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1화 - 한번 보자꾸나 (願一見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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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시골 사람이 아내를 맞이했는데

이웃에 해학(諧謔)을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신랑에게 말하기를,

"네가 장가를 간 후에

너의 처가에 네가 고자라고 소문이 났으니

어찌 원망스럽지 않은가?

후일에 장인께서 '한번 보자'고 하면

네 곧 그것을 일으켜 세워 보여서

그 의심을 풀도록 해야 한다" 고 하자,

"그게 뭐 그렇게 어렵겠소?" 하고

답하였다.

 

그 이웃 사람은 이번에는

신랑의 처가에 가서 그의 장인을 보고,

"당신의 사위는 퉁소를 잘 부는데

사람들이 듣자고 하면 꼭 들려줄 터인즉,

후일에 한번 청하여 반드시

'한번 보자.'라고만 하면 될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장인은 사위가 퉁소를 잘 부는 재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여 이웃에 있는 사람과

또 몇 사람의 친구를 초청하였다.

그리고 점심상을 잘 차리고,

"내 사위가 퉁소를 잘 분다는데

오늘 한번 처음으로 여러분을 모시고 들어 봅시다." 하니

손님들이 모두 좋아하였다.

장인이 이에 사위를 불러왔다.

 

그리고 손님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사위에게,

"자! 한번 보자!" 라고 말하니

사위가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하고는

바지춤을 내리고 나서 대양(大陽)을 꺼내서는

손으로 주물러 장대처럼 일으켜 세웠다.

좌중의 모든 사람들이 이를 보고 크게 놀랐고

장인은 말할 수 없이 무안하여 부르짖기를,

"아아! 무색하고 무색하다!" 하니

사위가 말하기를,

"붉으면서 검은 빛깔이 있으니

이건 곧 반용단색(半龍丹色)인데

어째서 무색(無色)하다고 하십니까?"

하니 사람들이 모두 얼굴을 가리고 웃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10화 - 엿들은게 죄로다 (聞人過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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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과 사위가 아래 윗방에서 각자 따로 잠을 자게 되었다.

밤중에 장인이 장모와 음사(淫事)를 하는데 흥이 무르익자

장인이,

"나는 귀가 덮여진 듯 정신이 멍멍하오." 하고 장모에게 말하자 

장모가,

"나는 사지가 녹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일을 마치고 장모가 장인에게,

"우리가 하는 말을 사위가 엿들을지 모르니 조심하시오." 

 

이튿날 아침 밥상머리에서 장인이 사위에게,

"자네는 세속(世俗) 사람들이 하는

실없는 말들을 따라하지 말고 삼가하게." 하고 훈계했다.

 

사위가, 

"저는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만

듣는 사람의 과실로 그만 두 귀가 덮이는 것 같아 정신이 멍멍하고,

사지가 녹아 없어지는 것 같으니 이를 어찌 합니까?" 

라고 대답하니,

장인이 부끄러워 그만 할 말이 없어졌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9화 - 서로 마주 볼 뿐 할 말을 잊다 (相顧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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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이튿날,

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가기로 작정하고는

여종에게 새벽밥을 지으라 분부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이튿날, 여종은 일찍 새벽밥을 지어놓고

상전이 일어나기를 기다렸으나

동녘 하늘이 밝아와도 아무런 동정이 없는지라,

몰래 창밖에서 엿들어 보니

상전 부부는 교합(交合)을 하느라 한창이었다.

 

여종은 감히 조반을 드시라는 말도 못하고

한숨만 내쉬면서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떠올랐다.

 

그 때 집안에 있는 닭들이 뜰 아래로 내려와

여종이 보는 앞에서 교합을 시작했다.

 

이에 여종이 분기가 탱천하여

교합하는 닭들을 걷어차면서,

"너희 닭들도 산소에 벌초하러 가려고 이 짓을 하느냐?" 하고 일갈하니

방안에 있던 상전 내외가 그 소리를 듣고는

부끄러움에 서로 얼굴만 마주 볼 뿐 할 말을 잊었더라 한다.

 

 

고금소총 제8화 - 내가 공경하여 달라 했소? 분별하여 달라 했소?

(吾欲尊乎欲別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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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비가 기녀(妓女)에 빠지게 되자

그의 아내가 선비에게

"아내를 박대하고 기녀에게 빠지게 된 연고는 무엇입니까?"

하고 책망하니

선비가,

"아내란 무릇 서로 공경하고 서로 분별을 가져야 하는

의리가 있기 때문에

존귀하여 함부로 욕정을 풀 수 없지만,

기녀에게는 욕정에 맞추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음탕한 일에 있어서도 마음껏 재미를 다 할 수 있소.

그러니 자연히 허물이 없이 되고 가깝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이 말에 아내는 크게 노하면서,

"내가 언제 공경을 하여달라 했소?

분별을 가져달라 했소?"하고는

남편을 사정없이 때려 주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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