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판소리

박동진, 가루지기타령 2

은인자중 2018. 6. 12. 17:55

 

박동진, 가루지기타령 2

https://www.youtube.com/watch?v=0JQkF3m1D9Y

강쇠 여자가 견디다 못하여 하루는 강쇠를 잡고 통사정하는 대목부터...

장승대방한테 장승들이 고하는 대목까지

 

2

강쇠의 평생 행세(行勢) 일하여 본 놈이냐.

낮이면 잠만 자고, 밤이면 배만 타니,

여인이 할 수 없어 애긍히 정설(情說)한다.

  "여보 낭군 들으시오.

천생만민필수지직(天生萬民必授之職)

사람마다 직업 있어 앙사부모하육처자(仰事父母下育妻子) 넉넉히 한다는데

낭군 신세 생각하니 어려서 못 배운 글을 지금 공부할 수 없고,

손재주 없으시니 장인(匠人)질 할 수 없고,

밑천 한푼 없으시니 상고(商賈)질 할 수 있나.

그 중에 할 노릇이 상일밖에 없으시니

이 산중 살자 하면

산전을 많이 파서 두태(豆太), 서속(黍粟), 담배 갈고,

갈퀴나무, 비나무며 물거리, 장작(長斫)패기

나무를 많이 하여 집에도 때려니와,

지고 가 팔아 쓰면

부모 없고 자식 없는 단 부처(夫妻) 우리 둘이 생계가 넉넉할새,

건장한 저 신체에 밤낮으로 하는 것이 잠자기와 그 노릇 뿐.

굶어 죽기 고사하고 우선 얼어죽을 테니

오늘부터 지게 지고 나무나 하여 옵소."

 

  강쇠가 픽게 웃어,

  "어허 허망(虛妄)하다.

호달마(胡達馬)가 요절(腰折)하면 왕십리 거름 싣고,

기생(妓生)이 그릇되면 길가의 탁주(濁酒) 장사,

남의 말로 들었더니 나 같은 오입장이 나무 지게 지단 말가.

불가사문어타인(不可使聞於他人)이나

자네 말이 그러하니 갈밖에 수가 있나."

 

  강쇠가 나무하러 나가는데

복건(복巾)쓰고, 도포(道袍) 입었단 말은 거짓말.

제 집에 근본(根本) 없고 동내(洞內)에 빌 데 있나.

포구(浦口) 근방 시평(市坪)판에 한참 덤벙이던 복색(服色)으로

모자 받은 통영(統營)갓에 망건(網巾)은 솟구었고,

한산반저(韓山半苧) 소창의(小창衣)며,

곤때 묻은 삼승(三升) 버선

남(藍) 한 포단(布緞) 대님 매고,

용감기 새 미투리 맵시있게 들멘 후에,

낫과 도끼 들게 갈아,

점심 구럭 함께 묶어 지게 위에 모두 얹어 한 어깨에 둘러 메고,

긴 담뱃대 붙여 물고 나뭇군 모인 곳을 완보(緩步) 행가(行歌) 찾아 갈 때,

 

그래도 화방(花房) 퇴물(退物)이라

씀씀이 목구성이 초군(樵軍)보다 조금 달라,

  "태고(太古)라 천황씨(天皇氏)가 목덕(木德)으로 즉위(卽位)하니

오행중(五行中)에 먼저 난 게 나무 덕이 으뜸이라.

천 지 인(天 地 人) 삼황(三皇)시절

각 일만 팔천세를 무위이화(無爲而化) 지내시니,

그 때에 나 낳았으면 오죽이나 편켔는가.

유왈유소(有曰有巢) 성인 인군 덕화(德化)도 장할씨고.

구목위소(構木爲巢) 식목실(食木實)이 그 아니 좋겠는가.

수인씨(燧人氏) 무슨 일로 시찬수교인화식(始鑽燧敎人火食)

일이 점점 생겼구나.

일출이작(日出而作) 요순(堯舜) 백성 어찌 편타 할 수 있나.

하 은 주(夏 殷 周) 석양 되고,

한 당 송(漢 唐 宋) 풍우 일어

갈수록 일이 생겨 불쌍한 게 백성이라.

일년 사절(四節) 놀 때 없이 손톱 발톱 잦아지게

밤낫으로 벌어도 불승기한(不勝飢寒) 불쌍하다.

내 평생 먹은 마음 남보다는 다르구나.

좋은 의복, 갖은 패물(佩物), 호사(豪奢)를 질끈 하고

예쁜 계집, 좋은 주효(酒肴), 잡기(雜技)로 벗을 삼아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쟀더니

층암절벽(層岩絶壁) 저 높은 데 다리 아파 어찌 가서,

억새폭, 가시덩굴 손이 아파 어찌 베며,

너무 묶어 온짐 되면 어깨 아파 어찌 지고,

산고곡심무인처(山高谷深無人處)에 심심하여 어찌 올꼬."

  신세 자탄(自歎) 노래하며 정처 없이 가노라니.

 

  이 때에 둥구마천 백모촌에 여러 초군 아이들이

나무하러 몰려 와서 지게 목발 뚜드리며

방아타령, 산타령에 농부가(農夫歌), 목동가(牧童歌)로 장난을 하는구나.

 

[육자백이 추가함](광대가 육자백이는 안한다는 사설까지 하며)

 

한 놈은 방아타령을 하는데,

  "뫼에 올라 산전방아, 들에 내려 물방아,

여주(麗州) 이천(利川) 밀다리방아,

진천(鎭川) 통천(通川) 오려방아, 남창 북창 화약(火藥)방아,

각댁(各宅) 하님 용정(용精)방아.

이 방아, 저 방아 다 버리고

칠야삼경(漆夜三經) 깊은 밤에 우리 님은 가죽방아만 찧는다.

오다 오다 방아 찧는 동무들아,

방아 처음 내던 사람 알고 찧나 모르고 찧나.

경신년 경신월 경신일 경신시(庚申年 庚申月 庚申日 庚申時)

강태공(姜太公)의 조작(造作)방아

사시장춘(四時長春) 걸어 두고 떨구덩 찧어라,

전세대동(田稅大同)이 다 늦어간다."

 

  한 놈은 산타령을 하는데,

  "동 개골(皆骨) 서 구월 남 지리 북 향산(香山),

육로(陸路) 천리 수로(水路) 천리 이 천리 들어가니

탐라국(耽羅國)이 생기려고 한라산(漢拏山)이 둘러 있다.

정읍(井邑) 내장(內藏), 장성(長城) 입암(笠岩),

고창(高敞) 반등(半登), 고부(古阜) 두승(斗升),

서해 수구(水口) 막으려고 부안(扶安), 변산(邊山) 둘러 있다."

 

  한 놈은 농부가를 하는데,

  "선리건곤(仙李乾坤) 태평시절(太平時節) 도덕 높은 우리 성상(聖上)

강구미복(康衢微服) 동요(童謠) 듣던 요(堯)임금의 버금이라.

네 다리 빼여라 내다리 박자. 좌수춘광(左手春光)을 우수이(右手移).

여보소, 동무들아,

앞 남산(南山)에 소나기 졌다. 삿갓 쓰고 도롱이 입자."

 

  한 놈은 목동가를 부르는데,

  "갈퀴 메고 낫 갈아 가지고서 지리산으로 나무하러 가자. 얼럴.

쌓인 낙엽 부러진 장목(長木) 긁고 주워

엄뚱여 지고 석양산로(夕陽山路) 내려올 제,

손님 보고 절을 하니 품안에 있는 산과(山果) 땍때굴 다 떨어진다. 얼럴.

비 맞고 갈(渴)한 손님 술집이 어디 있노.

저 건너 행화촌(杏花村) 손을 들어 가리키자. 얼럴.

뿔 굽은 소를 타고 단적(短笛)을 불고 가니

유황숙(劉皇叔)이 보았으면 나를 오죽 부러워하리. 얼럴."

 

  강쇠가 다 들은 후, 제 신세를 제 보아도

어린 것들 한가지로 갈키나무 할 수 있나.

도끼 빼어 들어 메고 이 봉 저 봉 다니면서

그 중 큰 나무는 한두 번씩 찍은 후에 나무 내력(來歷) 말을 하며,

제가 저를 꾸짖는다.

 

  "오동나무 베자 하니 순(舜)임금의 오현금(五弦琴).

살구나무 베자 하니 공부자(孔夫子)의 강단(講壇).

소나무 좋다마는 진시황(秦始皇)의 오대부(五大夫).

잣나무 좋다마는 한 고조 덮은 그늘,

어주축수애산춘(漁舟逐水愛山春) 홍도(紅桃)나무 사랑옵고.

위성조우읍경진(渭城朝雨邑輕塵) 버드나무 좋을씨고.

밤나무 신주(神主)감, 전나무 돗대 재목(材木).

가시목 단단하니 각 영문(營門) 곤장(棍杖)감.

참나무 꼿꼿하나 배 짓는 데 못감.

중나무, 오시목(烏柿木)과 산유자(山柚子), 용목(榕木),

검팽은 목물방(木物房)에 긴(緊)한 문목(紋木)이니

화목(火木)되기 아깝도다."

이리저리 생각하니 벨 나무 전혀 없다.

 

  산중의 동천맥(動泉脈) 우물가 좋은 곳에

점심 구럭 풀어 놓고 단단히 먹은 후에

부쇠를 얼른 쳐서 담배 피어 입에 물고,

솔 그늘 잔디밭에 돌을 베고 누우면서

당음(唐音) 한 귀 읊어 보아,

  "우래송수하(偶來松樹下)에

고침석두면(高枕石頭眠)이 나로 두고 한 말이라,

잠자리 장히 좋다." 말하며,

고는 코가 산중이 들썩들썩,

한소금 질근 자다 낯바닥이 선뜻선뜻

비슥이 눈 떠 보니 하늘에 별이 총총, 이슬이 젖는구나.

게을리 일어나서 기지개 불끈 켜고

뒤꼭지 뚜드리며 혼잣말로 두런거려,

  "요새 해가 그리 짧아

빈 지게 지고 가면 계집년이 방정 떨새."

 

  사면을 둘러보니 둥구마천 가는 길에

어떠한 장승 하나 산중에 서 있거늘

강쇠가 반겨하여,

  "벌목정정(伐木丁丁) 애 안 쓰고 좋은 나무 저기 있다.

일모도궁(日暮途窮) 이내 신세 불로이득(不勞而得) 좋을씨고."

  지게를 찾아 지고 장승 선 데 급히 가니

장승이 화를 내어 낯에 핏기 올리고서 두 눈을 딱 부릅뜨니

강쇠가 호령(號令)하여,

  "너 이놈, 누구 앞에다 색기(色氣)하여 눈망울 부릅뜨니.

삼남(三南) 설축 변강쇠를 이름도 못 들었느냐.

과거(科擧), 마전(馬廛), 파시평(波市坪)과

사당(寺黨) 노름, 씨름판에 이내 솜씨 사람 칠 제

선취(先取) 복장(腹腸) 후취(後取) 덜미,

가래딴죽, 열 두 권법(拳法).

범강(范彊), 장달(張達), 허저(許저)라도

모두 다 둑 안에 떨어지니

수족(手足) 없는 너만 놈이 생심(生心)이나 방울쏘냐."

 

  달려들어 불끈 안고 엇둘음 쑥 빼내어 지게 위에 짊어지고

유대군(留待軍) 소리 하며 제 집으로 돌아와서

문 안에 들어서며, 호기(豪氣)를 장히 핀다.

  "집안 사람 거기 있나. 장작 나무 하여 왔네."

  뜰 가운데 턱 부리고, 방문 열고 들어가니

 

강쇠 계집 반겨라고 급히 나서 손목 잡고 어깨를 주무르며,

  "어찌 그리 저물었나.

평생 처음 나무 가서 오죽 애를 썼겠는가.

시장한 데 밥 자십쇼."

  방 안에 불 켜 놓고, 밥상 차려 드린 후에

장작 나무 구경 차로 불 켜 들고 나와 보니,

어떠한 큰 사람이 뜰 가운데 누웠으되

조관(朝官)을 지냈는지 사모(紗帽) 품대(品帶) 갖추고

방울눈 주먹코에 채수염이 점잖으다.

여인이 깜짝 놀라 뒤로 팍 주잕으며,

  "애겨, 이것 웬 일인가.

나무하러 간다더니 장승 빼어 왔네그려.

나무가 암만 귀하다 하되 장승 패여 땐단 말은

언문책(諺文冊) 잔주(注)에도 듣도 보도 못한 말.

만일 패여 땐다면 목신 동증(動症) 조왕(조王) 동증,

목숨 보전 못 할 테니 어서 급히 지고 가서

선 자리에 도로 세우고 왼발 굴러 진언(眞言) 치고

다른 길로 돌아옵소."

 

  강쇠가 호령하여,

  "가사(家事)는 임장(任長)이라

가장(家長)이 하는 일을 보기만 할 것이지,

계집이 요망(妖妄)하여 그것이 웬 소린고.

진(晉) 충신 개자추(介子推)는 면산(면山)에 타서 죽고,

한 장군 기신(紀信)이는 형양(滎陽)에 타서 죽어,

참사람이 타 죽어도 아무 탈(탈)이 없었는데,

나무로 깎은 장승 인형을 가졌은들 패여 때여 관계한가.

인불언귀부지(人不言鬼不知)니 요망한 말 다시 말라."

  밥상을 물린 후에 도끼 들고 달려들어

장승을 쾅쾅 패어 군불을 많이 넣고,

유정(有情) 부부 훨썩 벗고 사랑가로 농탕(弄蕩)치며,

개폐문 전례판(開閉門 傳例板)을 맛있게 하였구나.

 

  이 때에 장승 목신 무죄(無罪)히 강쇠 만나

도끼 아래 조각 나고 부엌 속에 잔 재 되니

오죽이 원통(寃通)켔나.

의지(依持)할 곳이 없어 중천(中天)에 떠서 울며,

나 혼자 다녀서는 이놈 원수 못 값겠다.

대방(大方) 전에 찾아가서 억울함 원정(原情) 하오리라.

 

  경기(京畿) 노강(鷺江) 선창(船艙) 목에 대방 장승 찾아가서

문안(問安)을 한 연후에 원정을 아뢰기를,

  "소장(小將)은 경상도 함양군에 산로 지킨 장승으로

신지(神祗) 처리(處理) 한 일 없고, 평민 침학(侵虐)한 일 없어,

불피풍우(不避風雨)하고, 각수본직(各守本職) 하옵더니

변강쇠라 하는 놈이 일국의 난봉으로 산중에 주접(柱接)하여,

무죄한 소장에게 공연히 달려들어 무수(無數) 후욕(후辱)한 연후에

빼어 지고 제 집 가니,

제 계집이 깜짝 놀라 도로 갖다 세워라 하되,

이 놈이 아니 듣고 도끼로 쾅쾅 패여 제 부엌에 화장(火葬)하니,

이 놈 그저 두어서는 삼동(三冬)에 장작감 근처의 동관(同官) 다 패 때고,

순망치한(脣亡齒寒) 남은 화가 안 미칠 데 없을 테니

십분(十分) 통촉(洞燭)하옵소서.

소장의 설원(雪寃)하고 후환 막게 하옵소서."

 

[참고] 남도민요 농부가

남도민요 '농부가’, '자진 농부가’

-김소희·신영희·안향련·김동애 명창 일행

https://www.youtube.com/watch?v=9zg0lX6nXeg

 

https://www.youtube.com/watch?v=nnMO1lgZnVw

 

농부가(판소리 춘향가) - 박애리

https://www.youtube.com/watch?v=nKmO-m1nKKQ

 

남도민요 '육자배기' ‘전라도 산타령’ ‘개고리타령’

-김소희·신영희·안향련·김동애 일행

https://www.youtube.com/watch?v=Q_gz7eihKz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