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 귀신을 두려워하는 장군 (一金將軍)

김씨 성을 가진 한 장군이 있었다.

이 장군은 매우 용맹스러웠으나

겁이 많았고,

특히 귀신을 두려워했다.

마침 이 장군의 부친이 세상을 떠나,

중흥사(中興寺)에 혼령을 모시고

천령(薦靈) 재를 올리게 되었다.

 

이 때 짓궂은 행동을 일삼는

선비 몇 사람이

이 절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는데,

장군이 재를 올린다는 말을 듣고

그 음식을 훔쳐 먹으려는 계책을 꾸몄다.

한편, 스님들은 별실에

영침(靈寢)을 마련하고,

종이로 그 주위를 둘러

아늑하게 장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전에 상을 놓고,

유과며 과일이며 떡 같은 음식을

가득 차려 놓았다.

그 때 짓궂은 선비 하나가

팔에 검정을 묻혀 시커멓게 하고는,

그 종이 장막 뒤로 들어가 숨었다.

마침 재를 올리기 시작하여,

장군이 상 앞에 엎드려

곡을 한 뒤 꿇어앉아

영전에 술잔을 올리는데,

숨어 있던 그 선비가

종이 장막 사이로

검게 칠한 팔을 내밀고는

귀신 목소리로 말했다.

"효자로구나!

내 아들이여, 효자로다!"

그러고는 술잔을 잡으니,

귀신을 두려워하는

장군은 크게 놀라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면서,

"만약 귀신이 왔다면,

비록 엄부(嚴父)라 하더라도

주먹으로 치겠노라."

라고 소리치며 주먹을 휘두르더니,

그대로 숙소에 들어가 숨은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벌벌 떠는 것이었다.

이렇게 소란이 벌어지자

스님들 또한 모두 흩어져 돌아가니,

짓궂은 선비들은

푸짐한 음식을 모두 거두어 가서

배가 터지도록 잘 먹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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