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28화 - 대패밥을 다시 찾다 (木片復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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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선비가

나이 서른 살이 가깝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다가

마침내 적당한 혼처가 있어

사주를 교환하고

혼인날까지 잡아 놓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선비가

혼례를 치르기 전에

은근히 처녀를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서

볼일이 있어서 지나던 길이라

핑계를 대고는

처가가 될 집에 들리게 되었다.

 

석양 무렵,

선비는 처녀의 방이

있음직한 뒤뜰로 나가

처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서성거리고 있자니까

과연 얼마 후에

처녀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지라

선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돌아서서 소변을 보는 척하였다.

 

처녀 또한

장차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 하던차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힐껏 선비의 등에 눈길을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석양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통해

처녀는 선비의 양물(陽物)

크기를 보았던 것이다.

 

처녀는 깜짝 놀라 곧

어머니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는,

"싫어요, 어머니

난 절대로 시집 안갈 거예요"

 

"왜 이러니. 왜 이래?

어서 까닭을 말해봐라"

"글쎄, 병신이

되고 싶지 않은걸요. 뭐"

"병신?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처녀는 방금 바라본

선비의 우람한 양물 그림자

이야기를 하였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과연 사위의 양물이

그리 우람하다면

딸이 병신이 될 것 같은

의심도 드는지라

어머니는 그날 밤

사랑채로 나가

장차 사위가 될 선비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한 즉

 

선비는 픽 웃으면서,

"이거 원! 아니 장모님,

왜 그런 이야기를 믿습니까?

걱정이 되신다면

직접 보여 드릴 테니

잘 보십시오."

처녀의 어머니는

지체가 높은 여자였으나

원체 딸이 병신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중대한 문제였으므로

자세히 검사하였다.

 

그리고는 안심이 되어

딸에게로 돌아가,

"네 낭군될 사람이

양물을 대패로 깎아낼 터이니

염려 말라고 하더라."

 

처녀는 안심하게 되었고,

드디어 첫날밤에

신랑과 신부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몇 번 되풀이 한 후에

신부가 하는 말이,

"서방님, 지난번에 밀어버린

대팻밥을 조금만

다시 찾아올 수 없나요?"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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