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민, 내규에 따라/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작

“결과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폐암 2기입니다.
한달간은 통원하며 폐절제술을 준비해야 돼요.”
…
부모님에겐 상황이 정리된 후에 말씀드릴 생각이다.
https://www.nongmin.com/article/20231227500058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작] 내규에 따라 - 곽재민
올해 농번기부터는 주말 당직을 서도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한다.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초과 방지라는 이유였고, 당직비 대신 평일에 하루 휴무를 받게 됐다. 총무과 박 대리 말로는 인건비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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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시골과 이름 모를 별 사이, 수백광년 메우는 작가 되고파
시골에 살아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제겐 많았습니다. 농촌에서 일하며, 최대한 농민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동화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게 영감이 되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골에 소문이 돌았으니, 조만간 잔치를 열어야겠습니다.
우주 어딘가엔 불량행성이 있습니다. 항성을 공전하던 행성이었지만, 항성이 폭발하며 궤도에서 튕겨 나가 공허한 우주를 홀로 둥둥 떠다니는 행성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이들은 빛을 받지도, 빛을 뿜어내지도 않기에 관측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제 삶은 궤도가 안정적인 행성과 가깝습니다. 주변인들을 공전하며 빛을 받고 그들과 함께 밀고 당기며 에너지를 주고받습니다. 과거 불안감을 느낄 때의 제 모습이 불량행성과 가까웠다면 이젠 궤도에 진입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라는 사람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 앞으로도 사람들과 함께 공전하겠습니다.
서로의 문장을 믿으며 당신의 상상이, 당신의 문장이 가는 길을 언제나 함께하고 싶습니다.
문학을 하겠다며 집을 나섰던 날 선뜻 호의를 베풀어주셨던 페이퍼맨 이종성 선생님,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저와 함께 소설을 써온 대성 준섭 병헌 주성 예솔 민지 형초 민, 계속 함께 쓰고 싶습니다. 가능성을 일깨워주신 김설원 선생님과 해이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족들, 무엇보다도 저를 믿어주신 부모님 정말 존경합니다.
온기를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골과 이름 모를 별 사이, 수백광년을 메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곽재민
▲1998년 충남 천안 출생 ▲68주년 명대신문 백마문화상 소설부문 가작 수상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