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36화 - 묘책으로 인연을 맺어주다 (齒脘成媒)

 

한 고을에 부잣집이 있어

많은 종을 부리며 살았다.

그 중의 한 여종이

얼굴이 잘 생기고 예뻤는데

한 가지 결점이 있었으니,

사람들이 가까이 하다가도

피하는 것이었다.

곧 어릴 때부터

치아 관리를 소흘히 하여,

이가 누렇게 변해

보기 싫었던 것이다.

 

그 이웃에는 홍씨 성을 가진

한 총각이 살고 있어,

신체가 건장하고 성실하며

열심히 일해 살림이 넉넉했다.

그런데 이 총각은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 잘 씻지 않았고,

특히 팔에 낀 때가

햇볕에 그을려 오래되다 보니

매우 보기 싫었다.

 

그런데 간혹 이 부잣집

여종이 밖으로 나올 때면

이웃집 총각을 만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서로 눈길이 마주쳐

정감을 느끼기는 했으나,

그대로 지나치기만 하여

별다른 인연이 생기지 않았다.

 

그 근처에 사는

한 호사자(好事者)1)

이 총각과 자주 만났는데,

유심히 살피니

부잣집 여종을 좋아하는 듯한

눈치가 보였다.

1)호사자(好事者) : 이야기를 좋아하고 짖궂은 일을 잘 꾸미는 사람.

 

이에 호사자는

한 가지 계책을 꾸미기 시작했다.

하루는 여종이

집 밖으로 나왔기에 만나서

이렇게 말했다.

"옆집 총각이 너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네 이가 보기 싫어 꺼리고 있단다.

그러니 매일 이를 잘 닦아

예뻐 보이도록 애쓰려무나."

 

이렇게 해놓고는

다시 총각을 만나

이렇게 얘기했다.

"그 부잣집 예쁘고 참한 여종이

너를 좋아하는 듯한데,

네 팔에 때가

너무 많이 끼어 싫어하니,

오늘부터는 그 팔이며

몸을 깨끗이 씻어

말끔해지도록 노력해 봐라."

 

그리하여 여종과 총각이

저마다 깨끗해지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몇 달쯤 지나자,

총각이 자기 팔을 보니

많이 깔끔해졌는지라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는 여종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한번 만나 보기로 작정하고

부잣집을 살피다가,

주인이 외출하는 날을 노려 찾아갔다.

이에 총각이 대문에서

소리쳐 부르니 여종이 나왔다.

 

"내 주인어른께

드릴 말씀이 있어 그러는데

안에 계시느냐?" 하면서

총각은 일부러

팔을 드러내 보이려고

앞으로 내뻗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종 역시

자신의 이가

깨끗해졌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입술을 벌려 이를 드러내니,

그 모습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보였다.

 

이러고서 총각을 바라보며,

"주인어른께서는

조금 전에 외출하셨습니다."

라고 말하니,

총각이 보기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표정으로 느껴져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에 총각이

다정한 눈길을 보내니,

여종의 마음속에도

흠모의 정이 일어,

두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연정의 고리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이후로 그들은

자주 만나 사랑을 나눴고

마침내 혼인을 하게 되니,

호사자는 흐뭇해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蘇秦未遂合縱術 전국 시대 소진은 합종책을 이루지 못하다가

(소진미수합종술)

御史飜成雀慧緣 어사로 문득 작은 지혜 말재간 인연 이루었도다.

(어사번성작혜연)

莫笑龍鐘爲間牒 지저분한 것이 도리어 중매가 되었음을 웃지 마라.

(막소용종위간첩)

終敎到底作芳緣 종국에는 마침내 꽃다운 인연을 만들어 주었다네.

(종교도저작방연)

 

훗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미담으로 여겼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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