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최종회

寫畢擲筆, 兩人相對悲泣, 不能自抑.

김생은 여기까지 적고 붓을 던지며 두 사람이 서로 붓들고 울며 자제하지 못했다.

柳泳慰之曰:

류영은 그들을 위로하였다.

“兩人重逢, 志願畢矣. 讐奴已除, 憤惋洩矣.

"두 분이 여기서 다시 만남은 지원한 정성 덕임니다. 원수놈도 임의 제거하고 분긔도 스러졌습니다.

何其悲痛之不止耶? 以不得再出人間而恨乎?”

왜 그리 비통하심을 그치지 않습니까? 다시 두 번 인간세상에의 태어나지 못하여 한스럽습니까?"

金生垂淚而謝曰:

김생은 눈물을 떨구며 사례했다.

“吾兩人皆含怨而死. 冥司怜其無罪, 欲使再生人世, 而地下之樂, 不減人間, 況天上之樂乎! 是以不願出世矣.

"우리 두 사람은 모다 원한을 품고 죽었습니다. 명부를 맡은 이가 무죄함을 불쌍히 여겨 인간세상에 재생케 하고자 하나 지하의 락이 인간의 락만 못지 안슴니다. 하물며 텬상의 락을 누림에랴! 이러므로 세상에 태어남을 원하지 않습니다.

但今夕之悲傷, 大君一敗, 故宮無主人, 烏雀哀鳴, 人跡不倒, 已極悲矣.

다만 오늘밤에 비통해함은 대군이 한 번 패하자 옛궁에 주인이 업고 오작이 슯히 울며 인적이 끊어졌으니 나의 슯흠이 지극함이오,

況新經兵火之後, 華屋成灰, 粉墻摧毁, 而唯有階花芬茀, 庭草藪榮, 春光不改昔時之景敬, 而人事之變易如此, 重來憶舊, 寧不悲哉! ”

하물며 병화지변을 당한 후에 화옥은 재가 되고 담장은 무너젓스며 다만 계화분불(階花芬)하고 뎡초는 번영하야 봄빛이 옛날의 경치를 고치지 못하나 인사의 변키 쉬움을 생각하고 다시 탖아와 옛날을 생각하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柳泳曰: “然則子皆爲天上之人乎?”

류영이 물었다.

"그러면 당신들은 텬샹의 사람이심니까? "

金生曰:

김생이 말했다.

“吾兩人素是天上仙人, 長侍玉皇前,

"우리들은 텬상의 선인으로 오래동안 옥황상뎨 안전에 시봉하고 잇습니다.

一日, 帝御太淸宮, 命我摘玉園之果,

하로난 상뎨께서 태쳥궁(太淸宮)에 어좌하사 우리들에게 명하시기를 옥원(玉園)의 과실을 따라 하심에,

我多取蟠桃瓊玉, 私與雲英而見覺, 謫下塵寰, 使之備經人間之苦.

나는 반도와 경옥을 취한 것이 많았는데. 이에 운영과 사통한 죄로 인간에 보내사, 인간고(人間苦)를 겪게 하셨습니다.

今則玉皇已宥前愆, 俾陞三淸, 更侍香案前, 而時乘飇輪, 復尋塵世之舊遊耳.”

지금은 상뎨께서 전죄를 사하사 삼쳥(三淸)의 두시매, 다시 안전에 뫼시게 되엿나이다. 이에 표륜(輪)을 타고와 인간세상의 옛 놀이를 다시 하는 것이옵니다."

乃揮淚而執柳泳之手曰:

그는 눈물을 흘니면서 류영의 손을 잡았다.

“海枯石爛, 此情不泯, 地老天荒, 此恨難消.

바다가 마르고 바위가 다 닳아도 이 정은 없어지지 않고, 천지가 노쇠하고 황폐하여도 이 한은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今夕與子相遇, 攄此悃愊, 非有宿世之緣, 何可得乎?

"오늘밤은 그대와 상봉하여 이처럼 따뜻한 정을 펼쳤으나 숙세의 인연은 없으니 어찌 얻을 수 있으리오?

伏願尊君, 俯拾此藁, 傳之不朽, 而勿浪傳於浮薄之口, 以爲戱翫之資, 幸甚! ”

업듸려 원하오니 존군께서는 이 초고(草稿)을 수습하여 이것을 전하여 썪지 않게 하고 부박(浮薄)안 자의 입에 랑전(浪傳)치 마시고 희완(戱玩)꺼리로 생각지 않으시면 행심이로소이다"

進士醉倚雲英之身, 吟一絶句曰:

진사는 술이 취하야 운영에 몸에 기대여 절구 한 수를 읊었다.

花落宮中燕雀飛, 春光依舊主人非.

中宵月色凉如許, 碧露未沾翠羽衣.

꽃은 떠러지고 궁즁의 제비는 날나

봄빗은 옛와 갓것만 주인은 업도다

즁텬의 달빛이 서늘한데

푸른 이슬은 아직 푸른 깃옷 적시지 않았도다.

雲英繼吟曰:

운영이 따라 읊었다.

故宮柳花帶新春, 千載豪華入夢頻.

今夕來遊尋舊跡, 不禁哀淚自沾巾.

옛궁의 화류는 새로운 봄 빛을 띠우고

천년의 호화(豪華)는 꿈속에 자주 드네.

오늘 저녁에 와서 놀며 옛 자최를 찾으니

구슬픈 눈물 금치 못하여 절로 수건을 적시도다.

柳泳亦醉暫睡, 小焉, 山鳥一聲, 覺而視之,

류영도 술이 취하야 자다가 산새의 우는 소리에 깨여 사면을 바라보니

雲烟滿地, 曉色蒼茫, 四顧無人, 只有金生所記冊子而已.

구름과 연긔는 천지에 가득하고 새벽빛은 창망한데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은 없고 김생이 적은 책자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泳悵然無聊, 收神冊而歸, 藏之篋笥, 時或開覽, 則茫然自失, 寢食俱廢,

류영은 슬프고 무료하여 신책을 거두어 귀가하여 장 속에 감춰 두고, 때때로 열어보고는 망연자실하여 침식을 모두 폐하고,

後遍遊名山,不知所終云爾

후에 명산에 두로 노닐더니 생애를 마친 곳을 알지 못한다.

<國立圖書館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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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特歸語我曰:

특이는 돌아와서 진사에게 말했다.

“雲英閣氏, 必得生道矣. 設齋之夜, 現於奴夢曰,

"운영각씨는 반드시 생도를 얻을 것임니다.

설재하든 날 밤 저의 꿈에 오셔서 말슴하시기를,

‘至誠供佛, 不勝感謝.’ 拜且泣之, 寺僧之夢, 亦皆然矣”

‘지성으로 불공하야주니 감사함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하고 절하면서 우르시엿고 사찰 승려들의 꿈도 모두 그러하였습니다."

我信之其說矣.

진사는 “나도 그 말을 믿었지요.” 하고 실성통곡한다

適當槐黃之節, 雖無赴擧之意, 托以做工,

마침 백즁일을 당하야 진사는 과거시험에 뜻이 없었으나 공부를 힘썼다.

上淸寧寺, 留數日, 細聞特之事, 不勝其憤, 而無特如何.

쳥녕사의 올나가 수일 체류(滯留)하는데 졔승에게서 특이의 하든 바를 듯고 다시금 분함을 이기지 못하였으나 특이 없으니 어이하리오?

沐浴潔身, 而就佛前面拜, 叩頭薦香, 合掌而祝曰:

진사는 목욕재계하고 불전에 나아가 면배하여 이마를 바닥에 대고 분향하며 합장하고 축원하였다.

“雲英死時之約, 慘不忍負, 使特奴虔誠設齋, 冀資冥佑, 今聞所祝之言, 極其悖惡,

"운영이 죽을 때에 말을 좃치여 특이로 하여금 정성되니 설재하고 명우(冥佑)의 품하기를 당부하엿더니 지금 특이의 축원한 말을 드르니 패악함이 지극하엿슴니다

雲英之遺願, 盡歸虛地, 故小子敢復祝願.

일로써 운영의 유연은 다 허지의 도라갓슴니다. 그리하야 다시 소자가 축원하오니

能使雲英復生, 使金生得免如此之寃痛,

[령험하신 세존이시여.] 운영으로 환생하게 하사 [김생의 배우가 되게 하야 주세요. 세존이시여.] 김생으로 하여금 후세에 이러한 원통함을 면하게 하야 주세요.

伏望世尊, 殺特奴, 着鐵架, 囚于地獄.

세존이시여. 특이를 죽이사 철가를 입히시고 디옥으로 보내주세요.

[세존이시여. 특이를 죽여서 이것을 개에게 던저주세요.]

伏乞世尊, 苟如此發願, 則雲英爲尼, 燒十指, 作十二層金塔, 金生爲僧舍五戒, 創三巨刹, 以報其恩.”

만약 세존께서 이 축원을 드러주시면 운영은 비구니가 되어 손가락을 불사르고 십이층의 금탑을 맨들고, 김생은 삼거찰(三巨刹)을 지어 이 은혜를 갑겟나이다"

祝訖, 起而百拜, 叩頭而出,

축원을 맛치고 분향 백배하며 고두 백번하고 나왓다.

後七日, 特壓於陷井而死. 그 후 칠일되는 날, 특이는 함정의 떨어져 죽고,

自是我無意於世事, 沐浴潔身, 着新衣, 臥于安靜之房, 不食四日, 長吁一聲, 因遂不起.

진사는 벌서 세상의 바람이 업셔 목욕재계하고 새 옷을 가라입고 안정한 방의 누워 먹지 않은 지 사일만에 장탄 일성에 다시 오지 못할 길을 향하야 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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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進士曰: “雲英自決之後, 一宮之人, 莫不號慟, 如喪考妣. 哭聲出於宮門之外,

진사:“운영이 자결한 후 일궁의 사람들은 비통(悲痛)하며 애읍(哀泣)지 아니 하는 자가 없었다. 부모상을 당한 듯이 하여 그들의 곡성은 궁문밖까지 들렸다.

我亦聞之, 氣絶久矣, 家人將招魂發喪, 一邊救活, 日暮時乃甦.

김진사도 이 말을 듯고 오래동안 긔절하여 집안 사람들이 초혼을 하고 발상(發喪)하엿다. 그 후에 정신을 어더 저물 녘에 깨여낫다.

方定精神, 自念事已決矣. 無負供佛之約, 庶慰九泉之魂,

그리하야 마음을 진정하고 여러 가지로 생각한 결과 일을 결단하엿다. 운영과의 불공 약속을 저버리지 아니하고 거의 구천(九泉)의 영혼을 위무하였다.

其金釧寶鏡及文房諸具盡賣之, 得四十石之米, 欲上淸寧寺設佛事, 而無可信使喚者, 呼特而言曰:

그리하야 금팔찌와 보경과 문방구(文房具)를 방매하야 백미사십셕(白米四十石)을 바덧다. 그것을 가지고 쳐녕사(淸寧寺)의 올나가 불공(佛供)을 하랴하엿스나 믿을 만한 하인이 업셔서 생각다 못하야 다시 특이를 불너 일렀다.

“我盡宥前日之罪, 今爲我盡忠乎?”

"너의 전일 죄를 사하나니 지금부터 나를 위하야 츙성을 다할 마음이 업느냐"

特伏泣而對曰:

특이는 울면서 대꾸했다.

“奴雖冥頑, 亦非木石, 一身所負之罪, 擢髮難數,

"이놈이 완명(頑冥)한 자이나 목셕이 아님이다. 한 번 지은 죄는 머리를 세여도 그 수효를 알 수 업슴니다.

今而宥之, 是枯木生葉, 白骨生肉, 敢不爲進士致死乎! ”

지금 자비하신 마음으로 말삼하심에 고목에서 잎이 나고 백골이 갱생함과 갓슴니다. 만 번 죽엄으로 맹세하야 일을 당하겟슴니다"

我曰: “我爲雲英, 設醮供佛, 以冀發願, 而無信任之人, 汝未可往乎”

진사:“내가 운영을 위하여 불공을 드려 발원하고자 하나 신임하는 사람이 없는데 네가 가지 않겠는가?”

特曰: “謹受敎矣”

특;“삼가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卽上寺, 三日叩臀而臥, 招僧謂之曰:

그러나 특이는 절간에 올라가 삼일간 어덩이르 두드리며 누웠다가 승려를 불러 말했다.

“四十石之米何用? 盡入於供佛乎? 今可多備酒肉, 廣招俗客而饋之宜矣.”

사십석의 쌀을 어디다 쓰겠소? 불공에 다 바치겠는가? 어늘 술과 고기를 많이 장만하여 세속의 손들을 널리 불러 공궤함이 좋겠소.”

適有村女過之, 特强劫之,

마침 마을 여인이 지나가니 특이 강제로 겁탈했다.

留宿於僧堂, 已過數十日, 無意設齋. 寺僧皆憤之,

승당에 유슉하야 주반을 가추어 질탕이 먹고 수십일이 지내여도 설재(設齋)의 뜻이 업스매 승려들이 모두 본노햇다.

及其建醮日, 諸僧曰:

초일(醮日)의 이르러 주장승이 말하기를,

“供佛之事, 施主爲重, 而施主不潔如此, 事極未安, 可沐浴於淸川, 潔身而行禮可矣.”

"불공하는 것은 시주가 뎨일이오 시주가 그럿케 불결이 하시면 아니 됨니다. 그련즉 냇가에 가서 목욕하고 정한 몸으로 례를 행함이 옳습니다.”

特不得已出, 暫以水沃濯, 而入跪於佛前祝曰:

이 말에 특이도 할 수 업시 내가에 가서 풍덩풍덩 몸을 남그고 드러와서 불전의  꿇어안저 축원하였다.

“進士今日速死, 雲英明日復生, 爲特之配.”

"진사는 오늘 죽고 운영은 명일 부생(復生)하야 특이의 배우자(配偶者)가 되게 하여주소서."

三晝夜發願之設, 唯此而已.

삼주야를 발원한 것이 이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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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特自知其罪, 問於宮墻外盲人曰:

특이는 자기의 죄를 아는지라 궁장(宮墻) 밧계 잇는 장님에게 문복하라 가서,

[나의 죄를 점처달나 하면서 이와 가티 말한다.]

“我向者晨過此宮墻之外, 有人自宮中踰西垣而出.

"지내간 날 아츰 전에 궁담 밋흐로 지내가려 한즉 궁즁에서 담을 넘으랴고 하는 자가 잇섯다.

我知其爲賊, 高聲進逐, 其人棄所持物而走.

이것을 보고 도적이라고 고함을 치고 조차가니 가진 것을 내여던지고 다라낫다

我持歸藏之, 以待本主之來推.

그리하야 자긔는 그것을 가지고 도라가서 본주인이 오기를 기대리고 있었다.

吾主索之廉隅, 聞吾得物, 躬來索出,

내 주인이 방구석에서 무엇을 찾다가, 내가 보물 얻었다는 말을 듣고 몸소 와서 찾아냈다.

吾答以無他寶, 只得釧鏡二物云, 則主人躬入搜之, 果得二物.

나는 다른 보배가 아니라 다만 팔찌와 거울 두 가지 물건을 얻었다고 대답했는데, 주인은 몸소 들어와 수색하여 과연 두 가지 물건을 얻었습니다.

亦其無饜, 方欲殺之, 故吾欲走去, 走之吉乎?”

자긔의 주인이 무엇이 잇는 것이 틀님업다고 지금 죽이려고 하므로 내가 도망치려 합니다. 다라나는 것이 조흘까요?"

盲曰: “吉矣.”

장님은 이 말에 다라나도 조타고 말한다.

驥隣在旁, 多聞其語, 謂特曰:

기린 같은 이가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다 듣고는 특에게 말했다.

“汝主何許人? 虐奴如是耶?”

"너의 주인은 엇더한 사람이냐? 노복 학대가 이와 같으나?”

[비복을 학대하는 것도 법에 잇다"]

特曰: “吾主年少能文, 早晩應爲及第者, 而爲貪婪如此, 他日立朝, 用心可知.”

"주인은 년소한 문장으로 일즉이 급뎨하야 조정에 츌입하더니 지금부터 탐람(貪)함이 이와 같으니 후일 조정에 들어가면 마음 씀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此言傳播, 入於宮中, 告于大君.

이 일이 곳 소문이 나서 궁인의 귀에 전하야 궁인은 이것을 대군에게 알렸다.

大君大怒, 使南宮人搜西宮, 則妾之衣服寶貨盡無矣.

대군이 대로하여 남궁인으로 하여금 서궁을 수색케 하니 나의 의복과 보화는 다 없어졌더라.

大君招致西宮侍女五人于庭中, 嚴俱刑杖於眼前, 下令曰:

대군은 진로하야 셔궁의 시녀 오인을 잡아다 뜰에 꿇니고 안전에 형장(形杖)을 혹독히 하야 형리에게 하명했다.

“殺此五人, 以警他人.”

"이 오인을 죽이여 남궁의 오인을 경계하리라."

又敎執杖者曰: “勿計杖數, 以死爲準.”

또 집장한 이에게 지시했다.

“곤장 수를 헤아리지 말고 죽음을 기준으로 하라.”

五人曰: “願一言而死.”

오인:"다만 한 말씀 올리고 죽겠습니다."

大君曰: “所言何事? 悉陳其情.”

대군:"말할 것이 무슨 일이냐? 실정을 다 털어 놓아라."

銀蟾招曰:

은섬이 진술했다.

[주]초사 (招辭):조선 시대에, 죄인이 범죄 사실을 진술하던 일. ≒공사(供辭)

“男女情欲, 稟於陰陽, 無貴無賤, 人皆有之.

"리성(異性)간 정욕은 음양에서 품수한 것으로 상하귀천이 업시 사람으로는 가지지 않은 자가 업슴니다.

一閉深宮, 形單隻影, 看花掩淚, 對月消魂, 則可知人間之樂,

한번 심궁의 들매 단영척형(單影隻形)으로 꽃을 보면 눈물을 가리고 달을 대하면 넋을 사르니,

梅子擲鶯 使不得雙飛 簾帳燕幕 使不得兩巢

매화나무에 날아든 꾀고리를 쌍쌍이 날지 못하게 함이오,

주렴 사이로 드나드는 제비로 하여금 둘이 집을 짓지 못하게 함입니다.

[매자앵(梅子鶯)을 던지고 함께 날을 수도 업사옵고

발이 연막(燕幕)을 가리매 둘이 살 수 업는 것도 엇지할 수 업는 사정이지요.]

此無他 自不勝健羨之意 妬忌之情耳.

이는 다름이 아니라, 스스로 몹시 부러워하는 뜻이 있어 질투하고 시기하는 감정입니다.

[주]건선(健羨):몹시 부러워함.

一踰宮垣 則可知人間之樂 而所不爲者, 豈力不能而心不忍哉?

한 번 궁의 담장을 넘어가면 인간의 즐거움을 알 수 있거니와 그같은 일을 하지 못하는 우리들이 어찌 힘으로 할 수 없는데 마음을 참을 수 없사오리까?

[사람으로서 그 락을 질기지 말나 하는 자는 업슴니다. 힘으로써 밋치지 못하고 마음의 참지 못함은 누구든지 다가튼 것이외다.]

唯畏主君之威, 固守此心, 以爲枯死.

다만 주군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이 마음을 지키며 쳥츈을 썩히고 죽어갈 뿐이온대

宮中之計, 今無所犯之罪, 而欲置之於死地, 妾等黃泉之下, 死不暝目矣.”

궁중의 일에 지금 아모 죄업시 첩등을 죄주사 사지로 보내시니 첩등은 횡천의 도라가도 눈을 감지 못하겟나이다 "

翡翠招曰:

다음에 비취가 초사했다.

“主君撫恤之恩, 山不高, 海不深. 妾等憾懼, 惟事文墨絃歌而已.

"주군의 무휼하신 은혜는 산이 놉지 아니하며 바다가 깁지 아니 함니다. 다만 첩등은 감구(感懼)하야 문묵현가(文墨絃歌)로 일을 삼을 뿐이온대,

今不洗之惡名, 偏及西宮, 生不如死矣, 惟伏願速就死地矣.”

지금 악명이 셔궁의 밋첫사오니 [이것을 씨스랴고도 아니 함니다.] 살아가는 것은 죽음만 같지 못합니다. 다만 속히 죽기를 바랄 뿐이외다"

鶿鸞招曰:

다음에 자란이 초사했다.

“今日之事, 罪在不測, 中心所懷, 何忍諱之.

“오늘의 일은 죄가 측량키 어려운 데 있으니, 마음에 품은 바를 어찌 차마 숨기리이까?

妾等皆閭巷賤女, 父非大舜, 母非二妣, 則男女情欲, 何獨無乎?

첩등은 모다 려항(閭巷)의 천한 여자올시다. 아비는 대순(大舜)도 아니오 어미는 이비(二妃))도 아니외다. 남녀간의 정욕이 어찌 유독 없으리이까?

[원앙의 정과 비취의 욕심은 첩만 그럿타고 말슴할 수 업슴니다]

穆王天子, 而每思瑤臺之樂, 項羽英雄, 而不禁帳中之淚, 主君何使雲英獨無雲雨之情乎?

목왕뎐자(穆天王子)도 요지(瑤池)의 락을 상사하시고 항우(項羽)가튼 영웅도 장즁(帳中)의 눈물을 금치 못하엿슴니다. 대군은 어찌하여 유독 운영으로 하여금 운우의 정을 없게 하려 하십니까?

金生乃當世之端士也. 引入內堂, 主君之事也. 命雲英奉硯, 主君之命也.

김진사는 당세의 영걸이오 인도하야 내당의 드러오게 하신 것은 주군의 명령하신 바이오, 진사의 겻헤서 벼루를 밧들게 하신 것도 주군이 명하신 것입니다.

 

雲英久鎖深宮, 秋月春花, 每傷性情, 梧桐夜雨, 幾斷寸腸.

운영은 오래 심궁(深宮)의 갇쳐 가을날의 달과 봄날의 꽃을 보고도 매양 성정을 상하고, 오동잎 지는 소리와 밤비 소리에도 촌장이 몇 번이나 끊어집니다.

一見豪男, 喪心失性, 病入骨髓, 雖以長生之樂, 難以見效.

한번 미랑(美郞)을 보고 상심실성하야 병이 골수에 들어 장생불사의 약으로도 효함을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비애번민하는 그림자도 볼 수 업사오매

一夕如朝露之溘然, 則主君雖有惻隱之心, 顧何益哉?

하루 저녁 아침 이슬 같이 사라지면, 대군게서 측은지심이 잇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妾之愚意, 一使金生得見雲英, 以解兩人之怨結, 則主君之積善, 莫大乎此,

저의 생각엔 한 번 김진사로 하여금 운영을 만나보게 하여 두 사람의 원한은 풀어주시면 주군의 적선은 이보다 큰 것은 없습니다.

前日雲英之毁節, 罪在妾身, 不在雲英. 妾之一言, 上不欺主君, 下不負同儕,

그리고 전날 운영의 절개를 훼절하게 한 죄는 첩에게 있지 운영에게는 업삽고, 첩의 이 말은 위로는 주군을 속이지 않고 아래로는 동류들을 저버리지 않음입니다.

今日之死, 死亦榮矣. 伏願主君, 以妾之身續雲英之命矣.”

오늘의 죽음은, 죽음도 영광광입니다. 엎디여 바라건대 주군께서는 첩의 몸으로 운영의 목숨을 잇게 하소서."

[첩의 몸으로 대신하고 운영의 목숨을 살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玉女招曰:

다음에 옥녀가 초사했다.

“西宮之榮, 妾旣與焉, 西宮之厄, 妾獨免哉?

"셔궁의 영화를 첩등이 가티 누리고 잇는 이상에 셔궁의 위태로움을 첩이 홀로 면할 수 업슴니다.

火炎崑崗, 玉石俱焚, 今日之死, 得其所死矣.”

화염곤강(火焰昆岡)하고 옥석이 구분(俱焚)하니 오늘의 죽음은 그 죽을 곳을 얻은 것입니다"

妾之招曰:

다음에 운영이 초사했다.

“主君之恩, 如山如海, 而不能苦守貞節, 其罪一也.

"주군의 은혜는 산 가트며 바다 갓슴니다. 그럼에도 불구하옵고 정절을 직히지 못한 것이 죄의 하나이오

前日所製之時, 見疑於主君, 而終不直告, 其罪二也.

전후 두 번이나 글을 지을 때에 주군의 의심을 바드면서 진실을 알외지 아니한 것이 죄의 둘이오

西宮無罪之人, 以妾之故, 同被其罪, 其罪三也.

서궁의 무죄한 사람들이 첩으로 말미암아 죄를 입게 한 것이 죄의 셋이올시다

負此三大罪, 生亦何顔? 若或緩死, 妾當自決, 以待處分矣.”

이 세 가지에 큰 죄를 지고 살도라도 무순 얼골을 들 수 잇갰슴니까?  만일 죽음을을 면하여 주시더라도 첩은 자결하고 처분을 기다리겠습니다."

大君覽畢, 又以紫鸞之招, 更展留眼, 怒色稍霽.

대군보기를 마치고, 자란의 초사를 다시 펴 보시고 노한 기색이 좀 사라진 듯했다.

小玉跪而告泣曰:

소옥이 다시 꿇어안저 울면서 아뢰었다.

“前日浣紗之行, 勿爲於城內者, 妾之議也.

"전일 완사의 어행을 성내로 가게 한 것은 첩에 성의엿슴니다.

紫鸞夜至南宮, 請之甚懇, 妾怜其意, 排群議從之. 雲英之毁節,

자란이 밤의 남궁에 와서 간곡히 쳥함에 첩도 그 심즁을 알면서 군의(群議)을 물니치고 여기의 좃친 것이 운영의 훼절한 동긔(動機)이옵나이다.

罪在妾身, 不在雲英. 伏願主君, 以妾之身續雲英之命.”

그러하온즉 말슴하면 죄는 첩에게 잇고 운영에게는 업슴니다. 바라옵나니 첩을 운영으로 대신하사 운영의 명을 살리시기 바라옵나이다"

大君之怒稍解, 囚妾于別堂, 而其餘皆放之; 其夜妾以羅巾, 自縊而死.

대군은 진로함이 지옥히 풀니사 운영을 별실의 가두시고 그 나마지 시녀들은 방송(放送)하엿다. 그날 밤에 운영은 수건으로 목을 매여 죽엇다

進士把筆而記, 雲英引古而敍, 甚詳悉. 兩人相對, 悲不自抑.

김진사는 붓을 잡고 적었고 운영은 옛날을 인용하여 서술했다. 심히 상세함을 다했다. 두 사람은 상대하여 슬픔을 자제하지 못했다.

雲英謂進士曰:

운영이 진사에게 말했다.

“自此以下, 郞君言之.”

이 이하는 낭군께서 말씀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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