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진, 가루지기타령 3
3. 장승대방회의 & 강쇠 임종
https://www.youtube.com/watch?v=utAB9v6UXXI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8634?category=824071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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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이 대경(大驚)하여,
"이 변이 큰 변이라. 경홀(輕忽) 작처(酌處) 못 할 테니
사근내(沙斤乃) 공원(公員)님과 지지대(遲遲臺) 유사(有司)님께
내 전갈(傳喝) 엿쭙기를
'요새 적조(積阻)하였으니 문안일향(問安一向)하옵신지.
경상도 함양 동관 발괄(白活) 원정을 듣사온 즉
천만고 없던 변이 오늘날 생겼으니,
수고타 마옵시고 잠깐 왕림(枉臨)하옵셔서
동의작처(同意酌處)하옵시다.'
전갈하고 모셔 오라."
장승 혼령(魂靈) 급히 가서 두 군데 전갈하니,
공원 유사 급히 와서 의례 인사한 연후에
함양(咸陽) 장승 발괄 내력 대방이 발론(發論)하니
공원 유사 엿쭙되,
"우리 장승 생긴 후로 처음 난 변괴(變怪)이오니
삼소임(三所任)만 모여 앉아 종용작처(從容酌處) 못 할지라,
팔도 동관 다 청하여 공론(公論) 처치하옵시다."
대방이 좋다 하고 입으로 붓을 물고,
통문(通文) 넉 장 썩 써 내니 통문에 하였으되,
"우통유사(右通喩事)는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하고,
지초(芝草)에 불이 타면 난초가 탄식(歎息)키는
유유상종(類類相從) 환란상구(患難相救) 떳떳한 이치로다.
지리산중 변강쇠가 함양 동관 빼어다가
작파(斫破) 화장하였으니
만과유경(萬과猶輕) 이 놈 죄상 경홀 작처할 수 없어
각도 동관전에 일체(一切)로 발통(發通)하니
금월 초 삼경야에 노강 선창으로 일제취회(一齊聚會)하여
함양 동관 조상(弔喪)하고,
변강쇠놈 죽일 꾀를 각출의견(各出意見)하옵소서. 년 월 일."
밑에 대방 공원 유사 벌여 쓰고, 착명(箸名)하고,
차여(次餘)에 영문(營門) 각읍(各邑) 진장(鎭將) 목장(牧將)
각면(各面) 각촌(各村) 점막(店幕) 사찰차(寺刹次) 차비전(差備前) 차의(差議)라.
"통문 한 장은 진관천 공원이 맡아
경기 삼십사관(三十四官), 충청도 오십사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고양(高陽) 홍제원(弘濟阮) 동관이 맡아
황해도 이십삼관, 평안도 삼십이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양주(楊州) 다락원 동관이 맡아
강원도 이십육관, 함경도 이십사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지지대 공원이 맡아
전라도 오십육관, 경상도 칠십일관 차차로 전케 하라."
귀신의 조화(造化)인데 오죽이 빠르겠나.
바람 같고 구름같이 경각(頃刻)에 다 전하니,
조선 지방 있는 장승 하나도 낙루(落漏)없이
기약(期約)한 밤 다 모여서
쇄남터에 배게 서서 시흥(始興) 읍내까지 빽빽하구나.
장승의 절하는 법이 고개만 숙일 수도 없고,
허리 굽힐 수도 없고,
사람으로 의논하면 발 앞부리를 디디고
뒤측만 달싹 하는 뽄이었다.
일제히 절을 하고, 문안을 한 연후에 대방이 발론하여,
"통문사의(通文事意) 보았으면 모은 뜻을 알 테니
변강쇠 지은 죄를 어떻게 다스릴꼬."
단천(端川) 마천령(摩天嶺) 상봉(上峰)에 섰는 장승
출반(出班)하여 엿쭙기를,
"그 놈의 식구대로 쇄남터로 잡아다가 효수(梟首)를 하옵시다."
대방이 대답하되,
"귀신의 성기(性氣)라도 토풍(土風)을 따라가니
마천 동관 하는 말씀 상쾌(爽快)는 하거니와,
사단(事端) 하나 있는 것이 놈의 식구란 게 계집 하나뿐이로되,
계집은 말렸으니 죄를 아니 줄 테요,
강쇠라 하는 놈도 부지불각(不知不覺) 효수하면 세상이 알 수 없어
징일여백(懲一勵百) 못 될 테니 여러 동관님네 다시 생각하옵소서."
압록강가 섰는 장승 나서며 엿쭙되,
"출호이자 반호이(出乎爾者 反乎爾)가 성인의 말씀이니
우리의 식구대로 그 놈 집을 에워싸고 불을 버썩 지른 후에
못 나오게 하였으면 그 놈도 동관같이 화장이 되오리다."
대방이 대답하되,
"흉녕(凶녕)한 그런 놈을 부지불각 불지르면
제 죄를 제 모르고 도깨비 장난인가
명화적(明火賊)의 난리런가 의심을 할 테니 다시 생각하여 보오."
해남(海南) 관머리 장승이 엿쭙되,
"대방님 하는 분부(分付) 절절이 마땅하오.
그러한 흉한 놈을 쉽사리 죽여서는 설치(雪恥)가 못 될 테니
고생을 실컷 시켜, 죽자해도 썩 못 죽고, 살자해도 살 수 없어
칠칠이 사십구 한달 열 아흐레 밤낮으로 볶이다가
험사(險死) 악사(惡死)하게 하면 장승 화장한 죄인 줄
저도 알고 남도 알아 쾌히 징계(懲戒)될 테니,
우리의 식구대로 병 하나씩 가지고서 강쇠를 찾아가서
신문(신門)에서 발톱까지 오장육부(五臟六腑) 내외없이
새 집에 앙토(仰土)하듯, 지소방(祗所房)에 부벽(付壁)하듯,
각장(角壯) 장판(壯版) 기름 결듯,
왜관(倭館) 목물(木物) 칠살같이 겹겹이 발랐으면
그 수가 좋을 듯 하오."
대방이 대희하여,
"해남 동관 하는 말씀 불번불요(不煩不擾) 장히 좋소.
그대로 시행(施行)하되
조그마한 강쇠놈에 저리 많은 식구들이
정처 없이 달려들면
많은 데는 축이 들고 빠진 데는 틈 날 테니
머리에서 두 팔까지 전라, 경상 차지하고,
겨드랑이서 볼기까지 황해, 평안 차지하고,
항문(肛門)에서 두발(頭髮)까지 강원, 함경 차지하고,
오장육부 내복(內腹)일랑 경기, 충청 차지하여
팔만 사천 털 구멍 한 구멍도 빈틈없이
단단히 잘 바르라."
팔도 장승 청령(廳令)하고,
사냥 나온 벌떼같이 병 하나씩 등에 지고,
함양 장승 앞장 서서 강쇠에게 달려들어
각기 자기네 맡은 대로 병도배(病塗褙)를 한 연후에
아까같이 흩어진다.
이적에 강쇠놈은 장승 패여 덥게 때고
그 날 밤을 자고 깨니 아무 탈이 없었구나.
제 계집 두 다리를 양편으로 딱 벌리고
오목한 그 구멍을 기웃이 굽어보며,
"밖은 검고 안은 붉고 정녕(丁寧) 한 부엌일새,
빡금빡금하는 것은 조왕동증 정녕 났제."
제 기물(己物) 보이면서,
"불끈불끈하는 수가 목신동증 정녕 났제.
가난한 살림살이 굿하고 경 읽겠나,
목신하고 조왕하고 사화(私和)를 붙여 보세."
아적밥 끼니 에워 한 판을 질끈하고
장담(壯談)을 실컷하여,
"하루 이틀 쉰 후에
이 근방 있는 장승 차차 빼어 왔으며는
올봄을 지내기는 나무 걱정할 수 없지."
그날 저녁 일과(日課)하고 한참 곤케 자노라니
천만의외 온 집안이 장승이 장을 서서
몸 한 번씩 건드리고 말이 없이 나가거늘
강쇠가 깜짝 놀라
말하자니 안 나오고 눈 뜨자니 꽉 붙어서
만신(萬身)을 결박(結縛)하고 각색(各色)으로 쑤시는데,
제 소견도 살 수 없어 날이 점점 밝아 가매,
강쇠 계집 잠을 깨니
강쇠의 된 형용(形容)이 정녕한 송장인데,
신음(呻吟)하여 앓는 소리 숨은 아니 끊겼구나.
깜짝 놀라 옷을 입고 미음을 급히 고아
소금 타서 떠 넣으며 온몸을 만져 보니,
이를 꽉 아드득 물고 미음 들어갈 수 없고,
낭자(狼藉)한 부스럼이 어느새 농창(濃瘡)하여
피고름 독한 내가 코를 들을 수가 없다.
병 이름을 짓자 하니 만가지가 넘겠구나.
풍두통(風頭痛), 편두통(偏頭痛), 담결통(痰結痛) 겸하고
쌍다래끼 석서기, 청맹(靑盲)을 겸하고,
이롱증(耳聾症) 이병(耳鳴)에 귀젓을 겸하고,
비창(鼻瘡), 비색(鼻塞)에 주독(酒毒)을 겸하고,
면종(面腫), 협종(頰腫) 순종(脣腫) 겸하고,
풍치(風齒), 충치(蟲齒)에 구와증 (口와症)을 겸하고,
흑태(黑苔), 백태(白苔)에 설축증(舌縮症)을 겸하고,
후비창(喉痺瘡), 천비창(穿鼻瘡)에 쌍단아(雙單蛾)를 겸하고,
낙함증(落함症), 항강(項强)에 발제(髮際)를 겸하고,
연주(連珠) 나력(나력)에 상감(傷感)을 겸하고,
견비통(肩臂痛), 옹절(癰癤)에 수전증(手戰症)을 겸하고,
협통(脇痛), 요통(腰痛)에 등창을 겸하고,
흉결(胸結) 복창(腹脹)에 부종(浮腫)을 겸하고,
임질(淋疾), 산증(疝症)에 퇴산(퇴疝)불을 겸하고,
둔종(臀腫), 치질(痔疾)에 탈항증(脫肛症)을 겸하고,
가래톳 학질(학疾)에 수종(水腫)을 겸하고,
발바닥 독종(毒腫)에 티눈을 겸하고,
주로(酒로) 색로(色로)에 담로(痰로)를 겸하고,
육체(肉滯), 주체(酒滯)에 식체(食滯)를 겸하고,
황달(黃疸), 흑달(黑疸)에 고창(鼓脹)을 겸하고,
적리(赤痢), 백리(白痢)에 후증(後症)을 겸하고,
각궁반장(角弓反張)에 괴질(怪疾)을 겸하고,
자치염, 해수(咳嗽)에 헐떡증을 겸하고,
섬어(섬語), 빈 입에 헛손질을 겸하고,
전근곽란(轉筋藿亂)에 토사(吐瀉)를 겸하고,
일학(日학), 양학(兩학)에 며느리심을 겸하고,
드리치락 내치락 사증(邪症)을 겸하고,
단독(丹毒), 양독(陽毒)에 온역(瘟疫)을 겸하고,
감창(疳瘡), 당창(唐瘡)에 용천을 겸하고,
경축(驚축), 복음(伏飮)에 분돈증(奔豚症)을 겸하고,
내종(內腫), 간옹(肝癰)에 주마담(走馬痰)을 겸하고,
염병(染病), 시병(時病)에 열광증(熱狂症)을 겸하고,
울화(鬱火), 허화(虛火)에 물조갈(燥渴)을 겸하여
사지가 참을 수 없고 온몸이 쑤셔서
굽도 잦도 꼼짝달싹 다시는 두 수 없이
마계틀 모양으로 뻣뻣이 누웠으니,
여인이 겁을 내여
병이 하도 무서우니 문복(問卜)이나 해여 보자.
경채(經債) 한 냥 품에 넣고
건너 마을 송봉사(宋奉事) 집 급히 찾아가서,
"봉사님 계시오."
봉사의 대답이란 게 근본 원수(怨讐)진 듯이 하는 법이었다.
"게 누구라께."
"강쇠 지어미오."
"어찌."
"그 건장(健壯)하던 지아비가 밤새 얻은 병으로 곧 죽게 되었으니
점(占) 한 장 하여 주오."
"어허, 말 안 되었네. 방으로 들어오소."
세수를 급히 하고,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한 후에 단정히 꿇어 앉아,
대모산통(玳瑁算筒) 흔들면서 축사(祝辭)를 외는구나.
"천하언재(天下言哉)시며 지하언재(地何言哉)시리오마는
고지즉응(叩之卽應)하나니
부대인자(夫大人者)는 여천지합기덕(與天地合其德)하며
여일월합기명(與日月合其明)하며 여사시합기서(與四時合其序)하며
여귀신합기길흉(與鬼神合其吉凶)하시니, 신기영의(神其靈矣)라,
감이수통언(感而遂通焉)하소서.
금우태세(今又太歲) 을유이월(乙酉二月)
갑자삭(甲子朔) 초육일(初六日) 기사(己巳)
경상우도(慶尙右道) 함양군 지리산중거여인(智里山中居女人)
옹씨 근복문(謹伏問).
가부(家夫) 임술생신(壬戌生身) 변강쇠가
우연 득병(得病)하여 사생(死生)을 판단(判斷)하니
복걸(伏乞) 점신(占神)은 물비(勿秘) 괘효(卦爻)
신명(神明) 소시(昭示), 신명 소시.
하나 둘 셋 넷."
산통을 누가 뺏아 가는지 주머니에 부리나케 넣고
글 한 귀 지었으되,
"사목비목(似木非木) 사인비인(似人非人)이라,
나무라 할까 사람이라 할까, 어허, 그것 괴이(怪異)하다."
강쇠 아내 이른 말이,
"엊그제 남정네가 장승을 패 때더니 장승 동증인가 보이다."
"그러면 그렇지,
목신이 난동(亂動)하고 주작(朱雀)이 발동(發動)하여
살기는 불가망(不可望)이나 원이나 없이 독경(讀經)이나 하여 보소."
강쇠 아내 이 말 듣고,
"봉사님이 오소서."
"가지."
저 계집 거동 보소.
한 걸음에 급히 와서 사면에 황토(黃土) 놓고,
목욕하며 재계(齋戒)하고, 빤 의복 내어 입고,
살망떡과 실과(實果) 채소(菜蔬) 차려 놓고 앉았으니
송봉사 건너온다.
문 앞에 와 우뚝 서며,
"어디다 차렸는가."
"예다 차려 놓았소."
"그러면 경 읽지."
나는 북 들여 놓고 가시목 북방망이 들고,
요령(요鈴)은 한 손에 들고, 쨍쨍 퉁퉁 울리면서
조왕경(조王經), 성조경(成造經)을 의례(依例)대로 읽은 후에
동증경(動症經)을 읽는구나.
"나무동방(南無東方) 목귀살신(木鬼殺神),
남무남방(南無南方) 목귀살신,
남무서방(南無西方) 목귀살신,
남무북방(南無北方) 목귀살신."
삼칠편(三七篇)을 얼른 읽고 왼편 발 턱 구르며,
"엄엄급급(奄奄急急) 여율령(如律令) 사파하(娑婆하) 쒜."
경을 다 읽은 후에,
"자네, 경채를 어찌 하려나."
저 계집 이르는 말이,
"경채나 서울빚이나 여기 있소."
돈 한 냥 내어 주니,
"내가 돈 달랬는가, 거 새콤한 것 있는가."
"어, 앗으시오. 점잖은 터에 그게 무슨 말씀이오."
송봉사 무료(無聊)하여 안개 속에 소 나가듯 하니
강쇠 아내 생각하되 의원(醫員)이나 불러다가 침약(鍼藥)이나 하여 보자.
함양(咸陽) 자바지 명의(名醫)란 말을 듣고 찾아 가서 사정(事情)하니
이진사(李進士) 허락하고 몸소 와서 진맥(診脈)할 때,
좌수맥(左手脈)을 짚어본다.
신방광맥(腎肪胱脈) 침지(沈遲)하니 장냉정박(臟冷精薄)할 것이요,
간담맥(肝膽脈)이 침실(沈失)하니 절늑통압(節肋痛壓)할 것이요,
심수맥(心水脈)이 부삭(浮數)하니 풍열두통(風熱頭痛)할 것이요,
명문삼초맥(命門三焦脈)이 이렇게 침미(沈微)하니 산통탁진(酸通濁津)할 것이요,
비위맥(脾胃脈)이 참심(참심)하니 기촉복통(氣促腹痛)할 것이요,
폐대장맥(肺大腸脈)이 부현(浮弦)하니 해수 냉결(冷結)할 것이요,
기구인영맥(氣口人迎脈)이 내관외격(內關外格)하여
일호륙지(一呼六至)하고 십괴(十怪)가 범하였으니
암만해도 죽을 터이나 약이나 써보게 건재(乾材)로 사오너라.
인삼(人蔘), 녹용(鹿茸), 우황(牛黃), 주사(朱砂),
관계(官桂), 부자(附子), 곽향(藿香), 축사(縮砂),
적복령(赤茯笭), 백복령(白茯伶),
적작약(赤芍藥), 백작약(白芍藥),
강활(羌活), 독활(獨活), 시호(柴胡), 전호(前胡),
천궁(川芎), 당귀(唐歸), 황기(黃기), 백지(白芷),
창출(倉朮), 백출(白朮), 삼릉(三稜), 봉출(蓬朮),
형개(荊芥), 防風(방풍), 소엽(蘇葉), 박하(薄荷),
진피(陳皮), 청피(靑皮), 반하(半夏), 후박(厚朴),
용뇌(龍腦), 사향(麝香), 별갑(鱉甲), 구판(龜板),
대황(大黃), 망초(芒硝), 산약(山藥), 택사(澤瀉),
건강(乾薑), 감초(甘草). 탕약(湯藥)으로 써서 보자.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湯),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 구룡군자탕(구龍君子湯),
상사평위산(常砂平胃散), 황기건중탕(黃기建中湯),
일청음(一淸飮), 이진탕(二陳湯), 삼백탕(三白湯),
사물탕(四物湯), 오령산(五靈散), 륙미탕(六味湯),
칠기탕(七氣湯), 팔물탕(八物湯),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蕩).
암만써도 효험(效驗)없어 환약(丸藥)을 써서 보자.
소합환(蘇合丸), 청심환(淸心丸), 천을환(天乙丸), 포룡환(抱龍丸),
사청환(瀉淸丸), 비급환(脾及丸), 광제환(廣濟丸), 백발환(百發丸),
고암심신환(古庵心腎丸), 가미지황환(加味地黃丸),
경옥고(瓊玉膏), 신선고(神仙膏)가 아무것도 효험없다.
단방약(單方藥)을 하여 볼까.
지렁이집, 굼벵이집, 우렁탕, 섬사주(蟾蛇酒)며
무가산(無價散), 황금탕(黃金湯)과 오줌찌기,
월경수(月經水)며 땅강아지, 거머리, 황우리,
메뚜기, 가물치, 올빼미를 다 써 보았지만 효험없다.
침이나 주어보자.
순금장식(純金粧飾) 대모침통 절렁절렁 흔들어서
삼릉(三稜)을 빼여들고 차차 혈맥(穴脈) 집퍼 줄 때,
백회(百會) 짚어 통천(通天) 주고,
뇌공(腦空) 짚어 풍지(風池) 주고,
전중(전中) 짚어 신궐(神闕) 주고,
기해(氣海) 짚어 대맥(帶脈) 주고,
대저(大저) 짚어 명문(命門) 주고,
장강(長强) 짚어 간유(肝兪) 주고,
담유(膽兪) 짚어 소장유(小腸兪) 주고,
방광(膀胱) 짚어 곡지(曲池) 주고,
수삼이(手三里) 짚어 양곡(陽谷) 주고,
완골(腕骨) 짚어 내관(內關) 주고,
대릉(大陵) 짚어 소상(小商) 주고,
환도(環跳) 짚어 양능천(陽陵泉) 주고,
현종(懸鍾) 짚어 위중(委中) 주고,
승산(承山) 짚어 곤륜(崑崙) 주고,
신맥(申脈) 짚어 삼음교(三陰交) 주고,
공손(公孫) 짚어 축빈(築賓) 주고,
조해(照海) 짚어 용천(涌泉) 주어,
만신(萬身)을 다 쑤시니,
병에 곯고 약에 곯고 침에 곯아 죽을 밖에 수가 없다.
이진사 하는 말이,
"약은 백 가지요, 병은 만 가지니 말질(末疾)이라 불치외다."
하직(下直)하고 가는구나.
의원이 간 연후에
침약의 힘일런지 목신의 조화인지
강쇠가 말을 하여 여인 옥수 (玉手) 덤벅 잡고
눈물 흘리며 하는 말이,
"자네는 양서 사람, 내 몸은 삼남 사람.
하늘이 지시하고 귀신이 중매하여
오다가다 맺은 연분(緣分) 죽자사자 깊은 맹세
단산(丹山)에 봉황(鳳凰)이오 녹수(綠水)에 원앙(元鴦)이라.
잠시(暫時)도 이별 말고 백년해로(百年偕老) 하쟀더니
일야간에 얻은 병이 백 가지 약 효험 없어,
청춘소년 이 내 몸이 황천(黃天) 원로(遠路) 갈 터이니
생기사귀(生寄死歸) 성인 말씀 나는 서럽지 않거니와
생이사별(生離死別) 자네 정경(情景) 차마 어찌 보겠는가.
비같이 퍼붓던 정이 구름같이 흩어지면
눈같이 녹는 간장 안개같이 이는 수심(愁心).
도리화(桃李花) 피는 봄과 오동잎 지는 가을
두견(杜鵑)이 서럽게 울고 기러기 높이 날 때,
독수공방(獨守空房) 저 신세가 잔상이 불쌍하다.
자네 정경 가긍하니 아무리 살자 하나
내 병세 지독(至毒)하여 기여이 죽을 터이니
이 몸이 죽거들랑 염습(斂襲)하기,
입관(入棺)하기 자네가 손수 하고,
출상(出喪)할 때 상여(喪輿) 배행(陪行),
시묘(侍墓) 살아 조석 상식(上食),
삼년상을 지낸 후에
비단 수건 목을 잘라 저승으로 찾아오면
이생에서 미진(未盡) 연분 단현부속(斷絃復續) 되려니와
내가 지금 죽은 후에 사나이라 명색(名色)하고
십세전 아이라도 자네 몸에 손대거나 집 근처에 얼씬하면
즉각 급살(急殺)할 것이니 부디부디 그리하소."
속곳 아구대에 손김을 풀쑥 넣어
여인의 보지 쥐고 으드득 힘 주더니
불끈 일어 우뚝 서며 건장한 두다리는
유엽전(柳葉箭)을 쏘려는지 비정비팔(非正非八) 빗디디고,
바위 같은 두 주먹은
시왕전(十王前)에 문지기인지 눈위에 높이 들고,
경쇳덩이 같은 눈은
홍문연(鴻門宴) 번쾌(樊쾌)인지 찢어지게 부릅뜨고,
상투 풀어 산발(散髮)하고, 혀 빼어 길게 물고,
짚동같이 부은 몸에 피고름이 낭자하고
주장군(朱將軍)은 그저 뻣뻣,
목구멍에 숨소리 딸깍, 코구멍에 찬바람 왜,
생문방(生門方) 안을 하고 장승 죽음 하였구나.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10739?category=824071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