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장은 빈부의 세계, 서민과 귀족, 현실세계와 이상세계의 경계다.

담장 안은 이생이 경험하지 못한 이상세계였다.

담장을 넘어 최랑과 시를 창수하니 신선세계에서 선녀를 만난 기분이었다.

어떻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애[풋사랑]ㅡ울산 농장ㅡ결혼ㅡ홍건적의 난에 최씨 피살ㅡ인귀교환ㅡ冥數(명수) 다해 영별.

이 작품의 구성은 세 차례에 걸친 만남과 이별의 변주곡이다.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이생이 담장 안을 엿본 이야기) 

김시습(金時習)

 

1]이생, 최랑집 담장 안에서 최랑을 만나다

1)이생, 담장 너머 최랑과 시를 수작하다

 

松都有李生者

(송도유이생자) : 송도에 이생이라는 자가 있는데

居駱駝橋之側

(거낙타교지측) : 낙타교 옆에 살고 있었다.

[주] 駱駝橋:[동국여지승람]橐駝橋 古稱萬夫橋 今稱夜橋. 걸안 화친하려 낙타 50필 보내옴.

고려 태조 사신 30인 행도에 유배. 낙타 다리에 메어 餓死.

[열하일기]鵠汀筆談. 만부교→낙타교(조선 세조)→(성종이후)若大多利, 夜橋, 野多利로 변모함.

年十八

(년십팔) : 나이는 열 여덟이었다.

風韻淸邁

(풍운청매) : 풍운이 맑고

天資英秀

(천자영수) : 재주가 뛰어나

常詣國學

(상예국학) : 일찍부터 국학(國學)에 다녔는데,

讀詩路傍

(독시로방) : 길가에서도 시를 읽었다.

 

善竹里'

(선죽리) : 선죽리

有巨室處崔氏

(유거실처최씨) : 귀족집에서는 최씨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年可十五六

(년가십오륙) : 나이는 열대 여섯쯤 되었다.

態度艶麗

(태도염려) : 태도가 아리땁고

工於刺繡

(공어자수) : 수도 잘 놓았으며,

而長於詩賦

(이장어시부) : 시와 문장도 잘 지었다.

世稱

(세칭) :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이렇게 칭찬하였다.

 

風流李氏子

(풍류이씨자) : 풍류로워라 이씨 집안 총각

窈窕崔家娘

(요조최가낭) : 아리따워라 최씨 집안 처녀여

才色若可餐

(재색약가찬) : 그 재주와 그 얼굴 [한 번 보면]

可以療飢腸

(가이료기장) : 주린 창자 채운 둣하지.

 

李生嘗挾冊詣學

(이생상협책예학) : 이생은 일찍부터 책을 옆에 끼고 학교에 다닐 때에

常過崔氏之家北牆外

(상과최씨지가북장외) : 언제나 최씨네 집 북쪽 담 밖으로 지나다녔다.

垂楊裊裊

(수양뇨뇨) : 간들거리는 수양버들

數十株環列

(수십주환열) : 수십 그루가 그 담을 둘러싸고 있었다.

李生憩於其下

(이생게어기하) : 이생이 그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一日窺牆內

(일일규장내) : 어느 날 담 안을 엿보았더니,

名花盛開

(명화성개) : 이름난 꽃들이 활짝 피고

蜂鳥爭喧

(봉조쟁훤) : 벌과 새들이 다투어 재잘거리고 있었다.

 

傍有小樓

(방유소루) : 그 곁에는 작은 누각이 있었는데,

隱映於花叢之間

(은영어화총지간) : 꽃떨기 사이로 은은히 보였다.

株簾半掩

(주렴반엄) : 구슬발이 반쯤 가려 있고

羅幃低垂

(라위저수) : 비단 휘장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는데,

有一美人

(유일미인) : 한 아리따운 아가씨가

倦繡停針

(권수정침) : 수를 놓다가 지쳐 잠시 바늘을 멈추며

支頤而吟曰

(지이이음왈) : 턱을 괴고 시를 읊었다.

 

獨倚紗窓刺繡遲

(독의사창자수지) : 사창(紗窓)에 홀로 기대앉아 수놓기도 귀찮구나.

百花叢裏囀黃鸝

(백화총리전황리) : 온갖 꽃 떨기 속에 꾀꼬리 소리 다정도 해라.

無端暗結東風怨

(무단암결동풍원) : 부질없이 마음속으로 봄바람을 원망하며

不語停針有所思

(불어정침유소사) : 말없이 바늘 멈추고는 생각에 잠겼어라.

 

路上誰家白面郞

(로상수가백면랑) : 저 길 위의 저 총각은 어느 집 도련님일까.

靑衿大帶映垂楊

(청금대대영수양) : 푸른 옷깃 넓은 띠가 늘어진 버들 사이로 비쳐 오네.

何方可化堂中燕

(하방가화당중연) : 이 몸이 죽어 가서 대청 위의 제비 되면

低掠珠簾斜度墻

(저략주렴사도장) : 주렴 위를 가볍게 스쳐 담장 위를 날아 넘으리.

 

生聞之

(생문지) : 이생은 그 여인이 읊은 시를 듣고

不勝技癢

(불승기양) : 마음이 근질근질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然其門戶高峻

(연기문호고준) : 그러나 그 집의 담이 높고도 가파르며

庭闈深邃

(정위심수) : 안채가 깊숙한 곳에 있었으므로,

但怏怏而去

(단앙앙이거) : 어쩔 수 없이 서운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還時以白紙一幅

(환시이백지일폭) : 그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흰 종이 한 장에다

作詩三首

(작시삼수) : 시 세 수를 써서

繫瓦礫投之曰

(계와력투지왈) : 기와 쪽에 매달아 담 안으로 던져 넣었다.

 

巫山六六霧重回

(무산육육무중회) : 무산 열두 봉우리 첩첩이 쌓인 안개 굽어도는데

半露尖峰紫翠堆

(반로첨봉자취퇴) : 반쯤 드러난 뽀죽한 봉우리가 붉고도 푸르구나.

惱却襄王孤枕夢

(뇌각양왕고침몽) : 양왕의 외로운 꿈을 수고롭게 하지 마오.

肯爲雲雨下陽臺

(긍위운우하양대) : 구름 되고 비가 되어 양대에서 만나 보세.

 

相如欲挑卓文君

(상여욕도탁문군) : 사마상여(司馬相如)가 되어 탁문군(卓文君)을 꾀어내려니

多少情懷已十分

(다소정회이십분) :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은 이미 다 이루어졌네.

紅粉墻頭桃李艶

(홍분장두도리염) : 붉은 담머리의 복사꽃과 오얏꽃은

隨風何處落繽紛

(수풍하처락빈분) : 바람에 날려서 어디로 떨어지나.

 

好因緣邪惡因緣

(호인연사악인연) : 좋은 인연되려는지 나쁜 인연 되려는지

空把愁腸日抵年

(공파수장일저년) : 부질없는 이 내 시름 하루가 일 년 같아라.

二十八字媒已就

(이십팔자매이취) : 스물 여덟 자로 황혼의 기약을 맺었으니

藍橋何日遇神仙

(남교하일우신선) : 남교에서 어느 날 신선을 만나려나.

 

崔氏

(최씨) : 최씨가

命侍婢香兒

(명시비향아) : 몸종 향아(香兒)를 시켜서

往取見之

(왕취견지) : 그 편지를 주워다 보니,

卽李生詩也

(즉이생시야) : 바로 이생이 지은 시였다.

 

披讀再三

(피독재삼) : 최랑이 그 시를 펼쳐서 두세 번 읽고는

心自喜之

(심자희지) :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하였다.

以片簡

(이편간) : 종이 쪽지에

又書八字

(우서팔자) : 여덟 자를 써서

投之曰

(투지왈) : 담 밖으로 던져 주었다.

 

將子無疑

(장자무의) : "그대여. 의심 마오.

昏以爲期

(혼이위기) : 황혼에 만나요."

 

 

2)이생 황혼에 최랑집 담장을 넘어 시를 창수하다

-신선세계에서 선녀를 만난 기분이었다

 

生如其言

(생여기언) : 이생이 그 말대로

乘昏而往

(승혼이왕) : 황혼이 되자 최랑의 집을 찾아갔다.

忽見桃花一枝

(홀견도화일지) : 갑자기 복사꽃 한 가지가

過墻而有搖裊之影

(과장이유요뇨지영) : 담 위로 넘어오면서 하늘거리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往視之則以鞦韆絨索

(왕시지칙이추천융삭) : 이생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네줄이

繫竹兜下垂(계죽두하수) : 대바구니를 매어서 아래로 늘어뜨려 놓았다.

生攀緣而踰

(생반연이유) : 이생을 그 줄을 잡고 담을 넘었다.

 

會月上東山

(회월상동산) : 마침 달이 동산에 떠오르고

花影在地(화영재지) : 꽃 그림자가 땅에 비껴

淸香可愛(청향가애) : 맑은 향내가 사랑스러웠다.

生意謂已入仙境

(생의위이입선경) : 이생은 자기가 신선 세계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여

心雖竊喜

(심수절희) : 마음은 비록 기뻤지만,

而情密事秘

(이정밀사비) : 자기의 마음이나 지금 하려는 일이 비밀스러워서

毛髮盡竪

(모발진수) : 머리칼이 모두 곤두섰다.

 

回眄左右

(회면좌우) : 이생이 좌우를 둘러보았더니,

女已在花叢裏

(여이재화총리) : 최랑은 꽃떨기 속에서

與香兒(여향아) : 향아와 같이

折花相戴

(절화상대) : 꽃을 꺾어 머리에 꽂고는,

鋪罽僻地

(포계벽지) : 외진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見生微笑

(견생미소) : 최랑이 이생을 보고 방긋 웃으면서

口占二句

(구점이구) : 시 두 구절을

先唱曰

(선창왈) : 먼저 읊었다.

 

桃李枝間花富貴

(도리지간화부귀) : 복사와 오얏 가지 사이로 꽃송이 탐스럽고

鴛鴦枕上月嬋娟

(원앙침상월선연) : 원앙새 베개 위엔 달빛도 고와라.

 

生續吟曰

(생속음왈) : 이생이 뒤를 이어 시를 읊었다.

 

他時漏洩春消息

(타시루설춘소식) : 다음날 어쩌다가 봄소식이 새나간다면

風雨無情亦可憐

(풍우무정역가련) : 비바람 무정하니 더욱 가련하리라.

 

女變色而言曰

(여변색이언왈) : 최랑이 얼굴빛이 변하면서 말하였다.

本欲與君

(본욕여군) : "저는 본디 당신과 함께

終奉箕帚

(종봉기추) : 부부가 되어 끝까지 남편으로 모시고

永結歡娛

(영결환오) : 영원히 즐거움을 누리려고 하였어요.

郞何言之若是遽也

(랑하언지약시거야) : 그런데 당신은 어찌 이렇게 말씀하십니까?

妾雖女類

(첩수여류) : 저는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心意泰然

(심의태연) : 마음이 태연한데,

丈夫意氣

(장부의기) : 장부의 의기를 가지고도

肯作此語乎

(긍작차어호) :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他日閨中事洩

(타일규중사설) : 다음날 규중의 일이 누설되어

親庭譴責

(친정견책) : 친정에서 꾸지람을 듣게 되더라도,

妾以身當之

(첩이신당지) : 제가 혼자 책임을 지겠습니다."

 

香兒可於房中

(향아가어방중) : "향아야. 방 안에서

賫酒果以進

(재주과이진) : 술과 안주를 가져오너라."

兒如命而往

(아여명이왕) : 향아가 시키는 대로 가버리자,

四座寂寥

(사좌적요) : 사방이 고요하여

闃無人聲

(격무인성) :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生問曰

(생문왈) : 이생이 최랑에게 물었다.

此是何處

(차시하처) : "이곳은 어디입니까?"

女曰

(여왈) : 최랑이 말하였다.

此是北園中小樓下也

(차시북원중소루하야) : "이곳은 뒷동산에 있는 작은 누각 아래이지요.

父母以我一女

(부모이아일녀) :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가 외동딸이기 때문에

情鍾甚篤

(정종심독) : 여간 사랑하지 않으십니다.

別構此樓于芙蓉池畔

(별구차누우부용지반) : 그래서 연못가에다 이 누각을 따로 지어 주셨지요.

 

方春時

(방춘시) : 봄이 되어

名花盛開

(명화성개) : 이름난 꽃들이 활짝 피면

欲使從侍兒遨遊耳

(욕사종시아오유이) : 몸종 향아와 함께 즐겁게 놀라고 하신 거지요.

親闈之居

(친위지거) : 부모님이 계신 곳은

閨閤深邃

(규합심수) : 여기서 멀기 때문에

雖笑語啞咿

(수소어아이) : 아무리 웃으며 크게 이야기해도

亦不能卒爾相聞也

(역불능졸이상문야) : 쉽게 들리지는 않는답니다."

 

女酌綠蟻一巵

(여작녹의일치) : 최랑이 술 한 잔을 따라

口占古風一篇曰

(구점고풍일편왈) : 이생에게 권하면서 고풍(古風)으로 한 편을 읊었다.

 

曲欄下壓芙蓉池

(곡란하압부용지) : 부용못 푸른 물을 난간에서 굽어보다

池上花叢人共語

(지상화총인공어) : 꽃떨기 속에서 님들이 속삭이네.

香霧霏霏春融融

(향무비비춘융융) : 향그런 안개 깔린 속에 봄빛이 화창해서

製出新詞歌白紵

(제출신사가백저) : 새 가사를 지어내어「백저사(白紵詞)」를 부르는구나.

月轉花陰入氍毹

(월전화음입구유) : 꽃그늘에 달빛이 비껴 털방석에 스며들고

共挽長條落紅雨

(공만장조락홍우) : 긴 가지 함께 잡으니 붉은 꽃비가 떨어지네.

風攪淸香香襲衣

(풍교청향향습의) : 바람이 향내를 끌어와 옷 속에 스며들자

賈女初踏春陽舞

(고녀초답춘양무) : 첫봄을 맞은 아가씨가 햇살 속에 춤추네.

羅衫輕拂海棠枝

(나삼경불해당지) : 비단 적삼 가볍게 해당화를 스쳤다가

驚起花間宿鸚鵡

(경기화간숙앵무) : 꽃 사이에 졸고 있던 앵무새만 깨웠네.

 

生卽和之曰

(생즉화지왈) : 이생도 바로 시를 지어 화답하였다.

 

誤入桃源花爛熳

(오입도원화난만) : 도원에 잘못 들어와 복사꽃이 만발한데

多少情懷不能語

(다소정회불능어) : 많고 많은 이 내 정회(情懷)를 다 말할 수가 없네.

翠鬟雙綰金Ꟃ低

(취환쌍관금차저) : 구름같이 쪽찐 머리에 금비녀 낮게 꽂고

楚楚春衫裁綠紵

(초초춘삼재록저) : 산뜻한 봄 적삼을 모시 베로 지었구나.

東風初拆竝帶花

(동풍초탁병대화) : 나란히 달린 꽃가지를 봄바람에 꺾다니

莫使繁枝戰風雨

(막사번지전풍우) : 하많은 꽃가지에 비바람아 부지 마소.

飄飄仙袂影婆婆

(표표선몌영파파) : 선녀의 소맷자락 나부껴 그림자도 하늘거리고

叢桂陰中素娥舞

(총계음중소아무) : 계수나무 그늘 속에선 미녀가 춤을 춘다

勝事未了愁必隨

(승사미료수필수) : 좋은 일이 끝나지 않아도 시름이 따를 테니

莫製新詞敎鸚鵡

(막제신사교앵무) : 함부로 새 곡조 지어 앵무새에게 가르치지 마오

 

3)이생, 최랑의 누각 내실에 들어 마음껏 정을 나누다

-비경의 그림과 화제(畵題) 속에서 황홀경을 헤매다

 

吟罷

(음파) : 술자리가 끝나자

女謂生曰

(여위생왈) : 최랑이 이생에게 말하였다.

今日之事

(금일지사) : "오늘의 일은

必非小緣

(필비소연) : 반드시 작은 인연이 아니랍니다.

郞須尾我

(랑수미아) : 당신은 저를 따라오셔서

以遂情款(이수정관) : 정을 나누는 것이 좋겠어요."

言訖(언흘) : 말을 마치고

女從北窓入

(여종북창입) : 최랑이 북쪽 창문으로 들어가자

生隨之

(생수지) : 이생도 그 뒤를 따라갔다.

樓梯在房中

(루제재방중) : 누각에 달린 사다리가 있었는데,

綠梯而昇

(록제이승) :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더니

果其樓也

(과기루야) : 과연 그 다락이 나타났다.

文房几案

(문방궤안) : 문방구와 책상들이

極其濟楚

(극기제초) : 아주 말끔했으며,

一壁展煙江疊嶂圖

(일벽전연강첩장도) : 한쪽 벽에는「연강첩장도(烟江疊圖)」와

幽篁古木圖

(유황고목도) : 「유황고목도(幽篁古木圖)」가 걸려 있었는데,

皆名畵也

(개명화야) : 모두 이름난 그림이었다.

題詩其上

(제시기상) : 그 그림 위에는 시가 씌어 있었는데,

詩不知何人所作

(시부지하인소작) : 누가 지은 시인지는 알 수 없었다.

 

其一曰

(기일왈) : 첫째 그림에 쓰인 시는 이러하였다.

 

何人筆端有餘力

(하인필단유여력) : 어떤 사람의 붓끝에 힘이 넘쳐

寫此江心千疊山

(사차강심천첩산) : 이 강 속에다 겹겹이 쌓인 산을 그렸던가?

壯哉方壺三萬丈

(장재방호삼만장) : 웅장해라. 삼만 길의 저 방호산(方壺山)은

半出縹緲烟雲間

(반출표묘연운간) : 아득한 구름 사이로 반쯤만 드러났네.

遠勢微茫幾百里

(원세미망기백리) : 저 멀리 산세(山勢)는 몇백 리까지 뻗어 있는데

近見崒嵂靑螺鬟

(근견줄률청라환) : 푸른 소라처럼 쪽진 머리가 가까이 보이네.

滄波淼淼浮遠空

(창파묘묘부원공) : 끝없이 푸른 물결 공중에 닿았는데

日暮遙望愁鄕關

(일모요망수향관) : 저녁노을 바라보니 고향이 그리워라.

對此令人意蕭索

(대차령인의소삭) : 이 그림 구경하며 사람 마음이 쓸쓸해져

疑泛湘江風雨灣

(의범상강풍우만) : 소상강 비바람에 배 띄운 듯하여라.

 

其二曰

(기이왈) : 둘째 그림에 쓰인 시는 이러하였다.

 

幽篁蕭颯如有聲

(유황소삽여유성) : 쓸쓸한 대숲에선 가을 소리가 들리는 듯

古木偃蹇如有情

(고목언건여유정) : 비스듬히 누운 고목은 옛정을 품은 듯해라.

狂根盤屈惹苺苔

(광근반굴야매태) : 구부러진 늙은 뿌리엔 이끼가 가득 끼었고

老幹夭矯排風雷

(노간요교배풍뢰) : 굵고 곧은 가지는 바람과 천둥을 이겨 왔네.

胸中自有造化窟

(흉중자유조화굴) : 가슴속에 간직한 조화가 끝이 없으니

妙處豈與傍人說

(묘처기여방인설) : 미묘한 이 경지를 누구에게 말할 텐가.

韋偃與可已爲鬼

(위언여가이위귀) : 위언(韋偃)과 여가(輿可)도 이미 귀신이 되었으니

漏洩天機知有幾

(루설천기지유기) : 천기를 누설할 자가 그 몇이나 되려나.

晴窓嗒然淡相對

(청창탑연담상대) : 갠 창가 그윽한 곳에서 말없이 바라보니

愛看幻墨神三昧

(애간환묵신삼매) : 삼매경에 든 필법이 못내 사랑스러워라.

 

一壁貼四時景

(일벽첩사시경) : 한쪽 벽에는 사철의 경치를 읊은 시를

各四首

(각사수) : 각각 네 수씩 붙였는데,

亦不知爲何人所作

(역부지위하인소작) : 역시 누가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其筆

(기필) : 그 글씨는

則摹松雪眞字

(칙모송설진자) : 송설(松雪)의 서체를 본받아

體極精姸

(체극정연) : 자체가 아주 곱고도 단정하였다.

其一幅曰

(기일폭왈) : 그 첫째 폭에 쓰인 시는 이러하였다.

 

芙蓉帳暖香如縷

(부용장난향여루) : 연꽃 그린 휘장은 따뜻하고 향내는 실같은데

窓外霏霏紅杏雨

(창외비비홍행우) : 창밖에 붉은 살구꽃이 비 내리듯 하는구나.

樓頭殘夢五更鐘

(루두잔몽오경종) : 다락 머리에서 새벽 종소리에 남은 꿈을 깨고 보니

百舌啼在辛夷塢

(백설제재신이오) :신이화핀 언덕에 백설조가 우짖네.

燕子日長閨閤深

(연자일장규합심) : 제비새끼 커 가는데 안방 깊숙이 들어앉아

懶來無語停金針

(라래무어정금침) : 귀찮은 듯 말도 없이 금바늘을 멈추었네.

 

花底雙雙飛蝶蛺

(화저쌍쌍비접협) : 꽃 아래로 쌍쌍이 나비들 짝 지어 날며

爭趰落花庭院陰

(쟁이락화정원음) : 그늘진 동산으로 지는 꽃을 따라가네.

嫩寒輕透綠羅裳

(눈한경투록라상) : 꽃샘 추위가 초록 치마를 스쳐 가면

空對春風暗斷腸

(공대춘풍암단장) : 무정한 봄바람에나의 애가끊어지네.

脉脉此情誰料得

(맥맥차정수료득) : 말없는 이 심정을 그 누가 안다더냐.

百花叢裏舞鴛鴦

(백화총리무원앙) : 온갖 꽃 만발한 속에 원앙새가 춤추는구나.

春色深藏黃四家

(춘색심장황사가) : 깊어 가는 봄빛을 뉘 집 동산에 간직했나?

深紅淺綠映窓紗

(심홍천록영창사) : 붉은 꽃잎 푸른 나뭇잎 사창에 비치었네

一庭芳草春心苦

(일정방초춘심고) : 뜨락의 꽃과 풀들은 봄시름에 겨웠는데

輕揭珠簾看落花

(경게주렴간낙화) : 주렴을 가볍게 걷고 지는 꽃을 바라보네.

 

其二幅曰

(기이폭왈) : 그 둘째 폭에 쓰인 시는 이러하였다.

 

小麥初胎乳燕斜

(소맥초태유연사) : 밀이삭 처음 베고 제비 새끼 날아드는데

南園開遍石榴花

(남원개편석류화) : 남쪽 뜰엔 석류꽃이 두루 피었구나.

綠窓工女幷刀響

(록창공녀병도향) : 푸른 창가에 앉아 길쌈하는 아가씨는 가위소리 울리고

擬試紅裙剪紫霞

(의시홍군전자하) : 붉은 비단을 마름질하여 새 치마를 지으려네.

 

黃梅時節雨簾纖

(황매시절우렴섬) : 매실이 익는 철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

鸎囀槐陰燕入簾

(앵전괴음연입렴) : 홰나무 그늘에 꾀꼬리 울고 제비는 주렴으로 날아드네.

又是一年風景老

(우시일년풍경노) : 또한 해 봄 풍경이 시들어 가니

棟花零落笋生尖

(동화영락순생첨) : 고련꽃 떨어지고 죽순이 삐죽 솟았네.

 

手拈靑杏打鸎兒

(수념청행타앵아) : 푸른 살구 손에 쥐고 꾀꼬리에게 던져 보네.

風過南軒日影遲

(풍과남헌일영지) : 남쪽 난간에 바람 일고 해그림자 더디어라.

荷葉已香池水滿

(하엽이향지수만) : 연잎에 향내 가시고 못에는 물이 가득한데

碧波深處浴鸕鶿

(벽파심처욕로자) : 푸른 물결 깊은 곳에서 가마우지가 목욕하네.

 

藤牀筠簟浪波紋

(등상균점랑파문) : 등 평상 대자리에 무늬가 물결 지고

屛畵瀟湘一抹雲

(병화소상일말운) : 소상강 그린 병풍에는 구름이 한 자락 있네.

懶慢不堪醒午夢

(라만불감성오몽) : 낮꿈을 깨고도 나른해 누웠더니

半窓斜日欲西曛

(반창사일욕서훈) : 반창에 비낀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네.

 

其三幅曰

(기삼폭왈) : 그 셋째 폭에 쓰인 시는 이러하였다.

 

秋風策策秋露凝

(추풍책책추로응) : 가을 바람이 쌀쌀해서 찬이슬이 맺히고

秋月娟娟秋水碧

(추월연연추수벽) : 달빛도 고와서 물빛 더욱 푸르구나.

一聲二聲鴻雁歸

(일성이성홍안귀) : 한 소리 또 한소리 기러기 울며 돌아가는데

更聽金井梧桐葉

(경청금정오동엽) : 우물에 오동잎 지는 소리를 다시금 듣고파라.

 

床下百蟲鳴喞喞

(상하백충명즐즐) : 상 밑에서는 온갖 벌레들이 처량하게 울고

床上佳人珠淚滴

(상상가인주루적) : 상 위에서는 아가씨가 구슬 눈물을 떨어뜨리네.

良人萬里事征戰

(양인만리사정전) : 만리 밖 싸움터에 몸을 바친 님에게도

今夜玉門關月白

(금야옥문관월백) : 오늘밤 옥문관(玉門關)에 달빛이 환하겠지.

 

新衣欲裁剪刀冷

(신의욕재전도냉) : 새 옷을 마르려니 가위가 차가워라.

低喚丫兒呼熨斗

(저환아아호위두) : 나직이 아이 불러 다리미를 가져오라네.

熨斗火銷全未省

(위두화소전미성) : 다리미에 불 꺼진 걸 살피지 못하다가

細撥秦箏又搔首

(세발진쟁우소수) : 머리를 긁으며 피리대로 가만히 헤치네.

 

小池荷盡芭蕉黃

(소지하진파초황) : 작은 연못에 연꽃도 지고 파초 잎도 누래지자

鴛鴦瓦上粘新霜

(원앙와상점신상) : 원앙 그린 기와 위에 첫서리가 내렸네.

舊愁新恨不能禁

(구수신한불능금) : 묵은 시름 새 원한을 막을 길이 없는데

況聞蟋蟀鳴洞房

(황문실솔명동방) : 귀뚜라미 울음까지 골방에 들리네.

 

其四幅曰

(기사폭왈) : 그 넷째 폭에 쓰인 시는 이러하였다.

 

一枝梅影向窓橫

(일지매영향창횡) : 한 가지 매화 그림자가 창 앞으로 뻗었는데

風緊西廊月色明

(풍긴서랑월색명) : 바람 센 서쪽 행랑에 달빛 더욱 밝아라.

爐火未銷金筋撥

(로화미소금근발) : 화롯불 꺼졌는지 부저로 헤쳐 보고는

旋呼丫髻換茶鐺

(선호아계환다당) : 아이를 불러다 차솥을 바꾸라네.

 

林葉頻驚半夜霜

(임엽빈경반야상) : 밤서리에 놀란 잎이 자주 흔들리고

回風飄雪入長廊

(회풍표설입장랑) : 돌개바람이 눈을 몰아 긴 마루로 들어오네.

無端一夜相思夢

(무단일야상사몽) : 님 그리워 밤새도록 꿈속에 뒤척이니

都在氷河古戰場

(도재빙하고전장) : 빙하(氷河)가 어디런가, 그 옛날 전쟁터일세.

 

滿窓紅日似春溫

(만창홍일사춘온) : 창에 가득한 붉은 해는 봄날처럼 따뜻한데

愁鎖眉峰著睡痕

(수쇄미봉저수흔) : 시름에 잠긴 눈썹에 졸음까지 더하네.

膽甁小梅腮半吐

(담병소매시반토) : 병에 꽂힌 작은 매화는 필 듯 말듯 하는데

含羞不語繡雙鴛

(함수불어수쌍원) : 수줍어 말도 못하고 원앙새만 수놓는구나.

 

剪剪霜風掠北林

(전전상풍략북림) : 쌀쌀한 서리 바람이 북쪽 숲을 스치는데

寒鳥啼月正關心

(한조제월정관심) : 처량한 까마귀가 달을 보며 우는구나.

燈前爲有思人淚

(등전위유사인루) : 등불 앞에 님 생각 눈물 되어 흐르니

滴在穿絲小挫針

(적재천사소좌침) : 실에도 떨어지고 바늘에도 떨어지네.

 

一傍

(일방) : 한쪽에

別有小室一區

(별유소실일구) : 작은 방 하나가 따로 있었는데,

帳褥衾枕

(장욕금침) : 휘장 . 요 . 이불 .베개들이

亦甚整麗

(역심정려) : 또한 아주 깨끗하였다.

帳外爇麝臍

(장외설사제) : 휘장밖에는 사향을 태우고

燃蘭膏

(연난고) : 난향의 촛불을 켜놓았는데,

熒煌映徹

(형황영철) : 환하게 밝아서

恍如白晝

(황여백주) : 마치 대낮 같았다.

 

生與女

(생여녀) : 이생은 최랑과 더불어

極其情歡

(극기정환) : 마음껏 즐거움을 누리면서

遂留數日

(수유수일) : 여러 날 머물었다.

生謂女曰

(생위녀왈) : 어느 날 이생이 최랑에게 말하였다.

先聖有言

(선성유언) : "옛 성인의 말씀에,

父母在

(부모재) : '어버이가 계시면

遊必有方

(유필유방) : 나가 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곳에 있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而今我定省

(이금아정성) : 이제 내가 부모님을 떠난 지가

已過三日

(이과삼일) : 사흘이나 되었소.

親必倚閭而望

(친필의려이망) : 부모님께서 반드시 대문에 기대어 기다리실 테니,

非人子之道也

(비인자지도야) : 이 어찌 아들의 도리라고 하겠소?"

 

女惻然而頷之

(여측연이함지) : 최랑은 서운하게 여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踰垣而遣之

(유원이견지) : 담을 넘어 보내 주었다.

生自是以後

(생자시이후) : 이생을 이 뒤부터

無已不往

(무이불왕) : 저녁마다 최랑을 찾아가지 않는 날이 없었다.

“風流李氏子

“풍류이씨자 풍류스러운 이 총각

窈窕崔家娘.

요조최가낭. 아리따운 최 처녀.

才色若可餐

재색약가찬 그 재주와 그 얼굴 먹음직스러워

可以療飢腸.

가이료기장.” 주린 창자 요기할 만해.

李生嘗挾冊詣學, 常過崔氏之家,

이생상협책지학 산과최씨지가

이생은 일찍부터 책을 옆에 끼고 학교에 다닐 때에 언제나 최씨네 집을 지나다녔다.

 

北牆外, 垂楊裊裊, 數十株環列,

북장외  수양요요 수십주환렬

북쪽 담 밖으로 수양버들 수십 그루가 간들거리며 그 담을 둘러싸고 있었다.

 

 

李生憩於其下. 一日窺牆內, 名花盛開, 蜂鳥爭喧,

리생게어기하. 일일규장내, 명화성개, 봉조쟁훤,

이생이 그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어느 날 담 안을 엿보았더니,

이름난 꽃들이 활짝 피고 벌과 새들이 다투어 재잘거리고 있었다.

傍有小樓, 隱映於花叢之間, 

방유소루, 은영어화총지간,

그 곁에는 작은 누각이 있었는데, 꽃떨기 사이로 은은히 보였다.

 

株簾半掩, 羅幃低垂.

주렴반엄, 라위저수.

구슬발이 반쯤 가려 있고 비단 휘장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는데,

 

有一美人, 倦繡停針, 支頤而吟曰

유일미인 권수정침 지이이음왈

: 한 아리따운 아가씨가 수를 놓다가 지쳐 잠시 바늘을 멈추며 턱을 괴고 시를 읊었다.

 

獨倚紗窓刺繡遲,

독의사창자수지, 사창(紗窓)에 홀로 기대앉아 수놓기도 귀찮구나.

百花叢裏囀黃鸝.

백화총리전황리. 온갖 꽃떨기 속에 꾀꼬리 소리 다정도 해라.

無端暗結東風怨,

무단암결동풍원, 마음속으로 부질없이 봄바람을 원망하며(싱숭생숭)

不語停針有所思.

불어정침유소사. 말없이 바늘 멈추고는 생각에 잠겼어라.

 

 

2]이생, 최랑과 이별하다

1)이생의 행동이 탄로나 울주로 보내지다

 

一夕

(일석) : 어느 날 저녁에

李生之父

(이생지부) : 이생의 아버지가

問曰

(문왈) : 이생을 꾸짖으며 말하였다.

汝朝出而暮還者

(여조출이모환자) : "네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것은

將以學先聖仁義之格言

(장이학선성인의지격언) : 옛 성인의 어질고 의로운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昏出而曉還

(혼출이효환) : 그런데 요즘은 저녁에 나갔다가 새벽에 돌아오니,

當爲何事

(당위하사) : 이게 어찌 된 일이냐?

必作輕薄子

(필작경박자) : 반드시 경박한 놈들의 행실을 배워

踰垣牆

(유원장) : 남의 집 담을 넘어서

折樹壇耳

(절수단이) : 아가씨나 엿보고 다닐게다.

事如彰露

(사여창로) : 이런 일이 만일 탄로되면

人皆譴我敎子之不嚴

(인개견아교자지불엄) : 남들은 모두 내가 자식을 엄하게 가르치지 못했다고 책망할 것이다.

而如其女

(이여기녀) : 또 그 처녀도

定是高門右族

(정시고문우족) :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이라면

則必以爾之狂狡

(칙필이이지광교) : 반드시 네 미친 짓 떄문에

穢彼門戶

(예피문호) : 그 집안을 더럽히게 될 것이다.

獲戾人家

(획려인가) : 남의 집에 죄를 지었으니,

其事不小

(기사불소) : 이 일이 작지 않다.

 

速去嶺南

(속거영남) : 너는 빨리 영남으로 내려가서

率奴隷監農

(솔노례감농) : 종들을 데리고 농사나 감독하거라.

勿得復還

(물득복환) :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

卽於翌日

(즉어익일) : 그 이튿날

謫送蔚州

(적송울주) : 이생의 아버지가 이생을 울주로 내려보냈다.

 

2)최랑이 상사병이 나다

 

女每夕

(녀매석) : 최랑은 저녁마다

於花園待之

(어화원대지) : 화원에서 이생을 기다렸지만,

數月不還

(수월불환) : 여러 달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女意其得病

(녀의기득병) : 최랑은 이생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命香兒

(명향아) : 향아를 시켜

密問於李生之鄰

(밀문어이생지린) : 이생의 이웃들에게 물래 물어 보게 하였다.

 

鄰人曰

(린인왈) : 이웃들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李郞

(이랑) : "이도령은

得罪於家君

(득죄어가군) : 그 아버지에게 죄를 지어

去嶺南

(거영남) : 영남으로 떠난 지가

已數月矣

(이수월의) : 벌써 여러 달이나 되었다오."

 

女聞之

(녀문지) : 최랑은 이 소식을 듣고

臥疾在床

(와질재상) : 병을 얻어 침상에 누웠다.

轉轉不起

(전전불기) : 엎치락뒤치락하며 일어나지 못하고,

水醬不入於口

(수장불입어구) : 음식도 먹지 못하였다.

言語支離

(언어지리) : 말도 앞뒤가 맞지 않았으며,

肌膚憔悴

(기부초췌) : 얼굴이 초췌해졌다.

 

父母怪之

(부모괴지) : 최랑의 부모가 이상하게 여겨

問其病狀

(문기병상) : 그 병의 증상을 물었지만,

喑喑不言

(암암불언) : 묵묵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搜其箱篋

(수기상협) : 딸의 상자 속을 들추어보았더니,

得李生前日唱和詩

(득이생전일창화시) : 이생과 지난날에 주고받은 시들이 있었다.

 

擊節驚訝曰

(격절경아왈) : 최랑의 부모들이 그제야 놀라서 무릎을 치며 말하였다.

幾乎失我女子矣

(기호실아녀자의) : "어이구. 우리 딸자식을 잃어버릴 뻔했구려."

問曰

(문왈) : 그리고는 딸에게 물었다.

李生誰耶

(이생수야) : "이생이 누구냐?"

至是

(지시) : 이렇게 되자

女不能復隱

(녀불능부은) : 최랑도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細語在咽中

(세어재인중) : 목구멍에서 겨우 나오는 소리로

告父母曰

(고부모왈) : 부모에게 아뢰었다.

 

父親母親

(부친모친) :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鞠育恩深

(국육은심) : 길러 주신 은혜가 깊으니,

不能相匿

(불능상닉) : 어찌 사실을 슴기겠습니까?

竊念男女相感

(절념남녀상감) : 저 혼자 생각해보니 남녀가 서로 사랑을 느끼는 것은

人情至重

(인정지중) : 인정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합니다.

是以

(시이) : 그러므로

摽梅迨吉

(표매태길) : '결혼할 좋은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말은

咏於周南

(영어주남) : "『시경(詩經)』의 주남(周南)편에도 나타나고,

咸腓之凶

(함비지흉) : '여자가 정조를 지키지 못하면 흉하다'는 말은

刑於羲易

(형어희역) : 『주역(周易)』에서도 경계하였습니다.

自將蒲柳之質

(자장포류지질) : 저는 버들처럼 가냘픈 몸으로

不念桑落之詩

(불념상낙지시) : 얼굴빛이 시드는 것은 생각지 않고서

行露沾衣

(행로첨의) : 절개를 지키지 못하여,

竊被傍人之嗤

(절피방인지치) : 옆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받게 되었습니다.

 

絲蘿托木

(사라탁목) : 새삼 덩굴이 다른 나무에 의지해서 살듯이

已作渭兒之行

(이작위아지행) : 저는 벌써 위당(渭塘)의 처녀 노릇을 가게 되었으니,

罪已貫盈

(죄이관영) : 죄가 이미 가득 차

累及門戶

(루급문호) : 집안에까지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然而彼狡童兮

(연이피교동혜) : 그러나 저 아름다운 도련님과

一偸賈香

(일투가향) : 한 번 정을 통한 뒤부터는

千生喬怨

(천생교원) : 도련님께 대한 원망이 천만 번 생기게 되었습니다.

 

以眇眇之弱軀

(이묘묘지약구) : 연약한 몸으로

忍悄悄之獨處

(인초초지독처) : 괴로움을 참으며 홀로 살아가려니,

情念日深

(정념일심) : 그리운 정은 나날이 깊어 가고

沈痾日篤

(침아일독) : 아픈 상처를 나날이 더해 가서

濱於死地

(빈어사지) :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將化窮鬼

(장화궁귀) : 이제는 원한 맺힌 귀신으로 화(化)해 버릴 것 같습니다.

父母如從我願

(부모여종아원) : 부모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終保餘生

(종보여생) : 남은 목숨을 보존하게 되고,

倘違情款

(당위정관) : 이 간절한 청을 거절하신다면

斃而有已

(폐이유이) : 죽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當與李生

(당여이생) : 이생과

重遊黃壞之下

(중유황괴지하) : 저승에서 다시 만나 노닐지언정,

誓不登他門也

(서불등타문야) : 맹세코 다른 가문에는 오르지 않겠습니다.ꡓ

 

於是

(어시) : 그러자

父母已知其志

(부모이지기지) : 부모도 이미 그의 뜻을 알았으므로

不復問病

(불부문병) : 다시는 병의 증세를 묻지 않았다.

且警且誘

(차경차유) : 타이르고 달래면서

以寬其心

(이관기심) : 그의 마음을 누그러뜨려 주었다.

 

3]끊어진 사랑이 이어지다

1)이랑집에 중매를 보내 성혼, 이생 문과급제하여 입신양명하다

 

復修媒妁之禮

(복수매작지례) : 그리고는 중매쟁이의 예를 갖추어

問于李家

(문우이가) : 이생의 집으로 보냈다.

李氏問崔家門戶優劣曰

(이씨문최가문호우열왈) : 이생의 아버지가 최씨 집안이 얼마나 번성한지 물은 뒤에 말하였다.

吾家豚犬

(오가돈견) : "우리 집 아이가

雖年少風狂

(수년소풍광) : 비록 어린 나이에 바람이 났지만,

學問精通

(학문정통) : 학문에 정통하고

身彩似人

(신채사인) : 사람답게 생겼소.

所冀捷龍頭於異日

(소기첩용두어이일) : 앞으로 장원급제할 것이며

占鳳鳴於他年

(점봉명어타년) : 훗날 이름을 세상에 떨칠 것이니,

不願速求婚媾也

(불원속구혼구야) : 서둘러 혼처를 정하고 싶지 않소."

 

媒者

(매자) : 중매장이가

以言返告

(이언반고) : 돌아가서 그대로 아뢰자,

崔氏復遣曰

(최씨복견왈) : 최씨가 다시 중매인을 이씨 집으로 보내어 말하게 하였다.

一時朋伴

(일시붕반) : "한 시대의 친구들이

皆稱令嗣才華邁人

(개칭령사재화매인) : 모두들 '그 댁의 영식(令息)은 재주가 남달리 뛰어나다'고 칭찬하였습니다.

今雖蟠屈

(금수반굴) : 아직은 또아리를 틀고 있지만,

豈是池中之物

(기시지중지물) : 어찌 끝까지 연못 속에 잠겨만 있겠습니까?

宜速定嘉會之晨

(의속정가회지신) : 빨리 혼삿날을 정해

以合二姓之好

(이합이성지호) : 두 집안의 즐거움을 이루는 것이 좋겠습니다."

 

媒者

(매자) : 중매쟁이가

又以其言

(우이기언) : 또 그 말을

返告李生之父

(반고이생지부) : 돌아가서 이생의 아버지에게 전하였더니,

父曰

(부왈) : 이생의 아버지가 말하였다.

吾亦自少

(오역자소) : "나도 젊었을 때부터

把冊窮經

(파책궁경) : 책을 잡고 학문을 닦았지만,

年老無成

(년노무성) : 나이 늙도록 성공하지 못하였소.

奴僕逋逃

(노복포도) : 종들도 흩어지고

親戚寡助

(친척과조) : 친척의 도움도 적어,

生涯疎闊

(생애소활) : 생업이 신통치 않고

家計伶俜

(가계령빙) : 살림도 궁색해졌소.

而況巨家大族

(이황거가대족) : 그러니 문벌 좋고 번성한 집안에서

豈以一人寒儒

(기이일인한유) : 어찌 한갓 빈한한 선비를

留意爲贅郞乎

(유의위췌랑호) : 사위로 삼으려 하시겠소?

是必好事者

(시필호사자) : 이는 반드시 일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이

過譽吾家

(과예오가) : 우리 집안을 지나치게 칭찬해서

以誣高門也

(이무고문야) : 귀댁을 속이려는 것일 거요."

 

媒又告崔家

(매우고최가) : 중매쟁이가 돌아와서 또 최씨 집안에 전하자.

崔家曰

(최가왈) : 최씨 집안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納采之禮

(납채지례) : "예물 드리는 모든 절차와

漿束之事

(장속지사) : 옷차림은

吾盡辨矣

(오진변의) : 모두 저희 집에서 갖추겠습니다.

宜差穀旦

(의차곡단) : 좋은 날을 가려서

以定花燭之期

(이정화촉지기) : 화촉의 시기만 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媒者

(매자) : 중매쟁이가

又返告之

(우반고지) : 또 돌아가서 이 말을 전하였다.

李家至是

(이가지시) : 이씨 집안에서도 이렇게까지 되자

稍回其意

(초회기의) : 뜻을 돌려,

卽遣人

(즉견인) : 곧 사람을 보내어

召生問之

(소생문지) : 이생을 불러다 그의 생각을 물었다.

 

生喜不自勝

(생희부자승) : 이생을 스스로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乃作詩曰

(내작시왈) : 곧 시 한 수를 지었다.

 

破鏡重圓會有時

(파경중원회유시) : 깨어진 거울이 다시 둥글게 되니 만남도 때가 있어

天津烏鵲助佳期

(천진오작조가기) : 은하의 까마귀와 까치들이아름다움 기약을 도와주었네.

從今月老纏繩去

(종금월노전승거) : 이제야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붉은 실을 잡아매었으니

莫向東風怨子規

(막향동풍원자규) : 봄바람이 건듯 불더라도 소쩍새를 원망 마소.

 

女聞之

(여문지) : 최랑이 이 시를 듣고는

病亦稍愈

(병역초유) : 병도 차츰 나아져,

又作詩曰

(우작시왈) : 자기도 시를 지었다.

 

惡因緣是好因緣

(악인연시호인연) : 나쁜 인연이 바로 좋은 인연이던가?

盟語終須到底圓

(맹어종수도저원) : 그 옛날 맹세가 마침내 이루어졌네.

共輓鹿車何日是

(공만녹차하일시) : 어느 때나 님과 함께 작은 수레를 끌고 갈까?

倩人扶起理花鈿

(천인부기리화전) : 아이야, 나를 일으켜 다오 꽃비녀를 손질하련다.

 

於是

(어시) : 이에

擇吉日

(택길일) : 좋은 날을 가려

遂定婚禮

(수정혼례) : 마침내 혼례를 이루니,

而續其絃焉

(이속기현언) : 끊어졌던 사랑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自同牢之後

(자동뢰지후) : 그들은 부부가 된 이후에

夫婦愛而敬之

(부부애이경지) : 서로 사랑하면서도 공경하여

相待如賓

(상대여빈) : 마치 손님처럼 대하니,

雖鴻光鮑桓

(수홍광포환) : 비록 양홍 . 맹광이나 포선(鮑宣).환소군(桓少君)이라도

不足言其節義也

(부족언기절의야) : 그들의 절개와 의리를 따를 수가 없었다.

生翌年

(생익년) : 이생이 이듬해

捷高科

(첩고과) : 문과에 급제하여

登顯仕

(등현사) : 높은 벼슬에 오르자,

聲價聞于朝著

(성가문우조저) : 그의 이름이 조정에 알려졌다.

 

4]최랑,홍건적의 난에 정조를 지켜 목숨을 잃다

 

辛丑年

(신축년) : 신축년(1361)에

紅賊據京城

(홍적거경성) : 홍건적이 서울을 점거하자

王移福州

(왕이복주) : 임금은 복주(福州)로 피난 갔다.

賊焚蕩室廬

(적분탕실려) : 적들은 집을 불태워 없애버렸으며,

臠炙人畜

(련자인축) : 사람을 죽이고 가축을 잡아먹었다.

 

夫婦親戚

(부부친척) : 부부와 친척끼리도

不能相保

(불능상보) : 서로 보호하지 못했고

東奔西竄

(동분서찬) : 동서로 달아나 숨어서

各自逃生

(각자도생) : 제각기 살길을 찾았다.

 

生挈家

(생설가) : 이생은 가족들을 데리고

隱匿窮崖

(은닉궁애) : 외진 산골로 숨었는데,

有一賊

(유일적) : 한 도적이

拔劍而逐

(발검이축) : 칼을 빼어들고 뒤를 쫓아왔다.

生奔走得脫

(생분주득탈) : 이생은 달아나 목숨을 건졌지만,

女爲賊所虜

(여위적소로) : 최랑은 도적에게 사로잡혔다.

 

欲逼之

(욕핍지) : 도적이 최랑의 정조를 빼앗으려 하자,

女大罵曰

(여대매왈) : 최랑이 크게 꾸짖었다.

虎鬼殺啗我

(호귀살담아) : "창귀같은 놈아. 나를 죽여 먹어라.

寧死葬於豺狼之腹中

(영사장어시랑지복중) : 내 차라리 죽어서 시랑(豺狼)의 밥이 될지언정

安能作狗彘之匹乎

(안능작구체지필호) : 어찌 개돼지 같은 놈의 짝이 되겠느냐?"

賊怒

(적노) : 도적이 노하여

殺而剮之

(살이과지) : 최랑을 죽이고 살을 도려내었다.

 

生竄于荒野

(생찬우황야) : 이생은 거친 들판에 숨어서

僅保餘軀

(근보여구) : 겨우 목숨을 보전하다가,

聞賊已滅

(문적이멸) : 도적이 이미 다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遂尋父母舊居

(수심부모구거) : 부모님이 사시던 옛집을 찾아갔다.

其家已爲兵火所焚

(기가이위병화소분) : 그러나 그 집은 이미 싸움 통에 불타 없어졌다.

 

又至女家

(우지녀가) : 또 최랑의 집에도 가보았더니

廊廡荒凉

(랑무황량) : 행랑채는 황량했으며,

鼠喞鳥喧

(서즐조훤) : 쥐와 새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悲不自勝

(비부자승) : 이생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登于小樓

(등우소루) : 작은 누각으로 올라가서

收淚長噓

(수루장허) : 눈물을 거두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奄至日暮

(엄지일모) : 날이 저물도록

塊然獨坐

(괴연독좌) : 우두커니 홀로 앉아

佇思前遊

(저사전유) : 지나간 일들을 생각해 보니

宛如一夢

(완여일몽) : 완연히 한바탕 꿈만 같았다.

 

5]이생, 최랑의 환신과 만나다

 

將及二更

(장급이경) : 이경쯤 되자

月色微吐

(월색미토) : 달빛이 흐릿하게 토하여

光照屋梁

(광조옥량) : 빛이 들보를 비추는데

漸聞廊下有跫然之音

(점문랑하유공연지음) : 낭하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自遠而近

(자원이근) : 그 소리는 멀리서부터 차츰 가까이 다가왔다.

至則崔氏也

(지칙최씨야) : 이르고 보니 바로 최랑이었다.

 

生雖知已死

(생수지이사) : 이생은 그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愛之甚篤

(애지심독) : 너무도 사랑하는 마음에

不復疑訝

(부복의아) : 의심하지도 않고

遽問曰

(거문왈) : 급히 물어 보았다.

避於何處

(피어하처) : "당신은 어디로 피난 가서

全其軀命

(전기구명) : 목숨을 보전하였소?"

 

女執生手

(여집생수) : 여인이 이생의 손을 잡고

慟哭一聲

(통곡일성) : 한바탕 통곡하더니,

乃敍情曰

(내서정왈) : 이내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妾本良族

(첩본량족) : "저는 본디 양가의 딸로서

幼承庭訓

(유승정훈) : 어릴 때부터 가정의 교훈을 받아

工刺繡裁縫之事

(공자수재봉지사) : 수놓기와 바느질에 힘썼고,

學詩書仁義之方

(학시서인의지방) : 시서(詩書)와 예법을 배웠어요.

但識閨門之治

(단식규문지치) : 그래서 규방의 법도만 알뿐이지,

豈解境外之修

(기해경외지수) : 그 밖의 일이야 어찌 알겠어요?

 

然而一窺紅杏之墻

(연이일규홍행지장) : 마침 당신이 붉은 살구꽃이 핀 담 안을 엿보았으므로,

自獻碧海之珠

(자헌벽해지주) : 제가 푸른 바다의 구슬을 바친 거지요.

花前一笑

(화전일소) : 꽃 앞에서 한번 웃고

恩結平生

(은결평생) : 평생의 가약을 맺었고,

帳裏重遘

(장리중구) : 휘장 속에서 다시 만날 때에는

情愈百年

(정유백년) : 정이 백년을 넘쳤었지요.

 

言至於此

(언지어차) :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悲慙曷勝

(비참갈승) : 슬프고도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군요.

將謂偕老而歸居

(장위해로이귀거) : 장차 백년을 함께 하자고 하였는데,

豈意橫折而顚溝

(기의횡절이전구) : 뜻밖에 횡액을 만나 구렁에 넘어질 줄이야 어찌 알았겠어요?

終不委身於豺虎

(종불위신어시호) : 늑대 같은 놈들에게 끝까지 정조를 잃지 않았지만,

自取磔肉於泥沙

(자취책육어니사) : 제 몸은 진흙탕에서 찢겨졌답니다.

固天性之自然

(고천성지자연) : 천성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지,

匪人情之可忍

(비인정지가인) : 인정으로야 어찌 그럴 수 있었겠어요?

 

却恨一別於窮崖

(각한일별어궁애) : 저는 당신과 외딴 산골에서 헤어진 뒤에

竟作分飛之匹鳥

(경작분비지필조) : 짝 잃은 새가 되었었지요.

家亡親沒

(가망친몰) : 집도 없어지고 부모님도 돌아가셨으니,

傷殢魄之無依

(상체백지무의) : 피곤한 혼백을 의지할 곳도 없는 게 한스러웠답니다.

義重命輕

(의중명경) : 절의(節義)는 중요하고 목숨은 가벼우니,

幸殘軀之免辱

(행잔구지면욕) : 쇠잔한 몸뚱이일망정 치욕을 면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지요.

誰憐寸寸之灰心

(수련촌촌지회심) : 그러나 마디마디 끊어진 제 마음을 그 누가 불쌍하게 여겨 주겠어요?

徒結斷斷之腐腸

(도결단단지부장) : 한갓 애끊는 썩은 창자에만 맺혀 있을 뿐이지요.

 

骨骸暴野

(골해폭야) : 해골은 들판에 내던져졌고

肝膽塗地

(간담도지) : 간과 쓸개는 땅바닥에 널려졌으니,

細料昔時之歡娛

(세료석시지환오) : 가만히 옛날의 즐거움을 생각해 보면

適爲當日之愁寃

(적위당일지수원) : 오늘의 슬픔을 위해 있었던 것 같군요.

 

今則鄒律已吹於幽谷

(금칙추률이취어유곡) : 이제 봄바람이 깊은 골짜기에 불어오기에,

倩女再返於陽閒

(천녀재반어양한) : 저도 이승으로 돌아왔지요.

蓬萊一紀之約綢繆

(봉래일기지약주무) : 봉래산 십이년의 약속이 얽혀 있고

聚窟三生之香芬郁

(취굴삼생지향분욱) : 삼세(三世)의 향이 향그러우니,

重契闊於此時

(중계활어차시) : 오랫동안 뵙지 못한 정을 이제 되살려서

期不負乎前盟

(기부부호전맹) : 옛날의 맹세를 저버리지 않겠어요.

如或不忘

(여혹불망) : 당신이 지금도 그 맹세를 잊지 않으셨다면,

終以爲好

(종이위호) : 저도 끝까지 잘 모시고 싶답니다.

李郞其許之乎

(이랑기허지호) : 당신도 허락하시겠지요?"

 

生喜且感曰

(생희차감왈) : 이생이 기쁘고도 고마워하며 말하였다.

固所願也

(고소원야) : "그게 애당초 내 소원이오."

相與款曲抒情

(상여관곡서정) : 그리고는 서로 정답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言及家産被寇掠有無

(언급가산피구략유무) : 재산을 얼마나 도적들에게 빼앗겼는지 이야기가 나오자,

 

女曰

(녀왈) : 여인이 말하였다.

一分不失

(일분부실) : "조금도 잃지 않고

埋於某山某谷也

(매어모산모곡야) : 어느 산 어느 골짜기에 묻어 두었답니다."

 

又問

(우문) : 이생이 또 물었다.

兩家父母骸骨安在

(양가부모해골안재) : "두 집 부모님의 해골을 어디에 모셨소?"

女曰

(여왈) : 여인이 말하였다.

暴棄某處

(폭기모처) : "어느 곳에다 그냥 버려 두었지요."

 

敍情罷

(서정파) : 정겨운 이야기를 끝낸 뒤에

同寢極歡如昔

(동침극환여석) : 잠자리를 같이 하였는데, 지극한 즐거움이 예전과 같았다.

 

明日

(명일) : 이튿날

與生俱往尋瘞處

(여생구왕심예처) : 여인이 이생과 함께 자기가 묻혀 있던 곳을 찾아갔는데,

果得金銀數錠及財物若干

(과득금은수정급재물약간) : 과연 금과 은 몇 덩어리가 있었고, 물도 약간 있었다.

又得收拾兩家父母骸骨

(우득수습양가부모해골) : 그들은 두 집 부모님의 해골을 거두고

貿金賣財

(무김매재) : 금과 재물을 팔아

各合葬於五冠山麓

(각합장어오관산록) : 각각 오관산 기슭에 합장하였다.

封樹祭獻

(봉수제헌) : 나무를 세우고 제사를 드려

皆盡其禮

(개진기례) : 예절을 모두 다 마쳤다.

 

其後

(기후) : 그 뒤에

生亦不求仕官

(생역불구사관) : 이생도 또한 벼슬을 구하지 않고

與崔氏居焉

(여최씨거언) : 최씨와 함께 살게 되었다.

幹僕之逃生者

(간복지도생자) : 목숨을 구하려고 달아났던 종들도

亦自來赴

(역자래부) : 또한 스스로 돌아왔다.

 

生自是以後

(생자시이후) : 이생은 이때부터

懶於人事

(라어인사) : 인간세상의 모든 일을 다 잊어버렸으며,

雖親戚賓客賀弔

(수친척빈객하조) : 아무리 친척이나 손님들의 길흉사가 있더라도

杜門不出

(두문불출) : 방문을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다.

常與崔氏

(상여최씨) : 언제나 최씨와 더불어

或酬或和

(혹수혹화) : 시를 지어 주고받으며

琴瑟偕和

(금슬해화) : 금실 좋게 지내었다.

 

6]이생, 최랑과 영별하다

 

荏苒數年

(임염수년) : 그럭저럭 몇 년이 지난

一夕

(일석) : 어느 날 저녁에

女謂生曰

(녀위생왈) : 여인이 이생에게 말하였다.

三遇佳期

(삼우가기) : "세 번이나 가약을 맺었지만

世事蹉跎

(세사차타) :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歡娛不厭

(환오불염) : 즐거움이 다하기도 전에

哀別遽至

(애별거지) : 슬프게 헤어져야만 하겠어요."

遂嗚咽

(수오인) : 여인이 목메어 울자

生驚問曰

(생경문왈) : 이생이 놀라면서 물었다.

何故至此

(하고지차) : "어찌 이렇게 되었소?"

 

女曰

(녀왈) : 여인이 대답하였다.

冥數不可躱也

(명수불가타야) : "저승길은 피할 수가 없답니다.

天帝以妾與生

(천제이첩여생) : 하느님께서 저와 당신의

緣分未斷

(연분미단) : 연분이 끊어지지 않았고

又無罪障

(우무죄장) : 또 전생에 아무런 죄도 지지 않았다면서,

假以幻體

(가이환체) : 이 몸을 환생시켜

與生暫割愁腸

(여생잠할수장) : 당신과 잠시라도 시름을 풀게 해주었었지요.

非久留人世

(비구류인세) : 그러나 제가 오랫동안 인간 세상에 머물면서

以惑陽人

(이혹양인) : 산 사람을 미혹시킬 수는 없답니다."

 

命婢兒進酒

(명비아진주) : 그리고는 몸종 향아를 시켜서 술을 올리게 하고는,

歌玉樓春一闋

(가옥루춘일결) : 「옥루춘곡(玉樓春曲)」에 맞추어 노래 한 가락을 지어 부르며

以侑生

(이유생) : 이생에게 술을 권하였다.

 

歌曰

(가왈) : 노래는 이러했다

 

干戈滿目交揮處

(간과만목교휘처) : 칼과 창이 어우러져 싸움이 가득한 판에

玉碎花飛鴛失侶

(옥쇄화비원실려) : 옥 부서지고 꽃 떨어지니 원앙도 짝을 잃었네.

殘骸狼籍竟誰埋

(잔해랑적경수매) : 흩어진 해골을 그 누가 묻어 주랴.

血汚遊魂無與語

(혈오유혼무여어) : 피에 젖어 떠도는 혼이 하소연할 곳도 없었네.

高唐一下巫山女

(고당일하무산녀) : 무산의 선녀가 고당에 한번 내려온 뒤에

破鏡重分心慘楚

(파경중분심참초) : 깨어진 종(鐘)이 거듭 갈라지니 마음 더욱 쓰라려라.

從玆一別兩茫茫

(종자일별양망망) : 이제 한번 작별하면 둘이 서로 아득해질 테니

天上人間音信阻

(천상인간음신조) : 하늘과 인간세상 사이에 소식마저 막히리라.

 

每歌一聲

(매가일성) : 노래를 한마디 부를 때마다

飮泣數下

(음읍수하) : 눈물이 자꾸 내려

殆不成腔

(태불성강) : 거의 곡조를 이루지 못하였다.

生亦悽惋不已曰

(생역처완불이왈) : 이생도 또한 슬픔을 걷잡지 못하며 말하였다.

寧與娘子

(영여낭자) : "내 차라리 당신과 함께

同入九泉

(동입구천) : 황천(荒天)으로 갈지언정

豈可無聊獨保殘生

(기가무료독보잔생) : 어찌 무료하게 홀로 여생을 보전하겠소?

向者

(향자) : 지난 번

傷亂之後

(상난지후) : 난리를 겪고 난 뒤에

親戚僮僕

(친척동복) : 친척과 종들이 저마다

各相亂離

(각상난리) : 서로 흩어지고

亡親骸

(망친해) : 돌아가신 부모님의 해골이

狼籍原野

(랑적원야) : 들판에 내버려져 있었는데,

儻非娘子

(당비낭자) : 당신이 아니었다면

誰能奠埋

(수능전매) : 그 누가 장사를 지내 드렸겠소?

 

古人云

(고인운) : 옛 사람 말씀에,

生事之以禮

(생사지이례) : '어버이가 살아 계실 때에는 예로써 섬기고,

死葬之以禮

(사장지이례) : 돌아가신 뒤에는 예로써 장사지내라' 하셨는데,

盡在娘子

(진재낭자) : 이런 일을 모두 당신이 감당해 주었소.

天性之純孝

(천성지순효) : 당신은 정말 천성이 효성스럽고

人情之篤厚也

(인정지독후야) : 인정이 두터운 사람이오.

感激無已

(감격무이) : 나는 당신에게 고맙기 그지없고,

自愧可勝

(자괴가승) :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겠소.

願娘子

(원낭자) : 원하기는 당신도

淹留人世

(엄류인세) : 인간 세상에 더 오래 머물다가

百年之後

(백년지후) : 백년 뒤에

同作塵土

(동작진토) : 나와 함께 티끌이 되었으면 좋겠구려."

 

女曰

(녀왈) : 여인이 말하였다.

李郞之壽

(이랑지수) : "당신의 목숨은

剩有餘紀

(잉유여기) : 아직 남아 있지만,

妾已載鬼籙

(첩이재귀록) : 저는 이미 귀신의 명부(冥府)에 실려 있답니다.

不能久視

(불능구시) : 그래서 더 오래 볼 수가 없지요.

若固眷戀人間

(약고권련인간) : 제가 굳이 인간세상을 그리워하며 미련을 가진다면

違犯條令

(위범조령) : 명부의 법도를 어기게 되니,

非唯罪我

(비유죄아) : 저에게만 죄가 미치는 게 아니라

兼亦累及於君

(겸역누급어군) : 당신에게도 또한 누가 미치게 된답니다.

但妾之遺骸

(단첩지유해) : 저의 유골이

散於某處

(산어모처) : 어느 곳에 흩어져 있으니,

倘若垂恩

(당약수은) : 만약 은혜를 베풀어주시려면

勿暴風日

(물폭풍일) : 그 유골이나 거두어 비바람을 맞지 않게 해주세요."

相視泣下數行云

(상시읍하수행운) :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눈물만 줄줄 흘렸다.

 

李郞珍重

(이랑진중) : "낭군님,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言訖漸滅

(언흘점멸) : 말이 끝나자 차츰 사라지더니

了無踪迹

(료무종적) : 마침내 자취가 없어졌다.

 

生拾骨

(생습골) : 이생은 여인의 말대로 유골을 거두어

附葬于親墓傍

(부장우친묘방) : 부모님의 무덤 곁에다 장사를 지내 주었다.

旣葬

(기장) : 장사를 지낸 뒤에는

生亦以追念之故

(생역이추념지고) : 이생도 또한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다가

得病數月而卒

(득병수월이졸) : 병을 얻어, 몇 달만에 세상을 떠났다.

聞者莫不傷歎而慕其義焉

(문자막불상탄이모기의언) :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마다 가슴 아파 탄식하며 그들의 아름다운 절개를 

 

[주]

Ode to the West Wind by Percy Bysshe Shelley (1792~1822)

서풍에 부치는 노래 (퍼시 비시 셸리)

 

…Oh, lift me as a wave, a leaf, a cloud!

 

…Like wither’d leaves to quicken a new birth!

 

And, by the incantation of this verse,

Scatter, as from an unextinguish’d hearth

Ashes and sparks, my words among mankind!

 

Be through my lips to unawaken’d earth

The trumpet of a prophecy!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서풍에 부치는 노래 (퍼시 비시 셸리)

(…)오, 나를 일으키려마, 물결처럼, 잎새처럼, 구름처럼!

(…)우주 사이에 휘날리어 새 생명을 주어라!

그리하여, 부르는 이 노래의 소리로,

영원의 풀무에서 재와 불꽃을 날리듯이,

 

나의 말을 인류 속에 넣어 흩어라!

내 입술을 빌려 이 잠자는 지구 위에

 

예언의 나팔 소리를 외쳐라, 오, 바람아,

겨울이 만일 온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오?

(부분. 함석헌 역)

 

 

路上誰家白面郞,

로상수가백면랑, 저기 가는 저 총각은 어느 집 도련님일까?

靑衿大帶映垂楊.

청금대대영수양. 푸른 옷깃 넓은 띠가 늘어진 버들 사이로 비쳐 오네.

何方可化堂中燕,

하방가화당중연,이 몸이 죽어 가서 대청 위의 제비 되면(무슨 방도로...)

低掠珠簾斜度墻.

저략주렴사도장. 주렴 위를 가볍게 스쳐 담장 위를 날아 넘으리.

生聞之, 不勝技癢,

이생은 그 여인이 읊은 시를 듣고 마음이 근질근질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然其門戶高峻, 庭闈深邃, 但怏怏而去.

연기문호고준, 정위심수, 단앙앙이거.

그러나 그 집의 담이 높고도 가파르며 안채가 깊숙한 곳에 있었으므로, 서운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還時以白紙一幅, 作詩三首, 繫瓦礫投之曰  [주] 礫력:조약돌.

환시이백지일폭, 작시삼수, 계와력투지왈

그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흰 종이 한 장에다 시 세 수를 써서 기와 쪽에 매달아 담 안으로 던져 넣었다.

 

巫山六六霧重回,

무산육육무중회, 무산 열두 봉우리 첩첩이 쌓인 안개 속에

半露尖峰紫翠堆.

반로첨봉자취퇴. 반쯤 드러난 봉우리가 붉고도 푸르구나.

惱却襄王孤枕夢,

뇌각양왕고침몽, 양왕의 외로운 꿈을 수고롭게 하지 마오. 괴로워라.

肯爲雲雨下陽臺.

긍위운우하양대. 구름 되고 비가 되어 양대에서 만나 보세.

 

[주]

宋玉의 <高堂賦>

楚懷王→襄王

雲雨之樂: 남녀가 동침하는 즐거움을 이르는 말. 雲雨之交[情] 또는 巫山之夢.

 

神女賦

 

相如欲挑卓文君,

상여욕도탁문군, 사마상여(司馬相如)가 되어 탁문군(卓文君)을 꾀어내려니

多少情懷已十分.

다소정회이십분.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은 이미 다 이루어졌네.

紅粉墻頭桃李艶,

홍분장두도리염, 붉은 담머리의 복사꽃과 오얏꽃은

隨風何處落繽紛.

수풍하처락빈분. 바람에 날려서 어디로 떨어지나?

 

[주]

사마상여:전한 때 詞賦에 능함. 蜀중 임공을 지나다 부자집에 투숙.

거문고로 卓文君을 꾀어 도망쳐 부부되어 송도로 돌아와 살다.

 

卓文君, 白頭吟

탁문군, 백두음

 

皚如山上雪 * 皚(애):눈서리흴. 霜雪之白也.

애여산상설, 희기는 산 위의 눈 같고

 

皎若雲間月교약운간월 밝기는 구름 사이 달 같구나.

 

聞君有兩意

문군유양의, 그대가 두 마음 가졌다는 소문 듣고

 

故來相決絶

고래상결절, 찾아와 서로 헤어지려 한다.

 

今日斗酒會

금일두주회, 오늘은 말 술로 만나지만

 

明旦溝水頭

명단구수두, 내일은 개천 가에 있겠지.

 

蹀躞御溝上 *蹀躞(섭접):行貌, 저벅저벅 걷는 모양. 御溝(어구):대궐 안 도랑.

접섭어구상 대궐 안 도랑 가 걷다보니

 

溝水東西流

구수동서류, 도랑물도 동쪽 서쪽으로 흘러가누나.

 

凄凄復凄凄 *凄凄(처처):눈물이 흐르는 모양.

처처부처처, 눈물이 흐르고 또 흐르누나.

 

嫁娶不須啼

가취불수제, 시집올 적에도 모름지기 울지 않았는데.

 

願得一心人

원득일심인, 내 소원은 한 사람의 사랑을 받아

 

白首不相離

백수불상리 흰머리 되도록 헤어지지 않는 것.

 

竹竿何嫋嫋 *嫋嫋(요요):長也.

죽간하뇨뇨, 낚시대는 어찌 그리 한들거리고

 

魚尾何簁簁 *簁簁(사사):動搖也

어미하사사, 물고기꼬리는 어찌 그리 파닥거리나?

 

男兒重意氣

남아중의기, 남자가 의기를 중히 여겨야지

 

何用錢刀爲  *錢刀(전도):古錢名, 形如刀.

하용전도위, 돈에 팔리다니 어디다 쓰나?

 

好因緣邪惡因緣,

호인연사악인연, 좋은 인연되려는지 나쁜 인연 되려는지

空把愁腸日抵年.

공파수장일저년, 부질없는 이 내 시름 하루가 일 년 같아라.

二十八字媒已就,

이십팔자매이취, 스물여덟 자로 황혼의 기약을 맺었으니

藍橋何日遇神仙.

남교하일우신선. 남교에서 어느 날 신선을 만나려나?

[주] 남교:신선굴 있음. 당나라 때 배항(裵航)이 雲英을 만난 곳.

 

崔氏, 命侍婢香兒, 往取見之, 卽李生詩也.

최씨 명시비향아   왕취견지  즉이생시야

최랑이 몸종 향아(香兒)를 시켜서 그 편지를 주워다 보니, 바로 이생이 지은 시였다.

 

披讀再三, 心自喜之.

피독재삼, 심자희지.

최랑이 그 시를 펼쳐서 두세 번 읽고는 마음속으로 혼자 기뻐하였다.

以片簡, 又書八字, 投之曰:

이편간, 우서팔자, 투지왈:

종이쪽지에 여덟 자를 써서 담 밖으로 던져 주었다.

“將子無疑, 昏以爲期.”

“장자무의, 혼이위기.”

님이여, 의심 마세요. 황혼에 만나기로 하세요.”

生如其言, 乘昏而往,

생여기언, 승혼이왕,

이생이 그 말대로 황혼이 되자 최랑의 집을 찾아갔다.

忽見桃花一枝, 過墻而有搖裊之影.

홀견도화일지, 과장이유요뇨지영.

갑자기 복사꽃 한 가지가 담 위로 넘어오면서 하늘거리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往視之則以鞦韆絨索, 繫竹兜下垂. 

왕시지칙이추천융색, 계죽두하수.

이생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넷줄이 대바구니를 매어서 아래로 늘어뜨려 놓았다.

生攀緣而踰.

생반연이유.

이생을 그 줄을 잡고 담을 넘었다.

 

會月上東山, 花影在地, 淸香可愛.

회월상동산, 화영재지, 청향가애.

마침 달이 동산에 떠오르고 꽃 그림자가 땅에 비껴 맑은 향내가 사랑스러웠다.

 

生意謂已入仙境, 心雖竊喜, 

생의위이입선경, 심수절희

이생은 자기가 신선 세계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여 마음은 비록 기뻤지만, 

而情密事秘, 毛髮盡竪,

이정밀사비, 모발진수,

자기의 마음이나 지금 하려는 일이 비밀스러워서 머리칼이 모두 곤두섰다.

 

回眄左右, 女已在花叢裏, 與香兒, 折花相戴, 鋪罽僻地,

회면좌우, 녀이재화총리, 여향아, 절화상대, 포계벽지,

이생이 좌우를 둘러보았더니,

최랑은 꽃떨기 속에서 향아와 같이 꽃을 꺾어 머리에 꽂고는, 외진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주]

罽계:융단,카페트. 折花相戴:데크레이션

/狂女: 꽃잎-이정현, 동막골-강혜정.

[명대사]

#1여일 (강혜정) -거기 뱀나와~! 물리면 마이아파~ / 아직도 거 있나? 언넝 나와~

#2여일 (강혜정) - 마실 사람들이 미친년이라고 하는 게 누굴 말하나?

꼬마 남 3 (안근필) - 우리 동네 미친년이 니 말고 또 있나?

 

見生微笑, 口占二句, 先唱曰:

견생미소, 구점이구, 선창왈:

최랑이 이생을 보고 방긋 웃으면서 시 두 구절을 먼저 읊었다.

 

桃李枝間花富貴, 

도리지간화부귀, 복사와 오얏 가지 속에 꽃송이 탐스럽고

鴛鴦枕上月嬋娟.

원앙침상월선연, 원앙새 베개 위엔 달빛도 고와라.

 

生續吟曰:

생속음왈:이생이 뒤를 이어 시를 읊었다.

 

他時漏洩春消息, * love story

타시루설춘소식, 다음날 어쩌다가 봄소식이 새나간다면

風雨無情亦可憐.

풍우무정역가련. 무정한 비바람에 더욱 가련해지리라.

 

女變色而言曰:

녀변색이언왈 최랑이 얼굴빛이 변하면서 말하였다.

 

 

“本欲與君, 終奉箕帚, 永結歡娛, 郞何言之若是也?

본욕여군, 종봉기추, 영결환오, 랑하언지약시거야? []

   [주] 箕帚기추;키와 비. 遽거:갑자기, 재빠르다, 황급하다.

“저는 본디 당신과 함께 부부가 되어

끝까지 남편으로 모시고 영원히 즐거움을 누리려고 하였어요.

그런데 당신은 어찌 이렇게 말씀하십니까?

 

妾雖女類, 心意泰然, 丈夫意氣, 肯作此語乎 ?

첩수녀류, 심의태연, 장부의기, 긍작차어호 ?

저는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마음이 태연한데,

장부의 의기를 가지고도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他日閨中事洩, 親庭譴責, 妾以身當之.

타일규중사설, 친정견책, 첩이신당지.

다음날 규중의 일이 누설되어 친정에서 꾸지람을 듣게 되더라도,

제가 혼자 책임을 지겠습니다.”

 

香兒可於房中, 酒果以進.” [주]재:가져오다, 의 俗字.

향아가어방중, 재주과이진.

“향아야. 방 안에서 술과 안주를 가져오너라.”

 

兒如命而往, 四座寂寥, 闃無人聲, [주] 闃격:고요하다.

아여명이왕, 사좌적요, 격무인성,

향아가 시키는 대로 가버리자, 사방이 고요하여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生問曰: “此是何處?”

생문왈: “차시하처?”

이생이 최랑에게 물었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女曰: “此是北園中小樓下也. 父母以我一女, 情鍾甚篤,

녀왈: “차시배원중소누하야. 부모이아일녀, 정종심독,

최랑이 말하였다.

“이곳은 뒷동산에 있는 작은 누각 아래이지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가 외동딸이기 때문에 여간 사랑하지 않으십니다.

 

別構此樓于芙蓉池畔, 方春時, 名花盛開, 欲使從侍兒遨遊耳.

별구차루우부용지반, 방춘시, 명화성개, 욕사종시아오유이.

그래서 연못가에다 이 누각을 따로 지어 주셨지요. 봄이 되어

이름난 꽃들이 활짝 피면 몸종 향아와 함께 즐겁게 놀라고 하신 거지요.

 

親闈之居, 閨閤深邃, 雖笑語啞咿, 亦不能卒爾相聞也.”

친위지거, 규합심수, 수소어아이, 역불능졸이상문야.”

부모님이 계신 곳은 여기서 멀기 때문에 아무리 웃으며 크게 이야기해도

쉽게 들리지는 않는답니다.”

 

女酌綠蟻一巵, 口占古風一篇曰:

녀작녹의일치, 구점고풍일편왈:

최랑이 술 한 잔을 따라 이생에게 권하면서 고풍(古風)으로 한 편을 읊었다.

 

曲欄下壓芙蓉池,

곡란하압부용지, 부용못 푸른 물을 난간에서 굽어보다

池上花叢人共語.

지상화총인공어.꽃떨기 속에서 님들이 속삭이네.

香霧霏霏春融融, 향무비비춘융융, 향그런 안개 깔린 속에 봄빛이 화창해서

製出新詞歌白紵.

제출신사가백저. 새 가사를 지어내어「백저사(白紵詞)」를 부르는구나.

月轉花陰入氍毹,

월전화음입구유, 꽃그늘에 달빛이 비껴 털방석에 스며들고

共挽長條落紅雨.공만장조락홍우. 긴 가지 함께 잡으니 붉은 꽃비가 떨어지네.

風攪淸香香襲衣,

풍교청향향습의, 바람이 향내를 끌어와 옷 속에 스며들자

賈女初踏春陽舞.

가녀초답춘양무. 첫봄을 맞은 아가씨가 햇살 속에 춤추네.

羅衫輕拂海棠枝,

나삼경불해당지, 비단 적삼 가볍게 해당화를 스쳤다가

驚起花間宿鸚鵡.경기화간숙앵무. 꽃 사이에 졸고 있던 앵무새만 깨웠네.

 

生卽和之曰:

생즉화지왈:

이생도 바로 시를 지어 화답하였다.

誤入桃源花爛熳,

오입도원화난만, 도원에 잘못 들어와 복사꽃이 만발한데

多少情懷不能語.

다소정회불능어. 많고 많은 이 내 정회(情懷)를 다 말할 수가 없네.

翠鬟雙綰金低,

비녀차[채]취환쌍관금저, 구름같이 쪽찐 머리에 금비녀 낮게 꽂고

楚楚春衫裁綠紵.

초초춘삼재록저. 산뜻한 봄 적삼을 모시 베로 지었구나.

東風初拆竝帶花,

동풍초탁병대화, 나란히 달린 꽃가지를 봄바람에 꺾다니

莫使繁枝戰風雨.

막사번지전풍우. 하 많은 꽃가지에 비바람아 부지 마소.

飄飄仙影婆婆,

소매몌표표선영파파, 선녀의 소맷자락 나부껴 그림자도 하늘거리고

叢桂陰中素娥舞.

총계음중소아무. 계수나무 그늘 속에선 항아 아씨 춤을 추고

勝事未了愁必隨,

승사미료수필수, 좋은 일 끝나기 전 시름이 따를 테니

莫製新詞敎鸚鵡.

막제신사교앵무. 함부로 새 곡조 지어 앵무새에게 가르치지 마오.

 

吟罷, 女謂生曰:

음파, 녀위생왈:

술자리가 끝나자 최랑이 이생에게 말하였다.

“今日之事, 必非小緣 

금일지사, 필비소연, 오늘의 일은 반드시 작은 인연이 아니랍니다.

 

郞須尾我, 以遂情款.”

랑수미아, 이수정관.당신은 저를 따라오셔서 정을 나누는 것이 좋겠어요.”

 

言訖, 女從北窓入, 生隨之,

언흘, 녀종북창입, 생수지,

말을 마치고 최랑이 북쪽 창문으로 들어가자 이생도 그 뒤를 따라갔다.

 

樓梯在房中. 梯而昇, 果其樓也.

루제재방중. 연제이승, 과기루야

누각에 달린 사다리가 있었는데,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더니 과연 그 다락이 나타났다.

 

文房几案, 極其濟楚. 一壁展煙江疊嶂圖, 幽篁古木圖, 皆名畵也.

문방궤안, 극기제초. 일벽전연강첩장도, 유황고목도, 개명화야.

문방구와 책상들이 아주 말끔했으며,

한쪽 벽에는「연강첩장도(烟江疊圖)」와 「유황고목도(幽篁古木圖)」가 걸려 있었는데, 모두 이름난 그림이었다.

 

題詩其上, 詩不知何人所作. 其一曰:

제시기상, 시불지하인소작. 기일왈

4폭의 시는 차례대로 춘하추동을 노래함.그 그림 위에는 시가 씌어 있었는데,

누가 지은 시인지는 알 수 없었다.첫째 그림에 쓰인 시는 이러하였다.

何人筆端有餘力,

하인필단유여력, 어떤 사람의 붓끝에 힘이 넘쳐

寫此江心千疊山.

사차강심천첩산. 이 강 속에다 겹겹이 쌓인 산을 그렸던가?

壯哉方壺三萬丈,

장재방호삼만장, 웅장해라. 삼만 길의 저 방호산(方壺山)은

半出縹緲烟雲間.반출표묘연운간. 아득한 구름 사이로 반쯤만 드러났네.

遠勢微茫幾百里,

원세미망기백리, 저 멀리 산세(山勢)는 몇 백 리까지 뻗어 있는데

近見崒嵂靑螺鬟.

근견줄률청라환. 푸른 소라처럼 쪽진 머리가 가까이 보이네.

滄波淼淼浮遠空,

창파묘묘부원공, 끝없이 푸른 물결 공중에 닿았는데

日暮遙望愁鄕關.

일모요망수향관. 저녁노을 바라보니 고향이 그리워라.

對此令人意蕭索,

대차령인의소삭, 이 그림 구경하며 사람 마음이 쓸쓸해져

疑泛湘江風雨灣.

의범상강풍우만. 소상강 비바람에 배 띄운 듯하여라.

 

其二曰:

기이왈, 둘째 그림에 쓰인 시는 이러하였다.

幽篁蕭颯如有聲,

유황소삽여유성, 쓸쓸한 대숲에선 가을 소리가 들리는 듯

古木偃蹇如有情.

고목언건여유정. 비스듬히 누운 고목은 옛정을 품은 듯해라.

狂根盤屈惹苺苔,

광근반굴야매태, 구부러진 늙은 뿌리엔 이끼가 가득 끼었고

老幹夭矯排風雷.

노간요교배풍뢰. 굵고 곧은 가지는 바람과 천둥을 이겨 왔네.

胸中自有造化窟,

흉중자유조화굴, 가슴속에 간직한 조화가 끝이 없으니

妙處豈與傍人說.

묘처기여방인설. 미묘한 이 경지를 누구에게 말할 텐가?

韋偃與可已爲鬼,

언여가이위귀, 위언(韋偃)과 여가(輿可)도 이미 귀신이 되었으니

漏洩天機知有幾.

루설천기지유기. 천기를 누설할 자가 그 몇이나 되려나.

晴窓嗒然淡相對,

청창탑연담상대, 갠 창가 그윽한 곳에서 말없이 바라보니

愛看幻墨神三昧.

애간환묵신삼매. 삼매경에 든 필법이 못내 사랑스러워라.

 

一壁貼四時景, 各四首, 亦不知爲何人所作.

일벽첩사시경, 각사수, 역불지위하인소작.

한쪽 벽에는 사철의 경치를 읊은 시를 각각 네 수씩 붙였는데, 역시 누가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其筆, 則摹松雪眞字, 體極精姸. 其一幅曰:

기필, 칙모송설진자, 체극정연. 기일폭왈:

그 글씨는 송설(松雪)의 서체를 본받아 자체가 아주 곱고도 단정하였다. 다음은 그 첫째 폭의 시이다.

 

芙蓉帳暖香如縷,

부용장난향여루, 연꽃 그린 휘장은 따뜻하고 향내는 실 같은데

窓外霏霏紅杏雨.

창외비비홍행우. 창밖에 붉은 살구꽃이 비 내리듯 하는구나.

樓頭殘夢五更鐘, 루두잔몽오경종, 다락 머리에서 새벽 종소리에 남은 꿈을 깨고 보니

百舌啼在辛夷塢.

백설제재신이오. 개나리 무성한 둑에 지빠귀가 우짖네.

 

燕子日長閨閤深,

연자일장규합심, 제비새끼 커 가는데 안방 깊숙이 들어앉아

懶來無語停金針.

나래무어정금침. 귀찮은 듯 말도 없이 금바늘을 멈추었네.

花底雙雙飛蝶蛺,

화저쌍쌍비접협, 꽃 아래로 쌍쌍이 나비들 짝 지어 날며

爭趰落花庭院陰.

쟁이락화정원음 . 그늘진 동산으로 지는 꽃을 따라가네.

 

嫩寒輕透綠羅裳,

눈한경투록라상, 꽃샘 추위가 초록 치마를 스쳐 가면

空對春風暗斷腸.

공대춘풍암단장. 무정한 봄바람에 이 내 간장 끊어지네.

脉脉此情誰料得,

맥맥차정수료득, 말없는 이 심정을 그 누가 안다더냐?

百花叢裏舞鴛鴦.

백화총리무원앙. 온갖 꽃 만발한 속에 원앙새가 춤추는구나.

 

春色深藏黃四家,

춘색심장황사가, 깊어 가는 봄빛을 뉘 집 동산에 간직했나?

深紅淺綠映窓紗.

심홍천록영창사. 붉은 꽃잎 푸른 나뭇잎 사창에 비치었네.

一庭芳草春心苦,

일정방초춘심고, 뜨락의 꽃과 풀들은 봄 시름에 겨웠는데

輕揭珠簾看落花.

경게주렴간낙화. 주렴을 가볍게 걷고 지는 꽃을 바라보네.

 

其二幅曰:다음은 그 둘째 폭의 시이다.

小麥初胎乳燕斜,

소맥초태유연사, 밀 이삭 처음 베고 제비 새끼 날아드는데

南園開遍石榴花.

남원개편석류화. 남쪽 뜰엔 석류꽃이 두루 피었구나.

綠窓工女幷刀饗,

록창공녀병도향, 푸른 창가에 앉아 길쌈하는 아가씨는

擬試紅裙剪紫霞.

의시홍군전자하. 붉은 비단을 마름질하여 새 치마를 지으려네.

 

黃梅時節雨簾纖,

황매시절우렴섬, 매실이 익는 철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

鸎囀槐陰燕入簾.

앵전괴음연입렴. 홰나무 그늘에 꾀꼬리 울고 제비는 주렴으로 날아드네.

又是一年風景老,

우시일년풍경노, 또한 해 봄 풍경이 시들어 가니

棟花零落笋生尖.

동화영락순생첨. 소태곷 떨어지고 죽순이 삐죽 솟았네.

 

手拈靑杏打鸎兒,

수념청행타앵아, 푸른 살구 손에 쥐고 꾀꼬리에게 던져 보네.

風過南軒日影遲.

풍과남헌일영지. 남쪽 난간에 바람 일고 해 그림자 더디어라.

荷葉已香池水滿,

하엽이향지수만, 연잎에 향내 가시고 못에는 물이 가득한데

碧波深處浴鸕鶿.

벽파심처욕로자. 푸른 물결 깊은 곳에서 원앙새가 목욕하네.

 

藤牀筠簟浪波紋,

등상균점랑파문, 등 평상 대자리에 무늬가 물결 지고

屛畵瀟湘一抹雲.

병화소상일말운. 소상강 그린 병풍에는 구름이 한 자락 있네.

懶慢不堪醒午夢,

라만불감성오몽, 낮 꿈을 깨고도 나른해 누웠더니

半窓斜日欲西曛.

반창사일욕서훈. 반창에 비낀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네.

 

 

其三幅曰:

기삼폭왕, 다음은 그 셋째 폭의 시이다.

 

秋風策策秋露凝,

추풍책책추로응, 가을바람이 쌀쌀해서 찬이슬이 맺히고

秋月娟娟秋水碧.

추월연연추수벽. 달빛도 고와서 물빛 더욱 푸르구나.

一聲二聲鴻雁歸,

일성이성홍안귀, 한 소리 또 한소리 기러기 울며 돌아가는데

更聽金井梧桐葉.

경청금정오동엽. 우물에 오동잎 지는 소리를 다시금 듣고파라.

 

床下百蟲鳴喞喞,

상하백충명즐즐, 상 밑에서는 온갖 벌레들이 처량하게 울고

床上佳人珠淚滴.

상상가인주루적. 상 위에서는 아가씨가 구슬 눈물을 떨어뜨리네.

良人萬里事征戰,

양인만리사정전, 만 리 밖 싸움터에 몸을 바친 님에게도

今夜玉門關月白.

금야옥문관월백. 오늘밤 옥문관(玉門關)에 달빛이 환하겠지.

 

新衣欲裁剪刀冷,

신의욕재전도냉, 새 옷을 마르려니 가위가 차가워라.

低喚丫兒呼熨斗.

저환아아호위두. 나직이 아이 불러 다리미를 가져오라네.

熨斗火銷全未省,

위두화소전미성, 다리미에 불 꺼진 걸 살피지 못하다가

細撥秦箏又搔首.

세발진쟁우소수. 머리를 긁으며 피리대로 가만히 헤치네.

 

小池荷盡芭蕉黃,

소지하진파초황, 작은 연못에 연꽃도 지고 파초 잎도 누레지자

鴛鴦瓦上粘新霜.

원앙와상점신상. 원앙 그린 기와 위에 첫서리가 내렸네.

舊愁新恨不能禁,

구수신한불능금, 묵은 시름 새 원한을 막을 길이 없는데

況聞蟋蟀鳴洞房.

황문실솔명동방. 귀뚜라미 울음까지 골방에 들리네.

 

 

其四幅曰:다음은 그 넷째 폭의 시이다.

一枝梅影向窓橫,

일지매영향창횡, 한 가지 매화 그림자가 창 앞으로 뻗었는데

風緊西廊月色明.

풍긴서랑월색명. 바람 센 서쪽 행랑에 달빛 더욱 밝아라.

爐火未銷金筋撥,

로화미소금근발, 화롯불 꺼졌는지 부저로 헤쳐 보고는

旋呼丫髻換茶鐺.

선호아계환다당. 아이를 불러다 차 솥을 바꾸라네.

 

林葉頻驚半夜霜,

임엽빈경반야상, 밤 서리에 놀란 잎이 자주 흔들리고

回風飄雪入長廊.

회풍표설입장랑. 돌개바람이 눈을 몰아 긴 마루로 들어오네.

無端一夜相思夢,

무단일야상사몽, 님 그리워 밤새도록 꿈속에 뒤척이니

都在氷河古戰場.

도재빙하고전장. 도시 빙하(氷河) 덮인 그 옛날 전쟁터 헤매네.

 

滿窓紅日似春溫,

만창홍일사춘온, 창에 가득한 붉은 해는 봄날처럼 따뜻한데

愁鎖眉峰著睡痕.

수쇄미봉저수흔. 시름에 잠긴 눈썹에 졸음까지 더하네.

膽甁小梅腮半吐,

담병소매시반토, 병에 꽂힌 작은 매화는 필 듯 말듯 하는데

含羞不語繡雙鴛.

함수불어수쌍원. 수줍어 말도 못하고 원앙새만 수놓는구나.

 

剪剪霜風掠北林,

전전상풍략북림, 쌀쌀한 서리 바람이 북쪽 숲을 스치는데

寒鳥啼月正關心.

한조제월정관심. 처량한 까마귀가 달을 보며 우는구나.

燈前爲有思人淚,

등전위유사인루, 등불 앞에 님 생각 눈물 되어 흐르니

滴在穿絲小挫針.

적재천사소좌침. 실에도 떨어지고 바늘에도 떨어지네.

 

一傍, 別有小室一區, 帳褥衾枕, 亦甚整麗.

일방, 별유소실일구, 장욕금침, 역심정려.

한쪽에 작은 방 하나가 따로 있었는데, 휘장 . 요 . 이불 .베개들이 또한 아주 깨끗하였다.

 

帳外爇麝臍, 燃蘭膏, 熒煌映徹, 恍如白晝. 

장외설사제, 연난고, 형황영철, 황여백주.

[주]열:사르다. 형황;빛나다. 昏定晨省.

휘장밖에는 사향을 태우고 난향의 촛불을 켜놓았는데,

환하게 밝아서 마치 대낮 같았다.

 

生與女, 極其情歡, 遂留數日, 生謂女曰:

생여녀, 극기정환, 수류수일, 생위녀왈:

이생은 최랑과 더불어 마음껏 즐거움을 누리면서 여러 날 머물렀다.

(어느 날) 이생이 최랑에게 말하였다.

 

 

“先聖有言, 父母在. 遊必有方, 而今我定省. 已過三日,

선성유언, 부모재. 유필유방, 이금아정성. 이과삼일,

[주]*昏定晨省(혼정신성).

“옛 성인의 말씀에,'어버이가 계시면 나가 놀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곳에 있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제 내가 부모님을 떠난 지가 사흘이나 되었소.

 

親必倚閭而望, 非人子之道也.”

친필의려이망, 비인자지도야.”

부모님께서 반드시 대문에 기대어 기다리실 테니, 이 어찌 아들의 도리라고 하겠소?”

 

女惻然而頷之, 踰垣而遣之.

녀측연이함지, 유원이견지.

최랑은 서운하게 여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을 넘어 보내 주었다.

 

生自是以後, 無已不往.

생자시이후, 무이불왕.

이생을 이 뒤부터 저녁마다 최랑을 찾아가지 않는 날이 없었다.

 

一夕, 李生之父, 問曰:

일석, 리생지부, 문왈:

어느 날 저녁에 이생의 아버지가 이생을 꾸짖으며 물었다.

 

“汝朝出而暮還者, 將以學先聖仁義之格言,  

여조출이모환자, 장이학선성인의지격언,

“네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것은

옛 성인의 어질고 의로운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昏出而曉還, 當爲何事?

혼출이효환, 당위하사?

그런데 요즘은 저녁에 나갔다가 새벽에 돌아오니, 이게 어찌 된 일이냐?

 

必作輕薄子, 踰垣牆, 折樹壇耳.

필작경박자, 유원장, 절수단이.

반드시 경박한 놈들의 행실을 배워 남의 집 담을 넘어서 아가씨나 엿보고 다닐게다.

 

事如彰露, 人皆譴我敎子之不嚴,

사여창로, 인개견아교자지불엄,

이런 일이 만일 탄로되면 남들은 모두 내가 자식을 엄하게 가르치지 못했다고 책망할 것이다.

 

而如其女, 定是高門右族, 則必以爾之狂狡, 穢彼門戶,

이여기녀, 정시고문우족, 칙필이이지광교, 예피문호,

또 그 처녀도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이라면

반드시 네 미친 짓 떄문에 그 집안을 더럽히게 될 것이다.

 

人家, 其事不小, [주] 려:어그러지다

획려인가, 기사불소,

남의 집에 죄를 지었으니, 이 일이 작지 않다.

 

速去嶺南, 率奴隷監農, 勿得復還.”

속거령남, 솔노례감농, 물득복환.”

너는 빨리 영남으로 내려가서 종들을 데리고 농사나 감독하거라.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

 

卽於翌日, 謫送蔚州.

즉어익일, 적송울주.

그 이튿날 그를 울주(울산)로 내려보냈다.

 

女每夕, 於花園待之, 數月不還.

녀매석, 어화원대지, 수월불환.

최랑은 저녁마다 화원에서 이생을 기다렸지만,

여러 달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女意其得病, 命香兒, 密問於李生之鄰,

녀의기득병, 명향아, 밀문어리생지린,

최랑은 이생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향아를 시켜 이생의 이웃들에게 물래 물어 보게 하였다.

 

鄰人曰: “李郞, 得罪於家君, 去嶺南, 已數月矣.”

린인왈: “리랑, 득죄어가군, 거령남, 이수월의.”

이웃들이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도령은 그 아버지에게 죄를 지어

영남으로 떠난 지가 벌써 여러 달이나 되었다오.”

 

女聞之, 臥疾在床, 輾轉不起, 水醬不入於口,

녀문지, 와질재상, 전전불기, 수장불입어구,  *輾轉反側(전전반측)

최랑은 이 소식을 듣고 병을 얻어 침상에 누웠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일어나지 못하고, 음식도 먹지 못하였다.

 

言語支離, 肌膚憔悴,

언어지리, 기부초췌,

말도 앞뒤가 맞지 않았으며, 얼굴이 초췌해졌다.

 

父母怪之, 問其病狀, 喑喑不言.

부모괴지, 문기병상, 암암불언.

최랑의 부모가 이상하게 여겨 그 병의 증상을 물었지만,

묵묵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搜其箱篋, 得李生前日唱和詩,

수기상협, 득리생전일창화시,

딸의 상자 속을 들추어보았더니,

이생과 지난날에 주고받은 시들이 있었다.

 

擊節驚訝曰: “幾乎失我女子矣.”

격절경아왈: “기호실아녀자의.”

최랑의 부모들이 그제야 놀라서 무릎을 치며 말하였다.

“어이구. 우리 딸자식을 잃어버릴 뻔했구려.”

 

問曰: “李生誰耶?”

문왈: “리생수야?”

그리고는 딸에게 물었다.

“이생이 누구냐?”

 

至是, 女不能復隱, 細語在咽中, 告父母曰:

지시, 녀불능복은, 세어재열중, 고부모왈:

이렇게 되자 최랑도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목구멍에서 겨우 나오는 소리로 부모에게 아뢰었다.

 

“父親母親, 鞠育恩深, 不能相匿.

부친모친, 국육은심, 불능상닉.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길러 주신 은혜가 깊으니,

어찌 사실을 숨기겠습니까?

 

竊念男女相感, 人情至重.

절념남녀상감, 인정지중.

저 혼자 생각해보니 남녀가 서로 사랑을 느끼는 것은

인정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합니다.

 

是以, 摽梅迨吉, 咏於周南, 咸腓之凶, 刑於羲易.

시이, 표매태길, 영어주남, 함비지흉, 형어희역.

그러므로 '결혼할 좋은 시기를 놓치지 마라'는 말은“시경(詩經)의 주남(周南)편에도 나타나고,

'여자가 정조를 지키지 못하면 흉하다'는 말은주역(周易)에서도 경계하였습니다.

 

[주]

摽梅迨吉(표매태길):표매는 떨어지는 매화, 곧처녀가 결혼할 좋은 시기를 놓침을 빗대어 한 말. 태:미치다.

咸腓之凶(함비지흉):여자가 정조를 지키지 못하면 흉하다는 말. 주역 咸卦에 “六二 咸其腓凶”이라 함. 비:장딴지

 

[31]

 

第三十一卦 咸(함) 澤山咸(택산함) 兌上艮下

 

31 Hsien Influence (Wooing)

咸.亨.利貞.取女吉.

 

初六.咸其拇.象曰.咸其拇.志在外也.

Six at the beginning means:

The influence shows itself in the big toe.

 

六二.咸其腓.凶.居吉.象曰.雖凶居吉.順不害也.

Six in second place means:

The influence shows itself in the calves of the legs. Misfortune. Tarrying brings good fortune.

 

九三.咸其股.執其隨.往吝.象曰.咸其股.亦不處也.志在隨人.所執下也.

Nine in third place means:

The influence shows itself in the thighs. Holds to that which follows it. To continue is humiliating.

 

自將蒲柳之質, 不念桑落之詩, 行露沾衣, 竊被傍人之嗤.

자장포류지질, 불념상락지시, 행로첨의, 절피방인지치.

저는 버들처럼 가냘픈 몸으로 얼굴빛이 시드는 것은 생각지 않고서

절개를 지키지 못하여, 옆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받게 되었습니다.

行露沾衣 시경소남 행로장,여자가 정조를 더럽힘.

 

絲蘿托木, 已作渭兒之行. 罪已貫盈, 累及門戶.

사라탁목, 이작위아지행. 죄이관영, 루급문호.

새삼 덩굴이 다른 나무에 의지해서 살듯이

저는 벌써 위당(渭塘)의 처녀 노릇을 가게 되었으니,

죄가 이미 가득 차 집안에까지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然而彼狡童兮, 一偸賈香, 千生喬怨,

연이피교동혜, 일투가향, 천생교원,

그러나 저 아름다운 도련님과 한 번 정을 통한 뒤부터는

도련님께 대한 원망이 천만 번 생기게 되었습니다.

 

以眇眇之弱軀, 忍悄悄之獨處 , 情念日深, 沈痾日篤, 濱於死地,

이묘묘지약구, 인초초지독처 , 정념일심, 침아일독, 빈어사지,

연약한 몸으로 괴로움을 참으며 홀로 살아가려니,

그리운 정은 나날이 깊어 가고 아픈 상처를

나날이 더해 가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將化窮鬼.

장화궁귀.

이제는 원한 맺힌 귀신으로 화(化)해 버릴 것 같습니다.

 

父母如從我願, 終保餘生, 倘違情款, 斃而有已.

부모여종아원, 종보여생, 당위정관, 폐이유이.

부모님께서 제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남은 목숨을 보존하게 되고,

이 간절한 청을 거절하신다면 죽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當與李生, 重遊黃壞之下, 誓不登他門也.”

당여리생, 중유황괴지하, 서불등타문야.”

이생과 저승에서 다시 만나 노닐지언정,

맹세코 다른 가문에는 오르지 않겠습니다.

 

於是, 父母已知其志, 不復問病, 且警且誘, 以寬其心,

어시, 부모이지기지, 불복문병, 차경차유, 이관기심,

그러자 부모도 이미 그의 뜻을 알았으므로 다시는 병의 증세를 묻지 않았다.

타이르고 달래면서 그의 마음을 누그러뜨려 주었다.

 

復修媒妁之禮, 問于李家.

부수매작지례, 문우리가.

그리고는 중매쟁이의 예를 갖추어 이생의 집으로 보냈다.

 

李氏問崔家門戶優劣曰:

리씨문최가문호우렬왈:

이생의 아버지가 최씨 집안이 얼마나 번성한지 물은 뒤에 말하였다.

 

 

“吾家豚犬, 雖年少風狂, 學問精通, 身彩似人,  

오가돈견, 수년소풍광, 학문정통, 신채사인,

“우리 집 아이가 비록 어린 나이에 바람이 났지만,

학문에 정통하고 사람답게 생겼소.

 

所冀捷龍頭於異日, 占鳳鳴於他年, 不願速求婚媾也.”

소기첩룡두어리일, 점봉명어타년, 불원속구혼구야.”

앞으로 장원급제할 것이며 훗날 이름을 세상에 떨칠 것이니,

서둘러 혼처를 정하고 싶지 않소.”

 

媒者, 以言返告, 崔氏復遣曰:

매자, 이언반고, 최씨복견왈:

중매쟁이가 돌아가서 그대로 아뢰자,

최씨가 다시 중매인을 보내어 말하게 하였다.

 

“一時朋伴, 皆稱令嗣才華邁人,

일시붕반, 개칭령사재화매인,

“한 시대의 친구들이 모두들 '그 댁의 영식(令息)은

재주가 남달리 뛰어나다'고 칭찬하였습니다.

 

今雖蟠屈, 豈是池中之物.

금수반굴, 기시지중지물.

아직은 똬리를 틀고 있지만, 어찌 끝까지 연못 속에 잠겨만 있겠습니까?

 

 

宜速定嘉會之晨, 以合二姓之好.”

의속정가회지신, 이합이성지호.”

빨리 혼삿날을 정해 두 집안의 즐거움을 이루는 것이 좋겠습니다.”

 

媒者, 又以其言, 返告李生之父.

매자, 우이기언, 반고리생지부.

중매쟁이가 돌아가서 또 그 말을 이생의 아버지에게 전하였다.

 

父曰: “吾亦自少, 把冊窮經, 年老無成.

부왈: “오역자소, 파책궁경, 년로무성.

이생의 아버지가 말하였다.

“나도 젊었을 때부터 책을 잡고 학문을 닦았지만,

나이 늙도록 성공하지 못하였소.

 

奴僕逋逃, 親戚寡助, 生涯疎闊,家計伶俜,

노복포도, 친척과조, 생애소활,가계령빙,

종들도 흩어지고 친척의 도움도 적어,

생업이 신통치 않고 살림도 궁색해졌소.

 

而況巨家大族, 豈以一人寒儒, 留意爲贅郞乎.

이황거가대족, 기이일인한유, 류의위췌랑호.

그러니 문벌 좋고 번성한 집안에서

어찌 한갓 빈한한 선비를 사위로 삼으려 하시겠소?

 

是必好事者, 過譽吾家, 以誣高門也.”

시필호사자, 과예오가, 이무고문야.”

이는 반드시 일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이

우리 집안을 지나치게 칭찬해서 귀댁을 속이려는 것일 거요.”

 

媒, 又告崔家,

, 우고최가,

중매쟁이가 돌아와서 또 최씨 집안에 전하자.

 

崔家曰: “納采之禮, 漿束之事, 吾盡辨矣.

최가왈: “납채지례, 장속지사, 오진변의.

최씨 집안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예물 드리는 모든 절차와 옷차림은 모두 저희 집에서 갖추겠습니다.

 

宜差穀旦,以定花燭之期.”

의차곡단,이정화촉지기.”

좋은 날을 가려서 화촉의 시기만 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媒者, 又返告之. 李家至是, 稍回其意, 卽遣人, 召生問之.

매자, 우반고지. 리가지시, 초회기의, 즉견인, 소생문지.

중매쟁이가 또 돌아가서 이 말을 전하였다.

이씨 집안에서도 이렇게까지 되자 뜻을 돌려,

곧 사람을 보내어 이생을 불러다 그의 생각을 물었다.

 

生喜不自勝, 乃作詩曰:

생희불자승, 내작시왈:

이생을 스스로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곧 시 한 수를 지었다.

破鏡重圓會有時,

파경중원회유시, 깨어진 거울이 다시 둥글게 되니 만남도 때가 있어

天津烏鵲助佳期.

천진오작조가기.은하의 까마귀와 까치들이 아름다움 기약을 도와주었네.

從今月老纏繩去,

종금월노전승거, 이제야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붉은 실을 잡아매었으니

莫向東風怨子規.

막향동풍원자규. 봄바람이 건듯 불더라도 소쩍새를 원망 마오.

 

女聞之, 病亦稍愈, 又作詩曰:

녀문지, 병역초유, 우작시왈:

최랑이 이 시를 듣고는 병도 차츰 나아져, 자기도 시를 지었다.

 

惡因緣是好因緣,

악인연시호인연, 나쁜 인연이 바로 좋은 인연이던가?

盟語終須到底圓.

맹어종수도저원. 그 옛날 맹세가 마침내 이루어졌네.

共輓鹿車何日是,

공만녹차하일시, 어느 때나 님과 함께 작은 수레를 끌고 갈까?

倩人扶起理花鈿.

천인부기리화전. 아이야, 나를 일으켜 다오. 꽃 비녀를 손질하련다.

 

於是, 擇吉日, 遂定婚禮, 而續其絃焉. 

어시 택길일 수정혼례 이속기현언.

이에 좋은 날을 가려 마침내 혼례를 이루니, 끊어졌던 사랑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自同牢之後, 夫婦愛而敬之, 相待如賓, 

자동뢰지후, 부부애이경지, 상대여빈,

그들은 부부가 된 이후에 서로 사랑하면서도 공경하여 마치 손님처럼 대하니,

雖鴻光鮑桓, 不足言其節義也.

수홍광포환, 불족언기절의야.

비록 양홍 . 맹광이나 포선(鮑宣)․환소군(桓少君)이라도 그들의 절개와 의리를 따를 수가 없었다.

 

*양홍 맹광: 후한 때 부자집 딸인 맹광은 가난한 선비 양홍과 모범 가정을 이룸.

擧案齊眉(거안제미)

鮑宣(포선)․桓少君(환소군); 전한 시대 부부.

 

生翌年, 捷高科, 登顯仕, 聲價聞于朝著. 

생익년  첩등과 등현사  성가문우조저

이생은 이듬해 문과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르자그의 명성이 조정에 알려졌다.

辛丑年, 紅賊據京城, 王移福州.

신축년, 홍적거경성, 왕이복주.

신축년(1361)에 홍건적이 서울을 점거하자 임금은 복주(福州)로 피난 갔다.

*신축년 고려 공민왕 10(1361) 홍건적이 압록강 건너 침범함.

 

賊焚蕩室廬, 臠炙人畜.

적분탕실려, 련자인축.

 적들은 집을 불태워 없애버렸으며, 사람을 죽이고 가축을 잡아먹었다.

夫婦親戚,不能相保, 東奔西竄, 各自逃生. 

부부친척,불능상보, 동분서찬, 각자도생.

부부와 친척끼리도 서로 보호하지 못했고 동서로 달아나 숨어서 제각기 살길을 찾았다.

生挈家, 隱匿窮崖. 有一賊, 拔劍而逐. 

생설가, 은특궁애. 유일적, 발검이축.

이생은 가족들을 데리고 외진 산골로 숨었는데, 한 도적이 칼을 빼어들고 뒤를 쫓아왔다.

生奔走得脫, 女爲賊所虜, 

생분주득탈, 녀위적소로,

이생은 달아나 목숨을 건졌지만, 최랑은 도적에게 사로잡혔다.

欲逼之, 女大罵曰: 

욕핍지, 녀대매왈:

도적이 최랑의 정조를 빼앗으려 하자, 최랑이 크게 꾸짖었다.

 

“虎鬼殺啗我, 寧死葬於豺狼之腹中, 安能作狗彘之匹乎?”

호귀살담아, 녕사장어시랑지복중, 안능작구체지필호?”

“창귀(倀鬼) 같은 놈아. 나를 죽여 먹어라.

내 차라리 죽어서 시랑(豺狼)의 밥이 될지언정 어찌 개돼지 같은 놈의 짝이 되겠느냐?”

 

賊怒, 殺而剮之.

적로, 살이과지.

도적이 노하여 최랑을 죽이고 살을 도려내었다.

 

 

生竄于荒野, 僅保餘軀. 聞賊已滅, 遂尋父母舊居, 

생찬우황야, 근보여구. 문적이멸, 수심부모구거,

이생은 거친 들판에 숨어서 겨우 목숨을 보전하다가, 도적이 이미 다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사시던 옛집을 찾아갔다.

其家已爲兵火所焚. 

기가이위병화소분.

그러나 그 집은 이미 싸움 통에 불타 없어졌다.

又至女家, 廊廡荒凉, 鼠喞鳥喧. 

우지녀가, 랑무황량, 서즐조훤.

또 최랑의 집에도 가보았더니 행랑채는 황량했으며, 쥐와 새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悲不自勝, 登于小樓, 收淚長噓. 

비불자승, 등우소루, 수루장허.

이생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작은 누각으로 올라가서 눈물을 거두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奄至日暮, 塊然獨坐, 佇思前遊, 宛如一夢. 

엄지일모, 괴연독좌, 저사전유, 완여일몽.

날이 저물도록 우두커니 홀로 앉아 지나간 일들을 생각해 보니 완연히 한바탕 꿈만 같았다.

 

將及二更, 月色微吐, 光照屋梁. 漸聞廊下, 有跫然之音, 

장급이경, 월색미토, 광조옥량. 점문랑하, 유공연지음,

二更(이경)쯤 되자 희미한 달빛이 들보를 비춰 주는데 낭하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自遠而近, 至則崔氏也. 

자원이근, 지칙최씨야.

그 소리는 멀리서부터 차츰 가까이 다가왔다.이르고 보니 바로 최랑이었다.

生雖知已死, 愛之甚篤, 不復疑訝. 遽問曰:

생수지이사, 애지심독, 불복의아. 거문왈:

이생은 그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도 사랑하는 마음에 의심하지도 않고 물어 보았다.

“避於何處, 全其軀命?”

피어하처, 전기구명?”

 “당신은 어디로 피난 가서 목숨을 보전하였소?”

女執生手, 慟哭一聲. 乃敍情曰: 

녀집생수, 통곡일성. 내서정왈:

여인이 이생의 손을 잡고 한바탕 통곡하더니, 이내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妾本良族,幼承庭訓, 工刺繡裁縫之事, 學詩書仁義之方,

첩본량족,유승정훈, 공자수재봉지사, 학시서인의지방,

“저는 본디 양가의 딸로서 어릴 때부터 가정의 교훈을 받아

수놓기와 바느질에 힘썼고, 시서(詩書)와 예법을 배웠어요.

但識閨門之治, 豈解境外之修.

단식규문지치, 기해경외지수.

그래서 규방의 법도만 알뿐이지, 그 밖의 일이야 어찌 알겠어요?

 

然而一窺紅杏之墻, 自獻碧海之珠.

연이일규홍행지장, 자헌벽해지주.

마침 당신이 붉은 살구꽃이 핀 담 안을 엿보았으므로,

제가 푸른 바다의 구슬을 바친 거지요.

 

花前一笑, 恩結平生, 帳裏重遘, 情愈百年.

화전일소, 은결평생, 장리중구, 정유백년.

꽃 앞에서 한번 웃고 평생의 가약을 맺었고,

휘장 속에서 다시 만날 때에는 정이 백년을 넘쳤었지요.

 

言至於此, 悲慙曷勝.

언지어차, 비참갈승.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슬프고도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군요.

 

將謂偕老而歸居, 豈意橫折而顚溝,

장위해로이귀거, 기의횡절이전구,

장차 백년을 함께 하자고 하였는데, 뜻밖에 횡액을 만나

구렁에 넘어질 줄이야 어찌 알았겠어요?

 

 

終不委身於豺虎, 自取磔肉於泥沙,

종불위신어시호, 자취책육어니사,

늑대 같은 놈들에게 끝까지 정조를 잃지 않았지만,

제 몸은 진흙탕에서 찢겨졌답니다.

 

 

固天性之自然, 匪人情之可忍.

고천성지자연, 비인정지가인.

천성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지,

인정으로야 어찌 그럴 수 있었겠어요?

 

却恨一別於窮崖, 竟作分飛之匹鳥.

각한일별어궁애, 경작분비지필조.

저는 당신과 외딴 산골에서 헤어진 뒤에 짝 잃은 새가 되었었지요.

 

家亡親沒, 傷殢魄之無依,

가망친몰, 상체백지무의,

집도 없어지고 부모님도 돌아가셨으니,

피곤한 혼백을 의지할 곳도 없는 게 한스러웠답니다.

 

 

義重命輕, 幸殘軀之免辱.

의중명경, 행잔구지면욕.

절의(節義)는 중요하고 목숨은 가벼우니,

쇠잔한 몸뚱이일망정 치욕을 면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지요.

 

 

誰憐寸寸之灰心, 徒結斷斷之腐腸,

수련촌촌지회심, 도결단단지부장,

그러나 마디마디 끊어진 제 마음을 그 누가 불쌍하게 여겨 주겠어요?

한갓 애끊는 썩은 창자에만 맺혀 있을 뿐이지요.

 

 

骨骸暴野, 肝膽塗地. 細料昔時之歡娛, 適爲當日之愁寃.

골해폭야, 간담도지. 세료석시지환오, 적위당일지수원.

해골은 들판에 내던져졌고 간과 쓸개는 땅바닥에 널려졌으니,

가만히 옛날의 즐거움을 생각해 보면 오늘의 슬픔을 위해 있었던 것 같군요.

 

今則鄒律已吹於幽谷, 倩女再返於陽閒.

금칙추률이취어유곡, 천녀재반어양한.

이제 봄바람이 깊은 골짜기에 불어오기에,

저도 이승으로 돌아왔지요.

 

 

蓬萊一紀之約綢繆, 聚窟三生之香芬郁, 重契闊於此時, 期不負乎前盟,

봉래일기지약주무, 취굴삼생지향분욱, 중계활어차시, 기불부호전맹,

봉래산 십이 년의 약속이 얽혀 있고 삼세(三世)의 향이 향그러우니,

오랫동안 뵙지 못한 정을 이제 되살려서 옛날의 맹세를 저버리지 않겠어요.

 

 

如或不忘, 終以爲好, 李郞其許之乎?”

여혹불망, 종이위호, 리랑기허지호?”

당신이 지금도 그 맹세를 잊지 않으셨다면, 저도 끝까지 잘 모시고 싶답니다.

당신도 허락하시겠지요?”

 

生喜且感曰: “固所願也.”

생희차감왈: “고소원야.”

이생이 기쁘고도 고마워하며 말하였다.

“그게 애당초 내 소원이오.”

 

 

相與款曲抒情. 言及家産被寇掠有無,

상여관곡서정. 언급가산피구략유무,

그리고는 서로 정답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재산을 얼마나 도적들에게 빼앗겼는지 이야기가 나왔다.

 

 

女曰: “一分不失, 埋於某山某谷也.”

녀왈: “일분불실, 매어모산모곡야.”

여인이 말하였다.

“조금도 잃지 않고 어느 산 어느 골짜기에 묻어 두었답니다.”

 

 

又問: “兩家父母骸骨安在?”

우문: “량가부모해골안재?”

이생이 또 물었다.

“두 집 부모님의 해골을 어디에 모셨소?”

 

女曰: “暴棄某處.”

녀왈: “폭기모처.”

여인이 말하였다.

“어느 곳에다 그냥 버려두었지요.”

 

 

敍情罷, 同寢極歡如昔.

서정파, 동침극환여석.

정겨운 이야기를 끝낸 뒤에 잠자리를 같이 하였는데,

지극한 즐거움이 예전과 같았다.

 

 

明日, 與生俱往尋瘞處, 果得金銀數錠及財物若干.

명일, 여생구왕심예처, 과득금은수정급재물약간.

이튿날 여인이 이생과 함께 자기가 묻혀 있던 곳을 찾아갔는데, 과연 금과 은 몇 덩어리가 있었고, 재물도 약간 있었다.

 

 

又得收拾兩家父母骸骨. 貿金賣財, 各合葬於五冠山麓,

우득수습량가부모해골. 무금매재, 각합장어오관산록,

그들은 두 집 부모님의 해골을 거두고 금과 재물을 팔아 각각 오관산 기슭에 합장하였다.

 

 

封樹祭獻, 皆盡其禮. 

봉수제헌, 개진기례.

나무를 세우고 제사를 드려 예절을 모두 다 마쳤다.

其後, 生亦不求仕官,與崔氏居焉. 

기후, 생역불구사관,여최씨거언.

그 뒤에 이생도 또한 벼슬을 구하지 않고 최씨와 함께 살게 되었다.

幹僕之逃生者, 亦自來赴. 

간복지도생자, 역자래부.

목숨을 구하려고 달아났던 종들도 또한 스스로 돌아왔다.

 

生自是以後, 懶於人事, 雖親戚賓客賀弔, 杜門不出, 

생자시이후, 라어인사, 수친척빈객하조, 두문불출,

이생은 이때부터 인간세상의 모든 일을 다 잊어버렸으며, 

아무리 친척이나 손님들의 길흉사가 있더라도 방문을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다.

 

常與崔氏, 或酬或和, 琴瑟偕和, 荏苒數年.

상여최씨, 혹수혹화, 금슬해화, 임염수년.

언제나 최씨와 더불어 시를 지어 주고받으며 금실 좋게 지내었다.그럭저럭 몇 년이 지났다.

 

 

一夕, 女謂生曰: “三遇佳期, 世事蹉跎, 歡娛不厭, 哀別遽至.”

일석, 녀위생왈: “삼우가기, 세사차타, 환오불염, 애별거지.”

어느 날 저녁에 여인이 이생에게 말하였다.

“세 번이나 가약을 맺었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즐거움이 다하기도 전에 슬프게 헤어져야만 하겠어요.”

 

遂嗚咽, 生驚問曰: “何故至此?”

수오열, 생경문왈: “하고지차?”

여인이 목메어 울자 이생이 놀라면서 물었다.

“어찌 이렇게 되었소?”

 

女曰: “冥數不可躱也,

녀왈: “명수불가타야,

여인이 대답하였다.

“저승길은 피할 수가 없답니다.

 

天帝以妾與生, 緣分未斷, 又無罪障, 假以幻體, 與生暫割愁腸,

천제이첩여생, 연분미단, 우무죄장, 가이환체, 여생잠할수장,

하느님께서 저와 당신의 연분이 끊어지지 않았고

또 전생에 아무런 죄도 지지 않았다면서,

이 몸을 환생시켜 당신과 잠시라도 시름을 풀게 해주었었지요.

 

非久留人世, 以惑陽人.”

비구류인세, 이혹양인.”

그러나 제가 오랫동안 인간 세상에 머물면서

산 사람을 미혹시킬 수는 없답니다.”

 

 

命婢兒進酒, 歌玉樓春一闋, 以侑生, 歌曰:

명비아진주, 가옥루춘일결, 이유생, 가왈:

그리고는 몸종 향아를 시켜서 술을 올리게 하고는,

「옥루춘곡(玉樓春曲)」에 맞추어 노래 한 가락을 지어 부르며

이생에게 술을 권하였다.

 

干戈滿目交揮處,

간과만목교휘처, 칼과 창이 어우러져 싸움이 가득한 판에

玉碎花飛鴛失侶.

옥쇄화비원실려. 옥 부서지고 꽃 떨어지니 원앙도 짝을 잃었네.

殘骸狼籍竟誰埋,

잔해랑적경수매, 흩어진 해골을 그 누가 묻어 주랴?

血汚遊魂無與語.

혈오유혼무여어. 피에 젖어 떠도는 혼이 하소연할 곳도 없었네.

高唐一下巫山女,

고당일하무산녀, 무산의 선녀가 고당에 한번 내려온 뒤에

破鏡重分心慘楚.

파경중분심참초. 깨어진 종(鐘)이 거듭 갈라지니 마음 더욱 쓰라려라.

從玆一別兩茫茫,

종자일별양망망, 이제 한번 작별하면 둘이 서로 아득해질 테니天上人

間音信阻.

천상인간음신조. 하늘과 인간세상 사이에 소식마저 막히리라.

 

每歌一聲, 飮泣數下, 殆不成腔.

매가일성, 음읍수하, 태불성강.

노래를 한마디 부를 때마다 눈물이 자꾸 내려 거의 곡조를 이루지 못하였다.

 

 

生亦悽惋不已曰: “寧與娘子, 同入九泉, 豈可無聊獨保殘生.

생역처완불이왈: “녕여낭자, 동입구천, 기가무료독보잔생.

이생도 또한 슬픔을 걷잡지 못하며 말하였다.

“내 차라리 당신과 함께 황천(荒天)으로 갈지언정

어찌 무료하게 홀로 여생을 보전하겠소?

 

向者, 傷亂之後, 親戚僮僕, 各相亂離, 亡親骸 狼籍原野,

향자, 상란지후, 친척동복, 각상란리, 망친해 랑적원야,

지난 번 난리를 겪고 난 뒤에 친척과 종들이 저마다 서로 흩어지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해골이 들판에 내버려져 있었는데,

 

 

儻非娘子, 誰能奠埋.

당비낭자, 수능전매.

당신이 아니었다면 그 누가 장사를 지내 드렸겠소?

 

 

古人云: 生事之以禮, 死葬之以禮. 盡在娘子,

고인운: 생사지이례, 사장지이례. 진재낭자,

옛 사람 말씀에, '어버이가 살아 계실 때에는 예로써 섬기고,

돌아가신 뒤에는 예로써 장사지내라' 하셨는데,

이런 일을 모두 당신이 감당해 주었소.

 

 

天性之純孝, 人情之篤厚也. 感激無已, 自愧可勝.

천성지순효, 인정지독후야. 감격무이, 자괴가승.

당신은 정말 천성이 효성스럽고 인정이 두터운 사람이오.

나는 당신에게 고맙기 그지없고,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겠소.

 

 

願娘子, 淹留人世, 百年之後, 同作塵土.”

원낭자, 엄류인세, 백년지후, 동작진토.”

당신도 인간 세상에 더 오래 머물다가

백년 뒤에 나와 함께 티끌이 되었으면 좋겠구려.”

 

 

女曰: “李郞之壽, 剩有餘紀, 妾已載鬼籙, 不能久視.

녀왈: “리랑지수, 잉유여기, 첩이재귀록, 불능구시.

여인이 말하였다.

“당신의 목숨은 아직 남아 있지만,

저는 이미 귀신의 명부(冥府)에 실려 있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볼 수가 없지요.

 

 

若固眷戀人間, 違犯條令, 非唯罪我, 兼亦累及於君.

약고권련인간, 위범조령, 비유죄아, 겸역루급어군.

제가 굳이 인간세상을 그리워하며 미련을 가진다면 명부의 법도를 어기게 되니,

저에게만 죄가 미치는 게 아니라 당신에게도 또한 누가 미치게 된답니다.

 

 

但妾之遺骸, 散於某處, 倘若垂恩, 勿暴風日.”

단첩지유해, 산어모처, 당약수은, 물폭풍일.”

저의 유골이 어느 곳에 흩어져 있으니,

만약 은혜를 베풀어주시려면 그 유골이 비바람을 맞지 않게 해주세요.”

 

 

相視泣下數行云: “李郞珍重.”

상시읍하수행운: “리랑진중.”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눈물만 줄줄 흘렸다.

“낭군님,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言訖漸滅,了無踪迹.

언흘점멸,료무종적.

말이 끝나자 차츰 사라지더니 마침내 자취가 없어졌다.

 

生拾骨

(생습골) : 이생은 여인의 말대로 유골을 거두어

附葬于親墓傍

(부장우친묘방) : 부모님의 무덤 곁에다 장사를 지내 주었다.

旣葬

(기장) : 장사를 지낸 뒤에는

生亦以追念之故

(생역이추념지고) : 이생도 또한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다가

得病數月而卒

(득병수월이졸) : 병을 얻어, 몇 달만에 세상을 떠났다.

聞者莫不傷歎而慕其義焉

(문자막불상탄이모기의언) :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마다 가슴 아파 탄식하며 그들의 아름다운 절개를 사모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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