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죽음과 맞딱뜨리다


又於異時。太子復敕御者嚴駕出遊。

또 그 뒤 어느 날 태자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타고 유람하러 나갔다가

於其中路逢一死人。

가는 도중에 한 죽은 사람을 보았다.

雜色繒幡前後導引。

울긋불긋한 비단 깃발이 앞뒤에서 인도하고

宗族親里悲號哭泣。送之出城。

일가 친척들은 슬피 울부짖으며 상여를 따라 성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太子復問。

태자가 마부에게 다시 물었다.

此爲何人。答曰。此是死人。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問曰。何如爲死。

태자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죽음이라 하는가?'

答曰。死者。盡也。風先火次。諸根壞敗。

'죽음이란 다한 것입니다. 숨길이 끊기고 열이 식어 모든 감각 기관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存亡異趣。室家離別。故謂之死。

죽고 사는 것이 길을 달리하여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죽음이라 하는 것입니다.'


太子又問御者。

태자는 또 물었다.

吾亦當爾。不免此患耶。

'그럼 나도 반드시 저렇게 될 것이며 저런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答曰。然。生必有死。無有貴賤。

'그렇습니다. 태어난 자에겐 반드시 죽음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於是。太子悵然不悅。卽告御者 迴車還宮。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서글퍼져 곧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갔다.

靜黙思惟。念此死苦。吾亦當然。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죽음의 고통은 나에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佛時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06c19  始見有人死  知其復更生

006c20  靜黙自思惟  吾未免此患


처음으로 사람의 죽음을 보았을 때

그 사람 다시 태어날 줄 알았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나니

나도 저 재앙 면하지 못하리. “


爾時。父王復問御者。

그 때 부왕은 또 마부에게 물었다.

太子出遊。歡樂不耶。答曰。不樂。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던가?'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又問其故。答曰。道逢死人。是故不樂。


그 까닭을 묻자 마부는 대답했다.

'길에서 죽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於是父王黙自思念。

그 때 부왕은 잠자코 생각했느니라.

昔日相師占相太子。言當出家。

'예전에 관상가들이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今日不悅。得無爾乎。

오늘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吾當更設方便。增諸伎樂以悅其心。使不出家。

내 다시 방편을 써서 온갖 풍류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하리라.'

卽復嚴飾宮館。簡擇婇女以娛樂之。

곧 별궁을 아름답게 꾸미고 예쁜 채녀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느니라.”


佛時頌曰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童子有名稱  婇女衆圍遶

五欲以自娛  如彼天帝釋

동자(童子)는 큰 명예가 있어

아름다운 여인들 주위를 에워쌌네.

오욕의 향락을 누리는 것

저 천상의 제석(帝釋)과 같아라. “



[4]사문을 만나고서 출가하다


又於異時。復飭御者嚴駕出遊。於其中路逢一沙門。

또 어느 날 태자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타고 유람하러 나갔다가 도중에서 한 사문(沙門)을 만났다.

法服持鉢。視地而行。

그 사문은 법의(法衣)를 입고 발우를 들고 오직 땅만 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卽問御者。

태자가 곧 마부에게 물었다.

此爲何人。御者答曰。此是沙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사문입니다.'

又問。何謂沙門。

'어떤 사람을 사문이라 하는가?'

答曰沙門者。捨離恩愛。出家修道。

'사문이란 모든 은혜와 사랑을 끊고 집을 떠나 도를 닦는 사람입니다.

攝御諸根。不染外欲。

그는 모든 감각 기관을 잘 제어하여 바깥 욕망에 물들지 않고,

慈心一切。無所傷害。

자비스런 마음으로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습니다.

逢苦不慼。遇樂不欣。

괴로움을 당해도 슬퍼하지 않고 즐거움을 만나도 기뻐하지 않으며,

能忍如地。故號沙門。

모든 것을 잘 참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사문이라 합니다.'


太子曰。

그 때 태자는 말했느니라.

善哉。此道眞正永絶塵累。

'훌륭하구나, 이 도(道)야말로 바르고 참되어 영원히 번뇌를 여의고,

微妙淸虛。惟是爲快。

미묘하고 맑고 비었으니, 오직 이것만이 참으로 기뻐할 만한 것이로다.'

卽飭御者迴車就之。

그리고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다가갔다.


爾時。太子問沙門曰。

그 때 태자는 그 사문에게 물었다.

剃除鬚髮。法服持鉢。何所志求。

'그대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들었구나. 마음에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沙門答曰。

사문은 대답했다.

夫出家者。欲調伏心意。永離塵垢。

'출가자란 마음을 길들여 항복받아서 영원히 번뇌를 여의고자 하며,

慈育群生。無所侵嬈。

자비심으로 모든 생물을 사랑하여 침노하거나 해치지 않고,

虛心靜寞。唯道是務。

마음을 비워 고요하게 하며 편안한 속에서 오로지 도 닦기만을 힘쓰는 사람입니다.'


太子曰。

태자가 말하였다.

善哉。此道最眞。

'훌륭하구나, 이 도야말로 가장 진실한 것이로다.'

尋飭御者。

곧 마부에게 명령했다.

齎吾寶衣幷及乘������。還白大王。

'너는 이 보배 옷과 수레를 가지고 돌아가 대왕께 아뢰어라.

我卽於此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道。

나는 여기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으려 한다.

所以然者。欲調伏心意。捨離塵垢。

그 까닭은 마음을 다루어 항복받아 번뇌를 벗어버리고

淸淨自居。以求道術。

맑고 깨끗하게 혼자 살면서 도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於是。御者卽以太子所乘寶車及與衣服 還歸父王。

그 때 마부는 태자가 타고 갔던 수레와 입었던 옷을 가지고 부왕에게로 돌아갔다.

太子於後卽剃除鬚髮。服三法衣。出家修道。

태자는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수도 생활로 들어갔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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