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변강쇠 죽은 대목부터

풍각쟁이 한패가 부채를 부치면서 들어오는 대목까지

https://www.youtube.com/watch?v=qVEXSNNsqL4

  여인이 겁이 나서 울 생각도 없지마는

저놈 성기(性氣) 짐작하고 임종(臨終) 유언(遺言) 있었으니

전례곡(傳例哭)은 해야 겠거든

비녀 빼어 낭자 풀고 주먹 쥐어 방을 치며,

 

  "애고애고(哀苦哀苦) 설운지고, 애고애고 어찌 살꼬.

여보소, 변서방아 날 버리고 어디가나.

나도 가세 나도 가세. 임을 따라 나도 가세.

청석관 만날 적에 백년해로 하자더니

황천객 혼자 가니 일장춘몽(一場春夢) 허망하다.

적막산중(寂寞山中) 텅빈 집에 강근지친(强近之親) 고사하고

동네 사람 없으니 낭군 치상(致喪) 어찌 하고

이내 신세 어찌 살꼬.

 

웬년의 팔자로서 상부복을 그리 타서

송장 많이 보았지만 보던 중에 처음이네.

애고애고 설운지고.

나를 만일 못 잊어서 눈을 감지 못한다면

날 잡아가, 날 잡아가. 애고애고 설운지고."

 

  한참 통곡한 연후에 사자(死者)밥 지어 놓고,

옷깃 잡아 초혼(招魂)하고 혼잣말로 자탄(自嘆)하여,

  "무인지경(無人之境) 이 산중에 나 혼자 울어서는

낭군 치상할 수 없어 시충출호(屍蟲出戶)될 터이니,

대로변에 앉아 울어 오입남자 만난다면

치상을 할 듯하니 그 수가 옳다."

하고 상부에 이력 있어 소복(素服)은 많겠다,

 

생서양포(生西洋布) 깃저고리, 종성내의(鍾城內衣), 생베 치마,

외씨 같은 고운 발씨 삼승보선 엄신 신고

구름같이 푸른 머리 흐트러지게 집어 얹고

도화색(桃花色) 두 뺨 가에 눈물 흔적 더 예쁘다.

 

  아장아장 고이 걸어 대로변을 건너가서

유록도홍(柳綠桃紅) 시냇가에 뵐듯 말듯 펄석 앉아

본래 관서 여인이라 목소리는 좋아서

쓰러져가는 듯이 앵도를 따는데

이것이 묵은 서방 생각이 아니라

새서방 후리는 목이니 오죽 맛이 있겠느냐.

 

사설(詞說)은 망부사(望夫詞) 비슷하게

염장(斂章)은 연해 애고 애고로 막겠다.

 

  "애고애고 설운지고. 이 내 신세 가긍하다.

일신이 고단(孤單)키로 이십이 발옷 넘어

삼남을 찾아오니 사고무친(四顧無親) 객지(客地)로다.

오행궁합 좋다기에 육례 (六禮)없이 얻은 낭군

칠차(七次) 상부 또 당하니 팔자 그리 험굿던가.

구곡간장(九曲肝腸) 이 원통을 시왕전에 아뢰고저.

애고애고 설운지고.

 

여심상비(余心傷悲) 남물흥사(男勿興事) 보는 것이 설움이라.

류상(柳上)에 우는 황조(黃鳥) 벗을 오라 한다마는

황천 가신 우리 낭군 네 어이 불러오며

화간(花間)에 우는 두견 불여귀(不如歸)라 한다마는

가장 치상 못한 내가 어디로 가자느냐.

동원도리편시춘(東園桃李片時春)에 내 신세를 어찌하며

춘초년년(春草年年) 푸르른데 낭군 어이 귀불귀(歸不歸)오.

애고애고 설운지고.

 

염라국(閻羅國)이 어디 있어 우리 낭군 가 계신고.

북해상(北海上)에 있으며는 안족서(雁足書)나 부칠 테오.

농산(롱山)이 가까우면 앵무소식(鸚鵡消息) 오련마는

주야(晝夜) 동포(同抱)하던 정리(情理) 영이별(永離別) 되단 말인가.

애고애고 설운지고."

애원한 목소리가 화주성(華周城)이 무너질 듯 시냇물이 목메인다.

 

  이 때에 화림(花林) 속으로 산나비 하나 날아 오는데

매우 덤벙거려 붉은 칠 실양갓에 주황사(朱黃絲) 나비 수염,

은구영자(銀鉤纓子) 공단(貢緞) 끈을 두 귀에 덮어매고

총감투 소년당상(少年堂上) 외꽃 같은 은관자(銀貫子)를 양편에 떡 붙이고,

서양포(西洋布) 대쪽누비 상하 통같이 입고,

한산세저(韓山細苧) 잇물 장삼(長衫), 진홍(眞紅) 분합(分合) 눌러 띠고,

흰 총박이 사날 초혜(草鞋), 고운 새김 버선목을 행전(行纏) 위에 덮어 신고,

좋은 은으로 꾸민 화류승도(花柳僧刀) 것고름에 늦게 차고,

오십시 진상칠선(進上漆扇) 기름 결어 손에 쥐고,

동구(洞口) 색주가(色酒家)에 곡차(曲茶)를 반취(半醉)하여

용두(龍頭) 새긴 육환장(六環杖)을 이리로 철철 저리로 철철,

 

청산 석경(石逕) 구비길로 흐늘거려 내려오다

울음 소리 잠깐 듣고 사면을 둘러보며 무한이 주저터니

여인을 얼른 보고 가만가만 들어가니

재치있는 저 여인이 중 오는 줄 먼저 알고

온갖 태를 다 부린다.

옥안(玉顔)을 번듯 들어 먼산도 바라보고

치마자락 돌려다가 눈물도 씻어 보고

옥수를 잠깐 들어 턱도 받쳐 보고,

설움을 못 이겨 머리도 뜯어보고

가도록 섧게 운다.

 

  "신세를 생각하면 해당화(海棠花) 저 가지에 결항치사(結項致死)할 테로되

설부화용(雪膚花容) 이내 태도 아직 청춘 멀었으니

적막공산(寂寞空山) 무주고혼(無主孤魂) 그 아니 원통한가.

광대한 천지간에 풍류호사(風流豪士) 의기남자 응당 많이 있건마는

내 속에 먹은 마음 그 뉘라 알 수 있나.

애고애고 섧운지고."

 

  중놈이 그 얼굴 태도를 보고, 정신을 반이나 놓았더니

이 우는 말을 들으니 죽을 밖에 수 없구나.

참다 참다 못 견디여 제가 독을 쓰며 죽자하고 쑥 나서며,

 

  "소승(小僧) 문안(問安)드리오."

  여인이 힐끗 보고 못 들은 체 연해 울어,

  "오동에 봉 없으니 오작이 지저귀고

녹수에 원 없으니 오리가 날아든다.

에고애고 설운지고."

 

  중놈이 이 말을 들으니 저를 업신여기는 말이거든

죽고살기로 바짝바짝 달여들며,

  "소승 문안이오, 소승 문안이오."

 

  여인이 울음을 그치고 점잖히 꾸짖으며,

  "중이라 하는 것이 부처님의 제자이니 계행(戒行)이 다를 텐데

적막산중(寂寞山中) 숲 속에서 전후불견(前後不見) 여인에게

체모(體貌) 없이 달려드니 버릇이 괘씸하다.

문안은 그만하고 갈 길이나 어서 가제."

 

  저 중이 대답하되,

  "부처님의 제자기로 자비심이 많삽더니

시주(施主)님 저 청춘에 애원이 우는 소리

뼈 저려 못 갈 테니 우는 내력 아사이다."

 

  여인이 대답하되,

  "단부처 산중 살아 강근지친 없삽더니

신수가 불행하여 가군 초상 만났는데

송장조차 험악하여 치상할 수 없삽기로

여기 와서 우는 뜻은

담기(膽氣) 있는 남자 만나 가군 치상한 연후에,

청춘 수절(守節)할 수 없어 그 사람과 부부되어 백년해로 하자 하니

대사의 말씀대로 자비심이 있다면 근처로 다니시며

혈기남자(血氣男子) 만나거든 지시하여 보내시오."

 

  저 중이 또 물어,

  "우리절 중 중에도 자원(自願)할 이 있으며는 가르쳐 보내리까."

  "치상만 한다면 그 사람과 살 터이니 승속(僧俗)을 가리겠소."

  저 중이 크게 기뻐하여,

  "그리하면 쉬운 일 있소. 그 송장 내가 치고 나와 살면 어떻겠소."

  "아까 다 한 말이니 다시 물어 쓸 데 있소."

 

  저 중이 좋아라고 양갓 감투 벗어 찢고

공단갓끈 금관자(金貫子)는 주머니에 떼어 넣고

장삼 벗어 띠로 묶어 어깨에 들어 메고

여인은 앞을 서고 대사는 뒤에 서서

강쇠집을 찾아 올 때

중놈이 좋아라고 장난이 비상하다.

여인의 등덜미에 손도 씩 넣어보고

젖도 불끈 쥐여 보고 허리 질끈 안아보고

손목 꽉 잡아보며,

  "암만해도 못 참겠네, 우선 한번 하고 가세."

 

  여인이 책망(責望)하여,

  "바삐 먹으면 목이 메고, 급히 더우면 쉬 식나니

여러 해 주린 색심(色心) 아무리 그러하나,

죽은 가장 방에 두고 새 낭군 그 노릇이 내 인사 되겠는가.

다 되어 가는 일을 마음 조금 진정하소."

 

  중놈이 대답하되,

  "일인즉 그러하네."

  수박 같은 대가리를 짜웃짜웃 흔들면서,

  "십년 공부 아마타불 참 부처는 될 수 없어

삼생가약(三生佳約) 우리 미인 가부처(假夫妻)나 되어 보세."

 

  강쇠 문 앞에 당도하여,

  "시체 방이 어디 있노."

  여인이 가리키며,

  "저 방에 있소마는 시체가 불끈 서서 형용이 험악하니

단단히 마음 먹어 놀래지 말게 하오."

  이놈이 여인에게 협기(俠氣)를 보이느라고 장담(壯談)을 벗석하여,

  "우리는 겁이 없어 칠야 삼경 깊어 가며 궂은 비 흣뿌릴 때,

적적(寂寂)한 천왕각(天王閣) 혼자 자는 사람이라

그처럼 섰는 송장 조금도 염려(念慮)없제."

  속으로 진언치며 방문 열고 들어서서 송장을 얼른 보고

고개를 푹 숙이며 중의 버릇하느라고 두 손을 합장(合掌)하고,

문안(問安) 죽음으로 요만하고 열반했제.

 

  강쇠 여편네가 매장포(埋葬布), 백지(白紙) 등물(等物) 수습(收拾)하여

가지고서 뒤쫓아 들어가니 허망하구나.

중놈이 벌써 이 꼴 되었구나.

깜짝 놀라 발구르며,

  "애고 이것 웬일인가.

송장 하나 치려다가 송장 하나 또 생겼네."

 

  방문을 닫고서 뜰 가운데 홀로 앉아

송장에게 정설하며 자탄 신세 우는구나.

  "여보소, 변서방아, 어찌 그리 무정한가.

청석관에 만난 후에 각 포구로 다니면서

간신(艱辛)히 모은 전량(錢兩) 잡기로 다 없애고 산중살이 하쟀더니,

장승 어이 패여 때여 목신 동증 소년 죽음 모두 자네 자취(自取)로세.

사십구일 구병(救病)할 때 내 간장이 다 녹았네.

 

험악한 저 신세를 할 수 없어 대로변 가는 중을 간신히 홀렸더니

허신(許身)도 한 일 없이 강짜를 하느라고

송장치러 간 사람을 저 죽음 시켰으니

이 소문(所聞) 나거드면 송장 칠 놈 있겠는가.

송장만 쳐낸 후에

자네의 유언대로 수절(守節)을 할 터이니 다시는 강짜마소.

애고애고 내 신세야. 치상을 뉘가 할꼬."

 

  애긍히 우노라니 천만의외 솔대밋(초라니) 친구 하나 달여들어, 퉤,

  "예. 돌아왔소. 구름 같은 집에 신선 같은 나그네 왔소.

옥 같은 입에 구슬 같은 말이 쑥쑥 나오. 퉤,

 

[주석]

솔대밋솟대쟁이패 

초라니패:

나자(, 민가와궁중에서 음력 섣달 그믐날에 묵은해의 마귀와 사신을 쫒아내려고 베풀던 의식을 거행하는 사람)의 하나로 기괴한 여자 모양의 탈을 쓰고, 붉은 저고리에 푸른 치마를 입고 대가 긴 깃발을 가지고 떼를 지어 다니며 노는 무리.

 

초라니-한국민속대백과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2009&cid=58721&categoryId=58724

조선 후기에는 남사당패·사당패·대광대패·솟대쟁이패·초라니패·풍각쟁이패·광대패·걸립패·중매구·굿중패 등 다양한 명칭의 유랑예인집단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사당패와 남사당패는 마을과 장터·파시를 찾아 떠돌아다녔고, 대광대패와 솟대쟁이패는 주로 장터를 찾아 떠돌아다녔다. 다른 연희집단들은 주로 마을을 찾아 떠돌아다녔다.

초라니패는 본래 잡귀를 쫓고 복을 불러들이는 의식에서 가면을 쓰고 놀음을 벌이던 놀이패였다. 마을을 돌며 집집마다 들러 장구도 치고 고사소리를 부르며 동냥을 하는 놀이패로 변했다. 나중에는 고사소리 외에 여러 가지 잡희를 벌이는 놀이패로 바뀌었다가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사라졌다.

[네이버 지식백과] 초라니패 (한국민속예술사전 : 민속극, 국립민속박물관)

 

이 개야, 짓지 마라. 낯은 왜 안 씻어 눈꼽이 다닥다닥,

나를 보고 짖느니 네 할애비를 보고 짖어라, 퉤."

  이런 야단 없구나.

 

여인이 살펴보니

구슬상모(象毛), 담벙거지,

바특이 맨 통장구에 적 없는 누비저고리,

때 묻은 붉은 전대(纏帶) 제멋으로 어깨 띠고,

조개장단 주머니에 주황사 벌매듭,

초록 낭릉(浪綾) 쌈지 차고, 청

 삼승 허리띠에 버선코를 길게 빼어

오메장 짚신에 푸른 헝겊 들메고 오십살 늘어진 부채,

송화색(松花色) 수건 달아 덜미에 엇게 꽂고,

앞뒤꼭지 뚝 내민 놈 앞살 없는 헌 망건에

자개관자 굵게 달아 당줄에 짓눌러 쓰고,

굵은 무명 벌통 한삼(汗衫) 무릎 아래 축 처지고,

몸집은 짚동 같고, 배통은 물항 같고, 도리도리 두 눈구멍,

흰 고리테 두르고 납작한 콧마루에 주석(朱錫) 대갈 총총 박고,

꼿꼿한 센 수염이 양편으로 펄렁펄렁,

반백(半白)이 넘은 놈이 목소리는 새된 것이

비지땀을 베씻으며, 헛기침 버썩 뱉으면서,

 

  "예, 오노라 가노라 하노라니

우리집 마누라가 아씨마님 전에 문안 아홉 꼬장이,

평안 아홉 꼬장이, 이구십팔 열여덟 꼬장이

낱낱이 전하라 하옵디다.

당 동 당. 페."

 

  여인이 기가 막혀 초라니를 나무라며,

  "아무리 초라닌들 어찌 그리 경망한고.

가군의 상사 만나 치상도 못한 집에

장고소리 부당(不當)하네."

 

  "예, 초상이 낫사오면 중복(重服)막이,

오귀(惡鬼)물림 잡귀(雜鬼) 잡신(雜神)을

내 솜씨로 소멸(消滅)하자. 페. 당 동 당.

 

정월 이월 드는 액(厄)은 삼월 삼일 막아내고,

사월 오월 드는 액은 유월 유두(流頭) 막아내고,

칠월 팔월 드는 액은 구월 구일 막아내고,

시월 동지(冬至) 드는 액은 납월(臘月) 납일(臘日) 막아내고,

매월 매일 드는 액은 초라니 장고(長鼓)로 막아내세.

페.당 동 당.

 

통영칠(統營漆) 도리판에 쌀이나 되어 놓고 명실과 명전(命錢)이며,

귀가진 저고리를 아끼지 마옵시고 어서어서 내어 놓오."

  "여보시오. 이 초라니,

가가(家家) 문전(門前) 들어가면 오라는 데 어디 있소."

  "뒤꼭지 지르면서 핀잔 악담 하는 것을 꿀로 알고 다니오니

난장(亂杖) 쳐도 못 가겠소. 박살(撲殺)해도 못 가겠소."

 

  억지를 마구 쓰니 여인이 대답하되,

  "중복(重複)막이 오귀물림 호강의 말이로세.

서서 죽은 송장이라 쳐 낼 사람 없어 시각(時刻)이 민망(憫망)하네."

  초라니가 좋아라고 장고를 두드리며 방정을 떠는구나.

  "사망이다, 사망이다. 발뿌리가 사망이다.

불리었다 불리었다 좋은 바람 불리었다.

페. 둥 동 당.

 

재수 있네 재수 있네, 흰 고리눈 재수 있네.

복이 있네 복이 있네, 주석코가 복이 있네.

페. 둥 동 당.

 

어제 저녁꿈 좋기에 이상히 알았더니

이 댁 문전 찾아와서 소장 사망 터졌구나.

페. 당 동 당.

 

신사년(辛巳年) 괴질(怪疾)통에 험악하게 죽은 송장 내 손으로 다 쳤으니,

그 같은 선 송장은 외손의 아들이니 삯을 먼저 결단하오.

페. 당 동 당."

 

  여인이 게으른 강쇠에게 간장이 다 녹다가

이 손의 거동(擧動)보니 부지런하기가 위에 없어

짐대 끝에 앉아서도 정녕 아니 굶겠구나.

애긍히 대답하되,

  "가난한 내 형세에 돈 없고 곡식 없어,

치상을 한 연후에 부부되어 살 터이오."

 

  초라니가 또 덩벙여,

  "얼씨구나 멋있구나, 절씨구나 좋을씨고.

페. 당 동 당.

 

맛속 있는 오입장이 일색미인(一色美人) 만났구나.

시체 방문 어서 여오, 내 솜씨로 쳐서 낼께.

페, 동 당."

 

  여인이 방문 여니 초라니 거동보소.

시방(屍房) 문전 당도터니

몸 단속(團束) 매우 하며 장고 끈 졸라 매고,

채손에 힘을 주어 험악한 저 송장을

제 고사(告祀)로 눕히려로 부지런히 서두는데,

 

  "여보소 저 송장아, 이내 고사 들어 보소.

페, 당 동 당.

 

오행 정기 생긴 사람 노소간에 죽어지면

혼령은 귀신되고 신체는 송장이되,

무슨 원통 속에 있어 혼령은 안 헤치고, 송장은 뻣뻣 섰노.

페, 당 동 당.

 

이내 고사 들어 보면 자네 원통 다 풀리리.

살았을 때 이승이요, 죽어지면 저승이라.

만사 부운(浮雲) 되었으니 처자 어찌 따라갈까.

훼파은수(毁破恩讐) 자세(仔細) 보니 옛 사람의 탄식일세.

페, 당 동 당."

 

  부드럽던 장고채가 뒤마치만 소리하여

  "꽁꽁꽁."

  풀입 같은 새된 목이 고비 넘길 수가 없고,

날쌔게 놀던 몸집 삼동에 뒤틀이고,

한출첨배(汗出沾背) 가뿐 숨이 어깨춤에 턱을 채여,

한 다리는 오금 죽여 턱 밑에 장고 얹고,

망종(亡終) 쓰는 한 마디 목 하염없이 구성이라.

뒤마치 꽁치며 고사 죽음 돌아가니,

 

여인이 깜짝 놀라 손바닥을 딱딱 치며,

  "또 죽었네, 또 죽었네.

방정맞은 저 초라니 자발없이 덤벙이다 허망히도 돌아간다.

고단한 내 한 몸이 세 송장을 어찌 할꼬."

 

  담배를 피워 물고 먼산 보고 앉았더니

대목 미처 파장(罷場)인가,

어 농(漁農) 풍년 시평인가.

오색(五色)발가리 친구들이 지껄이며 들어온다.

풍각(風角)장이 한 패 오는데,

그 중에 앞선 가객(歌客) 다 떨어진 통량갓에 벌이줄 매어 쓰고,

소매 없는 배중치막 권생원(權生員)께 얻어 입고,

세목(細木)동옷 때 묻은 놈 모동지(毛同知)께 얻어 입고,

안만 남은 누비저고리 신선달(申先達)께 얻어 입고,

다 떨어진 전등거리 송선달(宋先達)께 얻어 입고,

부채를 부치되 뒤에 놈만 시원하게 부치면서 들어와서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8634?category=824071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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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실..비실.,배삼룡 - 초친 술

https://www.youtube.com/watch?v=QNtU1Sr5aiA

 

구봉서,배삼룡,이기동의 노래자랑

https://www.youtube.com/watch?v=ha0d5VeMVbY&t=1s

 

구봉서 배삼룡 송해 - 재판소에서 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izaT7YS6wc

 

북한 조선중앙TV '북미 정상회담 40분 기록영화' 전체보기 (풀영상) / SBS

https://www.youtube.com/watch?v=8AwmdHH5-V4

 

北 매체들, 북미정상회담 대대적 보도 “새로운 조미관계, 중대한 의의”

http://www.dailynk.com/%e5%8c%97-%eb%a7%a4%ec%b2%b4%eb%93%a4-%eb%b6%81%eb%af%b8%ec%a0%95%ec%83%81%ed%9a%8c%eb%8b%b4-%eb%8c%80%eb%8c%80%ec%a0%81-%eb%b3%b4%eb%8f%84-%ec%83%88%eb%a1%9c%ec%9a%b4-%ec%a1%b0%eb%af%b8/

북한 매체들이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조미(북미) 관계의 새 력사(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이라는 기사를 4면에 걸쳐 총 32장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트럼프 "김정은에게 직통 전화번호 줬다…일요일에 전화할 계획"(종합2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10153170&rc=N

 

3. 장승대방회의 & 강쇠 임종

https://www.youtube.com/watch?v=utAB9v6UXXI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8634?category=824071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3

  대방이 대경(大驚)하여,

  "이 변이 큰 변이라. 경홀(輕忽) 작처(酌處) 못 할 테니

사근내(沙斤乃) 공원(公員)님과 지지대(遲遲臺) 유사(有司)님께

내 전갈(傳喝) 엿쭙기를

 '요새 적조(積阻)하였으니 문안일향(問安一向)하옵신지.

경상도 함양 동관 발괄(白活) 원정을 듣사온 즉

천만고 없던 변이 오늘날 생겼으니,

수고타 마옵시고 잠깐 왕림(枉臨)하옵셔서

동의작처(同意酌處)하옵시다.'

전갈하고 모셔 오라."

 

  장승 혼령(魂靈) 급히 가서 두 군데 전갈하니,

공원 유사 급히 와서 의례 인사한 연후에

함양(咸陽) 장승 발괄 내력 대방이 발론(發論)하니

공원 유사 엿쭙되,

  "우리 장승 생긴 후로 처음 난 변괴(變怪)이오니

삼소임(三所任)만 모여 앉아 종용작처(從容酌處) 못 할지라,

팔도 동관 다 청하여 공론(公論) 처치하옵시다."

 

  대방이 좋다 하고 입으로 붓을 물고,

통문(通文) 넉 장 썩 써 내니 통문에 하였으되,

  "우통유사(右通喩事)는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하고,

지초(芝草)에 불이 타면 난초가 탄식(歎息)키는

유유상종(類類相從) 환란상구(患難相救) 떳떳한 이치로다.

지리산중 변강쇠가 함양 동관 빼어다가

작파(斫破) 화장하였으니

만과유경(萬과猶輕) 이 놈 죄상 경홀 작처할 수 없어

각도 동관전에 일체(一切)로 발통(發通)하니

금월 초 삼경야에 노강 선창으로 일제취회(一齊聚會)하여

함양 동관 조상(弔喪)하고,

변강쇠놈 죽일 꾀를 각출의견(各出意見)하옵소서. 년 월 일."

  밑에 대방 공원 유사 벌여 쓰고, 착명(箸名)하고,

차여(次餘)에 영문(營門) 각읍(各邑) 진장(鎭將) 목장(牧將)

각면(各面) 각촌(各村) 점막(店幕) 사찰차(寺刹次) 차비전(差備前) 차의(差議)라.

 

  "통문 한 장은 진관천 공원이 맡아

경기 삼십사관(三十四官), 충청도 오십사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고양(高陽) 홍제원(弘濟阮) 동관이 맡아

황해도 이십삼관, 평안도 삼십이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양주(楊州) 다락원 동관이 맡아

강원도 이십육관, 함경도 이십사관 차차 전케 하고,

한 장은 지지대 공원이 맡아

전라도 오십육관, 경상도 칠십일관 차차로 전케 하라."

  귀신의 조화(造化)인데 오죽이 빠르겠나.

바람 같고 구름같이 경각(頃刻)에 다 전하니,

조선 지방 있는 장승 하나도 낙루(落漏)없이

기약(期約)한 밤 다 모여서

쇄남터에 배게 서서 시흥(始興) 읍내까지 빽빽하구나.

 

장승의 절하는 법이 고개만 숙일 수도 없고,

허리 굽힐 수도 없고,

사람으로 의논하면 발 앞부리를 디디고

뒤측만 달싹 하는 뽄이었다.

일제히 절을 하고, 문안을 한 연후에 대방이 발론하여,

  "통문사의(通文事意) 보았으면 모은 뜻을 알 테니

변강쇠 지은 죄를 어떻게 다스릴꼬."

 

  단천(端川) 마천령(摩天嶺) 상봉(上峰)에 섰는 장승

출반(出班)하여 엿쭙기를,

  "그 놈의 식구대로 쇄남터로 잡아다가 효수(梟首)를 하옵시다."

 

  대방이 대답하되,

  "귀신의 성기(性氣)라도 토풍(土風)을 따라가니

마천 동관 하는 말씀 상쾌(爽快)는 하거니와,

사단(事端) 하나 있는 것이 놈의 식구란 게 계집 하나뿐이로되,

계집은 말렸으니 죄를 아니 줄 테요,

강쇠라 하는 놈도 부지불각(不知不覺) 효수하면 세상이 알 수 없어

징일여백(懲一勵百) 못 될 테니 여러 동관님네 다시 생각하옵소서."

 

  압록강가 섰는 장승 나서며 엿쭙되,

  "출호이자 반호이(出乎爾者 反乎爾)가 성인의 말씀이니

우리의 식구대로 그 놈 집을 에워싸고 불을 버썩 지른 후에

못 나오게 하였으면 그 놈도 동관같이 화장이 되오리다."

 

  대방이 대답하되,

  "흉녕(凶녕)한 그런 놈을 부지불각 불지르면

제 죄를 제 모르고 도깨비 장난인가

명화적(明火賊)의 난리런가 의심을 할 테니 다시 생각하여 보오."

 

  해남(海南) 관머리 장승이 엿쭙되,

  "대방님 하는 분부(分付) 절절이 마땅하오.

그러한 흉한 놈을 쉽사리 죽여서는 설치(雪恥)가 못 될 테니

고생을 실컷 시켜, 죽자해도 썩 못 죽고, 살자해도 살 수 없어

칠칠이 사십구 한달 열 아흐레 밤낮으로 볶이다가

험사(險死) 악사(惡死)하게 하면 장승 화장한 죄인 줄

저도 알고 남도 알아 쾌히 징계(懲戒)될 테니,

우리의 식구대로 병 하나씩 가지고서 강쇠를 찾아가서

신문(신門)에서 발톱까지 오장육부(五臟六腑) 내외없이

새 집에 앙토(仰土)하듯, 지소방(祗所房)에 부벽(付壁)하듯,

각장(角壯) 장판(壯版) 기름 결듯,

왜관(倭館) 목물(木物) 칠살같이 겹겹이 발랐으면

그 수가 좋을 듯 하오."

 

  대방이 대희하여,

  "해남 동관 하는 말씀 불번불요(不煩不擾) 장히 좋소.

그대로 시행(施行)하되

조그마한 강쇠놈에 저리 많은 식구들이

정처 없이 달려들면

많은 데는 축이 들고 빠진 데는 틈 날 테니

머리에서 두 팔까지 전라, 경상 차지하고,

겨드랑이서 볼기까지 황해, 평안 차지하고,

항문(肛門)에서 두발(頭髮)까지 강원, 함경 차지하고,

오장육부 내복(內腹)일랑 경기, 충청 차지하여

팔만 사천 털 구멍 한 구멍도 빈틈없이

단단히 잘 바르라."

 

  팔도 장승 청령(廳令)하고,

사냥 나온 벌떼같이 병 하나씩 등에 지고,

함양 장승 앞장 서서 강쇠에게 달려들어

각기 자기네 맡은 대로 병도배(病塗褙)를 한 연후에

아까같이 흩어진다.

 

  이적에 강쇠놈은 장승 패여 덥게 때고

그 날 밤을 자고 깨니 아무 탈이 없었구나.

제 계집 두 다리를 양편으로 딱 벌리고

오목한 그 구멍을 기웃이 굽어보며,

  "밖은 검고 안은 붉고 정녕(丁寧) 한 부엌일새,

빡금빡금하는 것은 조왕동증 정녕 났제."

 

  제 기물(己物) 보이면서,

  "불끈불끈하는 수가 목신동증 정녕 났제.

가난한 살림살이 굿하고 경 읽겠나,

목신하고 조왕하고 사화(私和)를 붙여 보세."

 

  아적밥 끼니 에워 한 판을 질끈하고

장담(壯談)을 실컷하여,

  "하루 이틀 쉰 후에

이 근방 있는 장승 차차 빼어 왔으며는

올봄을 지내기는 나무 걱정할 수 없지."

 

  그날 저녁 일과(日課)하고 한참 곤케 자노라니

천만의외 온 집안이 장승이 장을 서서

몸 한 번씩 건드리고 말이 없이 나가거늘

강쇠가 깜짝 놀라

말하자니 안 나오고 눈 뜨자니 꽉 붙어서

만신(萬身)을 결박(結縛)하고 각색(各色)으로 쑤시는데,

제 소견도 살 수 없어 날이 점점 밝아 가매,

 

강쇠 계집 잠을 깨니

강쇠의 된 형용(形容)이 정녕한 송장인데,

신음(呻吟)하여 앓는 소리 숨은 아니 끊겼구나.

깜짝 놀라 옷을 입고 미음을 급히 고아

소금 타서 떠 넣으며 온몸을 만져 보니,

이를 꽉 아드득 물고 미음 들어갈 수 없고,

낭자(狼藉)한 부스럼이 어느새 농창(濃瘡)하여

피고름 독한 내가 코를 들을 수가 없다.

 

  병 이름을 짓자 하니 만가지가 넘겠구나.

풍두통(風頭痛), 편두통(偏頭痛), 담결통(痰結痛) 겸하고

쌍다래끼 석서기, 청맹(靑盲)을 겸하고,

이롱증(耳聾症) 이병(耳鳴)에 귀젓을 겸하고,

비창(鼻瘡), 비색(鼻塞)에 주독(酒毒)을 겸하고,

면종(面腫), 협종(頰腫) 순종(脣腫) 겸하고,

풍치(風齒), 충치(蟲齒)에 구와증 (口와症)을 겸하고,

흑태(黑苔), 백태(白苔)에 설축증(舌縮症)을 겸하고,

후비창(喉痺瘡), 천비창(穿鼻瘡)에 쌍단아(雙單蛾)를 겸하고,

낙함증(落함症), 항강(項强)에 발제(髮際)를 겸하고,

연주(連珠) 나력(나력)에 상감(傷感)을 겸하고,

견비통(肩臂痛), 옹절(癰癤)에 수전증(手戰症)을 겸하고,

협통(脇痛), 요통(腰痛)에 등창을 겸하고,

흉결(胸結) 복창(腹脹)에 부종(浮腫)을 겸하고,

임질(淋疾), 산증(疝症)에 퇴산(퇴疝)불을 겸하고,

둔종(臀腫), 치질(痔疾)에 탈항증(脫肛症)을 겸하고,

가래톳 학질(학疾)에 수종(水腫)을 겸하고,

발바닥 독종(毒腫)에 티눈을 겸하고,

주로(酒로) 색로(色로)에 담로(痰로)를 겸하고,

육체(肉滯), 주체(酒滯)에 식체(食滯)를 겸하고,

황달(黃疸), 흑달(黑疸)에 고창(鼓脹)을 겸하고,

적리(赤痢), 백리(白痢)에 후증(後症)을 겸하고,

각궁반장(角弓反張)에 괴질(怪疾)을 겸하고,

자치염, 해수(咳嗽)에 헐떡증을 겸하고,

섬어(섬語), 빈 입에 헛손질을 겸하고,

전근곽란(轉筋藿亂)에 토사(吐瀉)를 겸하고,

일학(日학), 양학(兩학)에 며느리심을 겸하고,

드리치락 내치락 사증(邪症)을 겸하고,

단독(丹毒), 양독(陽毒)에 온역(瘟疫)을 겸하고,

감창(疳瘡), 당창(唐瘡)에 용천을 겸하고,

경축(驚축), 복음(伏飮)에 분돈증(奔豚症)을 겸하고,

내종(內腫), 간옹(肝癰)에 주마담(走馬痰)을 겸하고,

염병(染病), 시병(時病)에 열광증(熱狂症)을 겸하고,

울화(鬱火), 허화(虛火)에 물조갈(燥渴)을 겸하여

사지가 참을 수 없고 온몸이 쑤셔서

굽도 잦도 꼼짝달싹 다시는 두 수 없이

마계틀 모양으로 뻣뻣이 누웠으니,

여인이 겁을 내여

병이 하도 무서우니 문복(問卜)이나 해여 보자.

 

  경채(經債) 한 냥 품에 넣고

 건너 마을 송봉사(宋奉事) 집 급히 찾아가서,

  "봉사님 계시오."

  봉사의 대답이란 게 근본 원수(怨讐)진 듯이 하는 법이었다.

  "게 누구라께."

  "강쇠 지어미오."

  "어찌."

  "그 건장(健壯)하던 지아비가 밤새 얻은 병으로 곧 죽게 되었으니

점(占) 한 장 하여 주오."

  "어허, 말 안 되었네. 방으로 들어오소."

  세수를 급히 하고,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한 후에 단정히 꿇어 앉아,

대모산통(玳瑁算筒) 흔들면서 축사(祝辭)를 외는구나.

 

  "천하언재(天下言哉)시며 지하언재(地何言哉)시리오마는

고지즉응(叩之卽應)하나니

부대인자(夫大人者)는 여천지합기덕(與天地合其德)하며

여일월합기명(與日月合其明)하며 여사시합기서(與四時合其序)하며

여귀신합기길흉(與鬼神合其吉凶)하시니, 신기영의(神其靈矣)라,

감이수통언(感而遂通焉)하소서.

금우태세(今又太歲) 을유이월(乙酉二月)

갑자삭(甲子朔) 초육일(初六日) 기사(己巳)

경상우도(慶尙右道) 함양군 지리산중거여인(智里山中居女人)

옹씨 근복문(謹伏問).

가부(家夫) 임술생신(壬戌生身) 변강쇠가

우연 득병(得病)하여 사생(死生)을 판단(判斷)하니

복걸(伏乞) 점신(占神)은 물비(勿秘) 괘효(卦爻)

신명(神明) 소시(昭示), 신명 소시.

하나 둘 셋 넷."

 

  산통을 누가 뺏아 가는지 주머니에 부리나케 넣고

글 한 귀 지었으되,

  "사목비목(似木非木) 사인비인(似人非人)이라,

나무라 할까 사람이라 할까, 어허, 그것 괴이(怪異)하다."

 

  강쇠 아내 이른 말이,

  "엊그제 남정네가 장승을 패 때더니 장승 동증인가 보이다."

  "그러면 그렇지,

목신이 난동(亂動)하고 주작(朱雀)이 발동(發動)하여

살기는 불가망(不可望)이나 원이나 없이 독경(讀經)이나 하여 보소."

  강쇠 아내 이 말 듣고,

  "봉사님이 오소서."

  "가지."

 

  저 계집 거동 보소.

한 걸음에 급히 와서 사면에 황토(黃土) 놓고,

목욕하며 재계(齋戒)하고, 빤 의복 내어 입고,

살망떡과 실과(實果) 채소(菜蔬) 차려 놓고 앉았으니

송봉사 건너온다.

문 앞에 와 우뚝 서며,

  "어디다 차렸는가."

  "예다 차려 놓았소."

  "그러면 경 읽지."

  나는 북 들여 놓고 가시목 북방망이 들고,

요령(요鈴)은 한 손에 들고, 쨍쨍 퉁퉁 울리면서

조왕경(조王經), 성조경(成造經)을 의례(依例)대로 읽은 후에

동증경(動症經)을 읽는구나.

 

  "나무동방(南無東方) 목귀살신(木鬼殺神),

남무남방(南無南方) 목귀살신,

남무서방(南無西方) 목귀살신,

남무북방(南無北方) 목귀살신."

  삼칠편(三七篇)을 얼른 읽고 왼편 발 턱 구르며,

  "엄엄급급(奄奄急急) 여율령(如律令) 사파하(娑婆하) 쒜."

 

  경을 다 읽은 후에,

  "자네, 경채를 어찌 하려나."

  저 계집 이르는 말이,

  "경채나 서울빚이나 여기 있소."

  돈 한 냥 내어 주니,

  "내가 돈 달랬는가, 거 새콤한 것 있는가."

  "어, 앗으시오. 점잖은 터에 그게 무슨 말씀이오."

 

  송봉사 무료(無聊)하여 안개 속에 소 나가듯 하니

강쇠 아내 생각하되 의원(醫員)이나 불러다가 침약(鍼藥)이나 하여 보자.

  함양(咸陽) 자바지 명의(名醫)란 말을 듣고 찾아 가서 사정(事情)하니

이진사(李進士) 허락하고 몸소 와서 진맥(診脈)할 때,

  좌수맥(左手脈)을 짚어본다.

신방광맥(腎肪胱脈) 침지(沈遲)하니 장냉정박(臟冷精薄)할 것이요,

간담맥(肝膽脈)이 침실(沈失)하니 절늑통압(節肋痛壓)할 것이요,

심수맥(心水脈)이 부삭(浮數)하니 풍열두통(風熱頭痛)할 것이요,

명문삼초맥(命門三焦脈)이 이렇게 침미(沈微)하니 산통탁진(酸通濁津)할 것이요,

비위맥(脾胃脈)이 참심(참심)하니 기촉복통(氣促腹痛)할 것이요,

폐대장맥(肺大腸脈)이 부현(浮弦)하니 해수 냉결(冷結)할 것이요,

기구인영맥(氣口人迎脈)이 내관외격(內關外格)하여

일호륙지(一呼六至)하고 십괴(十怪)가 범하였으니

암만해도 죽을 터이나 약이나 써보게 건재(乾材)로 사오너라.

 

인삼(人蔘), 녹용(鹿茸), 우황(牛黃), 주사(朱砂),

관계(官桂), 부자(附子), 곽향(藿香), 축사(縮砂),

적복령(赤茯笭), 백복령(白茯伶),

적작약(赤芍藥), 백작약(白芍藥),

강활(羌活), 독활(獨活), 시호(柴胡), 전호(前胡),

천궁(川芎), 당귀(唐歸), 황기(黃기), 백지(白芷),

창출(倉朮), 백출(白朮), 삼릉(三稜), 봉출(蓬朮),

형개(荊芥), 防風(방풍), 소엽(蘇葉), 박하(薄荷),

진피(陳皮), 청피(靑皮), 반하(半夏), 후박(厚朴),

용뇌(龍腦), 사향(麝香), 별갑(鱉甲), 구판(龜板),

대황(大黃), 망초(芒硝), 산약(山藥), 택사(澤瀉),

건강(乾薑), 감초(甘草). 탕약(湯藥)으로 써서 보자.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湯),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 구룡군자탕(구龍君子湯),

상사평위산(常砂平胃散), 황기건중탕(黃기建中湯),

일청음(一淸飮), 이진탕(二陳湯), 삼백탕(三白湯),

사물탕(四物湯), 오령산(五靈散), 륙미탕(六味湯),

칠기탕(七氣湯), 팔물탕(八物湯),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蕩).

암만써도 효험(效驗)없어 환약(丸藥)을 써서 보자.

 

  소합환(蘇合丸), 청심환(淸心丸), 천을환(天乙丸), 포룡환(抱龍丸),

사청환(瀉淸丸), 비급환(脾及丸), 광제환(廣濟丸), 백발환(百發丸),

고암심신환(古庵心腎丸), 가미지황환(加味地黃丸),

경옥고(瓊玉膏), 신선고(神仙膏)가 아무것도 효험없다.

단방약(單方藥)을 하여 볼까.

 

  지렁이집, 굼벵이집, 우렁탕, 섬사주(蟾蛇酒)며

무가산(無價散), 황금탕(黃金湯)과 오줌찌기,

월경수(月經水)며 땅강아지, 거머리, 황우리,

메뚜기, 가물치, 올빼미를 다 써 보았지만 효험없다.

침이나 주어보자.

 

  순금장식(純金粧飾) 대모침통 절렁절렁 흔들어서

삼릉(三稜)을 빼여들고 차차 혈맥(穴脈) 집퍼 줄 때,

백회(百會) 짚어 통천(通天) 주고,

뇌공(腦空) 짚어 풍지(風池) 주고,

전중(전中) 짚어 신궐(神闕) 주고,

기해(氣海) 짚어 대맥(帶脈) 주고,

대저(大저) 짚어 명문(命門) 주고,

장강(長强) 짚어 간유(肝兪) 주고,

담유(膽兪) 짚어 소장유(小腸兪) 주고,

방광(膀胱) 짚어 곡지(曲池) 주고,

수삼이(手三里) 짚어 양곡(陽谷) 주고,

완골(腕骨) 짚어 내관(內關) 주고,

대릉(大陵) 짚어 소상(小商) 주고,

환도(環跳) 짚어 양능천(陽陵泉) 주고,

현종(懸鍾) 짚어 위중(委中) 주고,

승산(承山) 짚어 곤륜(崑崙) 주고,

신맥(申脈) 짚어 삼음교(三陰交) 주고,

공손(公孫) 짚어 축빈(築賓) 주고,

조해(照海) 짚어 용천(涌泉) 주어,

만신(萬身)을 다 쑤시니,

병에 곯고 약에 곯고 침에 곯아 죽을 밖에 수가 없다.

 

  이진사 하는 말이,

  "약은 백 가지요, 병은 만 가지니 말질(末疾)이라 불치외다."

  하직(下直)하고 가는구나.

 

  의원이 간 연후에

침약의 힘일런지 목신의 조화인지

강쇠가 말을 하여 여인 옥수 (玉手) 덤벅 잡고

눈물 흘리며 하는 말이,

 

  "자네는 양서 사람, 내 몸은 삼남 사람.

하늘이 지시하고 귀신이 중매하여

오다가다 맺은 연분(緣分) 죽자사자 깊은 맹세

단산(丹山)에 봉황(鳳凰)이오 녹수(綠水)에 원앙(元鴦)이라.

 

잠시(暫時)도 이별 말고 백년해로(百年偕老) 하쟀더니

일야간에 얻은 병이 백 가지 약 효험 없어,

청춘소년 이 내 몸이 황천(黃天) 원로(遠路) 갈 터이니

생기사귀(生寄死歸) 성인 말씀 나는 서럽지 않거니와

생이사별(生離死別) 자네 정경(情景) 차마 어찌 보겠는가.

비같이 퍼붓던 정이 구름같이 흩어지면

눈같이 녹는 간장 안개같이 이는 수심(愁心).

도리화(桃李花) 피는 봄과 오동잎 지는 가을

두견(杜鵑)이 서럽게 울고 기러기 높이 날 때,

독수공방(獨守空房) 저 신세가 잔상이 불쌍하다.

 

자네 정경 가긍하니 아무리 살자 하나

내 병세 지독(至毒)하여 기여이 죽을 터이니

이 몸이 죽거들랑 염습(斂襲)하기,

입관(入棺)하기 자네가 손수 하고,

출상(出喪)할 때 상여(喪輿) 배행(陪行),

시묘(侍墓) 살아 조석 상식(上食),

삼년상을 지낸 후에

비단 수건 목을 잘라 저승으로 찾아오면

이생에서 미진(未盡) 연분 단현부속(斷絃復續) 되려니와

내가 지금 죽은 후에 사나이라 명색(名色)하고

십세전 아이라도 자네 몸에 손대거나 집 근처에 얼씬하면

즉각 급살(急殺)할 것이니 부디부디 그리하소."

 

  속곳 아구대에 손김을 풀쑥 넣어

여인의 보지 쥐고 으드득 힘 주더니

불끈 일어 우뚝 서며 건장한 두다리는

유엽전(柳葉箭)을 쏘려는지 비정비팔(非正非八) 빗디디고,

바위 같은 두 주먹은

시왕전(十王前)에 문지기인지 눈위에 높이 들고,

경쇳덩이 같은 눈은

홍문연(鴻門宴) 번쾌(樊쾌)인지 찢어지게 부릅뜨고,

상투 풀어 산발(散髮)하고, 혀 빼어 길게 물고,

짚동같이 부은 몸에 피고름이 낭자하고

주장군(朱將軍)은 그저 뻣뻣,

목구멍에 숨소리 딸깍, 코구멍에 찬바람 왜,

생문방(生門方) 안을 하고 장승 죽음 하였구나.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10739?category=824071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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