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漢詩 80首 감상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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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잡영(金剛山雜詠)
- 정철
穴網峯前寺
(혈망봉전사)-혈망봉 앞에 절이 있어
寒流對石門
(한류대석문)-치운 물이 석문이랑 대하고 있네.
秋風一聲笛
(추풍일성적)-가을 바람 속에 피리 소리 하나가
吹破萬山雲
(취파만산운)-만산의 구름을 뚫나니.
★ 연구(聯句)
- 정철
秋雲低薄暮
(추운저박모)-가을 구름은 저물녘 나직도 한데
別意醉中生
(별의취중생)-이별의 정은 취중에 이네.
前路崎嶇甚
(전로기구심)-갈 길은 기구하기만 하니
相留多少情
(상류다소정)-서로 머물고 싶은 다소의 정이여.
★ 송강정(松江亭) - 정철
明月在空庭
(명월재공정)-달빛은 빈 뜰 안에 가득한데
主人何處去
(주인하처거)-주인은 어디 갔나.
落葉掩柴門
(낙엽엄시문)-낙엽은 사립문을 덮어 버리고
風松夜深語
(풍송야심어)-바람은 소나무에서 밤새도록 속삭이네.
★ 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 소세양판서를 보내면서)
- 황진이
月下梧桐盡
(월하오동진)-달빛에 오동잎이 다지고
霜中野菊黃
(상중야국황)-서리에 들국화 황금빛이 되다.
樓高天一尺
(누고천일척)-누각 높이가 하늘이 한 자이고
人醉酒千觴
(인취주천상)-사람은 천 잔 술에 취했도다.
流水知琴冷
(유수지금랭)-유수(流水)는 거문고 소리와 응하여 차고
梅花入笛香
(매화입적향)-매화는 피리 소리와 어울려 향기롭다.
明朝相別後
(명조상별후)-내일 아침 이별하고선
精興碧波長
(정흥벽파장)-내 정회(情懷)는 푸른 물결이 되어 흐르리라.
※조선조 여류시인으로서, 허난설헌(許蘭雪軒)과 비견할만한 인물은
황진이 한 사람 뿐이라고 높히 평가되고 있으며,
한시에는 허난설헌에게 양보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시조에 있어서는 황진이가 독보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고 했다.
★청산리벽계수(靑山裡碧溪水)
- 황진이
靑山裡碧溪水
(청산리벽계수)-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莫誇易移去
(막과이이거)-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不復還
(일도창해부부환)-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明月滿空山
(명월만공산)-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暫休且去若何
(잠휴차거약하)-쉬어 간들 어떠리
★박연폭포 (朴淵瀑布)
- 황진이
一派長天噴壑
(롱일파장천분학롱)-한 줄기 물줄기 하늘에서 골짝에 떨어져
龍湫百仭水叢叢
(용추백인수총총)-용추못 백 길되는 물줄기 용솟음 치는구나
飛泉倒瀉疑銀漢
(비천도사의은한)-날아 오른 샘물은 거꾸로 쏟아진 은하수인듯
怒瀑橫垂宛白虹
(노폭횡수완백홍)-성난 듯 한 물결이 흰 무지개처럼 드리웠구나
雹亂霆馳彌洞府
(박난정치미동부)-날리는 우박, 치닫는 우뢰소리 골짝에 가득 차고
珠聳玉碎徹晴空
(주용옥쇄철청공)-구슬같이 치솟아 옥같이 부셔져 하늘까지 이른다
遊人莫道廬山勝
(유인막도려산승)-나그네여, 여산의 폭포만 좋다고 말하지 말라
須識天磨冠海東
(수식천마관해동)- 이 천마산 폭포가 해동의 제일임을 알아야 하리
★ 감추회문 (感秋回文)
- 이지심(李知深)
散暑知秋早
(산서지추조)-더위도 사라지고 가을이 되니
悠悠稍感傷
(유유초감상)-이시름 저시름 마음 상하네
亂松靑蓋倒
(난송청개도)-푸른 그늘 거꾸러져 일산 펴든듯
流水碧羅長
(유수벽라장)-물소리 조랑조랑 흘러 가노니
岸遠凝煙皓
(안원응연호)-연기는 멀리멀리 희게 어리고
樓高散吹凉
(루고산취량)-다락은 높고 높아 서늘하구나
半天明月好
(반천명월호)-반넘어 기우른 밝은 저달이
幽室照輝光
(유실조휘광)-소리 없이 방안에 비치어 오네
★ 사시(四時) - 도연명 (陶淵明)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봄 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가을 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겨울 산마루엔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네.
★ 영회(詠懷) - 정철 (鄭澈)
三千里外美人在
(삼천리외미인재)-삼천리나 먼 밖에 그리운 님 계시온데
十二樓中秋月明
(십이누중추월명)-열 두 누각엔 가을 달이 밝도다.
安得此身化爲鶴
(안득차신화위학)-어찌 이 몸 화하여 학으로 될 수 있다면
統軍亭下一悲鳴
(통군정하일비명)-님 계신 통군정 아래 한 번 슬피 울어나 볼 것을.
★ 감로사차운(甘露寺次韻.감로사의 운을 따라) - 김부식 (金富軾)
俗客不到處
(속객부도처)-속된 세상 사람은 오지 않는 곳에
登臨意思淸
(등임의사청)-올라와 바라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山形秋更好
(산형추경호)-산의 모습은 가을에도 또한 좋고
江色夜猶明
(강색야유명)-강물 빛깔은 밤이면 더욱 밝다.
白鳥高飛盡
(백조고비진)-흰 물새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孤帆獨去輕
(고범독거경)-외로운 배는 홀로 가기 가볍다.
自慙蝸角上
(자참와각상)-부끄러워라,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
(반세멱공명)-반평생 동안 공명 찾아 허덕였구나.
절을 찾아서 자신이 살아온 반생을 돌아보며 더욱 높은 정신 세계를 지향하려는 뜻을 담았다.
첫 연에서 속된 사람과 정신이 맑은 경지를 대비해 보여주고,
둘째 연에서 정신이 맑은 경지에서 보는 산의 모습과 강물 빛깔이 봄보다는 가을이, 낮보다는 밤이 더욱 좋다고 하여,
세속적 입장보다 한 차원 높은 세계가 있음을 표현하였다.
셋째 연에서 맑고 높은 경지를 풍경에 투사했는데,
그것은 흰 물새처럼 높이 날고 외로운 배 같이 가벼운 경지라는 말이다.
끝 연은 또 지나온 자기 생애에 대한 한탄이다.
달팽이 뿔처럼 좁은 세상에서 권세를 차지하고자 분투해 온 자신의 일생을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구축한 기반을 부정하고 은둔하지는 않았으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탄일 뿐이다.
★ 도의사(도衣詞) - 설손
皎皎天上月
(교교천상월)-희고 흰 하늘에 떠 있는 저 달이
照此秋夜長
(조차추야장)-이 가을 긴긴 밤을 비춰주니라.
悲風西北來
(비풍서북래)-슬픈 바람은 서북으로부터 불어오고
蟋蟀鳴我床
(실솔명아상)-귀뚜라미는 나의 평상 틈에서 우니라.
君子遠行役
(군자원행역)-임은 먼 곳에 가서 나라를 지키고
賤妾守空房
(천첩수공방)-아내는 쓸쓸히 빈 방을 지키니라.
空房不足恨
(공방불족한)-빈 방을 지키는 것이 족히 한이 되는 것은 아니나
感子寒無裳
(감자한무상)-임이 추운 곳에서 옷이 없어 떠는 것이 걱정이 되니라.
★ 강릉경포대 (江陵鏡浦臺) - 안축(安軸)
雨晴秋氣滿江城
(우청추기만강성)-비 개니 가을 기운 강언덕에 가득하고
來泛扁舟放野情
(내범편주방야정)-다가오는 조각배는 한껏 소박한 정취로다.
地入壺中塵不倒
(지입호중진불도)-땅은 병속에 들어 티끌도 이르지 못하고
天遊鏡裏畵難成
(천유경리화난성)-하늘은 경포 속에 노니 그리기 어렵도다.
烟波白鷗時時過
(연파백구시시과)-아지랭이 물결에 흰 갈매기만 때때로 오가고
沙路靑驢緩緩行
(사로청려완완행)-모랫길엔 나귀가 느릿느릿 가는구나
爲報長年休疾棹
(위보장연휴질도)-늙은 사공 보고 힘든 삿대길 쉬게 하고
待看孤月夜深明
(대간고월야심명)-홀로 뜬 달 바라보니 밤 더욱 밝구료.
★ 음주(飮酒) - 도연명(陶淵明)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변두리에 오두막 짓고 사니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날 찾는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하나 없네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묻노리, 어찌 이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니, 사는 곳도 구석지다네
採菊東籬下
(채국동리하)-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 따며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편안히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산기운은 저녁 햇빛에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나는 새들도 서로 더불어 둥지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
(차간유진의)-이러한 자연 속에 참다운 삶의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
(욕변이망언)-말로 표현하려해도 할 말을 잊었네
★ 주중야음(舟中夜吟) - 박인량(朴寅亮)
故國三韓遠
(고국삼한원)-고국인 삼한 땅은 멀고
秋風客意多
(추풍객의다)-가을 바람에 나그네의 회포는 많기도 하다.
孤舟一夜夢
(고주일야몽)-외로운 배에 실은 하룻밤 꿈길
月落洞庭波
(월락동정파)-달도 진 동정호에 물결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