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고백행(古柏行)-두보(杜甫)

오래된 측백나무를 노래함

 

孔明廟前有老柏(공명묘전유로백) : 제갈공명의 사당 앞에 오래된 측백나무

柯如靑銅根如石(가여청동근여석) : 가시는 청동같고 뿌리는 돌같구나

霜皮溜雨四十圍(상피류우사십위) : 서리 견딘 껍질에 흘러내린 물방울, 둘레는사십 아름이라

黛色參天二千尺(대색참천이천척) : 검푸른 잎새는 하늘로 이천 척이나 솟아있구나

君臣已與時際會(군신이여시제회) : 군신이 이미 시국에 따라 함께 모였으니

樹木猶爲人愛惜(수목유위인애석) : 사당 앞의 나무도 사람의 아낌을 받고 있구나

雲來氣椄巫峽長(운래기접무협장) : 구름 몰려오면 그 기운 길게 무협으로 이어지고

月出寒通雪山白(월출한통설산백) : 달 떠오르면 그 찬기운 설산의 흰 눈과 통하는구나

億昨路繞錦亭東(억작로요금정동) : 지난 날을 생각하노라, 길 따라 금정 동쪽을 도니

先主武侯同閟宮(선주무후동비궁) : 선주 유비와 무후 제갈공명이 같은 사당에 모셔있었다

崔嵬枝幹郊原古(최외지간교원고) : 나무 줄기는 크고 높았고 교외의 들판도 오래되어

窈窕丹靑戶牖空(요조단청호유공) : 단청은 으슥했으나 창문 안은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었다

落落盤踞雖得地(락락반거수득지) : 측백나무는 가지 늘어뜨리고 서리어 땅을 얻고 있으나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열풍) : 어둑하도록 높이 자라 사나운 바람 많이 받는구나

扶持自是神明力(부지자시신명력) : 자신을 부지한 것은 곧 신명의 힘이요

正直元因造化功(정직원인조화공) : 바르고 곧게 자란 것은 조물주의 공덕일 것이다

大廈如傾要梁棟(대하여경요량동) : 만약 큰 집이 기울어져 대들보나 기둥감이 필요하여도

萬牛回首丘山重(만우회수구산중) : 나무가 산처럼 무거워 만 마리 소도 고개 돌려 외면할 것이다

不露文章世已驚(불로문장세이경) : 아름다운 무늬가 드러나지 않아도 세상사람들 이미 놀라

未辭剪伐誰能送(미사전벌수능송) : 베기를 거절하지 않아는다 해도 누가 능히 운반해 갈 수 있으리

苦心未免容螻蟻(고심미면용루의) : 개미에게 당하는 마음 속 괴로움 면하지 못하고

香葉終經宿鸞鳳(향엽종경숙란봉) : 향기로운 나무 잎새는 난새나 봉황새의 잠자리도 되었을 것이다

志士幽人莫怨嗟(지사유인막원차) : 뜻 있는 선비나 숨어사는 사람들은 원망하고 한탄하지 말아라

古來材大難爲用(고래재대난위용) : 예부터 인재가 크면 쓰이기가 어려웠노라

 

[안병렬 역] 

063 두보(杜甫)

늙은 잣나무 노래

 

공명의 사당 앞에

늙은 잣나무

가지는 푸른 구리

뿌리는 돌 같다.

 

창백한 껍질엔 물방울 흐르고

둘레는 마흔 아름

짙푸른 잎들은

하늘 찔러 이천 자.

 

임금과 신하 이미

여기 함께 모였으니

나무들도 오히려

사랑 받는다.

 

구름은 내려와

기운이 긴 무협에 이었고

달이 떠올라

찬 기운은 설산의 흰 눈과 통함이라.

 

생각하면 지난 날

금정을 휘돌아 동쪽으로 갔더니

선주 유비와 무후 제갈공명이

같은 사당에 모셔져 있었다.

 

높다란 가지는

들녘에서 늙어가고

그윽한 단청집은

문마저 쓸쓸하다.

 

굳고 굳게 서려 앉아

땅은 비록 얻었으나

먼 하늘이 외로이 높아

매서운 바람도 많으리라.

 

이로부터 부지함은

신명님의 힘이요

바르고 곧은 까닭

조화옹의 공이로다.

 

큰 집이 무너질 때

동량이 필요한데

천만년 후에라도 고개 돌려 조상하며

태산 같던 그 무거움 그제사 깨달으리라.

 

문채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세상 이미 놀랐으니

베어짐 거절하지 않는다 해도

누가 능히 운송해 가랴?

 

고심해도 어찌

개미떼 달려듦을 면할까마는

향기로은 잎에는

마침내

난새 봉새 자고 가누나.

 

지사여, 은사들아,

탄식하지 말지니

예로부터 재목 크면

쓰이기 어려웠다.

 

062기한간의(寄韓諫議)-두보(杜甫;712-770)

한간의에게 부치다

 

今我不樂思岳陽(금아부낙사악양), 악양의 그대를 생각하니 내 마음 즐겁지 않아

身欲奮飛病在床(신욕분비병재상). 몸은 떨쳐 날고 싶으나 병으로 누워있노라

美人娟娟隔秋水(미인연연격추수), 아름다운 당신은 물 건너 있으면서

濯足洞庭望八荒(탁족동정망팔황). 동정호에 발을 씻고 먼 곳 팔황을 바라보겠지

鴻飛冥冥日月白(홍비명명일월백), 기러기는 푸른 하늘을 날아가고 해와 달은 저리도 밝고

靑楓葉赤天雨霜(청풍섭적천우상). 푸른 단풍 붉게 물들고 하늘엔 비와 서리 내리네

玉京群帝集北斗(옥경군제집배두), 옥경의 여러 왕들 북두성을 받들어 모여들고

或騎麒麟翳鳳凰(혹기기린예봉황). 혹자는 기린 타고, 혹자는 봉황수레 탔네

芙蓉旌旗煙霧落(부용정기연무낙), 부용깃발 안개 속에 내리고

影動倒景搖瀟湘(영동도경요소상). 그림자는 거꾸로 움직여 소상강물 흔든다

星宮之君醉瓊漿(성궁지군취경장), 성관의 왕들은 옥장에 취하고

羽人稀少不在旁(우인희소부재방). 신선은 더물어 곁에 있지 아니 하네

似聞昨者赤松子(사문작자적송자), 어제 얼핏 들은 것이 선인 벅송자가

恐是漢代韓張良(공시한대한장량). 곧 한시대의 한의 장량일지 모른다네

昔隨劉氏定長安(석수류씨정장안), 옛적 유방 따라 장안을 평정하고

帷幄未改神慘傷(유악미개신참상). 군대의 장막 안에서는 아직 바뀌지 않아 마음이 상하고

國家成敗吾豈敢(국가성패오개감), 국가의 성패를 내가 감히 어쩌랴

色難腥腐餐楓香(색난성부찬풍향). 비린 것과 썩은 것이 싫다면 단풍나무 향기를 반찬하고

周南留滯古所惜(주남류체고소석), 주남에 머무름은 옛날부터 애석한 일이었네

南極老人應壽昌(남극노인응수창). 남극 노인 응당히 오래살고 번창하리

美人胡爲隔秋水(미인호위격추수), 미인은 어찌하여 가을 물을 건너 있나

焉得置之貢玉堂(언득치지공옥당)? 어찌 그대를 붙잡아 옥당에 드릴까

 

[안병렬 역] 

062 두보(杜甫;712-770)

한간의에게 주다

 

지금 내 마음 편치 않으니

악양의 그대를 생각함이라.

몸은 날아서 가고 싶지만

어쩌나 병들어 누워 있으니?

 

곱고 고운 그대는 나와 떨어져

가을물 건너에 있으니

동정호에 발씻고

멀고 먼 팔황을 바라보리.

 

기러기 저 먼 하늘을 날아가고

해와 달은 밝게도 비추는데

푸르던 나뭇잎 붉게 물들고

하늘엔 처음으로 서리 내리네.

 

옥황의 여러 신하

임금님 모셨는데

어떤 이는 기린 타고

어떤이는 봉황 탔네.

 

수놓은 부용 깃발

안개 속에 내리는데

그림자는 거꾸로

소상강에 흔들린다.

 

성궁의 신하들은

좋은 술에 취하였고

우인들은 드물어

임금 곁엔 사람 없네.

 

어제 얼핏 들으니

신선 같은 그대가

아마도 한나라의

량상일 거라고.

 

옛날 유방 따라

장안을 평정했는데

여태까지 군장부 그대로라

마음 상하나.

 

국가 성패를

내 감히 알랴마는

비리고 썩은 것 싫으면

단풍향기 반찬하리.

 

주남에 머무름은

예로부터 애석한 일

남극에 별이 나니

장수하고 번창하리.

 

그대는 어이하여

가을물 건너 있나?

어떻게 그대 잡아

옥당에 바치올고?

061단청인증조패장군(丹靑引贈曹霸將軍)-두보(杜甫;712-770)

조패 장군에게 단청인을 그리며

 

將軍魏武之子孫(장군위무지자손), 장군은 위나라 무재의 자손인데

于今爲庶爲靑門(우금위서위청문). 지금은 서민이 되어 한미한 집안이 되었다

英雄割據雖已矣(영웅할거수이의), 영웅할거의 시대는 이미 다지나갔지만

文采風流今尙存(문채풍류금상존). 문체와 풍류는 아직도 남아있네

學書初學衛夫人(학서초학위부인), 글씨를 배우기는 처음 위부인에게서 배웠는데

但恨無過王右軍(단한무과왕우군). 왕 우군을 넘지 못한 것이 한이되었다

丹靑不知老將至(단청부지노장지), 단청에 자신이 늙는 줄도 모르고

富貴于我如浮雲(부귀우아여부운).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 같다고 했다

開元之中常引見(개원지중상인견), 개원의 날에는 항상 불리어가

承恩數上南熏殿(승은삭상남훈전). 임금의 은혜를 입어 몇 번이나 남훈전에 올랐다네

凌煙功臣少顔色(능연공신소안색), 능연각의 공신들의 얼굴이 낡았는데

將軍下筆開生面(장군하필개생면). 장군이 한번 붓질하니 얼굴이 생동했네

良相頭上進賢冠(량상두상진현관), 훌률한 재상의 머리에는 진현관이요

猛將腰間大羽箭(맹장요간대우전). 용맹한 장군의 허리에는 대우전이네

褒公鄂公毛發動(포공악공모발동), 포공과 악공의 머리털은 일어나고

英姿颯爽猶酣戰(영자삽상유감전). 영민한 자태와 힘찬 모습은 오히려 전쟁을 즐기는 듯

先帝天馬玉花驄선제천마옥화총), 현종 황제가 타시던 천마와 혹화총을

畫工如山貌不同(화공여산모부동). 화공들이 산 같이 많아도 모습이 같지 않았네

是日牽來赤墀下(시일견내적지하), 이 날에 끌어내려 붉은 섬돌 위 뜰에 놓으니

逈立閶闔生長風(형립창합생장풍). 멀리 창합에 서니 긴 바람 일어난다

詔謂將軍拂絹素(조위장군불견소), 조칙으로 장군에게 흰 비단 펼치니

意匠慘淡經營中(의장참담경영중). 마음속으로 깇숙히 그림을 구상하시네

斯須九重眞龍出(사수구중진룡출), 이 잠깐 사이에 궁궐에서 참 용이 나타나니

一洗萬古凡馬空(일세만고범마공). 만고의 평범한 말 한번에 씻어 없애네

玉花卻在御榻上(옥화각재어탑상), 혹화 총 한 마리 도리어 어탑 위에 있어

榻上庭前屹相向(탑상정전흘상향). 뜰 앞의 어탑위에 옥화총과 서로 마주 대하였네

至尊含笑催賜金(지존함소최사금), 임금은 미소를 머금고 금을 주라 재촉하고

圉人太仆皆惆悵(어인태부개추창). 어인과 태복은 모두 실망하고있네

弟子韓干早入室(제자한간조입실), 제자 한간이 일찍부터 배웠으나

亦能畫馬窮殊相(역능화마궁수상). 말은 그려도 끝내 조금도 닮지 못하고

干惟畫肉不畫骨(간유화육부화골), 말의 살을 그려도 벼는 못 그리네

忍使驊騮氣凋喪(인사화류기조상). 그림의 명마인 화류들이 기가 다 죽어있네

將軍畫善蓋有神(장군화선개유신), 장군은 그림도 좋고 정신이 살아있너

偶逢佳士亦寫眞(우봉가사역사진). 우연히 만난 명사들도 실물처럼 그렸네

卽今漂泊干戈際(즉금표박간과제), 전쟁중인 요즈음은 떠돌면서

屢貌尋常行路人(누모심상항노인). 보통의 길가는 사람들을 자주 사생하네

涂窮反遭俗眼白(도궁반조속안백), 지극히 가난한데다가 사람들이 백안시하여

世上未有如公貧(세상미유여공빈). 세상엔 조공처럼 가난한 사람 아직 없다네

但看古來盛名下(단간고내성명하), 다만 보나니, 옛날부터 천하에 이름 이룬 사람

終日坎壈纏其身(종일감람전기신). 죽도록 불우함이 그 몸을 얽매는 것을

 

[안병렬 역] 

061 두보(杜甫;712-770)

조패 장군에게 단청인을 드린다

 

조패 장군은

위나라 무제의 후손인데

지금은 죄를 얻어

한미한 집안의 후손되엇다.

 

연웅 위 무제가 천하를 삼분하던

그때는 이미 다 지나갔건만

그 문채 그 풍류는

아직도 후손에게 남아 있구나.

 

글씨 배운 처음엔

위부인을 다랐으나

왕장군을 못 넘어

한이 되었네.

 

그림 배워 그 낙에 취해

늙음이 이를 줄도 알지 못하니

부귀야 그에겐 뜬구름 같앗더라.

 

지난날 개원 시절엔

항상 불리워 뵈옵고

은혜입어 몇 번이나

남훈전에 올랐엇지.

 

능연각의 공신들 화상이 오래되어

얼굴들이 바랬더니

조장군 한 붓에

안면이 생동했다.

 

량상의 머리에는

진현관이요

맹장의 허리엔

대우전이라.

 

포공 악공

머리털이 일어나고

영특한 자세 힘찬 모습

전쟁을 오히려 달게 여기는 듯.

 

현종황제 타시던

명마 옥화총이

그 많은 화공들이

제대로 못 그렸으나

 

이날에 끌어내어

섬돌 앞에 세우니

멀리 자미궁문에

긴 바람 일어난다.

 

조칙으로 장군에게

흰 비단 내리니

묵묵히 깊은 생각

그릴 그림 구상하네.

 

잔간 사이 하늘에서

참 룡이 나타나니

만고의 모든 말들

싹 싯어 없어지고.

 

옥화총 한 마리

어탑 위에 걸려지니

뜰앞의 옥화총과

서로 마주 대하였네.

 

임금님 흐뭇하여

금을 주라 독촉하고

어인 태복은

섭섭히 서 있다.

 

그의 제자 한간이

일찍 들어가 배웠으나

또한 말을 그려도

끝내 닮지 못하더라.

 

한간의 솜씨는

말의 살을 그려도 뼈는 못 그려

그림의 명마들이

모두 기가 죽었다.

 

장군의 그림에는 그림도 좋지만

그림 속에 정신이 살아 있어

우연히 만난 명사의 얼굴도

사진처럼 잘도 그렸다.

 

지금은 난리통에

떠덜아다니며

길가는 보통사람

자주 그린다.

 

곤궁하여 속인들에게

백안시되고

세상에 그 누가

조공처럼 가난하랴?

 

보건대 옛날부터

유명한 사람들

평생 불우함이

그 몸을 감는 것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