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단언컨대, 한글은 가장 완벽한 문자
2013-09-30

다시 돌아온 ‘한글날’

이 문자는 만들어진 원리와 시기, 작자가 명확하다. 세계에서 유일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최근에 등장한 표기방식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디스커버(DISCOVER)지는 1994년 7월호 특집에서 이 문자의 우수성을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글’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문자, 바로 ‘한글’이다.    

10월 9일은 567주년 한글날.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23년 만인 올해 다시 공휴일로 돌아온다. 한글날처럼 문자를 공휴일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한글이 왜 위대한 문자인지 묻는 건 새삼스럽다. 적어도 태어나면서부터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정작 한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소리가 문자로 투영된 한글

한글의 본명은 훈민정음이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1910년대 초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한글학자들이 쓰기 시작했다. 그 뜻은 ‘큰 글’이다.

1446년 한글의 탄생은 인류 역사상 문자가 돌이나 뼈, 점토판 등이 아니라 목판에 새겨져 종이에 인쇄돼 제본된 형태로 등장하는 최초의 사건이다. 문자 자신이 문자 자신을 설명하는 책(훈민정음)으로 세계사 속에 등장한 것이다.

만약 한글이 없다면 지금 우리의 문자 생활은 어떨까. 여전히 중국 문자인 한자를 쓰거나 일본처럼 한자에서 일부를 떼어내 만든, 글자 그대로 ‘가짜글’인 한국판 가나(假名)를 쓰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신라식 이두나 베트남처럼 서양 알파벳을 우리 문자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상상해보면 우리말을 가감 없이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한글의 발명은 한자문명 시대로부터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은 한글문명 시대로 전환시킨 혁명적인 일이다.

가장 진보된 글자로 평가받는 한글 덕분에 한국은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힌다. 외국인을 상대로 가르쳐 보면, 불과 40분 만에 한글을 표기할 수 있다고 한다. 한글이 배우기 쉽다는 것은 ‘한글의 과학성’과 연관된다. 특히 타 언어를 대하다 보면 그 우수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한글은 어떻게 우수한가

한글의 큰 장점은 다양한 음을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문자의 경우 종성을 표기하는 철자가 하나뿐인 탓에 타 언어를 제대로 표기하기가 어렵다.

반면 한글은 여러 가지 입체적 음을 한 글자에 쉽게 표기할 수 있다. ‘밤’이란 한 글자에 초성(ㅂ) 및 중성(ㅏ), 종성(ㅁ)의 음을 같이 엮어 표기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러다 보니, 10개 모음과 14개 자음을 조합해 약 1만1000개의 음을 표기하게 되고, 그 결과 철자 몇 개만 보완하면 세계 어느 말이라도 다 담을 수 있다.

또한 철자별 발음이 일정하다는 점이다. 알파벳의 경우 어느 한 철자의 발음이 단어별로 달라진다. ‘A’자 하나만 봐도 발음이 각양각색이다. ‘아’(apart)로 읽히기도 하고, ‘애’(and) 또는 ‘어’(about), ‘오’(all), ‘에이’(april) 등으로 발음이 다르다.

이와 달리, 한글은 철자별 발음이 어느 경우에나 항상 일정하다. ‘어서’와 ‘버섯’이란 단어 내 4개 ‘ㅓ’의 발음은 한결같이 일정하다. 그 결과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처럼 철자와 발음을 이중으로 익혀야 하는 수고, 이에 따른 시간과 경비 투자 부담을 덜게 된다.


◆정보화 시대에 더 빛나는 한글

한글은 오늘날 정보화시대에도 적합하다. 한글은 컴퓨터, 휴대폰,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매체에 궁합이 잘 맞는 문자다. 중국 한자와 일본 가나의 경우 알파벳으로 발음을 입력한 뒤 해당 문자로 변환시켜야 한다. 자판에 표시된 문자가 입력하는 즉시 기록되는 한글의 컴퓨터 업무 능력은 한자나 일본 가나에 비해 7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휴대폰을 사용할 때도 더욱 빛을 발한다. 휴대전화의 문자 입력 방식은 연관성이 있는 글자를 하나의 자판에 모으고 모음과 자음을 구별하는 등 한글 창제의 기본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때문에 철자 하나를 입력하는 데 필요한 타수에서 영어보다 35% 정도 빠르다고 한다. 분초를 다투는 초고속 정보화 시대에 속도에서 앞서 간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한글날 원래 이름은 ‘가갸날’

한글날은 한글이 만들어진 날이 아니다. 세종대왕이 1443년에 창제한 ‘훈민정음’은 3년 가까운 보완기간을 거쳐 1446년에 반포됐다. 한글날은 반포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글날의 원래 이름은 가갸날이다.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는 1926년 한글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고자 가갸날을 만들었다. 한글을 ‘가갸거겨…, 나냐너녀…’ 식으로 배울 때라 가갸날이라고 불리다 한글날로 바뀌었다.

한글이 언어로서 얼마나 완벽하고 과학적인지는 다방면에 걸쳐 입증된 상태다. 1989년 유네스코(UNESCO)에서 제정한 문맹퇴치 공로상의 이름은 ‘세종대왕 문해상’*으로 명명된 바 있다. 이어 1997년 ‘훈민정음해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註*'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다


국제연합 개발계획 리포트(2007~2008년)는 OECD 국가 중 최상위 독해 능력을 지닌 국가로 우리나라를 꼽으며, 정보통신 강국의 원동력이 한글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세계문자올림픽’에서는 한글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발음기관을 본떠 만든 과학적인 문자로 배우기 쉽다는 언어학적 요소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언어학자 촘스키는 “한글은 환상적인 꿈의 언어”라며 극찬했다. 미국 소설가 펄 벅은 한글을 가장 익히기 쉽고 훌륭한 글자라고 치켜세우며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유했다.

김태훈 기자

[출처] 한글은 가장 완벽한 문자 (신현수의시와삶) |작성자 신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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