角弓)을 읊은 일을 인용하여 짓기를,

還同魯嘉樹 환동노가수

封植敢忘韓 봉식감망한

도리어 노 나라 가수(嘉樹)처럼

북돋아 길러서 한 선자를 잊을쏜가

라 하였다. 이숙헌(李叔獻:율곡 이이) 선생이 그 당시 원접사였는데 이 시를 버리고 쓰지 않자, 고제봉(高霽峯:고경명)이 크게 한탄하고 애석하게 여겼다.

홍당릉(洪唐陵:홍순언)이 몰래 황공(黃公)에게 보이니, 황공이 전편을 손으로 베껴 가져오게 하고는 한동안 고개를 끄덕이었다. 중국 사람은 시의 공정을 아는 것이 이러하다.

숙헌(叔獻)의 이름은 이(珥), 호는 율곡(栗谷), 덕수인(德水人)으로 벼슬은 일상(一相)에 이르고 시호는 문성(文成)이며 문묘에 배향되었다.

당릉(唐陵)은 당성(唐城)의 잘못인 듯하다. 당성은 역관 홍순언(洪純彦)의 호이다.

율곡(栗谷)의 산중절구는 다음과 같다.

采藥忽迷路 채약홀미로

千峯秋葉裏 천봉추엽리

山僧汲水歸 산승급수귀

林末茶煙起 임말다연기

약 캐다 갑자기 길을 잃으니

산마다 온통 가을 낙엽뿐

산승이 물 길어 오더니

숲가에 피어나네 차 달이는 연기

성을 나서는 느꺼움[出城感懷]이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四遠雲俱黑 사원운구흑

中天日正明 중천일정명

孤臣一掬淚 고신일국루

灑向漢陽城 쇄향한양성

아득히 사방에는 먹구름만 가득해도

중천엔 해 정히 밝구나

외론 신하의 한줌 눈물을

한양성 향하여 뿌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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