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백낙천의 좌천 생활 하소연

 

我聞琵琶 已歎息

아문비파 이탄식

又聞此語 重唧唧

우문차어 중즉즉 

 

비파소리 듣고 나서

이미 탄식하였더니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거듭 탄식 기가 차네

 

同是天涯 淪落人

동시천애 윤락인

相逢何必 曾相識

상봉하필 증상식 

 

우리는 강호에

영락한 사람이라

어쩌자고 서로 만나

일찍이 서로 알게 되었는가? 

* 윤락(淪落)이란 말은 요즘은 몸을 파는 행위를 묘사할 때 흔히 사용되는데,원래 이 말은 글자 그대로는 물에 빠지고() 땅에 떨어진다()는 뜻이다.백거이(白居易)의비파행(琵琶行)을 보면 윤락인(淪落人)은 윤락 행위에 종사하는 사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형편이 아주 어려운 데 처한 사람을 말한다.

 

我從去年 辭帝京

아종거년 사제경

謫去臥病 潯陽城

적거와병 심양성 

 

이 몸은 지난해에

황제 계신 경성 떠나

심양성에 귀양 와서

병이 들어 누웠다오.

 

潯陽地僻 無音樂

심양지벽 무음악

終歲不聞 絲竹聲

종세무문 사죽성  

 

심양땅이 궁벽하여

음악이 없어

일년 내내 비파 피리 소리

듣지 못하였지.

 

住近湓江 地低濕

주근분강 지저습

黃蘆苦竹 繞宅生

황려고죽 요택생 

 

집 근처 분강땅 은 땅

낮고도 습기 많아

누런 갈대 마른 대가

집을 둘러 생겨나고..

 

其間旦暮 聞何物

기간단석 문하물

杜鵑啼血 猿哀聲

두견제혈 원애성 

 

그 가운데 아침저녁

어떤 소리 들으리오?

두견새 피울음

원숭이 슬픈 울음.

 

春江花朝 秋月夜

춘간화조 추월야

往往取酒 還獨傾

왕왕취주 환독경  

 

봄날 강가 꽃피는 아침

가을산 달 뜨는 저녁

가끔씩 술 가져다

혼자서 기울였네.

 

豈無山歌 與村笛

기무산가 여촌적

嘔啞嘲哳 難如聽

구아조절 난여청 

 

산 노래 촌 피리

어찌 없다 말하리오?

어리 아이 말 배우듯 새 짐승 울부짖듯

듣기에 어려워라.

 

今夜聞君 琵琶語

금야문군 비파어

如聽仙樂 耳暫明

여청선악 이잠명 

 

오늘밤에 그대의

비파소리 듣고나니

신선 음악 들은듯이

귀가 한때 맑아지오.

 

莫辭更坐 彈一曲

막사갱좌 탄일곡

爲君飜作 琵琶行

위군번작 비파행 

 

사양 말고 다시 앉아

한 곡조 타 주시면

그대 위해 악보따라

비파행을 지으리다.

 

4단 동병상련의 눈물 -화려한 날들은 가고

 

感我此言 良久立

감아차언 양구립

卻坐促絃 絃轉急

객좌촉현 현전급 

 

내 말 듣고 감격하여

오래도록 서 있더니

제 자리 앉아서 현 당겨 급히 타니

비파곡조 점차로 급박해진다.

 

凄凄不似 向前聲

처처불사 향전성

滿座重聞 皆掩泣

만좌중문 개엄읍 

 

처량하기 그지없어

앞 소리와 같지 않아

모든 사람 다시 듣고

얼굴 가려 울음 운다.

 

座中泣下 誰最多

좌준읍하 수최다

江州司馬 靑衫濕

강주사마 청삼습 

 

좌중에 흘린 눈물

누가 가장 많았던고?

강주사마 푸른 적삼

눈물 가득 젖었더다.

 

 

[참고]

이 비파행 시는 칠언(七言) 87609로 본문이 이루어젔으며,

제목의 비파행(琵琶行) 3를 합하면 서문에서 말한 612가 된다.

장편이어서 제1-2, 3-4단으로 나눠 두 꼭지로 탑재한다.

 

072

비파행琵琶行

(를 아우르다)

 

이 블로그의 아래 포스트 참조.

http://kydong77.tistory.com/search/2%20늙은%20창부의%20회상과%20하소연 

http://kydong77.tistory.com/8147

작품 번역은 안병렬역 참조.

   

비파행병서(琵琶行 幷序)

琵琶行을 지으며 序文을 쓰다

 

元和十年, 予左遷九江郡司馬.

원화 10 년에 나는 구강군사마로 좌천되었다. 

 

明年秋, 送客湓浦口.聞舟中夜彈琵琶者,

다음해 가을 손님을 배웅하러 분포강(湓浦江) 포구에 나갔다가, 배 속에서 비파 타는 소리를 들었다. 

 

聽其音錚錚然有京都聲.

쟁쟁(錚錚)하게 울리는 그 소리를 들으니 전에 서울(京都)에서 듣던 소리였다. 

 

問其人, 本長安倡女.嘗學琵琶於穆曹二善才,

그 사람을 찾아보니 원래 장안에서 노래하던 여자였는데, 일찍이 유명한 ,  두 선생에게서 비파를 배운 비파의 고수였다고 한다.

 

年長色衰, 委身爲賈人婦.

나이 들어 모습이 쇠퇴하게 되자 장사꾼에게 시집가서 의지하게 된 것이라 한다. 

 

遂命酒, 使快彈數曲. 曲罷憫然.

끝내 술상을 차리게 하고 몇 곡 청해 들었는데, 연주를 끝내고 참담해졌다.

 

自敍少小時歡樂事, 今漂淪憔悴, 轉徒於江湖間. 予出官二年, 恬然自安, 感斯人言, 是夕始覺有遷謫意.

젊고 예뻤을 시절엔 웃고 즐기기만 하다가 이제는 시골구석으로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고. (백거이)도 이 시골로 쫓겨 온지 2, 스스로 편안하게 마음먹으려 했지만,오늘 밤 이 여인의 말에 끝내 감격해서 비로소 멀리 귀양살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因爲長句, 歌以贈之,

그리하여 긴 長句의 노래를 지어 이 여인에게 보낸다.

 

 凡六百一十二言, 命曰 <琵琶行>.  

모두 612 인데, <琵琶行> 이라 부른다. 

 

1단 심양강 나루에 울려퍼진 천하절창 비파소리

 

潯陽江頭 夜送客

심양강두 야송객

楓葉萩花 秋瑟瑟

풍엽적화 추슬슬 

 

심양강 가에서

밤에 손님 보내노니

붉은 단풍잎과 흰 갈대꽃에

가을바람 쓸쓸하다.

 

主人下馬 客在船

주인하마 객재선

擧酒欲飮 無管絃

거주욕음 무관현 

 

주인으로 말에서 내려오고

손님은 배를 타면서

이별주 한 잔 마시려니

음악소리 없구나.

 

醉不成歡 慘將別

취불성환 참장별

別時茫茫 江浸月

별시망망 강침월  

 

취하여 노래하나 기쁨은 없고

아픈 맘으로 이별하는데

저 멀리 밝은 달

강물에 잠기더라.

 

忽聞水上 瑟琶聲

홀문수상 비파성

主人忘歸 客不發

주인망귀 객불발  

 

홓연히 들려오는

강 위의 비파소리

주인은 돌아감 잊고

나그네는 출발할 줄 모르고.

 

尋聲暗問 彈者誰

심성암문 탄자수

瑟琶聲停 欲語遲

비파성정 욕어지 

 

소리찾아 물어 물어

타는 사람 누구던고?

비파소리 그치고

느릿느릿 말해온다.

 

移船相近 邀相見

이성상근 요상견

添酒回燈 重開宴

첨주회등 중개연 

 

배 옮겨 가까이 가

마주하길 청하고서

술 내오고 등을 밝혀

잔치 자리 다시 연다.

 

千呼萬喚 始出來

천호만환 시출래

猶抱琵琶 半遮面

유포비파 반차면 

 

여만 번 불러서야

비로소 나오는데

비파를 안고

얼굴 반쯤 가리더라.

 

轉軸撥絃 三兩聲

전축발현 삼양성

未成曲調 先有情

미성곡조 선유정  

 

거문고 줄 팽팽히 하여

두어 번 소리내니

곡조도 타기 전에

정 먼저 품었구나.

 

絃絃掩抑 聲聲思

현현엄억 성성사

似訴平生 不得志

사소평생 부득지  

 

현마다 밀고 눌러

소리마다 슬픔이라

한평생의 불우함을

하소연하는 듯.

 

低眉信手 續續彈

저미신수 속속탄

說盡心中 無限事

설진심중 무한사 

 

고개 숙여 손 뻗고

이어가며 타는데

마음 속 한없는

슬픈 사연 다 쏟는다.

 

輕攏慢撚 抹復挑

경롱만연 말부조

初爲霓裳 後六幺

초위예상 후육요 

 

가볍게 느리게

온갖 솜씨 다하는데

처음곡은 예상곡이요

나중곡은 육요곡.

 

大絃嘈嘈 如急雨

대현조조 여급우

小絃切切 如私語

소현절절 여사어 

 

큰 현은 급하기가

소나기 쏟아붓듯

작은 현은 가볍게

귀엣말로 속삭이듯.

 

嘈嘈切切 錯雜彈

조조절절 착잡탄

大珠小珠 落玉盤

대주소주 낙옥반 

 

무겁고 애절함을

뒤석어 타는데

큰 구슬과 작은 구슬

옥쟁반에 구르는 듯

 

間關鶯語 花底滑

간관앵어 화저활

幽咽流泉 氷下灘

유인유천 빙하난 

 

꾀꼬리 예쁜 소리

꽃 아래로 미끌어지듯

샘물 그윽히 울어

얼음 아래로 흘러가듯.

 

水泉冷澁 絃凝絶

수천냉삽 현응절

凝絶不通 聲漸歇

응절불통 성점헐 

 

시냇물이 얼어붙듯

현에 엉겨 끊어지고

끊어져 안 통해서

소리 점차 그치는데.

 

別有幽愁 闇恨生

별유유수 암한생

此時無聲 勝有聲

차시무성 승유성 

 

그윽한 슬픔 남 모르는 한탄

없던 한이 일어나니

소리없는 이 시간이

탈 때보다 더 묘하다.

 

銀甁乍破 水漿迸

은병사파 수장병

鐵騎突出 刀槍鳴

철기돌출 도창명 

 

갑자기 커진 소리 은병이 깨어지듯

샘물이 솟아나듯

철기병이 돌진하여

창검이 부딪쳐 울어대듯.

 

曲終收撥 當心畵

곡종수발 당심화

四絃一聲 如裂帛

사현일성 여열백 

 

곡을 끝내 거두려고

마음 한끗 그어내니

네 줄 함께 우는 소리

비단 찢는 소리 같네.

 

東船西舫 悄無言

동선서방 초무언

唯見江心 秋月白

유견강심 추월백 

 

동쪽배도 서쪽배도

소리없이 고요하고

보이나니 강 가운데

가을달만 밝았구나. 

 

2단 늙은 창부의 회상과 하소연 

 

沈吟放撥 揷絃中

침음방발 삽현중

整頓衣裳 起斂容

정돈의상 기염용 

 

침착히 거두어

현중에 꽂고서

차림새를 정돈하고

얼굴을 가다듬어..

 

自言本是 京城女

자언본시 경성녀

家在蝦蟇 陵下住

가재하마 능하주 

 

스스로 하는 말

저는 본시 서울여자요

하막릉 아래서

살았답니다.

 

十三學得 琵琶成

십삼학득 비파성

名屬敎坊 第一部

명속교방 제일부 

 

열세 살에

거문고 다 배우고

내 이름은 교방의

제일부에 속했다오.

 

曲罷常敎 善才服

곡파상교 선재복

妝成每被 秋娘妒

장성매피 추랑투 

 

한 곡조 타고 나면

악사들도 탄복하고

화장하고 나갈 때면

가녀들도 질투하고.

 

五陵年少 爭纏頭

오릉년소 쟁전두

一曲紅綃 不知數

일곡홍초 부지수 

 

오릉마을 젊은이들

다투어 상 내리고

한 곡마다 붉은 비단

셀 수 없이 많았다오.

 

鈿頭銀箆 擊節碎

전두은비 격절쇄

血色羅裙飜酒汚

혈색나군 번주오 

 

자개 박은 은비녀도

박자 치다 떨어져 부서지고

붉은 빛 비단치마

술 엎어 더럽히고.

 

今年歡笑 復明年

금년환소 부명년

秋月春風 等閑度

추월춘풍 등한도 

 

금년에 기뻐 웃고

명년에도 그러하고

가을 달 봄바람에

한가로이 넘겼다오.

 

弟徒從軍 阿姨死

종도종군 아이사

暮去朝來 顔色故

모거조래 안색고 

 

동생은 군대 가고

자매는 죽어가며

저녁 가고 아침 오니

얼굴이 늙어져서

 

門前冷落 車馬稀 문전냉락 차마희

老大嫁作 商人婦 노대가작 상인부 

문앞은 냉랭하고

수레는 드물어져

늙은 몸 시집가니

장사꾼의 아내라오.

 

商人重利 輕別離

상인중리 경이별

前月浮梁 買茶去

전월부양 매다거 

 

장사꾼들 이익에는 무거우나

이별에는 가벼워

지난 달에 부량으로

차 사러 가버렸소.

 

去來江口 守空船

거래강구 수공선

繞船明月 江水寒

요선명월 강수한 

 

강나루 오고가며

빈 배만 지키는데

뱃전에 달은 밝고

강물은 차잡구료.

 

夜深忽夢 少年事

야심홀몽 소년사

夢啼妝淚 紅欄干

몽제장루 홍난간 

 

깊은 밤 홀연히

지난날을 꿈꿀 적에

꿈 속에도 울고울어 눈물이 젖은 분(粉)이

온 얼굴에 번진다오.

 

 

https://kydong77.tistory.com/19399

 

白居易, 「長恨歌」와 「琵琶行」 全文

https://kydong77.tistory.com/19320 백거이, 長恨歌 · 琵琶行/ 심경호, 悠悠自適한 삶 https://www.youtube.com/watch?v=WgfyUg153Rk 白居易 長恨歌 https://www.youtube.com/watch?v=skBpr6a1SrU&t=60s https://hamgo.tistory.com/4440?category=4

kydong77.tistory.com

 

제4단

臨邛道士鴻都客
임공도사홍도객

임공[6]에서 온 도사가 서울에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정성을 들이면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 하니

爲感君王輾轉思
위감군왕전전사

그리워 잠 못 드는 군왕을 위해

遂敎方士殷勤覓
수교방사은근멱

방사로 하여금 남몰래 찾게 해보았지.

排空馭氣奔如電
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락하황천

위로는 하늘 끝,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
양처망망개부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忽聞海上有仙山
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바다 위에 선산 있다는 소문 들어

山在虛無縹緲間
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
누각령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일어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太眞
중일 유일자태진

그중 '태진'[7]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삼차시

눈 같은 피부와 고운 얼굴이 닮았다고 했지.

金闕西廂叩玉扃
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소옥에게 일러 쌍성에게 말 전하니[8]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한나라 천자의 사자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攬衣推枕起徘徊
남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迤邐開
주박은병이리개

주렴과 은병풍이 스르르 열렸다.

雲髻半偏新睡覺
운빈반편신수교[9]

구름 같은 머리 한쪽으로 드리우고 막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래

머리장식 안 고친 채 집에서 내려오니.

風吹仙袂飄飄擧
풍취선몌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이 나부낀다.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무를 추는 그 모습인 듯한데,

玉容寂寞淚欄干
옥용적막루란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난간에 흐르니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비에 젖은 듯하다.

含情凝睇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정 어린 눈길 돌려 군왕에게 사뢰니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량묘망

한번 이별 후 소리와 모습 다 아련하여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回頭下望人寰處
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
부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뿐.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오직 옛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 하니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보내겠다 말했지.

釵留一股合一扇
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 쪽씩, 자개함은 하나씩.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금합분전

비녀와 자개함을 반으로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
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천상과 인간세상 사이에서 다시 보게 되리라.

臨別殷勤重寄詞
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량심지

두 마음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10]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석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약속.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11]

하늘에서 만난다면 비익조가 되기를 원했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련리지[12]

땅에서 만난다면 연리지가 되기를 바랐지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하늘 땅이 장구해도 끝이 있건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한은 끝없이 이어져 다함이 없네

 

 

제4단

사천의 한 도사가 서울로 와 그 법술로 양귀비의 꽃다운 혼을 찾을 수 있다며 선산에 들어가 그녀와 만난 이야기.


臨邛道士鴻都客

공 출신의 도사로 서울 장안에 초대되어 온 손님1)

能以精誠致魂魄 정성을 모아 죽은 자의 혼백을 부른다고 하네.

2)

爲感君王輾轉思그는 천자께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그리움에 감동하여

3)

遂敎方士殷勤覓드디어 방사를 시켜 정성껏 찾게 했네.

4)


❙ 注 疏1)臨邛(임공):蜀의 지명. 道士(도사):신선의 일을 수도한 사람. <양태진 외전>에 의하면 촉에서 도사 楊通幽가 왔다고 기록되어 있음. 鴻都客(홍도객):한나라 때부터 있던 홍도문 안에 나그네로 거하던 손님. 2)精誠:진심을 다한 정신력. 致魂魄(치혼백):죽은자의 혼백을 불러 내는 일. 3)輾轉(전전):잠자리에서 뒤척거림. 思(사):사모의 정. 4)方士(방사):道士와 같음. 殷勤(은근):정성을 다해. 覓(멱):찾다.
시는 이제 다시금 전개되어 새로운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간다. 이 새로운 전개는 현종의 슬픔을 없애주려는 한 인물에 의하여 시작된다. 그 사람은 신비로운 초자연 세계에 능통한 道士, 곧 도교의 수도자였다.
排雲馭氣奔如電

방사는 구름을 열어 대기를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5)

昇天入地求之遍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샅샅이 찾았다네. 上窮碧落下黃泉

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다하였으나6)

兩處茫茫皆不見 두 곳 다 아득하여 혼백은 뵈지 않네.

7)


❙ 注 疏1)排雲(배운):구름을 헤치다. 馭氣(어기):바람을 타다. 2))碧落(벽락):푸른 하늘. 도교에서 말하는 동방의 제1천은 푸른하늘로 碧霞(푸른안개)가 차 있다고 해서 그렇게 말함. 黃泉(황천):대지 깊숙한 곳으로 황색물이 솟는 곳. 저승. 3))茫茫(망망):끝없이 넓은 상태.
이리하여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아 보았으나 ‘兩處’ 모두 망망하기만 할 뿐 양귀비는 보이지 않았다.
忽聞海上有仙山 문득 듣자니 해상에 신선 사는 산이 있는데

8)

山在虛無縹緲間

산은 아무것도 없는 아득한 곳에 자리잡았다네.9)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은 영롱하여 오색 구름 일어나고

10)

其中綽約多仙子 그 안에는 아리따운 선녀도 많다네.

11)


❙ 注 疏1)忽聞(홀문):문득 듣다.

2)縹緲間(표묘간):속세와는 아주 다른, 아무것도 없는 아득한 저 세계.

3)玲瓏(영롱):옥과 같이 빛나며 반짝이는 모양.

4)綽約(작약):온화하고 아름다움.
그런데 문득 풍문에 들으니, 해상의 仙山에 선녀 여럿 산다 하네.

中有一人字太眞 그 중에 한 사람, 자는 태진인데

12)

雪膚花貌參差是 눈처럼 흰 살결과 꽃 같은 얼굴이 양귀비와 엇비슷하다고.

13)

金闕西廂叩玉扃 仙山의 황금 궁전 서쪽 건물의 옥문을 두드리니

14)

轉敎小玉報雙成 소옥을 통하여 쌍성으로 하여금 태진에게 알리게하였더니

15)


❙ 注 疏1)太眞(태진):양귀비가 여자 도사였을 때의 이름. 양귀비가 현종의 애인으로 신분을 바꾸면서 세상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일단 여자 도사가 되었던 때의 이름이 태진이었다.

2)雪膚(설부):눈과 같이 새하얀 피부. 花貌(화모):꽃과 같이 아름다운 얼굴. 參差(참치):잘 어울린다. 원래는 길고 짧고 들쑥 날쑥하여 가지런하지 못한 상태.

3)西廂(서상):서쪽에 위치한 방. 玉扃(옥경):옥으로 장식한 자물쇠. 扃(경):빗장, 문, 출입문.

4)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소옥이 우선 쌍성에게 보고하고 쌍성이 태진에게 보고하는 순서를 취하는 것.

이 대목에서 시는 아주 간단하면서 또한 고사를 사용하여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난해한 감이 있다. 진홍의 <장한가전>에 의하면 이야기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수도자의 찾는 소리에 따라서 문으로 나온 것은 두 여자였는데,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잠시 뒤에 이번에는 푸른 옷차림의 하녀가 나와 어디서 왔는가 물었다. 당나라 천자의 사자라고 하며 찾아온 뜻을 말하자, 지금 주무시고 계시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수도자는 문밖에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구름에 가리워지며 해가 저물고, 문은 닫힌 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자는 숨을 죽이고 손을 모은 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소옥이 전교하여 쌍성에게 보하다”란 구절은 위와 같은 상태를 노래한 것이다. 소옥은 처음에 나왔던 여자요, 쌍성이란 나중에 나왔던 푸른 옷차림의 시녀이다. 소옥이나 쌍성은 모두 한 무제와 관계 있는 선녀 이야기 속에 선녀의 시녀로 나오는 이름인데, 그것을 여기서 빌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이윽고 푸른 옷차림의 시녀는 여주인이 눈뜨기를 기다려 그 사실을 보고하였다.


聞道漢家天子使 한나라 천자의 사자라는 말을 듣고

16)

九華帳裏夢魂驚 온갖 꽃의 호화로운 휘장 안에서 태진은 꿈에서 깨어났다.

17)

攬衣推枕起徘徊 옷을 손에 들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허둥지둥珠箔銀屛迤邐開 진주 발과 은 병풍이 차례로 열린다.

18)


❙ 注 疏1)聞道(문도):아룁니다라는 뜻. 이하는 전하는 말.

2)九華帳(구화장):여러가지 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휘장. 夢魂(몽혼):꿈꾸고 있던 마음.

3)珠箔(주박):옥으로 장식한 발. 銀屛(은병):은졍풍. 迤邐(이이):이어져 계속되고 있는 상태.


우선 옷을 손에 집어 들었다. 衣란 언제나 치마(裳)와 상대되는 말로서 저고리를 의미한다. 뒤이어 베개를 밀쳐 치웠다. 그리고 일어났다. 일어난 뒤 침실 안을 거닐어 배회하였다. 잠시 뒤 놀라움에서 깨어나자, 사자를 만나겠다고 하여 침실을 나오는데 침실을 중심으로 여러 겹으로 드리운 진주 발과 은병풍이 깊숙한 안쪽에서부터 점점 차례로 열렸다. 여주인이 접견소로 가기 위한 준비이다. ‘이리’는 의음어로서, 여러 겹 겹쳐진 것이 뒤이어 변화를 일으키는 형용의 말로서 부사이다. 푸른 옷의 시녀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도자에게 말했다. “이리 오시지요.” 수도자가 접견소 앞에 엎드려 있자 진주 발이 걷어 올려지는 가운데 한 여인이 대여섯 명의 시녀를 거느리고 나왔다.

 

雲鬢半偏新睡覺 구름 같은 머리는 한쪽으로 기운 채 갓 잠에서 깨어나

19)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도 비스듬한 채 堂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颻擧 바람 불어 신선의 소매는 나풀나풀

20)

猶似霓裳羽衣舞 마치 저 예상우의 춤을 추는 듯.

 

❙ 注 疏1)新睡覺(신수각):지금 막 잠에서 깨어남.

2)仙袂(선몌)):신선의 소매. 飄颻(표요):바람에 펄럭펄럭 휘날리는 모습.

백거이의 에로티시즘은 공상 세계에서는 한층 활발하게 작용한다. 잠에서 막 깨어 일어났기 때문에 머리카락은 한쪽으로 치켜져 있다. "화관"은 선녀의 관인데 그것 역시 단정하지 못하다. "堂"은 건물의 높은 곳인데, 거기서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흩어진 자세지만 단정하게 가꿀 경황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玉容寂寞淚闌干 옥 같은 얼굴 적막하여 눈물이 주루룩

21)

梨花一枝春帶雨 마치 배꽃 한 가지가 봄비를 맞고 있는 듯.
❙ 注 疏1)玉容(옥용):아름다운 얼굴. 玉은 미칭(美稱) 寂寞(적막):쓸쓸한 상태. 闌干(난간):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상태. 뚝뚝 또는 줄줄.
含情凝睇謝君王 정을 품고 응시하며 천자께 감사하고

22)

一別音容兩渺茫 한 번 사별함에 천자의 음성과 모습이 아득한데.

23)

昭陽殿裏恩愛絶 소양전에서는 은총과 사랑이 끊겼으나

24)

蓬萊宮中日月長 이 봉래궁에서는 긴 세월 보내리라.

25)


❙ 注 疏1)含情凝睇(함정응제):생각을 품고 뚫어질 듯 바라보는 것. 睇(제):힐끗 보다, 훔쳐보다, 한눈 팔다. 謝君王(사군왕):현종의 호의에 감사함.

2)一別(일별):여기서부터 '天上人間會相見'까지는 양귀비의 인사말. 音容(음용):말소리와 모습. 渺茫(묘망):멀리 떨어져 분명하지 못한 상태.

3)昭陽殿(소양전):귀비가 생전에 살던 궁전.

4)蓬萊宮(봉래궁):해상의 신선 나라에 있는 궁전. 천상계를 가리킴. 예로부터 봉래는 동해에 위치한 仙界로 널리 알려져 왔음.

 

廻頭下望人寰處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내려다보니

26)

不見長安見塵霧 장안은 뵈지 않고 오직 먼지와 안개만 자욱할 뿐. 唯將舊物表深情 다만 천자가 주신 信物을 가지고 내 깊은 정을 표하려고

27)

鈿合金釵寄將去 나전 상자와 금비녀를 부칩니다.

28)


❙ 注 疏1)人寰(인환):인간 세계. ‘환’은 지역 또는 영역의 뜻.

2)舊物(구물):그 옛날 받은 물건. <장한가전>에 의하면 귀비는 현종과 맺어지던 첫날밤 사랑의 징표로 금차와 전합을 받았다고 함.

3)鈿合(전합):나전으로 手工한 작은 상자. ‘合’은 ‘盒’과 같다. 金釵(금차):황금비녀. 한 쌍으로 되어 있음. 寄將去(기장거):가져 가게 함.


아무리 인간 세상을 살펴보아도 그리운 장안, 폐하께서 계시는 장안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그저 주위에 자욱한 먼지와 안개뿐. 태진은 푸른 옷의 시녀에게 명했다. “그것을 가져 오너라” 시녀가 가져온 것은 두 개의 물품이었다. 하나는 나전 상자였고, 또 하나는 금비녀였다. 그 두 가지는 모두 결혼날 현종이 기념으로 준 물건이었다. “이것을 폐하께 드리시오. 옛 사랑의 추억입니다.”


釵留一股合一扇 금비녀도 나전 상자도 한 쪽씩 나누어 두려고

29)

釵擘黃金合分鈿 금비녀도 반으로 나누고 나전 상자도 둘로 나눕니다.但敎心似金鈿堅 다만 마음을 이 비녀와 나전처럼 굳게 한다면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으리다.

30)


❙ 注 疏1)一股(일고):비녀의 한 쪽. 一扇(일선):뚜껑 달린 상자의 뚜껑 또는 상자 중 한 쪽.

2)天上人間(천상인간):지금은 천상에 있는 나(귀비)와 인간계에 있는 현종이지만. 뒤이어 여인은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이 금비녀와 나전 상자처럼 지금은 비록 천상과 인간 세상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서로의 마음이 이 금비녀의 황금처럼 또한 나전 상자의 조개처럼 굳세기만 하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폐하에게 전해 주시오.’

수도자는 다시 한번 엎드리며 말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이 두 가지 물품도 틀림없이 전하겠습니다.


臨別殷勤重寄詞 이별하며 은근히 전할 말을 부치노니

31)

詞中有誓兩心知 말 속에 서약 있어 두 사람만 알 것이라.

32)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석날 장생전에서 있었던 일로

33)

夜半無人私語時 밤 깊어 사람이 없을 때 비밀스럽게 속삭인 말씀.

34)


❙ 注 疏1)寄詞(기사):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함.

2)兩心知(양심지):현종과 귀비 두 사람의 마음만이 알고 있다.

3)長生殿(장생전):화청궁 안에 있는 궁전.

4)私語:비밀스런 속삭임.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폐하께서 믿지 못하실지 모릅니다. 혹시 폐하만이 아시는 비밀된 말씀이라도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을 증거로 폐하께 복명하겠습니다.”

선녀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보 10년 칠월 칠석 날, 우리는 이산에 있는 이궁 장생전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 년에 단 한번 만난다고 하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축복하였습니다. 밤이 깊어 시종들도 옆에서 떠났을 때 폐하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둘은 저 천상의 연인들처럼 다음 세상에서도 그리고 또 그 다음 세상에서도 부부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맹세는 우리 둘만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 사실을 말씀드리십시오.”

이것이 이별에 즈음한 선녀의 말이었다.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서는 원컨대 비익조 되고

35)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자고 했소.

36)

天長地久有時盡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어도 다할 날이 있으련만

37)

此恨綿綿無絶期 이들의 恨은 잇고 이어져 끊어질 때 없으리라.

38)


❙ 注 疏1)比翼鳥(비익조):남쪽 나라에 사는 새. 암컷과 수컷이 날개가 붙어 있어 언제나 함께 난다고 하는 새. 금슬 좋은 부부에 비유함.

2)連理枝(연리지):나무 밑둥은 두 개의 나무이지만 가지 부분이 하나로 달라붙어 있는 나무. 부부의 애정이 깊은 것에 비유함.

3)天長地久(천장지구):老子에 나오는 말.

4)綿綿(면면):오래오래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상태.
이 마지막 두 구절에서 “장한가”라는 제목이 나왔다.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음과 동시에 불행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랑의 불행은 모든 사랑의 행복을 사라지게 하고 한스러움만 남긴다. 그래서 “천장지구(天長地久)”지만 “차한면면(차한면면(此恨綿綿))하여 “다함없는 한스러운 노래” 곧 “장한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 장안의 기녀들은 “저는 백 학사의 장한가 전부를 암송하고 있답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의 화대로는 안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시인 자신이 그의 친구인 원진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말하고 있다. 즉, 이 노래는 발표되자 즉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애송되었던 것이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814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안병렬 역] 

4

사천의 한 도사가 서울로 와 그 법술로 양귀비의 꽃다운 혼을 찾을 수 있다며 선산에 들어가 그녀와 만난 이야기.

 

臨邛道士鴻都客

能以精誠致魂魄

 

임공 출신의 도사로

장안에 초대되어 온 손님

정성을 모아

죽은 자의 혼백을 부른다고 하네.

   

爲感君王輾轉思

遂敎方士殷勤覓

 

그는 천자께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그리움에 감동하여

드디어 방사를 시켜

정성껏 찾게 했네.

 

排雲馭氣奔如電

昇天入地求之遍

 

방사는 구름을 열어 대기를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샅샅이 찾았다네.

 

上窮碧落下黃泉

兩處茫茫皆不見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다하였으나

두 곳 다 아득하여

혼백은 뵈지 않네.

 

忽聞海上有仙山

山在虛無縹緲間

 

문득 듣자니

해상에 신선 사는 산이 있는데

그 산은 아무것도 없는

아득한 곳에 자리 잡았다네.

 

樓閣玲瓏五雲起

其中綽約多仙子

 

누각은 영롱하여

오색 구름 일어나고

그 안에는

아리따운 선녀도 많다네.

 

中有一人字太眞

雪膚花貌參差是

 

그 중에 한 사람,

자는 태진인데

눈처럼 흰 살결과 꽃 같은 얼굴이

양귀비와 엇비슷하다고.

 

金闕西廂叩玉扃

轉敎小玉報雙成

 

仙山의 황금 궁전 서쪽 건물의

옥문을 두드리니14)

소옥(여종)을 통하여

쌍성(여종)으로 하여금 태진에게 알리게 하였더니

   

聞道漢家天子使

九華帳裏夢魂驚

 

한나라 천자의

사자라는 말을 듣고

온갖 꽃의 호화로운 휘장 안에서

잠자던 혼이 놀라서 깨어나.

 

攬衣推枕起徘徊

珠箔銀屛迤邐開

 

옷을 손에 잡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허둥지둥.

진주 발과 은 병풍이

차례로 열려진다.

   

雲鬢半偏新睡覺

花冠不整下堂來

 

구름 같은 머리는 한쪽으로 기운 채

갓 잠에서 깨어나

화관도 비스듬한 채

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颻擧

猶似霓裳羽衣舞

 

바람이 불어

신선의 소매는 나풀나풀

마치 저 예상우의무

춤을 추는 듯.

   

玉容寂寞淚闌干

梨花一枝春帶雨

 

옥 같은 얼굴 적막한데

눈물이 주루룩

마치 배꽃 한 가지가

봄비를 맞고 있는 듯.

   

含情凝睇謝君王

一別音容兩渺茫

 

정을 품고 응시하며

천자께 감사하는 말,

한 번 사별함에

천자의 음성과 모습이 아득한데.

 

昭陽殿裏恩愛絶

蓬萊宮中日月長

 

소양전에서는

은총과 사랑이 끊겼으나

이 봉래궁에서는

긴 세월 보내리다.

   

廻頭下望人寰處

不見長安見塵霧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내려다보니

장안은 뵈지 않고

오직 먼지와 안개만 보입디다.

 

唯將舊物表深情

鈿合金釵寄將去

 

다만 천자가 주신 信物을 가지고

내 깊은 정을 표하려고

나전 상자와 금비녀를

부쳐 보내오니

 

釵留一股合一扇

釵擘黃金合分鈿

 

금비녀도 나전 상자도

한 쪽씩 나누어 두려고

금비녀도 반으로 나누고

나전 상자도 둘로 나눕니다.

   

但敎心似金鈿堅

天上人間會相見

 

다만 마음을

이 비녀와 나전처럼 굳게 한다면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으리다.

   

臨別殷勤重寄詞

詞中有誓兩心知

 

이별하며 은근히

전할 말을 부치노니

말 속에 서약 있어

두 사람만 알 것이라.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칠월 칠석날

장생전에서

밤 깊어 사람이 없을 때

사사롭게 하신 말씀.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하늘에서는 원컨대

비익조 되고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자고 했소.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어도

다할 날이 있으련만

이들의 은 잇고 이어져

끊어질 때 없으리라.

 

 

https://kydong77.tistory.com/19399

 

白居易, 「長恨歌」와 「琵琶行」 全文

https://kydong77.tistory.com/19320 백거이, 長恨歌 · 琵琶行/ 심경호, 悠悠自適한 삶 https://www.youtube.com/watch?v=WgfyUg153Rk 白居易 長恨歌 https://www.youtube.com/watch?v=skBpr6a1SrU&t=60s https://hamgo.tistory.com/4440?category=4

kydong77.tistory.com

 

제3단:전란 후 양귀비를 잊지 못하는 현종의 슬픔과 아픔.

天旋地轉回龍馭
천선지전회룡어

하늘 바뀌고 땅이 돌아 황제 돌아오는 길에

到此躊躇不能去
도차주저부능거

여기 이르러 머뭇거리매 떠날 수가 없었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하니토중

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더미 속에는

不見玉顔空死處
부견옥안공사처

고운 얼굴 보이지 않고 죽은 자리만 남았다.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상고진첨의

임금 신하 서로 보니 눈물이 옷을 적시고,

東望都門信馬歸
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가니

歸來池苑皆依舊
귀래지원개의구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예전과 같아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연꽃도 미양궁의 버들도 다름이 없다.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류여미

연꽃은 얼굴이요 버들은 눈썹.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부루수

이런 정경을 보고 어찌 아니 눈물 흘리겠는가!

春風桃李花開日
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꽃 만발하고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섭락시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진다.

西宮南內多秋草
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落葉滿階紅不掃
낙섭만계홍부소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쓸지 않네

梨園子弟白發新
이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노

초방의 젊은 시녀들도 늙어 버렸다.

夕殿螢飛思悄然
석전형비사초연

저녁 궁궐에 반딧불 나니 더욱 처량하여

孤燈挑盡未成眠
고등도진미성면

외로운 등불 심지 다 타도 잠이 오지 않는다.

遲遲鍾鼓初長夜
지지종고초장야

더디고 더딘 종과 북소리에 처음으로 긴 밤을 보내는데

耿耿星河欲曙天
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 하늘을 넘어간다.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와랭상화중

원앙기와 차가워 서리가 겹겹이 쌓이는데,

翡翠衾寒誰與共
비취금한수여공

비취금침 싸늘하니 누구와 함께 덮겠는가?

悠悠生死別經年
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魂魄不曾來入夢
혼백부증래입몽

꿈속에서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다.

 

제3단:전란 후 양귀비를 잊지 못하는 현종의 슬픔과 아픔.

 

天旋地轉廻龍馭 천지가 돌고돌아 천자는 서울 장안으로 돌아오는데

38)

到此躊躇不能去 마외역에 이르자 머뭇거리며 차마 가지 못하누나.

39)

馬嵬坡下泥土中 마외역 언덕길 아래 흙탕 속에不見玉顔空死處 옥안은 뵈지 않고 죽은 곳은 공허하네.

40)


❙ 注 疏1)天旋地轉(천선지전):세상 정세가 바뀜. 廻龍馭(회룡어):현종이 서울로 돌아온 것. 龍馭는 천자의 수레. 2)此:마외역. 3)空死處(공사처):양귀비가 죽은 곳만 헛되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뜻.
君臣相顧眞霑衣군신들 서로 돌아보며 눈물로 옷을 적셨고

41)

東望都門信馬歸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맡겨 돌아간다.

42)

歸來池苑皆依舊돌아오니 연못도 동산도 옛날 그대로이고

43)

太液芙蓉未央柳태액 연못의 연꽃도 미앙궁의 버들도 그대로였다.

44)


❙ 注 疏1)霑衣(점의):눈물로 옷을 적시는 것.

2)信馬歸(신마귀):말에게 맡겨 돌아가는 것.

3)依舊(의구):옛날과 다름이 없음.

4)太液(태액):연못이름. 未央(미앙):한나라 궁전 이름.


芙茸如面柳如眉 연꽃은 그녀의 얼굴, 버들가지는 그녀의 눈썹.

對此如何不淚垂 그것들을 대하니 어이 눈물을 아니 흘리리오?

45)

春風桃李花開日 봄바람에 복사꽃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이나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질 때에.

 

西宮南苑多秋草서쪽 궁전이나 남쪽 동산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

46)

落葉滿階紅不掃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단풍을 아무도 쓸지 않네.

47)

梨園弟子白髮新이원의 학생들도 이제는 백발이 성성하고

48)

椒房阿監靑娥老황후 거실의 太監과 궁녀도 늙었구나.

49)


❙ 注 疏1)此(차):부용과 버들가지.

2)西宮:장안성의 북쪽 끝에 있는 태극궁.

3)階(계):계단. 紅(홍):단풍.

4)梨園(이원):음악에 정통했던 현종이 직접 양성한 가무단. 梨園의 弟子는 음악 양성소의 교습생을 말함.

5)椒房(초방):황후의 어전. 약초와 진흙을 이겨 벽을 발라서 온기를 보존하고 邪氣를 막았다. 阿監(아감):시녀의 우두머리. 靑娥(청아):청춘의 미모. 宮女.

夕展螢飛思悄然 밤 궁전에 반디가 날아드니 그리움에 서럽고

50)

孤燈挑盡未成眠 마지막 심지를 다 태워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51)

遲遲鐘鼓初長夜 더디구나 종고 소리, 길고 긴 밤에 처음 듣고

52)

耿耿星河欲曙天 은하수는 반짝반짝, 날이 새려고 하는구나.

53)


❙ 注 疏1)夕展(석전):밤의 궁전. 悄然(초연):외롭고 쓸쓸함. 2)孤燈(고등):단 한 개의 등불. 3)遲遲鐘鼓(지지종고):鐘鼓는 시각을 알리는 종과 북. 遲遲는 밤을 새우는 현종에게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지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표현한 것임. 4)耿耿(경경):반짝이는 상태. 星河(성하):은하수.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새모양 기와는 차가워 서리꽃은 두텁게 쌓이고

54)

翡翠衾寒誰與共 비취 이불 싸늘해라, 뉘와 함께 잘고?

55)

悠悠生死別經年 머나먼 삶과 죽음의 세계여,사별한 지 해를 넘겨도

56)

魂魄不曾來入夢 너의 혼백은 꿈길에도 찾지 않는구나.

57)


❙ 注 疏1)鴛鴦瓦(원앙와):원앙새 모양의 기와. 霜華(상화):서리.

2)翡翠衾(비취금):물총새 깃털을 수놓은 이부자리. 翡는 물총새 수컷이고 翠는 암컷. 부부의 의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3)悠悠(유유):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

4)曾(증):일찌기 ~한 일이 있다고 하는 경험을 나타내는 말. 때문에 不曾은 일찍이 ~한 일조차 없다는 뜻. 현종은 꿈에서 양귀비의 혼백이라도 만나고자 하였으나 그것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814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안병렬 역] 

3전란 후 양귀비를 잊지 못하는 현종의 슬픔과 아픔.

 

天旋地轉廻龍馭

到此躊躇不能去

 

천지가 돌고돌아

천자는 장안으로 돌아오는데

마외역에 이르자

머뭇거리며 차마 가지 못하누나.

   

馬嵬坡下泥土中

不見玉顔空死處

 

마외역 언덕길 아래

진흙 땅 속에

옥안은 뵈지 않고

죽은 곳은 슬쓸하네.

   

君臣相顧眞霑衣

東望都門信馬歸

 

군신들 서로 돌아보며

눈물로 옷을 적셨고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맡겨 돌아간다.

 

歸來池苑皆依舊

太液芙蓉未央柳

 

돌아오니 연못도 동산도

모두 옛날 그대로고

태액 연못의 연꽃도

미앙궁의 버들도 그대로였다.

   

芙茸如面柳如眉

對此如何不淚垂

 

연꽃 보니 귀비 얼굴,

버들 보니 귀비 눈썹.

그것들을 대하니

눈물 아니 흘리리오?

 

春風桃李花開日

秋雨梧桐葉落時

 

봄바람에

복사꽃 살구꽃 피는 날이나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질 때.

   

西宮南苑多秋草

落葉滿階紅不掃

 

서쪽 궁전이나 남쪽 동산에는

가을 풀만 무성하고

낙엽은 계단 가득

단풍을 쓸지 않네.

 

梨園弟子白髮新

椒房阿監靑娥老

 

이원의 제자들은

백발이 새롭고

황후 거실의 太監

궁녀들도 다 늙었구나.

   

夕展螢飛思悄然

孤燈挑盡未成眠

 

저녁 궁전에 반디불 날아드니

그리움에 서럽고

외론 등 심지를 다 태워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遲遲鐘鼓初長夜

耿耿星河欲曙天

 

느릿느릿한 종소리,

긴 밤에 처음 듣고

은하수는 반짝반짝,

날이 새려고 하는구나.

   

鴛鴦瓦冷霜華重

翡翠衾寒誰與共

 

원앙새모양 기와는 차가워

서리꽃은 두텁게 쌓이고

비취 이불 싸늘해라,

뉘와 함께 잘고?

 

悠悠生死別經年

魂魄不曾來入夢

 

머나먼 삶과 죽음의 세계여,

사별한 지 해를 넘겨도

너의 혼백은

꿈길에도 날 찾지 않는구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