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가사(歌詞)를 지으려면 반드시 글자의 청탁(淸濁)과 율(律)은 고하(高下)를 분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음률(音律)은 중국과 달라서, 가사를 짓는 이가 없다.

공용경(龔用卿)과 오희맹(吳希孟)이 왔을 때, 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의 호]이 차운하지 않자, 세상에서는 체면을 유지했다고들 하였다.

그 후에 소퇴휴(蘇退休:소세양)가 시강(侍講)의 운에 차운한 시에,

傷心人復卷簾看 상심인복권렴간

目斷凄凄芳草色 목단처처방초색

마음이 서글픈 이 발 걷고 다시 보니

꽃다운 풀빛 위에 눈길이 멈추네

라는 구절은 화공(華公)이 여러 차례 칭찬하였으니, 모두 음률에 맞아서인지, 아니면 다만 그 말씨의 아름다움을 취한 것인지?

소퇴휴의 이름은 세양(世讓), 자는 언겸(彦謙), 진주인(晉州人)이며 벼슬은 찬성(贊成)이고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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