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주한美軍 비용 문제 부상… '韓美동맹 뼈대' 흔들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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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시대] 한반도 외교·안보의 앞날

비용 추가 요구→美軍철수 논란
한국내 '핵무장론' 촉발 가능성… 韓·美 FTA재협상은 발등의 불
빅터차 "전작권 전환 추진할수도", 일부 "선거용 발언과 분리해봐야"

미국 새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미 동맹을 포함한 한반도 외교·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선거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주한미군 비용 추가 부담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거론했다.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이슈다. 그는 한·미 동맹에서 금기(禁忌)시했던 한국 핵무장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핵 폭주'하는 북한 김정은에 대해선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까지 거론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대통령에) 취임하면 외교 분야 학습을 통해 기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며 "그러나 기존 틀을 깨는 공약과 발언으로 당선된 만큼 한반도 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대외 전략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려면 동맹국의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 그는 "한국을 공짜로 보호해줄 수는 없다"며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분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한·미 방위비 분담 협정이 2018년까지 유효한 것을 감안할 때 이르면 내년부터 이 문제가 한·미 관계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현재 한국이 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부담 요구는 반미(反美) 정서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는 한·미 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감축·철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 논란은 한국 내 핵무장 주장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지금처럼 약해지면 내가 그것(핵무장)을 언급하든 하지 않든 (한국과 일본은) 그것을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 내에서 핵무장 여론이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새누리당 일각에선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해외 문제 개입을 꺼리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전술핵 (한국) 배치 등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핵무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대만의 '도미노 핵무장'을 유발하는 등 기존 비확산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도 쉽게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 국면도 달라질 수 있다. 올 초만 해도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은 '미치광이(maniac)'"라며 "대화할 필요도 없다"고 했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 5월에는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며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김정은을 향해 "고작 20대에 놀랍게도 지배자가 됐다"는 말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일단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갑자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한다면 '지구에서 없애버리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한·미 FTA 재협상"은 발등의 불이 될 수 있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FTA를 수정하는 것은 의회 동의가 필요 없다"며 "마음만 먹으면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측 인사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며 "(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된) 전시작전권의 완전한 전환을 추진하고, 이 책임을 한국인의 손에 넘기려 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를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입장에선 기존 2015년에서 2020년 중반 이후로 연기된 전작권 전환 논란을 조기에 마무리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동맹국의 더 많은 부담을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선거용 발언과 실제 의도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 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가 출신답게 현실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미국에 손해가 갈 정도의 대규모 외교 정책 변화는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모든 것이 협상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공약 철회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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