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六首/ 정약전,자산어보(玆山魚譜)-흑산도 유배시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
_ 다산 정약용
'늙은이의 한 가지 즐거움(老人一快事)'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년)의 시집 '송파수작(松坡酬酢)’에 수록되어 있다. 그의 나이 71세 때(75세에 서거)에 쓴 것으로서, 늙음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겸허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달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요 내용은..
1수에서 머리카락이 없어지니 감고 빗질하는 수고도 없고 백발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하며 민둥머리를 예찬하고,
2수에서는 치아가 다 빠져도 음식을 씹고 삼키는 데 지장이 없고 무엇보다 치통이 없어졌음을 즐거워 하고,
3수에서는 눈이 어두어지니 책 읽어야 할 부담이 없어지고 좋은 경치를 보고 즐기게 되며,
4수에서는 귀가 들리지 않아 세상의 시비 다툼을 듣지 않게 됨을 노래하고
5수에서는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구 써도 퇴고할 필요도 없고 남의 비평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고,
6수에서는 손님과 바둑을 두는 일을 꼽으며, 만만한 상대만을 골라 두며 편안히 즐김을 읊고 있다.
[출처] 강진 사의재(四宜齋)/文前대통령,‘사의재’ 출범/정약용,'自笑'|작성자 은자
1.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髮鬜良獨喜
발간량독희, 민둥머리가 참으로 유독 좋아라
髮也本贅疣
발야본췌우,머리털은 본디 군더더기이건만
處置各殊軌
처치각수궤, 처치하는 데 각각 법도가 달라
無文者皆辮,
무문자개변, 예문 없는 자들은 땋아 늘이고
除累者多薙
제루자다치, 귀찮게 여긴 자들은 깎아 버리는데
髻丱計差長
계관계차장, 상투와 총각이 조금 낫기는 하나
弊端亦紛起
폐단역분기, 폐단이 또한 수다하게 생기었고
巃嵷副編次
롱종부편차, 높다랗게 어지러이 머리를 꾸미어라
雜沓笄總縰
잡답계총쇄, 쪽 짓고 비녀 꽂고 비단으로 싸도다
網巾頭之厄
망건두지액, 망건은 머리의 재액이거니와
罟冠何觸訾
고관하촉자, 고관은 어이 그리 비난을 받는고 호원(胡元)의 관이다.
今髮旣全無
금발기전무, 이제는 머리털이 하나도 없으니
衆瘼將焉倚
중막장언의, 모든 병폐가 어디에 의탁하리오
旣無櫛沐勞
기무즐목로, 감고 빗질하는 수고로움이 없고
亦免衰白恥
역면쇠백치, 백발의 부끄러움 또한 면하여라
光顱皓如瓠
광로호여호, 빛나는 두개골은 박통같이 희고
員蓋應方趾
원개응방지, 둥근 두상이 모난 발에 어울리는데
浩蕩北窓穴
호탕북창혈, 널따란 북쪽 창 아래 누웠노라면
松風洒腦髓
송풍쇄뇌수, 솔바람 불어라 머릿골이 시원하구려
塵垢馬尾巾
진구마미건, 말총으로 짠 때묻은 망건일랑
摺疊委箱裏
접첩위상리, 꼭꼭 접어 상자 속에 버려 두나니
平生拘曲人
평생구곡인, 평생을 풍습에 얽매이던 사람이
乃今爲快士
내금위쾌사, 이제야 쾌활한 선비 되었네그려
[주-D001] 고관(罟冠) : 고고관(罟罟冠)의 준말로, 원(元) 나라 시대에 귀부인(貴婦人)들이 착용했다고 한다.
2.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齒豁抑其次
치활억기차, 치아 없는 게 또한 그 다음이라
半落誠可苦
반락성가고, 절반만 빠지면 참으로 고통스럽고
全空乃得意
전공내득의, 완전히 없어야 마음이 편안하네
方其動搖時
방기동요시, 한창 움직여 흔들릴 적에는
酸痛劇芒刺
산통극망자, 가시로 찌른 듯 매우 시고 아파서
鍼灸意無靈
침구의무령, 침 놓고 뜸질해도 끝내 효험은 없고
鑽鑿時出淚
찬착시출루, 쑤시다가는 때로 눈물이 났었는데
如今百不憂
여금백불우, 이제는 걱정거리 전혀 없어
穩帖終宵睡
온첩종소수, 밤새도록 잠을 편안히 잔다네
但去鯁與骨
단거경여골, 다만 가시와 뼈만 제거하면은
魚肉無攸忌
어육무유기, 어육도 꺼릴 것 없이 잘 먹는데
不唯呑細聶
불유탄세섭, 잘게 썬 것만 삼킬 뿐 아니라
兼能吸大胾
겸능흡대자, 큰 고깃점도 능란히 삼키거니와
兩齶久已堅
량악구이견, 위아래 잇몸 이미 굳은 지 오래라
頗能截柔膩
파능절유니, 제법 고기를 부드럽게 끊을 수 있으니
不以無齒故
불이무치고, 그리하여 치아가 없는 것 때문에
悄然絶所嗜
초연절소기, 쓸쓸히 먹고픈 걸 끊지 않는다오
山雷乃兩動
산뢰내량동, 다만 턱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
嗑嗑差可愧
합합차가괴, 씹는 모양이 약간 부끄러울 뿐일세
自今人病名
자금인병명, 이제부터는 사람의 질병 이름이
不滿四百四
불만사백사, 사백 네 가지가 다 안 되리니
快哉醫書中
쾌재의서중, 유쾌하도다 의서 가운데에서
句去齒痛字
구거치통자, 치통이란 글자는 빼 버려야겠네
3.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眼昏亦一快
안혼역일쾌, 눈 어두운 것 또한 그것이라
不復訟禮疏
불부송례소, 다시는 예경 주소 따질 것 없고
不得硏易卦
부득연역괘, 다시는 주역 괘사 연구할 것도 없어
平生文字累
평생문자루, 평생 동안 문자에 대한 거리낌을
一朝能脫灑
일조능탈쇄, 하루아침에 깨끗이 벗을 수 있네
生憎汲古板
생증급고판, 급고각 판본은 가증스럽기도 해라
蠅頭刻纖芥
승두각섬개, 자디잔 글자를 티끌처럼 새겼는데
六卿郊外去
륙경교외거, 육경은 교외로 나갔거니와
再閏何時掛
재윤하시괘, 재윤은 어느 때에 걸 것인고
嗟哉望經注
차재망경주, 슬프다, 경문의 주석을 엿보건대
後人依樣畫
후인의양화, 후인들은 옛사람 본만 따라서
唯知駁宋理
유지박송리, 송 나라 이학 반박할 줄만 알고
不恥承漢註
불치승한주, 한대의 오류 답습함은 수치로 안 여기네
如今霧中花
여금무중화, 이젠 안개 속의 꽃처럼 눈이 흐리니
無煩雙決眥
무번쌍결자, 눈초리를 번거롭게 할 것 없고
是非旣兩忘
시비기량망, 옳고 그름도 이미 다 잊었는지라
辨難隨亦懈
변난수역해, 변난하는 일 또한 게을러졌으나
湖光與山色
호광여산색, 강호의 풍광과 청산의 빛으로도
亦足充眼界
역족충안계, 또한 안계를 채우기에 충분하다오
4.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耳聾又次之
이롱우차지, 귀먹은 것이 또 그 다음이로세
世聲無好音
세성무호음, 세상 소리는 좋은 소리가 없고
大都皆是非
세성무호음, 모두가 다 시비 다툼뿐이나니
浮讚騰雲霄
헛부찬등운소, 칭찬은 하늘에까지 추어올리고
虛誣落汚池
허무락오지, 헛 무함은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며
禮樂久已荒
례락구이황, 예악은 황무한 지 이미 오래이어라
儇薄嗟群兒
현박차군아, 아, 약고 경박한 뭇 아이들이여
譻譻螘侵蛟
앵앵의침교, 개미가 떼지어 교룡을 침범하고
喞喞鼷穿獅
즐즐혜천사. 생쥐가 사자를 밟아 뭉개도다
不待纊塞耳
부대광색이, 그러나 귀막이 솜을 달지 않고도
霹靂聲漸微
벽력성점미, 천둥소리조차 점점 가늘게 들리고
自餘皆寂寞
자여개적막, 그 나머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黃落知風吹
황락지풍취, 낙엽을 보고야 바람이 분 줄을 아니
蠅鳴與蚓叫
승명여인규, 파리가 윙윙대거나 지렁이가 울어
亂動誰復知
란동수복지, 난동을 부린들 누가 다시 알리오
兼能作家翁
겸능작가옹, 겸하여 가장 노릇도 잘할 수 있고
塞黙成大癡
색묵성대치, 귀먹고 말 못해 대치(大癡)가 되었으니
雖有磁石湯
수유자석탕, 비록 자석탕 같은 약이 있더라도
浩笑一罵醫
호소일매의, 크게 웃고 의원을 한번 꾸짖으리
5.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縱筆寫狂詞
종필사광사,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구 씀일세
競病不必拘
경병불필구, 경병을 굳이 구애할 것이 없고
推敲不必遲
퇴고불필지, 퇴고도 꼭 오래 할 것이 없어라
興到卽運意
흥도즉운의, 흥이 나면 곧 이리저리 생각하고
意到卽寫之
의도즉사지, 생각이 이르면 곧 써내려 가되
我是朝鮮人
아시조선인, 나는 바로 조선 사람인지라
甘作朝鮮詩
감작조선시, 조선시 짓기를 가장 좋아한다네.
卿當用卿法
경당용경법, 누구나 자기 법을 쓰는 것인데
迂哉議者誰
우재의자수, 오활하다 비난할 자 그 누구리오
區區格與律
구구격여률, 그 구구한 시격이며 시율을
遠人何得知
원인하득지, 먼 데 사람이 어찌 알 수 있으랴
凌凌李攀龍
릉릉리반룡, 능가하기 좋아하는 이반룡은
嘲我爲東夷
조아위동이, 우리를 동이라고 조롱했는데
袁尤槌雪樓
원우퇴설루, 원굉도는 오히려 설루를 쳤으나
海內無異辭
해내무이사, 천하에 아무도 다른 말이 없었네
背有挾彈子
배유협탄자, 등 뒤에 활을 가진 자가 있거늘
奚暇枯蟬窺
해가고선규, 어느 겨를에 매미를 엿보리오
我慕山石句
아모산석구, 나는 산석의 시구를 사모하노니
恐受女郞嗤
공수녀랑치, 여랑의 비웃음을 받을까 염려로세
焉能飾悽黯
언능식처암, 어찌 비통한 말을 꾸미기 위해
辛苦斷腸爲
신고단장위, 고통스레 애를 끊일 수 있으랴
梨橘各殊味
리귤각수미, 배와 귤은 맛이 각각 다르나니
嗜好唯其宜
기호유기의, 오직 자신의 기호에 맞출 뿐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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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名物學 - 해양생물 백과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名物學의 전개와 성격
명물학의 유행은 조선 후기 문화계의 특기할 만한 현상의 하나이다. 명물학은 명물도수학 혹은 명물고증학 등으로 불리며 18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그간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외부 사물의 정보를 수집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취합한 정보를 정리한 저술이 나타났다. 명물학 자체가 反성리학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명물학은 성리학적인 토대를 흔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명물학의 그러한 위험성을 간파하였던 정조는 학술 정책을 통해 명물학의 성격을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19세기에 들어서는 세도가들이 경세와는 거리가 먼 명물고증학에 심취한 가운데 일부 지식인들은 정조의 정책을 계승하여 명물고증학의 확산에 대응하였다. 명물학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연구하려는 움직임과 그것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교차하면서 명물학은 전개되었다. 명물학의 유행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와 관련한 연구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물학은 조선 후기의 사상사 내지 문화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검토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조선전기 전남지역의 유배지는 珍島와 濟州島뿐이었다.
그런데 조선후기에 이르면 고금도·나로도·녹도·돌산도·발포·여도·임자도·신지도·지도·흑산도 등이 새로운 유배지로 추가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lHgzE8th9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