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추구태자품(推求太子品)

佛所行讚 推求太子品  第九



왕의 근심과 슬픔 때문에
왕사(王師)와 대신이 감동하여
마치 좋은 말에 채찍질을 가하듯 하였고
빨리 달리기 급히 흐르는 강물 같았네.
王正以憂悲,
感切師大臣,
如鞭策良馬,
馳駃若迅流。


몸은 피로했으나 괴로움 마다 않고
어느새 고행림에 다다라서는
세속의 다섯 가지 차림새 버리고
모든 마음과 근(根)을 잘 추슬렀다네.
身疲不辭勞,
逕詣苦行林,
捨俗五儀飾,
善攝諸情根。


범지들의 깨끗한 집에 들어가
그 모든 선인들께 경례하였네.
모든 선인들 자리에 앉기 청하여
법을 설명하여 그들을 위로하였네.
入梵志精廬,
敬禮彼諸仙,
諸仙請就座,
說法安慰之。


그들은 곧 선인들에게 말하였네.
“우리는 의논하여 물을 일 있소.
깨끗하여 정반왕(淨飯王)이라 이름한 이
감자(甘蔗) 종족의 훌륭한 후손이라오.
卽白仙人言,
意有所諮問,
淨稱淨飯王,
甘蔗名勝胄。


우리는 그의 스승이요 신하로서
법을 가르치고 중요한 일 맡아 보네.
그 왕은 저 천제석과 같고
그 아들은 사연다(闍延多)와 같네.
我等爲師臣,
法教典要事,
王如天帝釋,
子如闍延多。


늙음ㆍ병듦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집을 나와 이곳에 몸을 던졌소.
우리들은 그를 위해 여기 왔나니
오직 존귀하신 분 마땅히 알아야 하오.”
爲度老病死,
出家或投此,
我等爲彼來,
惟尊應當知。


그러자 그들은 대답하였네.
“그런 사람 있는데 긴 팔에 큰 사람 모습 하였네.
그는 우리들이 선택해 수행하는 일이
나고 죽는 법을 따른다 하여 버렸네.
答言有此人,
長臂大人相,
擇我等所行,
隨順生死法。


저 아라람(阿羅藍)에 나아가
훌륭한 해탈을 구하고 있네.”
그들은 확실한 소식을 듣고
왕의 신속한 명령을 받들었네.
往詣阿羅藍,
以求勝解脫,
旣得定實已,
遵崇王速命。


감히 그 피로함을 헤아리지 않고
길을 찾아 빨리 달려나갔네.
숲 속에 있는 태자를 보니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렸네.
不敢計疲勞,
尋路而馳進,
見太子處林,
悉捨俗儀飾。


진실한 몸의 광명 빛남이
태양이 검은 구름 벗어난 것 같았네.
나라에서 천신처럼 받드는 스승과
바른 법을 맡아 보는 대신은
眞體猶光曜,
如日出烏雲,
國奉天神師,
執正法大臣。


세속의 차림새 모두 버리고
말에서 내려 나아갔다네.
마치 바마첩(婆摩疊)왕과
바사타(婆私吒) 선인이
捨除俗威儀,
下乘而步進,
猶王婆摩疊,
仙人婆私咤。


숲 속으로 나아가
왕자 라마(羅摩)를 본 것처럼
저마다 본래의 예법을 따라
공경하고 예배하며 인사를 하였네.
往詣山林中,
見王子羅摩,
各隨其本儀,
恭敬禮問訊。


마치 저 숙가라(儵迦羅)와
앙기라(央耆羅)가
정성을 다하고 공경을 더하여
제석천왕을 받드는 것 같았네.
猶如儵迦羅,
及與央耆羅,
盡心加恭敬,
奉事天帝釋。


왕자도 또한 그들을 따라
왕사와 대신을 공경하는 것
마치 저 제석천왕이
숙가라와 앙기라를 위로하듯 하였네.
王子亦隨敬,
王師及大臣,
如帝釋安慰,
儵迦央耆羅。


왕자는 곧 그 두 사람에게 명하여
자기 앞에 앉으라 하였는데
마치 저 부나(富那)와 바수(婆藪) 두 별이
달 곁에서 모시고 있는 듯 했네.
卽命彼二人,
坐於王子前,
如富那婆藪,
兩星侍月傍。


그 왕사와 대신은
마치 사연다(闍延多)에게 말하는
비리파저(毘利波低)처럼
왕자에게 청하여 여쭈었네.
王師及大臣,
啓請於王子,
如毘利波低,
語彼闍延多。


“부왕께서 태자를 생각하시는 마음
예리한 바늘에 심장을 찔린 듯하여
정신을 잃고 광란의 병세 일으켜
하염없이 먼지 속에 누워 계신다네.
父王念太子,
如利刺貫心,
荒迷發狂亂,
臥於塵土中。


낮이나 밤이나 슬픈 생각 더하여
언제나 눈물 비오듯 흘리다가
우리에게 명령한 바 있으니
원컨대 마음 기울여 들어주소서.
日夜增悲思,
流淚常如雨,
勅我有所命,
唯願留心聽。


‘나는 너의 법을 좋아하는 뜻 알아
결정코 의심한 적 없었건만
적절치 못한 시기에 숲으로 들어갔으니
슬픔과 그리움에 내 마음 어지럽구나.
知汝樂法情,
決定無所疑,
非時入林藪,
悲戀嬈我心。


네가 만일 법을 생각한다면
마땅히 나를 가엾게 여겨야 하리.
바라건대 멀리 떠난 정(情)을 늦추어
내 마음 속에 매달린 근심 위로해서
汝若念法者,
應當哀愍我,
望寬遠遊情,
以慰我懸心。


근심과 슬픔의 물[水]로 하여금
내 마음의 언덕을 무너뜨리게 하지 말라.
구름ㆍ물ㆍ풀ㆍ산에
바람ㆍ해ㆍ불ㆍ우박의 재앙처럼
勿令憂悲水,
崩壞我心岸,
如雲水草山,
風日火雹災。


근심과 슬픔은 네 가지 걱정거리 되어
마음을 날리고 말리며 태우고 깨뜨리나니
우선은 돌아와 나라 살림 돌보다
때가 되면 다시 숲에 노닐라.
憂悲爲四患,
飄乾燒壞心,
且還食土邑,
時至更遊仙。


모든 친척들을 돌보지 않고
부모도 또한 버렸는데
그것을 어떻게 자비(慈悲)로써
일체를 덮어 보호한다 하겠는가.
不顧於親戚,
父母亦棄捐,
此豈名慈悲,
覆護一切耶。


법은 반드시 산림(山林)에만 있는 것 아니니
집에 있더라도 한가함 닦고
이치를 깨닫고 힘써 방편 구하면
그것을 곧 출가라 하리라.
法不必山林,
在家亦脩閑,
覺悟勤方便,
是則名出家。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 입고
스스로 산과 숲에 노닐더라도
두려움 품고 살아간다면
어떻게 신선을 배운다 말하리.
剃髮服染衣,
自放山藪閒,
此則懷畏怖,
何足名學仙。


원컨대 한 번 너를 안고서
물을 그 정수리에 쏟고
하늘 관(冠)을 너에게 씌워
일산을 받쳐 그 밑에 두고
願得一抱汝,
以水雨其頂,
冠汝以天冠,
置於傘蓋下。


물끄러미 너를 바라본 뒤에
비로소 나는 출가하리라.
두류마(頭留摩) 선왕(先王)과
아누사아섭(阿★闍阿涉)
矚目一觀汝,
然後我出家,
頭留摩先王,
阿㝹闍阿涉。


발사라바휴(跋闍羅婆休)
바발라안제(毘跋羅安提)
비제하사나(毘提訶闍那)
나라습파라(那羅濕波羅)
跋闍羅婆休,
毘跋羅安提,
毘提訶闍那,
那羅濕波羅。


이와 같은 모든 왕들은
모두 다 하늘 관 쓰고
영락으로 용모를 장엄하는가 하면
손과 발에는 구슬 가락지 끼었네.
如是等諸王,
悉皆著天冠,
瓔珞以嚴容,
手足貫珠環。


채녀 무리들과 즐거움 나눴지만
해탈의 인(因)을 어기지 않았으니
너도 이제 집으로 돌아와
두 가지 일 숭상하고 익혀야 하리라.
婇女衆娛樂,
不違解脫因,
汝今可還家,
崇習於二事。


마음으로 증상법(增上法) 닦는 것과
이 땅의 증상주(增上主) 되는 것이다.’
눈물 흘리면서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러한 말을 전하게 하였네.
心修增上法,
爲地增上主,
垂淚約勅我,
令宣如是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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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러한 왕의 명령 있었나니
그대는 그 분부 받들어 돌아가야 하리.
부왕께서는 그대로 말미암아
근심과 슬픔의 바다에 빠져 있다네.
旣有此勅旨,
汝應奉教還,
父王因汝故,
沒溺憂悲海。


구원할 이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으며
스스로 헤어날 길 또한 없나니
그대는 마땅히 뱃사공 되어
안온한 곳으로 건네주소서.
無救無所依,
無由自開釋,
汝當爲舩師,
渡著安隱處。


비림마(毘林摩) 왕자와
나미(羅彌)와 발기(跋祇) 두 사람은
아버지의 명령을 공손히 들었나니
그대도 이제 그러해야 하리.
毘林摩王子,
二羅彌跋祇,
聞父勅恭命,
汝今亦應然。


자비하신 어머니 기른 은혜는
한평생 갚더라도 끝이 없건만
마치 소가 송아지를 잃은 듯
애닯게 불러대며 자고 먹는 것 잊었다네.
慈母鞠養恩,
盡壽報罔極,
如牛失其犢,
悲呼忘眠食。


그대는 마땅히 빨리 돌아가
그 생명 구해드려야 하네.
제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새의 슬픔과
홀로 노니는 큰 코끼리의 괴로움처럼
汝今應速還,
以救我生命,
孤鳥離群哀,
龍象獨遊苦。


기대고 의지할 그 그늘 잃었나니
마땅히 구호(救護)할 방법 생각해야 하네.
오직 하나 둔 아들 어리고 혼자라
고통을 당하여도 알릴 줄 모른 채
憑依者失蔭,
當思爲救護,
一子孩幼孤,
遭苦莫知告。


그 외로운 괴로움에 애쓰는 것은
마치 월식(月蝕)을 구원하는 사람 같네.
온 나라 안의 모든 남자와 여자
이별의 괴로움 불꽃처럼 치솟네.
勉彼煢煢苦,
如人救月蝕,
擧國諸士女,
別離苦熾然。


탄식하는 연기가 하늘을 찔러
지혜의 눈을 가려 어둡게 하였으니.
오직 그대의 물로 불을 꺼서
눈 열려 밝게 보기를 구하네.”
歎息煙衝天,
熏慧眼令闇,
唯求見汝水,
滅火目開明。


보살은 부왕의 간절한 분부와
하나하나의 괴로움 낱낱이 절실함을 듣고
단정히 앉아 바로 생각하다가
이치를 따라 공손히 대답했네.
菩薩聞父王,
切教苦備至,
端坐正思惟,
隨宜遜順答。


“나도 또한 부왕의
자비로운 생각과 후덕한 마음 알지만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이 두려워서
망극한 그 은혜를 어긴 것이네.
我亦知父王,
慈念心過厚,
畏生老病死,
故違罔極恩。


누군들 낳아준 부모 소중하지 않으랴만
그러나 마침내 이별하고 마는 것을
아무리 살아서 서로를 지킨다 해도
죽음에 이르면 붙들 수 없다네.
誰不重所生,
以終別離故,
正使生相守,
死至莫能留。


그러므로 소중한 줄 뻔히 알면서도
영원히 하직하고 집을 나왔지만
부왕의 근심하고 슬퍼하심 들으니
더욱 그리움에 내 마음 끊어지네.
是故知所重,
長辭而出家,
聞父王憂悲,
增戀切我心。


그러나 꿈 속에서 잠깐 만난 것과 같아
어느새 속절없이 무상(無常)으로 돌아가리니
중생들의 그 성질 같지 않음을
그대들은 확실히 알아야 하리.
但如夢暫會,
倏忽歸無常,
汝當決定知,
衆生性不同。


근심과 괴로움 생기는 것
자식과 어버이 사이에만 있는 것 아니건만
살아서의 이별 괴로워하는 까닭은
모두가 어리석은 미혹 때문이라네.
憂苦之所生,
不必子與親,
所以生離苦,
皆從癡惑生。


마치 사람이 길을 따라 갈 적에
도중에서 잠깐 서로 만났다가
얼마 안가 제각기 갈라지듯이
어긋나는 이치는 원래 그러하다네.
如人隨路行,
中道暫相逢,
須臾各分析,
乖理本自然。


서로 모여 잠깐 동안 친하더라도
인연의 이치를 따라 저절로 헤어지는 법
그러므로 친한 것의 거짓 만남 깊이 깨달아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아야 하리.
合會暫成親,
隨緣理自分,
深達親假合,
不應生憂悲。


이 세상에선 친한 이의 사랑을 어기는 것이나
저 세상에선 다시 친한 이 구하는 것
잠깐 동안 친하다가 다시 헤어지는 것을
간 곳마다 친하지 않은 사람 없다네.
此世違親愛,
他世更求親,
蹔親復乖離,
處處無非親。


언제나 만났다간 이별하나니
흩어지고 헤어진들 무엇 슬프리.
어머니 태에서도 차츰차츰 변화하여
시시각각으로 죽고 산다네.
常合而常散,
散散何足哀,
處胎漸漸變,
分分死更生。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나니
산림(山林)인들 어찌 때가 없으리.
때를 기다려 5욕을 누리고
재물 구하는 때도 또한 그러하다네.
一切時有死,
山林何非時,
侍時受五欲,
求財時亦然。


일체는 때를 따라 죽음 있으니
죽는 법 없애면 그런 때로 사라지리.
나를 왕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사랑하는 그 법을 어기기 어렵다네.
一切時死故,
除死法無時,
欲使我爲王,
慈愛法難違。


병들어 약 아닌 것 먹는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나는 차마 높은 자리의
어리석은 위치에서 방일(放逸)하면서
사랑하고 미워함 따를 수 없네.
如病服非藥,
是故我不堪,
高位愚癡處,
放逸隨愛憎。


몸 마치도록 언제나 두려워하고
여러 생각에 몸과 정신 피로해
대중 마음 따르고 법 어기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하지 않으리.
終身常畏怖,
思慮形神疲,
順衆心違法,
智者所不爲。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아름다운 궁전
그 속엔 이글이글 불꽃이 타고
하늘 부엌의 온갖 맛있는 음식도
그 속엔 갖가지 독이 있다네.
七寶妙宮殿,
於中盛火然,
天廚百味飯,
於中有雜毒。


연꽃이 피어 있는 맑고 시원한 못도
그 속에는 수많은 독한 벌레 있나니
자리 높아도 재앙 있는 집이라면
지혜로운 사람은 거기 살지 않으리.
蓮華淸涼池,
於中多毒虫,
位高爲災宅,
慧者所不居。


먼 옛날 선조들 중 훌륭한 왕은
임금 자리에 있으며 허물 많고
중생에게 괴로움 주는 것 보고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네.
古昔先勝王,
見居國多愆,
楚毒加衆生,
厭患而出家。


그러므로 왕이란 진정 괴로운 자니
법 닦아 편안한 것만 못하네.
산림 속에서 편안히 살면서
차라리 짐승들처럼 풀을 먹으리.
故知王正苦,
不如行法安,
寧處於山林,
食草同禽獸。


깊숙한 구중궁궐 견디지 못해
검은 뱀과 같은 동굴 쓴다네.
왕위와 다섯 가지 탐욕 버리고
괴로움 견디며 산림에 노닌다네.
不堪處深宮,
黑蛇同其穴,
捨王位五欲,
任苦遊山林。


이것은 곧 이치를 그대로 따름이라
즐거운 법은 차츰차츰 밝음을 더하리라.
이제 한적하고 고요한 숲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탐욕 누리면
此則爲隨順,
樂法漸增明,
今棄閑靜林,
還家受五欲。


밤낮으로 괴로운 법만 더하리니
그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으리.
이름 있는 종족의 대장부로서
법을 좋아해 집을 떠나서
日夜苦法增,
此則非所應,
名族大丈夫,
樂法而出家。


영원히 이름 있는 종족 등지고
대장부의 그 뜻을 꿋꿋이 세워
모습 허물어 법복(法服)을 입고
법을 좋아해 산림에 노니네.
永背名稱族,
建大丈夫志,
毀形被法服,
樂法遊山林。


이제 다시 이 법복 버리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어김 있으면
천왕의 궁전이라도 오히려 불가하거늘
더구나 사람의 좋은 집으로 돌아가겠는가.
今復棄法服,
有違慚愧心,
天王尚不可,
況歸人勝宅。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이미 뱉었는데
또다시 그것을 도로 먹는 것은
토한 것을 도로 먹는 사람 같나니
그 괴로움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已吐貪恚癡,
而復還服食,
如人反食吐,
此苦安可堪。


마치 세간의 집에 불이 붙었을 적에
방편으로 그곳을 탈출했다가
도로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 같나니
그를 어찌 슬기로운 장부라 하리오.
如世舍被燒,
方便馳走出,
須臾還復入,
此豈爲黠夫。


남[生]ㆍ늙음ㆍ죽음의 허물 깨달아
싫어하고 근심하여 집을 나왔는데
이제 다시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그 어리석음이 저것과 다름없으리.
見生老死過,
厭患而出家,
今當還復入,
愚癡與彼同。


궁중에 있으면서 해탈을 닦는 것
도저히 그리 될 수 없다네.
해탈은 적정(寂靜)함에서 생기는 것이고
왕이란 혹독한 형벌과 같다네.
處宮修解脫,
則無有是處,
解脫寂靜生,
王者如楚罰。


적정함은 왕의 위엄 떨어지게 하는 것
왕이란 정녕코 해탈과 어긋난다네.
움직임과 고요함은 물과 불 같나니
두 이치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으랴.
寂靜廢王威,
王正解脫乖,
動靜猶水火,
二理何得俱。


정녕 해탈을 닦으려면
왕의 자리에 있지 않아야 하리.
만일 왕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겸하여 해탈까지 닦는다고 한다면
決定修解脫,
亦不居王位,
若言居王位,
兼修解脫者。


그것은 결정된 것 아니요
결정된 견해 또한 그러하나니
이미 결정한 마음이 아니라면
집을 나왔다가도 다시 들어가리.
此則非決定,
決定解亦然,
旣非決定心,
或出還復入。


그러나 나는 이제 이미 결정한지라
친족들의 갈고리와 미끼를 끊고
바른 방편으로써 집을 나왔나니
어떻게 돌아가 다시 들어가겠는가.”
我今已決定,
斷親屬鉤餌,
正方便出家,
云何還復入。


대신은 가만히 생각하였네.
‘태자는 진정 대장부로서
깊이 알고 덕 있어 이치를 따르니
그가 하는 말에 이유가 있구나.’
大臣內思惟,
太子大丈夫,
深識德隨順,
所說有因緣。


그런데도 다시 태자에게 말하였네.
‘만일 왕자의 말씀과 같다면
법을 구하는 법이 마땅히 그렇겠지만
그러나 지금은 부적절한 시기이네.
而告太子言,
如王子所說,
求法法應爾,
但今非是時。


부왕은 늙고 쇠한 연세이기에
아들을 생각하면 근심과 슬픔 더해지니
아무리 해탈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도리어 법 아님이 될 것이네.
父王衰暮年,
念子增憂悲,
雖曰樂解脫,
反更爲非法。


비록 집 나오는 것 좋아도 지혜롭지 못했으니
깊고 자세한 이치 생각하지 않고
그 인(因)은 보지 않고 과(果)만 구하여
부질없이 현재 즐거움 버리나이까.
雖樂出無慧,
不思深細理,
不見因求果,
徒捨現法歡。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 말하고
어떤 이는 뒷세상이 없다 말하나
있고 없음을 판단하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나이까.
有言有後世,
又復有言無,
有無旣不判,
何爲捨現樂。


만일 뒷세상이 있다고 하면
기어코 그것을 얻어내야 하겠지만
만일 뒷세상이 없다고 하면
없음 그것이 곧 해탈이 되네.
若當有後世,
應任其所得,
若言後世無,
無卽爲解脫。


어떤 이는 뒷세상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해탈의 인(因)은 말하지 않나니
마치 땅은 단단하고 불은 따뜻하며
물은 축축하고 바람은 움직이는 것과 같다네.
有言有後世,
不說解脫因,
如地堅火暖,
水濕風飄動。


뒷세상도 또한 그러하여서
이는 곧 본성이 그러할 뿐이네.
어떤 이는 깨끗함과 깨끗하지 않음은
제각기 자성(自性)에서 일어난다네.
後世亦復然,
此則性自爾,
有說淨不淨,
各從自性起。


방편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말하지만
이것은 곧 어리석은 말이네.
모든 근(根)과 행(行)의 경계는
모두 그 자성이 결정된 것이네.
言可方便移,
此則愚癡說,
諸根行境界,
自性皆決定。


애착하여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
자성의 결정 또한 그러하네.
늙음ㆍ병듦ㆍ죽음 따위의 괴로움
그 누가 방편으로 그렇게 시켰는가.
愛念與不念,
自性定亦然,
老病死等苦,
誰方便使然。


이른바 물은 능히 불을 멸하고
불은 물을 끓여서 잦아지게 하나니
자성이 늘어나면 서로서로 무너지고
자성이 어우러져 중생을 만드네.
謂水能滅火,
火令水煎消,
自性增相壞,
性和成衆生。


사람이 어머니 태 안에 있을 때
손발과 모든 몸이 나누어지고
신식(神識)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이겠는가.
如人處胎中,
手足諸體分,
神識自然成,
誰有爲之者。


가시는 그 누가 뾰족하게 하였는가
그것도 자연 그대로의 성질이라네.
또 갖가지 날짐승과 길짐승들
그렇게 하려고 해서 그런 것 아니네.
蕀刺誰令利,
此則性自然,
及種種禽獸,
無欲使爾者。


모든 존재로서 하늘에 나는 것은
자재천(自在天)이 그렇게 만든 것이요
그 밖의 변화로 만들어진 이는
자기 힘으로서의 방편이 없다네.
諸有生天者,
自在天所爲,
及餘造化者,
無自力方便。


만일 무엇으로 인하여 생겨남이 있다면
그것은 또 그것을 멸하게 하리니
어떻게 반드시 스스로의 방편으로써
해탈을 구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若有所由生,
彼亦能令滅,
何須自方便,
而求於解脫。


어떤 이는 ‘나[我]가 있어 생기게 하고
또한 나가 있어 멸하게 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원인 없이 생겨나는 것이라서
반드시 방편으로써 멸할 수 있다고 말하나니
有言我令生,
亦復我令滅,
有言無由生,
要方便而滅。


마치 사람이 아들 낳아 기를 때
조상들을 저버리지 않고
선인(仙人)의 남긴 법을 배운다거나
하늘을 받들어 큰 제사를 올리는 것
如人生育子,
不負於祖宗,
學仙人遺典,
奉天大祠祀。


이 세 가지에 저버림이 없다면
그것을 곧 해탈이라 한다네.
예부터 지금까지 전(傳)하는 바는
이 세 가지로 해탈을 구하네.
此三無所負,
則名爲解脫,
古今之所傳,
此三求解脫。


만일 달리 방편을 쓰려 한다면
한낱 괴롭기만 하고 실속이 없으리라.
그대 만일 해탈을 구하고자 하거든
오직 위에서 말한 방편을 익혀야 하리.
若以餘方便,
徒勞而無實,
汝欲求解脫,
唯習上方便。


그러면 부왕의 근심과 슬픔 그치게 되고
해탈의 도(道) 또한 이루어지리니
집을 버리고 산림에서 유행하다가
도로 돌아가는 것도 허물 아니리.
父王憂悲息,
解脫道得申,
捨家遊山林,
還歸亦非過。


옛날 엄바리(奄婆梨)왕은
오랫동안 고행림에 머물다가
그 제자들과 권속들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왕의 자리 이었다네.
昔奄婆梨王,
久處苦行林,
捨徒衆眷屬,
還家居王位。


국왕의 아들 라마(羅摩)는
나라를 버리고 산림에 머물다가
나라 풍속이 어지럽단 말 듣고
다시 돌아가 바른 교화 펼쳤네.
國王子羅摩,
去國處山林,
聞國風俗離,
還歸維正化。


바루바(婆樓婆) 국왕은
이름을 두루마(頭樓摩)라 했는데
부자가 함께 산림에서 머물다가
결국엔 함께 나라로 돌아갔네.
婆樓婆國王,
名曰頭樓摩,
父子遊山林,
終亦俱還國。


바사주(婆私晝) 모니(牟尼)와
안저첩(安低疊)은
산림에 들어가 범행(梵行) 닦다가
아버지만 또한 본국으로 돌아갔네.
婆私晝牟尼,
及與安低疊,
山林修梵行,
父亦歸本國。


이와 같은 훌륭한 조상들
바른 법으로 훌륭한 명성 떨쳤는데
모두 왕이 통치하는 나라로 돌아가니
마치 등불이 세상을 비추는 것 같았네.
그러므로 이 산림을 버리고
바른 법으로 교화함은 허물이 아니라네.”
如是等先勝,
正法善名稱,
悉還王領國,
如燈照世閒,
是故捨山林,
正法化非過。


그때 태자는 그 대신의
다정한 말과 유익한 말을 듣고
마땅한 이치로써 어지럽지 않게
걸림 없고 질서정연하게
太子聞大臣,
愛語饒益說,
以常理不亂,
無閡而庠序。


굳건한 뜻과 안온한 말로써
그 대신에게 대답하였네.
“뒷세상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망설이는
두 가지 마음은 의혹만 더하나니
固志安隱說,
而答於大臣,
有無等猶豫,
二心疑惑增。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에 대해
나는 이미 결정하여 취(取)하지 않네.
깨끗한 지혜로 고행을 닦아
결정코 내 스스로 아느니라.
而作有無說,
我不決定取,
淨智修苦行,
決定我自知。


세간의 설왕설래하는 주장들
자꾸 퍼져 나가 서로 전하고 익히지만
거기에는 진실한 이치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그것 편안해 하지 않네.
世閒猶豫論,
展轉相傳習,
無有眞實義,
此則我不安。


밝은 사람은 참과 거짓 분별하니
믿음이 어찌 남에 의해 생길 건가.
마치 날 때부터 장님인 사람
장님이 사람을 인도하는 것 같네.
明人別眞僞,
信豈由他生,
猶如生盲人,
以盲人爲導。


깜깜한 밤 어둠 속에서
또 어떻게 그 사람 따라야 하리.
깨끗하고 깨끗하지 않은 법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은 의혹을 내지만
於夜大闇中,
當復何所從,
於淨不淨法,
世閒生疑惑。


설령 그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청정한 도(道)를 행하려 한다면
차라리 고행(苦行)으로 깨끗한 법 행할지언정
낙행(樂行)으로 부정함 저지르지 않으리.
設不見眞實,
應行淸淨道,
寧苦行淨法,
非樂行不淨。


서로 전하는 그 주장을 관찰해보니
어느것 하나도 확실한 모습 없네.
진실한 말을 마음 비워 받으면
모든 근심을 영원히 여의네.
觀彼相承說,
無一決定相,
眞言虛心受,
永離諸過患。


잘못된 거짓말 말하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말하지 않네.
그 이야기처럼 저 라마(羅摩) 등이
집을 버리고 나와 범행 닦다가
語過虛僞說,
智者所不言,
如說羅摩等,
捨家修梵行。


결국엔 본국으로 도로 돌아가
다섯 가지 욕망을 익혔다면
그것들은 곧 더러운 행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다네.
終歸還本國,
服習五欲者,
此等爲陋行,
智者所不依。


나는 이제 마땅히 그대들 위해
그 중요한 이치를 간략히 말하리라.
저 해와 달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수미산(須彌山)과 설산(雪山)이 변하더라도
我今當爲汝,
略說其要義,
日月墜於地,
須彌雪山轉。


나는 이 몸이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으리.
물러나 나쁜 곳에 들어가기보다는
차라리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리니
그것은 이치[義]가 아니기 때문에
我身終不易,
退入於非處,
寧身投盛火,
不以義不畢。


내 끝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
5욕의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이렇게 간절한 서원 말하고 나서
천천히 일어나 아주 작별하였네.
還歸於本國,
入於五欲火,
表斯要誓已,
徐起而長辭。


태자 말씀의 칼날 같은 불꽃은
마치 한낮의 햇빛과 같아
왕사나 대신의 말과 논리로는
도저히 그분을 이겨낼 수 없었네.
太子辯鋒炎,
猶如盛日光,
王師及大臣,
言論莫能勝。


그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네.
“계획이 끝났으니 하직하고 돌아가세.”
그들은 태자를 매우 공경하고 찬탄하며
감히 억지로 만류하지 못하였네.
相謂計已盡,
唯當辭退還,
深敬嘆太子,
不敢强逼留。


그러나 왕의 명령 받들었기에
감히 서둘러 돌아오지도 못하고
길 가운데에서 머뭇거리며
돌아보고 돌아보며 발걸음 더뎠네.
敬奉王命故,
不敢速疾還,
俳佪於中路,
行邁顧遲遲。


총명하고도 슬기로우며
자상하고 기미를 깨달은 사람 가려 뽑아
몸을 숨기고 은밀히 안부를 살핀 뒤에
그제서야 그를 두고 돌아왔네.
選擇黠慧人,
審諦機悟士,
隱身密伺候,
然後捨而還。


佛所行讚卷第二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불소행찬』 2권(ABC, K0980 v29, p.646c01-653c07)

 

2권
찬다카가 돌아가다
고행림에 들어가시다
궁중의 슬픔
태자를 찾아 나서다

불소행찬 제2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佛所行讚卷第二
亦云佛本行經


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6. 차닉환품(車匿還品)
    車匿還品  第六


잠시 뒤에 밤은 이미 지나고
중생들 눈빛이 비추어 나오는 곳
숲 나무 사이를 돌아보니
발가(跋伽) 선인이 사는 곳이었네.
須臾夜已過,
衆生眼光出,
顧見林樹閒,
跋伽仙人處。


넓은 숲속 흐르는 물 너무도 맑고
짐승들은 사람을 가까이 따르니
태자는 그것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온몸의 고달픔 저절로 풀렸네.
林流極淸曠,
禽獸親附人,
太子見心喜,
形勞自然息。



‘이것은 곧 상서로운 일이리니
반드시 일찍이 없었던 이익 얻으리라.‘
다시 또 저 선인을 보니
그는 마땅히 공양할 만한 사람이었네.
此則爲祥瑞,
心獲未曾利,
又見彼仙人,
是所應供養。



그 선인 스스로 위의(威儀)를 지키고
잘난 체 교만스런 자취조차 없었네.
말에서 내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이제 이미 나를 건져 주었다”고 하고
자비스런 눈으로 차닉(車匿)을 바라보니
마치 청량한 물로 씻은 듯했네.
幷自護其儀,
滅除高慢迹,
下馬手摩頭,
汝今已度我,
慈目視車匿,
猶淸涼水洗。



“준마가 나는 듯 치달릴 때
너는 언제나 말 뒤를 따랐지.
너의 깊은 공경과 부지런함과
게으름 없는 노력에 감동하노라.
駿足馳若飛,
汝常係馬後,
感汝深敬勤,
精勤無懈惓。



다른 일이야 더 이상 따질 것 없고
오직 너의 참 마음만 취할 뿐이지.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으로 애썼으니
이 두 가지를 이제야 비로소 보았노라.
餘事不足計,
唯取汝眞心,
心敬形堪勤,
此二今始見。



사람은 마음에 지극한 정성 있더라도
몸의 힘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힘이 견딘다 해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거늘
너는 이제 그 둘을 다 갖추었구나.
세간의 영화와 이익 던져 버리고
발을 내딛어 나를 따라 왔구나.
人有心至誠,
身力無所堪,
力堪心不至,
汝今二俱備,
捐棄世榮利,
進步隨我來。



어떤 사람인들 이익을 향하지 않으랴.
이익이 없으면 친척도 떠나는데
너는 이제 부질없이 나를 따라서
현재 세상의 이익을 구하지 않았구나.
何人不向利,
無利親戚離,
汝今空隨我,
不求現世報。



대개 사람이 자식 낳아 기르는 것
조상의 대(代) 잇기 위함이며
왕을 받들어 공경하는 까닭은
길러준 은혜를 갚으려 함이니라.
夫人生育子,
爲以紹宗嗣,
所以奉敬王,
爲以報恩養。



이 세상 모두들 이익을 구하는데
너만 홀로 이익을 등지고 노는구나.
지극한 말은 번잡하지 않나니
내 이제 간략히 너에게 말하리라.
一切皆求利,
汝獨背利遊,
至言不煩多,
今當略告汝。



너는 나를 섬기는 일 이미 끝났으니
오늘 아침에 이 말 타고 돌아가거라.
나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구하던 것 이제야 얻었느니라.”
汝事我已畢,
今且乘馬還,
自我長夜來,
所求處今得。



곧 바로 보배 영락을 풀어
차닉에게 주면서 말하였네.
“너에게 주나니 잘 간직하라.
이것으로 너의 슬픔 위로하노라.”
卽脫寶瓔珞,
以授於車匿,
具持是賜汝,
以慰汝憂悲。


보배관 꼭대기의 마니(摩尼) 보석
그 빛나는 광명은 온몸을 비추었네.
곧 그것을 벗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마치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듯 했네.
寶冠頂摩尼,
光明照其身,
卽脫置掌中,
如日曜須彌。


“차닉이여, 너는 이 구슬 가지고
곧 나의 부왕 계신 곳으로 돌아가라.
이 구슬 가져다 왕의 발에 예배하고
나의 정성된 마음을 나타내다오.
車匿持此珠,
還歸父王所,
持珠禮王足,
以表我虔心。


부디 사랑하고 그리는 정 버리시라고.
나를 대신해 왕에게 청하여라.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부러 고행림(苦行林)에 들어왔을 뿐
爲我啓請王,
願捨愛戀情,
爲脫生老死,
故入苦行林。
통합뷰어

하늘에 태어나기 구하는 것 아니니
우러러 그리는 맘 없는 건 아니지만
또한 어떤 원한 품은 것도 아니니라.
오직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자 할 뿐이네.
亦不求生天,
非無仰戀心,
亦不懷結恨,
唯欲捨憂悲。


오랜 세월 동안 은혜와 애욕 쌓아봐야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나니
언젠가는 갈라져야 하기 때문에
해탈할 그 인(因)을 구하는 것이라네.
長夜集恩愛,
要當有別離,
以有當離故,
故求解脫因。


만일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면
영원히 어버이 떠나는 일 없을 것이고
근심 끊기 위해 집 나왔나니
아들 위해 근심하지 말라 하여라.
若得解脫者,
永無離親期,
爲斷憂出家,
勿爲子生憂。


5욕이란 근심의 근본이 되니
마땅히 5욕에 대한 집착을 근심하라.
우리 조상으로서 모든 훌륭한 왕은
뜻이 굳고 단단하여 흔들리지 않았네.
五欲爲憂根,
應憂著欲者,
乃祖諸勝王,
堅固志不移。


이제 나는 그 재산 물려받았지만
오직 법뿐이요 법 아닌 것 버렸다네.
대개 사람은 목숨이 끝날 때
그 재산 모두 아들에게 넘기는데
아들들 대부분 세속의 이익 탐하지만
나는 그보다 법의 재물 좋아한다네.
今我襲餘財,
唯法捨非宜,
夫人命終時,
財產悉遺子,
子多貪俗利,
而我樂法財。


만일 나이가 젊고 건장할 때는
공부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마땅히 알라. 바른 법 구함에는
때이건 때 아니건 가릴 것 없다네.
若言年少壯,
非是遊學時,
當知求正法,
無時非爲時。


무상하여 정해진 기약 없는데
죽음의 원수는 항상 따르며 엿보나니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때야말로
결정코 법을 구할 때라 생각한다네.
無常無定期,
死怨常隨伺,
是故我今日,
決定求法時。


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
너는 나를 위해 모두 아뢰고
오직 바라는 건 부왕으로 하여금
다시는 나를 돌이켜 생각 말라 하라.
如上諸所啓,
汝悉爲我宣,
唯願今父王,
不復我顧戀。


일부러 나를 헐어 비방함으로써
왕에게 애정을 끊게 할 수 있다면
너는 얼마든지 내 말을 하여
왕께서 그리 생각게 하라.”
若以形毀我,
令王割愛者,
汝愼勿惜言,
使王念不絕。


차닉은 태자의 분부 받들고
슬픔에 겨워 정신이 아득해져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 꿇고 앉아
태자의 말에 다시 대답하였네.
車匿奉教勅,
悲塞情惛迷,
合掌而䠒跪,
還答太子言。


“분부대로 갖추어 말씀드리면
대왕의 근심과 슬픔 더할 것이요
근심과 슬픔이 더욱더 심해지면
코끼리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으리이다.
如勅具宣言,
恐更增憂悲,
憂悲增轉深,
如象溺深泥。


결정코 은혜와 애욕을 등진다면
마음 있는 이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리오.
금석(金石)도 오히려 부서지겠거늘
하물며 슬픈 감정에 빠진 이리오.
決定恩愛乖,
有心孰不哀,
金石尚摧碎,
何況溺哀情。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젊고 호강하여 몸이 부드럽나니
가시덤불 숲 속에 부드러운 몸 던져
그 고행 어떻게 견딜 수 있으리오.
太子長深宮,
少樂身細軟,
投身刺蕀林,
苦行安可堪。


처음에 나에게 명하여 말 준비케 하셨을 때
제 마음 매우 불안하였지만
천신이 저를 못 견디게 재촉해
저로 하여금 빨리 장엄하게 하였네.
初命我索馬,
下情甚不安,
天神見驅逼,
命我速莊嚴。


내 무슨 뜻이 있어 태자로 하여금
결정코 깊은 궁전 버리게 하였으랴.
이 가비라위(迦毘羅衛) 나라의
온 백성 모두 다 비통해 하네.
何意令太子,
決定捨深宮,
迦毘羅衛國,
合境生悲痛。


부왕께서는 이미 나이 늙으셨고
아들 생각하는 사랑 또한 깊나니
결정코 집 버리고 나간다면
그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오.
父王年已老,
念子愛亦深,
決定捨出家,
此則非所應。


삿된 견해 지녀 부모도 없다 하면
그것이야 더 이상 말할 것 없지만
구담미(瞿曇彌)는 오랫동안 기르면서
젖 먹여 키우느라 육신이 쪼그라들었네.
그 자비와 사랑 잊기 어렵나니
부디 은혜를 등지는 이 되지 마소서.
邪見無父母,
此則無復論,
瞿曇彌長養,
乳哺形枯乾,
慈愛難可忘,
莫作背恩人。


어린 아이 기르는 어머니의 공덕은
훌륭한 종족이라면 받들어 섬기나니
뛰어난 것 얻었다가 다시 버리면
그것은 곧 훌륭한 이 아니옵니다.
嬰兒功德母,
勝族能奉事,
得勝而復棄,
此則非勝人。


야수다라(耶輸陀羅)의 훌륭한 아들은
나라를 이어받고 바른 법 맡았으나
그 나이 아직은 어리디 어리니
그도 또한 버릴 수 없는 것이네.
耶輸陁勝子,
嗣國掌正法,
厥年尚幼少,
是亦不應捨。


이런 이치 어기고 부왕을 버리고
종친과 권속들을 모두 다 버렸으나
부디 더 이상 나만은 버리지 마오.
나는 결코 존귀한 분 떠나지 않을 것이오.
已違捨父王,
及宗親眷屬,
勿復遺棄我,
要不離尊足。


내 마음은 뜨거운 불 품은 듯하여
혼자서는 궁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텅텅 빈 저 들판에다
태자를 버리고 돌아간다면
마치 저 수만제(須曼提)가
라마(羅摩)를 버린 것과 다름없으리.
我心懷湯火,
不堪獨還國,
今於空野中,
棄捐太子歸,
則同須曼提,
棄捨於羅摩。


지금 만일 나 홀로 궁으로 돌아가면
왕께 무엇이라 아뢸 것이며
온 궁중 사람에게 꾸중 들을 때
또 다시 무슨 말로 대답하리까.
今若獨還宮,
白王當何言,
合宮同見責,
復以何辭答。


아까 태자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방편으로 태자를 헐어 비방하라 하셨으나
어떻게 모니(牟尼)의 공덕 앞에서
거짓으로 꾸며 여쭙겠습니까.
太子向告我,
隨方便形毀,
牟尼功德所,
云何而虛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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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너무도 부끄럽고 부끄러워
혀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리니
설사 무슨 할 말이 있다 한들
천하에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으리오.
我深慚愧故,
舌亦不能言,
設使有所說,
天下誰復信。


만일 달빛이 뜨겁다 말할 때
세상에서 그 말을 믿는 이 있다면
그는 혹 태자가 행하는 것이
법다운 행 아니어도 믿을 것이오.
若言月光熱,
世間有信者,
脫有信太子,
所行非法行。


태자의 마음은 부드럽고 연약하여
언제나 모든 것을 자비롭게 대하시니
깊이 사랑하면서 버린다는 것
그것은 본 마음에 어긋나는 것이라네.
원컨대 태자께서는 궁으로 돌아가시어
어리석은 제 정성을 위로하소서.”
太子心柔軟,
常慈悲一切,
深愛而棄捨,
此則違宿心,
願可思還宮,
以慰我愚誠。


태자는 차닉의 애처롭고 간절하여
입이 쓰도록 간하는 말 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더욱 굳고 단단해져
다시 그에게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聞車匿,
悲切苦諌言,
心安轉堅固,
而復告之曰。


“너는 이제 나를 위한 까닭에
이별의 고통이 생겼으나
마땅히 그러한 슬픈 생각 버리고
스스로 그 마음 달래야 하느니라.
汝今爲我故,
而生別離苦,
當捨此悲念,
且自慰其心。


중생들은 제각기 다른 갈래로
어그러져 떠나는 것 평범한 이치이니
내가 아무리 지금에 있어
모든 친족 버리지 않는다 해도
죽음에 이르러 몸과 정신 갈라짐을
장차 어떻게 머물게 하겠는가.
衆生各異趣,
乖離理自常,
縱令我今日,
不捨諸親族,
死至形神乖,
當復云何留。


자비스런 어머니 나를 가졌을 때
못내 사랑했으나 언제나 괴로움 품었고
나를 낳은 뒤에는 곧 목숨이 끝나
마침내 자식의 봉양 받아보지 못하였다.
삶과 죽음 각각 길이 다르나니
지금 어디 가서 다시 만나리.
慈母懷妊我,
深愛常抱苦,
生已卽命終,
竟不蒙子養,
存亡各異路,
今爲何處求。


넓은 들 우거진 높은 나무에
뭇 새들 떼지어 깃들 적에
저녁에 모였다가 새벽이면 흩어지듯
이 세간의 이별도 그와 같다네.
曠野茂高樹,
衆鳥群聚拪,
暮集晨必散,
世閒離亦然。


높은 산에 걸려 있는 뜬구름
사방에서 모여들어 허공을 메웠다가도
어느새 다시금 사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사람 사는 이치도 또한 그러하니라.
浮雲興高山,
四集盈虛空,
俄而復消散,
人理亦復然。


세간은 본래 저절로 어그러지는 것이니
잠시 만나 은애(恩愛)로 얽히지만
꿈 속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것 같아
나의 친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네.
世閒本自乖,
暫會恩愛纏,
如夢中聚散,
不應計我親。


비유하면 봄철에 살아나는 나무가
점점 자라 가지와 잎 우거졌다가
가을 서리에 말라 떨어지는 것처럼
한 몸도 오히려 나뉘고 말거늘
하물며 잠깐 동안 회합한 사람들이라도
그 친척이 어찌 언제나 함께하랴.
譬如春生樹,
漸長柯葉茂,
秋霜遂零落,
同體尚分離,
況人暫合會,
親戚豈常俱。


너는 우선 근심과 고통을 쉬고
내 분부 받들어 궁전으로 돌아가라.
돌아갈 뜻 없어 나와 있고 싶거든
우선은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오라.
汝且息憂苦,
順我教而歸,
歸意猶存我,
且歸後更還。


저 가비라위국(迦毗羅衛國) 사람들
내 마음의 결정을 듣고도
돌아보아 나를 생각는 자 있거든
너는 마땅히 내 말을 일러주라.
迦毘羅衛人,
聞我心決定,
顧遺念我者,
汝當宣我言。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그런 다음에야 마땅히 돌아가리라.
만일 이 소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몸은 산림에서 죽고 말 것이라고.”
越度生死海,
然後當來還,
情願若不果,
身滅山林閒。


그때 흰 말은 이 태자의
이런 진실한 말을 듣고는
무릎 꿇고 태자의 발을 핥으며
길이 한숨쉬며 눈물을 흘렸네.
白馬聞太子,
發斯眞實言,
屈膝而舐足,
長息淚流連。


수레바퀴[輪] 있는 손바닥과 막(膜)이 있는 손으로
흰 말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네.
“너는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나는 이제 너에게 감사한다.
輪掌網鞔手,
順摩白馬頂,
汝莫生憂悲,
我今懺謝汝。


훌륭한 말로서 수고하고 애썼으니
네가 도울 일은 이제 이미 끝났다.
나쁜 세상 괴로움 길이 그치고
현세에 묘한 결과 나타나리라.”
良馬之勤勞,
其功今已畢,
惡道苦長息,
妙果現於今。


온갖 보배로 장엄한 검(劒)은
늘 차닉이 들고 따랐는데
태자가 날카로운 그 검을 뽑았을 때
마치 용(龍)의 빛나는 광명 같았네.
衆寶莊嚴劍,
車匿常執隨,
太子拔利劍,
如龍曜光明。


보배 관(冠)을 썼던 검은머리를
모아 쥐고 끊어 공중에 던지니
위로 날아가 허공의 경계에 엉겨
나부낌이 난(鸞)새가 나는 것 같았네.
寶冠籠玄髮,
合剃置空中,
上昇凝虛境,
飄若鸞鳥翔。


도리(忉利)의 모든 하늘 사람들
그 머리털 잡고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나니
언제나 그 발자취를 받들어 섬기고자 했거늘
하물며 이제 그 머리털을 얻음에 있어서랴.
올바른 법이 다할 때까지
마음을 다해 공양 드렸다네.
忉利諸天下,
執髮還天宮,
常欲奉事足,
況今得頂髮,
盡心加供養,
至於正法盡。


그때 태자는 스스로 생각했다네.
‘모든 장신구는 이제 다 없애고
다만 흰 비단 옷만이 남아 있는데
이것도 집 떠난 자의 행색 아니다.’
太子時自念,
莊嚴具悉除,
唯有素繒衣,
猶非出家儀。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태자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알고
사냥꾼 모습으로 변하여
활을 지니고 예리한 화살을 차고
몸에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갔다네.
時淨居天子,
知太子心念,
化爲獵師像,
持弓佩利箭,
身被袈裟衣,
徑至太子前。


태자는 생각하기를
‘이 옷이야말로 물들인 청정한 옷이구나.
선인(仙人)의 훌륭한 차림새이나
사냥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곧 사냥꾼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
부드러운 말씨로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念此衣,
染色淸淨服,
仙人上標飾,
獵者非所應,
卽呼獵師前,
軟語而告曰。


“그대는 그 옷에 대하여
애착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소.
내가 입은 이 옷을 드릴 테니
그대 옷과 맞바꾸면 어떻겠소.”
汝於此衣服,
貪愛似不深,
以我身上服,
與汝相貿易。


그 사냥꾼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 옷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슴 떼를 속여
그들을 유인해 잡기 때문이라오.
獵師白太子,
非不惜此衣,
用謀諸群鹿,
誘之令見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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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바꿔 주겠소.”
사냥꾼은 그 옷을 바꿔 입고
저절로 하늘 몸이 되어 되돌아갔다네.
茍是汝所須,
今當與交易,
獵者旣貿衣,
還自復天身。


그때 태자와 차닉은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선인의 옷[無事衣]이요
정녕 이 세상 옷이 아니로구나.’
太子及車匿,
見生奇特想,
此必無事衣,
定非世人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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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내심(內心) 크게 기뻐해
그 옷에 대하여 배나 더 공경하고
곧바로 차닉과 이별한 뒤에
그가 준 가사(袈裟)로 갈아입었다네.
內心大歡喜,
於衣倍增敬,
卽與車匿別,
被著袈裟衣。


그것은 마치 푸르고 붉은 구름이
해나 달을 에워싼 것 같았는데
편안하고 가벼워 가벼운 걸음으로
선인의 굴 속으로 들어갔네.
猶若靑絳雲,
圍繞日月輪,
安詳而諦步,
入於仙人窟。


가물가물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
차닉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네.
태자는 그 부왕을 버렸고
그 권속들과 또 이 몸까지 버렸네.
車匿自隨矚,
漸隱不復見,
太子捨父王,
眷屬及我身。


물들인 가사옷 좋아하며 입고는
드디어 고행림(苦行林)으로 들어가 버렸네.
머리 들고 하늘 보며 울부짖다가
정신이 아득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네.
愛著袈裟衣,
入於苦行林,
擧首仰呼天,
迷悶而躄地。


다시 일어나 흰 말의 목을 껴안고
절망하여 길을 따라 돌아올 때에
어정어정 거리며 자꾸만 돌아보니
몸은 가나 마음은 뒤로 달렸네.
起抱白馬頸,
望絕隨路歸,
俳佪屢反顧,
形往心反馳。


혹은 생각에 잠겨 정신을 잃기도 하고
혹은 머리 들었다 숙여 몸에 떨구며
혹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등
슬피 울며 길 따라 돌아왔다네.
或沈思失魂,
或俯仰垂身,
或倒而復起,
悲泣隨路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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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행찬 제2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佛所行讚卷第二

亦云佛本行經

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6. 차닉환품(車匿還品)

 

불소행찬 제2권
-일명 불본행경(佛本行經)-
佛所行讚卷第二
亦云佛本行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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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명보살 지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馬鳴菩薩造
北涼天竺三藏曇無讖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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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차닉환품(車匿還品)
車匿還品第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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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에 밤은 이미 지나고
중생들 눈빛이 비추어 나오는 곳
숲 나무 사이를 돌아보니
발가(跋伽) 선인이 사는 곳이었네.
須臾夜已過,
衆生眼光出,
顧見林樹閒,
跋伽仙人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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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숲속 흐르는 물 너무도 맑고
짐승들은 사람을 가까이 따르니
태자는 그것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온몸의 고달픔 저절로 풀렸네.
林流極淸曠,
禽獸親附人,
太子見心喜,
形勞自然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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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곧 상서로운 일이리니
반드시 일찍이 없었던 이익 얻으리라.‘
다시 또 저 선인을 보니
그는 마땅히 공양할 만한 사람이었네.
此則爲祥瑞,
心獲未曾利,
又見彼仙人,
是所應供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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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인 스스로 위의(威儀)를 지키고
잘난 체 교만스런 자취조차 없었네.
말에서 내려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는 이제 이미 나를 건져 주었다”고 하고
자비스런 눈으로 차닉(車匿)을 바라보니
마치 청량한 물로 씻은 듯했네.
幷自護其儀,
滅除高慢迹,
下馬手摩頭,
汝今已度我,
慈目視車匿,
猶淸涼水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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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마가 나는 듯 치달릴 때
너는 언제나 말 뒤를 따랐지.
너의 깊은 공경과 부지런함과
게으름 없는 노력에 감동하노라.
駿足馳若飛,
汝常係馬後,
感汝深敬勤,
精勤無懈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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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이야 더 이상 따질 것 없고
오직 너의 참 마음만 취할 뿐이지.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으로 애썼으니
이 두 가지를 이제야 비로소 보았노라.
餘事不足計,
唯取汝眞心,
心敬形堪勤,
此二今始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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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마음에 지극한 정성 있더라도
몸의 힘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힘이 견딘다 해도 마음이 따르지 못하거늘
너는 이제 그 둘을 다 갖추었구나.
세간의 영화와 이익 던져 버리고
발을 내딛어 나를 따라 왔구나.
人有心至誠,
身力無所堪,
力堪心不至,
汝今二俱備,
捐棄世榮利,
進步隨我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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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인들 이익을 향하지 않으랴.
이익이 없으면 친척도 떠나는데
너는 이제 부질없이 나를 따라서
현재 세상의 이익을 구하지 않았구나.
何人不向利,
無利親戚離,
汝今空隨我,
不求現世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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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사람이 자식 낳아 기르는 것
조상의 대(代) 잇기 위함이며
왕을 받들어 공경하는 까닭은
길러준 은혜를 갚으려 함이니라.
夫人生育子,
爲以紹宗嗣,
所以奉敬王,
爲以報恩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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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두들 이익을 구하는데
너만 홀로 이익을 등지고 노는구나.
지극한 말은 번잡하지 않나니
내 이제 간략히 너에게 말하리라.
一切皆求利,
汝獨背利遊,
至言不煩多,
今當略告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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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섬기는 일 이미 끝났으니
오늘 아침에 이 말 타고 돌아가거라.
나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구하던 것 이제야 얻었느니라.”
汝事我已畢,
今且乘馬還,
自我長夜來,
所求處今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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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바로 보배 영락을 풀어
차닉에게 주면서 말하였네.
“너에게 주나니 잘 간직하라.
이것으로 너의 슬픔 위로하노라.”
卽脫寶瓔珞,
以授於車匿,
具持是賜汝,
以慰汝憂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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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관 꼭대기의 마니(摩尼) 보석
그 빛나는 광명은 온몸을 비추었네.
곧 그것을 벗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마치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듯 했네.
寶冠頂摩尼,
光明照其身,
卽脫置掌中,
如日曜須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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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닉이여, 너는 이 구슬 가지고
곧 나의 부왕 계신 곳으로 돌아가라.
이 구슬 가져다 왕의 발에 예배하고
나의 정성된 마음을 나타내다오.
車匿持此珠,
還歸父王所,
持珠禮王足,
以表我虔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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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사랑하고 그리는 정 버리시라고.
나를 대신해 왕에게 청하여라.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부러 고행림(苦行林)에 들어왔을 뿐
爲我啓請王,
願捨愛戀情,
爲脫生老死,
故入苦行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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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태어나기 구하는 것 아니니
우러러 그리는 맘 없는 건 아니지만
또한 어떤 원한 품은 것도 아니니라.
오직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자 할 뿐이네.
亦不求生天,
非無仰戀心,
亦不懷結恨,
唯欲捨憂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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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은혜와 애욕 쌓아봐야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나니
언젠가는 갈라져야 하기 때문에
해탈할 그 인(因)을 구하는 것이라네.
長夜集恩愛,
要當有別離,
以有當離故,
故求解脫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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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면
영원히 어버이 떠나는 일 없을 것이고
근심 끊기 위해 집 나왔나니
아들 위해 근심하지 말라 하여라.
若得解脫者,
永無離親期,
爲斷憂出家,
勿爲子生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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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욕이란 근심의 근본이 되니
마땅히 5욕에 대한 집착을 근심하라.
우리 조상으로서 모든 훌륭한 왕은
뜻이 굳고 단단하여 흔들리지 않았네.
五欲爲憂根,
應憂著欲者,
乃祖諸勝王,
堅固志不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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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그 재산 물려받았지만
오직 법뿐이요 법 아닌 것 버렸다네.
대개 사람은 목숨이 끝날 때
그 재산 모두 아들에게 넘기는데
아들들 대부분 세속의 이익 탐하지만
나는 그보다 법의 재물 좋아한다네.
今我襲餘財,
唯法捨非宜,
夫人命終時,
財產悉遺子,
子多貪俗利,
而我樂法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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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이가 젊고 건장할 때는
공부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마땅히 알라. 바른 법 구함에는
때이건 때 아니건 가릴 것 없다네.
若言年少壯,
非是遊學時,
當知求正法,
無時非爲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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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하여 정해진 기약 없는데
죽음의 원수는 항상 따르며 엿보나니
그러므로 나는 오늘 이때야말로
결정코 법을 구할 때라 생각한다네.
無常無定期,
死怨常隨伺,
是故我今日,
決定求法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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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것
너는 나를 위해 모두 아뢰고
오직 바라는 건 부왕으로 하여금
다시는 나를 돌이켜 생각 말라 하라.
如上諸所啓,
汝悉爲我宣,
唯願今父王,
不復我顧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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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나를 헐어 비방함으로써
왕에게 애정을 끊게 할 수 있다면
너는 얼마든지 내 말을 하여
왕께서 그리 생각게 하라.”
若以形毀我,
令王割愛者,
汝愼勿惜言,
使王念不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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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닉은 태자의 분부 받들고
슬픔에 겨워 정신이 아득해져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 꿇고 앉아
태자의 말에 다시 대답하였네.
車匿奉教勅,
悲塞情惛迷,
合掌而䠒跪,
還答太子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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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부대로 갖추어 말씀드리면
대왕의 근심과 슬픔 더할 것이요
근심과 슬픔이 더욱더 심해지면
코끼리가 진흙탕에 빠진 것 같으리이다.
如勅具宣言,
恐更增憂悲,
憂悲增轉深,
如象溺深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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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코 은혜와 애욕을 등진다면
마음 있는 이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리오.
금석(金石)도 오히려 부서지겠거늘
하물며 슬픈 감정에 빠진 이리오.
決定恩愛乖,
有心孰不哀,
金石尚摧碎,
何況溺哀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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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젊고 호강하여 몸이 부드럽나니
가시덤불 숲 속에 부드러운 몸 던져
그 고행 어떻게 견딜 수 있으리오.
太子長深宮,
少樂身細軟,
投身刺蕀林,
苦行安可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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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에게 명하여 말 준비케 하셨을 때
제 마음 매우 불안하였지만
천신이 저를 못 견디게 재촉해
저로 하여금 빨리 장엄하게 하였네.
初命我索馬,
下情甚不安,
天神見驅逼,
命我速莊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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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슨 뜻이 있어 태자로 하여금
결정코 깊은 궁전 버리게 하였으랴.
이 가비라위(迦毘羅衛) 나라의
온 백성 모두 다 비통해 하네.
何意令太子,
決定捨深宮,
迦毘羅衛國,
合境生悲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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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왕께서는 이미 나이 늙으셨고
아들 생각하는 사랑 또한 깊나니
결정코 집 버리고 나간다면
그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라오.
父王年已老,
念子愛亦深,
決定捨出家,
此則非所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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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된 견해 지녀 부모도 없다 하면
그것이야 더 이상 말할 것 없지만
구담미(瞿曇彌)는 오랫동안 기르면서
젖 먹여 키우느라 육신이 쪼그라들었네.
그 자비와 사랑 잊기 어렵나니
부디 은혜를 등지는 이 되지 마소서.
邪見無父母,
此則無復論,
瞿曇彌長養,
乳哺形枯乾,
慈愛難可忘,
莫作背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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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 기르는 어머니의 공덕은
훌륭한 종족이라면 받들어 섬기나니
뛰어난 것 얻었다가 다시 버리면
그것은 곧 훌륭한 이 아니옵니다.
嬰兒功德母,
勝族能奉事,
得勝而復棄,
此則非勝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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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다라(耶輸陀羅)의 훌륭한 아들은
나라를 이어받고 바른 법 맡았으나
그 나이 아직은 어리디 어리니
그도 또한 버릴 수 없는 것이네.
耶輸陁勝子,
嗣國掌正法,
厥年尚幼少,
是亦不應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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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치 어기고 부왕을 버리고
종친과 권속들을 모두 다 버렸으나
부디 더 이상 나만은 버리지 마오.
나는 결코 존귀한 분 떠나지 않을 것이오.
已違捨父王,
及宗親眷屬,
勿復遺棄我,
要不離尊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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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뜨거운 불 품은 듯하여
혼자서는 궁중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텅텅 빈 저 들판에다
태자를 버리고 돌아간다면
마치 저 수만제(須曼提)가
라마(羅摩)를 버린 것과 다름없으리.
我心懷湯火,
不堪獨還國,
今於空野中,
棄捐太子歸,
則同須曼提,
棄捨於羅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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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일 나 홀로 궁으로 돌아가면
왕께 무엇이라 아뢸 것이며
온 궁중 사람에게 꾸중 들을 때
또 다시 무슨 말로 대답하리까.
今若獨還宮,
白王當何言,
合宮同見責,
復以何辭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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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태자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길
방편으로 태자를 헐어 비방하라 하셨으나
어떻게 모니(牟尼)의 공덕 앞에서
거짓으로 꾸며 여쭙겠습니까.
太子向告我,
隨方便形毀,
牟尼功德所,
云何而虛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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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너무도 부끄럽고 부끄러워
혀가 있어도 말하지 못하리니
설사 무슨 할 말이 있다 한들
천하에 어느 누가 그 말을 믿으리오.
我深慚愧故,
舌亦不能言,
設使有所說,
天下誰復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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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달빛이 뜨겁다 말할 때
세상에서 그 말을 믿는 이 있다면
그는 혹 태자가 행하는 것이
법다운 행 아니어도 믿을 것이오.
若言月光熱,
世間有信者,
脫有信太子,
所行非法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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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의 마음은 부드럽고 연약하여
언제나 모든 것을 자비롭게 대하시니
깊이 사랑하면서 버린다는 것
그것은 본 마음에 어긋나는 것이라네.
원컨대 태자께서는 궁으로 돌아가시어
어리석은 제 정성을 위로하소서.”
太子心柔軟,
常慈悲一切,
深愛而棄捨,
此則違宿心,
願可思還宮,
以慰我愚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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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차닉의 애처롭고 간절하여
입이 쓰도록 간하는 말 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더욱 굳고 단단해져
다시 그에게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聞車匿,
悲切苦諌言,
心安轉堅固,
而復告之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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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나를 위한 까닭에
이별의 고통이 생겼으나
마땅히 그러한 슬픈 생각 버리고
스스로 그 마음 달래야 하느니라.
汝今爲我故,
而生別離苦,
當捨此悲念,
且自慰其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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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들은 제각기 다른 갈래로
어그러져 떠나는 것 평범한 이치이니
내가 아무리 지금에 있어
모든 친족 버리지 않는다 해도
죽음에 이르러 몸과 정신 갈라짐을
장차 어떻게 머물게 하겠는가.
衆生各異趣,
乖離理自常,
縱令我今日,
不捨諸親族,
死至形神乖,
當復云何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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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스런 어머니 나를 가졌을 때
못내 사랑했으나 언제나 괴로움 품었고
나를 낳은 뒤에는 곧 목숨이 끝나
마침내 자식의 봉양 받아보지 못하였다.
삶과 죽음 각각 길이 다르나니
지금 어디 가서 다시 만나리.
慈母懷妊我,
深愛常抱苦,
生已卽命終,
竟不蒙子養,
存亡各異路,
今爲何處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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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 우거진 높은 나무에
뭇 새들 떼지어 깃들 적에
저녁에 모였다가 새벽이면 흩어지듯
이 세간의 이별도 그와 같다네.
曠野茂高樹,
衆鳥群聚拪,
暮集晨必散,
世閒離亦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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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에 걸려 있는 뜬구름
사방에서 모여들어 허공을 메웠다가도
어느새 다시금 사라지고 흩어져 버리니
사람 사는 이치도 또한 그러하니라.
浮雲興高山,
四集盈虛空,
俄而復消散,
人理亦復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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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은 본래 저절로 어그러지는 것이니
잠시 만나 은애(恩愛)로 얽히지만
꿈 속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것 같아
나의 친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다네.
世閒本自乖,
暫會恩愛纏,
如夢中聚散,
不應計我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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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면 봄철에 살아나는 나무가
점점 자라 가지와 잎 우거졌다가
가을 서리에 말라 떨어지는 것처럼
한 몸도 오히려 나뉘고 말거늘
하물며 잠깐 동안 회합한 사람들이라도
그 친척이 어찌 언제나 함께하랴.
譬如春生樹,
漸長柯葉茂,
秋霜遂零落,
同體尚分離,
況人暫合會,
親戚豈常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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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선 근심과 고통을 쉬고
내 분부 받들어 궁전으로 돌아가라.
돌아갈 뜻 없어 나와 있고 싶거든
우선은 돌아갔다 나중에 다시 오라.
汝且息憂苦,
順我教而歸,
歸意猶存我,
且歸後更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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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비라위국(迦毗羅衛國) 사람들
내 마음의 결정을 듣고도
돌아보아 나를 생각는 자 있거든
너는 마땅히 내 말을 일러주라.
迦毘羅衛人,
聞我心決定,
顧遺念我者,
汝當宣我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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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고 나서
그런 다음에야 마땅히 돌아가리라.
만일 이 소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몸은 산림에서 죽고 말 것이라고.”
越度生死海,
然後當來還,
情願若不果,
身滅山林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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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흰 말은 이 태자의
이런 진실한 말을 듣고는
무릎 꿇고 태자의 발을 핥으며
길이 한숨쉬며 눈물을 흘렸네.
白馬聞太子,
發斯眞實言,
屈膝而舐足,
長息淚流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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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輪] 있는 손바닥과 막(膜)이 있는 손으로
흰 말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타일렀네.
“너는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나는 이제 너에게 감사한다.
輪掌網鞔手,
順摩白馬頂,
汝莫生憂悲,
我今懺謝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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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말로서 수고하고 애썼으니
네가 도울 일은 이제 이미 끝났다.
나쁜 세상 괴로움 길이 그치고
현세에 묘한 결과 나타나리라.”
良馬之勤勞,
其功今已畢,
惡道苦長息,
妙果現於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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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보배로 장엄한 검(劒)은
늘 차닉이 들고 따랐는데
태자가 날카로운 그 검을 뽑았을 때
마치 용(龍)의 빛나는 광명 같았네.
衆寶莊嚴劍,
車匿常執隨,
太子拔利劍,
如龍曜光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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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 관(冠)을 썼던 검은머리를
모아 쥐고 끊어 공중에 던지니
위로 날아가 허공의 경계에 엉겨
나부낌이 난(鸞)새가 나는 것 같았네.
寶冠籠玄髮,
合剃置空中,
上昇凝虛境,
飄若鸞鳥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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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忉利)의 모든 하늘 사람들
그 머리털 잡고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나니
언제나 그 발자취를 받들어 섬기고자 했거늘
하물며 이제 그 머리털을 얻음에 있어서랴.
올바른 법이 다할 때까지
마음을 다해 공양 드렸다네.
忉利諸天下,
執髮還天宮,
常欲奉事足,
況今得頂髮,
盡心加供養,
至於正法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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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태자는 스스로 생각했다네.
‘모든 장신구는 이제 다 없애고
다만 흰 비단 옷만이 남아 있는데
이것도 집 떠난 자의 행색 아니다.’
太子時自念,
莊嚴具悉除,
唯有素繒衣,
猶非出家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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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태자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알고
사냥꾼 모습으로 변하여
활을 지니고 예리한 화살을 차고
몸에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갔다네.
時淨居天子,
知太子心念,
化爲獵師像,
持弓佩利箭,
身被袈裟衣,
徑至太子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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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생각하기를
‘이 옷이야말로 물들인 청정한 옷이구나.
선인(仙人)의 훌륭한 차림새이나
사냥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곧 사냥꾼을 부르면서 앞으로 나아가
부드러운 말씨로 타일러 말하였다네.
太子念此衣,
染色淸淨服,
仙人上標飾,
獵者非所應,
卽呼獵師前,
軟語而告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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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그 옷에 대하여
애착이 그리 깊지 않은 것 같소.
내가 입은 이 옷을 드릴 테니
그대 옷과 맞바꾸면 어떻겠소.”
汝於此衣服,
貪愛似不深,
以我身上服,
與汝相貿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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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냥꾼이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 옷을 아끼지 않는 건 아니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슴 떼를 속여
그들을 유인해 잡기 때문이라오.
獵師白太子,
非不惜此衣,
用謀諸群鹿,
誘之令見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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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과 바꿔 주겠소.”
사냥꾼은 그 옷을 바꿔 입고
저절로 하늘 몸이 되어 되돌아갔다네.
茍是汝所須,
今當與交易,
獵者旣貿衣,
還自復天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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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태자와 차닉은
그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선인의 옷[無事衣]이요
정녕 이 세상 옷이 아니로구나.’
太子及車匿,
見生奇特想,
此必無事衣,
定非世人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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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내심(內心) 크게 기뻐해
그 옷에 대하여 배나 더 공경하고
곧바로 차닉과 이별한 뒤에
그가 준 가사(袈裟)로 갈아입었다네.
內心大歡喜,
於衣倍增敬,
卽與車匿別,
被著袈裟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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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푸르고 붉은 구름이
해나 달을 에워싼 것 같았는데
편안하고 가벼워 가벼운 걸음으로
선인의 굴 속으로 들어갔네.
猶若靑絳雲,
圍繞日月輪,
安詳而諦步,
入於仙人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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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가물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
차닉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네.
태자는 그 부왕을 버렸고
그 권속들과 또 이 몸까지 버렸네.
車匿自隨矚,
漸隱不復見,
太子捨父王,
眷屬及我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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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인 가사옷 좋아하며 입고는
드디어 고행림(苦行林)으로 들어가 버렸네.
머리 들고 하늘 보며 울부짖다가
정신이 아득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네.
愛著袈裟衣,
入於苦行林,
擧首仰呼天,
迷悶而躄地。


다시 일어나 흰 말의 목을 껴안고
절망하여 길을 따라 돌아올 때에
어정어정 거리며 자꾸만 돌아보니
몸은 가나 마음은 뒤로 달렸네.
起抱白馬頸,
望絕隨路歸,
俳佪屢反顧,
形往心反馳。


혹은 생각에 잠겨 정신을 잃기도 하고
혹은 머리 들었다 숙여 몸에 떨구며
혹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등
슬피 울며 길 따라 돌아왔다네.
或沈思失魂,
或俯仰垂身,
或倒而復起,
悲泣隨路還。


 

 

5. 출성품(出城品)

佛所行讚  出城品 第五


왕은 다시 갖가지의
묘하고 훌륭한 5욕거리 더하여
낮이나 밤이나 오락으로써
태자 마음 즐겁게 하려 하였네.
王復增種種,
勝妙五欲具,
晝夜以娛樂,
冀悅太子心。


그럴수록 태자는 더욱 싫어해
끝끝내 사랑하고 즐길 마음 없어지고
다만 나고 죽는 괴로움 생각하기
마치 화살 맞은 사자(師子) 같았네.
太子深厭離,
了無愛樂情,
但思生死苦,
如被箭師子。



왕은 모든 대신과
귀족의 명문 자제들로서
나이 젊고 출중한 용모에
총명하고 슬기롭고 예의를 아는 자로
王使諸大臣,
貴族名子弟,
年少勝姿顏,
聰慧執禮儀。



낮이나 밤이나 같이 놀고 머물며
태자의 마음 잡게 하였는데
이렇게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에게 다시 나가 놀기 아뢰었네.
晝夜同遊止,
以取太子心,
如是未幾時,
啓王復出遊。



잘 길들인 준마(駿馬)를 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 갖추고
모든 귀족 자제들에 둘러싸여
다 함께 성밖으로 달려나갔네.
服乘駿足馬,
衆寶具莊嚴,
與諸貴族子,
圍遶俱出城。



비유하면 마치 네 가지 꽃이
햇빛 비출 때 만발한 것처럼
태자의 싱그러운 풍경에
따르는 행렬들 그 광명 입었어라.
譬如四種華,
日照悉開敷,
太子耀神景,
羽從悉蒙光。



성을 나가 동산으로 행차할 때
새로 낸 길 넓고도 편편했네.
나무마다 꽃과 열매 무성하니
마음이 즐거워 돌아가는 것도 잊었네.
出城遊園林,
修路廣且平,
樹木花菓茂,
心樂遂忘歸。



그러다 길가에서 밭가는 농부가
흙을 뒤칠 때 온갖 벌레 죽어감을 보고
태자 마음에 가엾은 생각 들어
바늘로 찌르는 듯 가슴 아팠네.
路傍見耕人,
墾壤殺諸虫,
其心生悲惻,
痛踰刺貫心。



게다가 그 밭가는 농부를 보니
일에 시달려 몸은 여의고
흐트러진 머리칼에 땀을 흘리며
온몸은 흙먼지를 뒤집어썼고
밭가는 소도 또한 지쳐서
혀를 빼물고 헐떡거렸네.
又見彼農夫,
勤苦形枯悴,
蓬髮而流汗,
塵土坌其身,
耕牛亦疲困,
吐舌而急喘。



자비한 성품 지닌 태자는
가엾게 여기는 마음 지극하여서
개연(慨然)히 길게 탄식하며
말에서 몸을 내려 맨땅에 앉으셨네.
太子性慈悲,
極生憐愍心,
慨然興長歎,
降身委地坐。



이러한 온갖 괴로움 관찰하시고
나고 멸하는 법 생각할 때
슬프다, 모든 세상 사람들
어리석고 미련하여 깨닫지 못하다니.
觀察此衆苦,
思惟生滅法,
嗚呼諸世閒,
愚癡莫能覺。



여러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제각기 마음대로 앉게 하시고
스스로는 염부(閻浮) 나무 그늘에
단정히 앉아 바른 생각하였네.
安慰諸人衆,
各令隨處坐,
自蔭閻浮樹,
端坐正思惟。



나고 죽음과 생하고 멸함
덧없이 변하는 것 관찰할 때
마음이 안정되어 동요 없으며
5욕은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네.
觀察諸生死,
起滅無常變,
心定安不動,
五欲廓雲消。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 있는
첫 번째 무루선(無漏禪)에 들어가
욕심 여의자 기쁨과 즐거움 생겨
삼마제(三摩提)를 정수(正受)했네.
有覺亦有觀,
入初無漏禪,
離欲生喜樂,
正受三摩提。



늙음ㆍ병듦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이 세간은 참으로 고달프고 괴롭다.
몸이 맞도록 큰 괴로움 받건마는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남의 늙음ㆍ병듦ㆍ죽음만 싫어하나니
이야말로 커다란 근심거리 아닌가.
世閒甚辛苦,
老病死所壞,
終身受大苦,
而不自覺知,
厭他老病死,
此則爲大患。



내 이제 훌륭한 법 찾고 있나니
마땅히 세상 사람과는 같지 않아서
스스로 늙음ㆍ병듦ㆍ죽음에 얽매인 채
도리어 다른 사람 미워하네.
我今求勝法,
不應同世閒,
自嬰老病死,
而反惡他人。



이것은 진실한 관찰이니
젊은 육체와 힘과 또 목숨
새록새록 바뀌어 잠시도 머물지 않고
마침내 멸해 없어지는 존재로 돌아간다네.
如是眞實觀,
少壯色力壽,
新新不蹔停,
終歸磨滅法。



기뻐하거나 근심하지도 않고
의심하거나 어지럽지도 않으며
빠져들거나 욕심에 집착하지도 않고
무너지거나 그것을 혐오하지 않으며
고요하고 편안해 모든 번뇌를 여의니
지혜의 광명 갈수록 밝아지네.
不喜亦不憂,
不疑亦不亂,
不眠不著欲,
不壞不嫌彼,
寂靜離諸蓋,
慧光轉增明。



그때 저 정거천왕(淨居天王)은
비구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태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태자는 일어나 공손히 맞이하며 물었네.
爾時淨居天,
化爲比丘形,
來詣太子所,
太子敬起迎。



“그대는 누구시오.”
“나는 출가한 사문(沙門)인데
늙음ㆍ병듦ㆍ죽음을 싫어하여
출가하여 해탈(解脫)을 구한답니다.
問言汝何人,
答言是沙門,
畏厭老病死,
出家求解脫。



중생들 늙고 병들고 또 죽으며
변하여 무너짐이 잠시도 쉬지 않나니
그러므로 나는 항상하고 즐거우며
남[生]도 없고 멸함[滅]도 없음 구하고 있습니다.
衆生老病死,
變壞無蹔停,
故我求常樂,
無滅亦無生。



원수든 친한 이든 평등한 마음으로 대하고
재물이나 색(色)을 구하는 일에 애쓰지 않네.
편안한 곳은 오직 산림(山林)뿐으로
텅 비고 고요하여 경영할 것 없다네.
怨親平等心,
不務於財色,
所安唯山林,
空寂無所營。



티끌 같은 생각 이미 쉬었고
쓸쓸히 공한(空閑)한 곳에 의지하여
정밀하거나 거친 것 가리지 않고
구걸한 것으로 이 몸을 지탱합니다.”
塵想旣已息,
蕭條倚空閑,
精麤無所擇,
乞求以支身。



그리고 그는 곧 태자 앞에서
허공을 날아 멀리 사라져 버렸다.
태자는 못내 마음으로 기뻐하여
오직 과거의 부처만을 생각하였네.
卽於太子前,
輕擧騰虛逝,
太子心歡喜,
惟念過去佛。



그런 위의(威儀)를 건립(建立)하더니
그가 남겨준 모습 그제서야 보았네.
그는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하다가
곧 바른 법에 대한 생각 얻었다네.
建立此威儀,
遺像見於今,
端坐正思惟,
卽得正法念。



‘마땅히 어떤 방편을 써야
소원대로 집을 나갈 수 있을까.’
정(情)을 거두고 모든 감관[根]을 억제하고
천천히 일어나 성으로 들어갔다네.
當作何方便,
遂心長出家,
斂情抑諸根,
徐起還入城。



모든 권속들 뒤를 따르며
부디 머물러 멀리 가지 말라 하니
마음속에 가엾은 생각 일어나
장차 세상 밖으로 벗어나려 하였네.
眷屬悉隨從,
謂止不遠逝,
內密興愍念,
方欲超世表。



몸은 비록 길을 따라 돌아가지만
마음은 실로 산림(山林)에 머무르니
마치 매어 있는 미친 코끼리가
늘 넓은 들판만 생각하듯 하였네.
形雖隨路歸,
心實留山林,
猶如繫狂象,
常念遊曠野。



그때 태자가 성으로 들어가니
남자와 여자들은 길가에서 맞이했네
노인들은 아들 삼기 희망하고
젊은 여자들 아내 되기 희망했네.
太子時入城,
士女挾路迎,
老者願爲子,
少願爲夫妻。



혹은 형이나 아우 되기 바라고
모든 친척이나 권속 되기 소원했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주면
모든 집착과 희망을 끊으리라 했네.
或願爲兄弟,
諸親內眷屬,
若當從所願,
諸集悕望斷。



태자는 마음으로 매우 기뻐했으니
문득 집착 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네.
만일 소원대로 따라 준다면
이 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이렇게 쌓인 즐거움 끊기를 깊이 생각하면서
열반을 향한 마음 더욱 더했네.
太子心歡喜,
忽聞斷集聲,
若當從所願,
斯願要當成,
深思斷集樂,
增長涅槃心。



몸은 금산(金山) 봉우리 같고
통통한 팔은 코끼리 코와 같으며
그 음성은 봄날의 우렛소리 같고
검푸른 눈은 커다란 소 눈에 비길레라.
身如金山峯,
傭臂如象手,
其音若春雷,
紺眼譬牛王。



다함 없는 법으로 마음을 삼고
보름달 빛처럼 빛나는 얼굴에
사자왕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 본궁으로 들어갔네.
無盡法爲心,
面如滿月光,
師子王遊步,
徐入於本宮。



마치 제석의 아들과 같이
마음으로 공경하고 몸도 공손히
부왕의 처소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문안 올리고
다시 나고 죽음의 두려움 아뢰어
출가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청하였네.
猶如帝釋子,
心敬形亦恭,
往詣父王所,
稽首問和安,
幷啓生死畏,
哀請求出家。



“이 모든 세간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나니
그러므로 원컨대 이 집을 떠나
진정한 해탈을 구하려 하나이다.”
一切諸世閒,
合會要別離,
是故願出家,
欲求眞解脫。



부왕은 출가한다는 말을 듣고서
마음이 크게 두려워 벌벌 떠니
마치 커다란 미친 코끼리가
작은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 같았네.
父王聞出家,
心卽大戰懼,
猶如大狂象,
動搖小樹枝。



곧 앞으로 나아가 태자 손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타일러 말하였다네.
“부디 그런 말 그만 두어라.
아직 법에 귀의할 때가 아니다.
젊을 때엔 마음이 항상 흔들려
행하는 일마다 잘못 많단다.
前執太子手,
流淚而告言,
且止此所說,
未是依法時,
少壯心動搖,
行法多生過。



기특한 저 5욕의 경계에
마음이 아직 떠나지 못했다면
비록 집을 나가 고행을 닦더라도
능히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리라.
奇特五欲境,
心尚未厭離,
出家修苦行,
未能決定心。



텅 비고 고요한 넓은 들에서
마음이 아직 적멸(寂滅)하지 못했다면
네 마음에 비록 법을 좋아하더라도
나의 이 시기만은 아직 못하리니.
空閑曠野中,
其心未寂滅,
汝心雖樂法,
未若我是時。



너는 마땅히 나라 일 맡아 다스리고
나로 하여금 먼저 출가케 하라.
아비를 버리고 후사를 끊는 것
그것은 곧 올바른 법이 아니라네.
汝應領國事,
令我先出家,
棄父絕宗嗣,
此則爲非法。



부디 출가할 마음을 접고
세간 법 받아 익혀서
안락하고 좋은 이름 널리 퍼뜨리고
그런 뒤에 출가함이 마땅하리라.”
當息出家心,
受習世閒法,
安樂善名聞,
然後可出家。



태자는 다시 공손한 말로
그 부왕에게 아뢰었다네.
“오직 네 가지 일만 보전할 수 있다면
마땅히 출가할 마음을 접겠습니다.
太子恭遜辭,
復啓於父王,
惟爲保四事,
當息出家心。



저의 목숨 보전하여 영원히 살고
병 없고 또 늙어 쇠하지 않으며
모든 살림살이 모자라지 않는다면
명령대로 출가를 그만두겠습니다.”
保子命常存,
無病不衰老,
衆具不損減,
奉命停出家。



부왕이 태자에게 타일렀다.
“너는 부디 그런 말하지 말라.
그와 같은 네 가지 일을
누가 능히 보전해 없앨 수 있겠는가.
父王告太子,
汝勿說此言,
如此四事者,
誰能保令無。



네가 만일 네 가지 원 구한다면
정녕 남의 웃음거리 될 것이니
우선 집을 떠날 마음 그치고
다섯 가지 욕락을 받아 즐기라.”
汝求此四願,
正爲人所笑,
且停出家心,
服習於五欲。



태자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네 가지 원을 보전할 수 없다면
아들의 집 떠남을 허락하시고
부디 만류하여 그만두게 하지 마소서.
太子復啓王,
四願不可保,
應聽子出家,
願不爲留難。



아들은 지금 불붙은 집에 있거늘
어찌하여 나가는 것 허락하지 않습니까.
헤어져 갈라짐은 평범한 이치이거늘
어찌하여 구함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子在被燒舍,
如何不聽出,
分析爲常理,
孰能不聽求。



행여 저절로 닳아 없어질 것이라면
법으로써 여윔만 못하리니
만약 법으로써 여의지 못한다면
죽음이 닥쳐올 때 뉘 능히 보전하리라.”
脫當自磨滅,
不如以法離,
若不以法離,
死至孰能持。



부왕은 아들의 마음이
결정코 움직일 수 없는 것 알고
단지 온 힘을 다해 만류해볼 뿐
더 이상 여러 말을 하지 않았네.
父王知子心,
決定不可轉,
但當盡力留,
何須復多言。



다시 모든 채녀들을 늘려
묘한 5욕의 즐거움을 더하고
낮이나 밤이나 힘써 막고 감시해
기어이 집을 나가지 못하게 하였네.
更增諸婇女,
上妙五欲樂,
晝夜苦防衛,
要不令出家。



온 나라의 모든 신하들
태자 있는 곳에 나아가
널리 모든 예법을 본보기로 들어
왕의 명령 따르기를 권유하였네.
國中諸群臣,
來詣太子所,
廣引諸禮律,
勸令順王命。



태자는 그 부왕이
비통해 눈물짓는 것 보고
우선 본궁으로 돌아와서
단정히 앉아 묵묵히 생각했네.
太子見父王,
悲感泣流淚,
且還本宮中,
端坐默思惟。



궁중의 모든 채녀들
가까이서 둘러싸 모시고
안색을 엿보아 살피면서
잠깐도 한 눈 팔지 않았네.
宮中諸婇女,
親近圍遶侍,
伺候瞻顏色,
矚目不蹔瞬。



마치 가을 숲 속의 사슴이
사냥꾼을 처연히 지켜보듯 하였으니
저 태자의 단정한 얼굴은
마치 진금산(眞金山)과 같았네.
猶若秋林鹿,
端視彼獵師,
太子正容貌,
猶若眞金山。



기녀들 모두 우러러 살피면서
분부 받들어 말과 얼굴 엿보며
조심하여 그 마음 살핌이
마치 저 숲 속의 사슴 같았네.
伎女共瞻察,
聽教候音顏,
敬畏察其心,
猶彼林中鹿。



그리하여 차츰차츰 날이 저물어
태자가 어두운 방 안에 있으면
그 광경 더욱더 빛나고 밝아
해가 수미산(須彌山)을 비추는 것 같았네.
漸已至日暮,
太子處幽夜,
光明甚輝耀,
如日照須彌。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자리에 앉아
오묘한 전단(栴檀)향을 피우고
채녀들은 그를 둘러싸고
건달바(犍撻婆)는 음악을 연주하니
마치 저 비사문자(毘沙門子)의
온갖 묘한 하늘 음악 소리 같았네.
坐於七寶座,
薰以妙栴檀,
婇女衆圍繞,
奏犍撻婆音,
如毘沙門子,
衆妙天樂聲。


그러나 태자의 마음 속 생각은
멀리 떠나는 즐거움이 제일이라
아무리 묘한 음악 연주해 봐도
태자 마음엔 관심 없었네.
太子心所念,
第一遠離樂,
雖作衆妙音,
亦不在其懷。


그때 저 정거천자(淨居天子)는
마침내 태자가 때가 되면
결정코 집을 떠날 줄 알고
갑자기 사람으로 변해 내려와
時淨居天子,
知太子時至,
決定應出家,
忽然化來下。


그 모든 기녀들을 제압하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으니
온몸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여
저마다 추한 꼴을 제멋대로 드러냈네.
厭諸伎女衆,
悉皆令睡眠,
容儀不斂攝,
委縱露醜形。


정신 없이 잠이 들어 엎어지고 자빠졌고
악기는 가로 세로 어지럽게 흩어졌으며
혹은 곁에 기대고 혹은 뒤척이며
더러는 또 못물에 던져진 듯하였네.
惛睡互低仰,
樂器亂縱撗,
傍倚或反側,
或復似投深。


영락(瓔珞)은 끌리는 사슬 같았고
치마 저고리는 온몸을 얽었으며
거문고 안고 땅에 쓰러진 모습
마치 형벌을 받는 사람 같았네.
纓絡如曳鎖,
衣裳絞縛身,
抱琴而偃地,
猶若受苦人。


누렇고 푸른 옷 여기저기 흩어져
마치 가니(迦尼)꽃이 꺾여진 듯하였고
선 채로 벽에 기대 잠자는 모양
마치 각궁(角弓)을 걸어 놓은 듯하였네.
黃綠衣流散,
如摧迦尼華,
縱體倚壁眠,
狀若懸角弓。


혹은 손으로 바라지창[牕牖] 부여잡으니
마치 목매 죽은 송장 같았고
신음소리 자주 내고 길게 하품하며
가위눌려 소리치고 침과 눈물 흘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추한 꼴 드러냄이
마치 미친 사람 보는 듯하였네.
或手攀窗牖,
如似絞死尸,
頻呻長欠㰦,
魘呼涕流涎,
蓬頭露醜形,
見若顚狂人。


화만(華鬘)은 드리워져 얼굴 가리고
혹 얼굴을 땅에 묻으며
몸 일으켜 흔들어대는 모습
마치 저 독요조(獨搖鳥)와 같았네.
華鬘垂覆面,
或以面掩地,
或擧身戰掉,
猶若獨搖鳥。


몸을 맡겨 서로 베게로 삼고
손발을 서로 포갠 채
얼굴 찡그리고 미간 찌푸리며
눈은 감았으되 입은 벌어지고
갖가지로 흩어진 몸 어지러움이
마치 송장이 널린 듯 낭자하였네.
委身更相枕,
手足互相加,
或嚬慼皺眉,
或合眼開口,
種種身散亂,
狼藉猶撗尸。


그때 태자는 단정히 앉아
모든 채녀(婇女)를 관찰하였다.
‘아까는 그렇게 단정하고 엄숙하며
지껄이고 웃으며 마음으로 아첨하고
時太子端坐,
觀察諸婇女,
先皆極端嚴,
言笑心諂黠。


아리따운 자태로 아양떨더니
지금은 모두 추하고 더럽기 그지없다.
여자의 본 성품이 이러하거늘
어떻게 친하고 가까이 하리라.
妖豔巧姿媚,
而今悉醜穢,
女人性如是,
云何可親近。


목욕하고 거짓으로 꾸미고 단장하여
남자 마음 속이고 유혹하는 것
나는 벌써 깨달아 알았나니
결정코 출가할 일 망설일 것 없으리.’
沐浴假緣飾,
誑惑男子心,
我今已覺了,
決定出無疑。


그때 정거천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대문을 활짝 여니
태자는 그제서야 천천히 일어나
모든 채녀 사이를 빠져나갔네.
爾時淨居天,
來下爲開門,
太子時徐起,
出諸婇女閒。


안 궁전에서 머뭇거리다가
차닉(車匿)을 불러 분부하였네.
“지금 내 마음 너무도 간절해
감로의 샘물 마시려 하나니
말에 안장 얹어 시급히 끌고 오라
죽지 않는 곳으로 가려 하노라.”
踟躕於內閣,
而告車匿言,
吾今心渴仰,
欲飮甘露泉,
被馬速牽來,
欲至不死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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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달아 마음을 결정하니
튼튼하고 굳은 맹세 장엄하였네.
채녀들 본래는 단아하고 바르더니
지금은 모두 추한 모습 보이네.
自知心決定,
堅固誓莊嚴,
婇女本端正,
今悉見醜形。


아까는 대문도 잠겨 있더니
지금은 어느새 활짝 열렸네.
이렇게 모든 상서로운 모양 보나니
제일의(第一義)의 통발[筌]이어라.
門戶先關閉,
今已悉自開,
觀此諸瑞相,
第一義之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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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닉은 속으로 생각하였네.
‘마땅히 태자 명령 받들어야 하나
혹시라도 부왕이 알게 되면
분명 심하게 죄의 책임 물을 것이다.’
車匿內思惟,
應奉太子教,
脫令父王知,
復應深罪責。


모든 하늘들 신통력[神力] 내어
어느새 말을 끌고 대령하였고
평평한 수레에 뛰어나게 좋은 말
온갖 보배로 아로새긴 안장을 갖추었네.
諸天加神力,
不覺牽馬來,
平乘駿良馬,
衆寶鏤乘具。


높고 푸른 갈기와 긴 꼬리
굽은 등덜미에 짧은 털과 귀
사슴 가슴에 거위 모가지
넓고 둥근 이마에 표주박 코
高翠長髦尾,
局背短毛耳,
鹿腹鵝王頸,
額廣圓瓠鼻。


용(龍) 목구멍에 가슴은 네모져
인기(驎驥)의 모양을 죄다 갖추었네.
태자는 말 목을 어루만지고
몸을 문지르면서 타일렀네.
龍咽髖臆方,
具足驎驥相,
太子撫馬頸,
摩身而告言。


“부왕께서는 언제나 너를 타고
적군에게 나아가면 적군을 이겼는데
나는 이제 네 힘에 의지하여
저 멀리 감로(甘露) 나루 건너고자 하노라.
父王常乘汝,
臨歒輒勝怨,
吾今欲相依,
遠涉甘露津。


싸움터에는 수많은 군사 있고
영광스런 사람에겐 친구들 많으며
장사들이 보배를 구했을 때에는
즐겁게 따르는 이 또한 많지만
戰鬪多衆旅,
榮樂多伴遊,
商人求珍寶,
樂從者亦衆。


괴로움을 당해서는 좋은 벗 만나기 어렵고
법을 구할 때에는 친한 벗 적은 법.
만일 이 둘을 감당해낼 수 있는 벗이라면
마침내 이로움과 안락을 얻으리라.
遭苦良友難,
求法必寡朋,
堪此二友者,
終獲於吉安。


내 이제 집을 떠나려는 것은
괴로워하는 중생들 건지기 위함이니
너도 지금 자신도 이익되게 하고
아울러 모든 중생들 건져야 하리.
吾今欲出遊,
爲度苦衆生,
汝今欲自利,
兼濟諸群萌。


마땅히 있는 힘 남김없이 다하여
오래 달리되 피곤해 하지 말라.”
이렇게 타이른 뒤 천천히 말에 올라
고삐를 걷어잡고 이른 새벽 길 떠났네.
宜當竭其力,
長驅勿疲惓,
勸已徐跨馬,
理轡儵晨征。


사람의 모습은 햇빛이 흐르는 듯하고
말의 모습은 흰 구름 떠오르는 듯하다.
몸단속하여 떨쳐 흔들리지 않고
기운을 막아 부르짖어 울지 않았네.
人狀日殿流,
馬如白雲浮,
束身不奮迅,
屛氣不噴鳴。


네 신(神)이 달려와 발을 받치니
은밀하기 짝이 없어 소리가 없고
겹겹이 잠긴 단단한 저 궐문도
하늘신 신통력에 저절로 열렸네.
四神來捧足,
潛密寂無聲,
重門固關鑰,
天神令自開。


경중(敬重)하기 아버지보다 더한 이 없고
사랑이 깊기로는 자식보다 더한 이 없으며
안이나 밖이나 모든 권속들
은애(恩愛)로 얽히고 얽혔으나
敬重無過父,
愛深莫踰子,
內外諸眷屬,
恩愛亦纏緜。


정을 버리고 남겨둔 생각 없이
표연히 떨치고 성안을 빠져나가
더러운 진흙 속에서 피어난
맑고 깨끗한 연꽃 같은 눈으로
遣情無遺念,
飄然超出城,
淸淨蓮花目,
從淤泥中生。


부왕이 계신 궁전을 바라보며
하직을 아뢰는 말을 하였네.
“남[生]ㆍ늙음ㆍ죽음을 벗어나지 못하면
영원히 이런 인연 속에서 노닐지 않으리.”
顧瞻父王宮,
而說告離篇,
不度生老死,
永無遊此緣。


그러자 모든 하늘의 무리들과
허공의 용(龍)들과 귀신까지도
덩달아 기뻐하며 칭찬하였네.
“장하구나. 오로지 이것만이 참 진리라네.”
一切諸天衆,
虛空龍鬼神,
隨喜稱善哉,
唯此眞諦言。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 무리들
얻기 어려운 마음 얻은 것 경하하고
제각기 자기 힘의 광명으로써
앞에서 인도해 그 밝음 도와주었네.
諸天龍神衆,
慶得難得心,
各以自力光,
引導助其明。


사람이나 말의 마음 모두가 예리해
달려감이 유성(流星)과 같았네.
동녘 하늘 동트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어느새 3유순(由旬)을 나아갔다네.
人馬心俱銳,
奔逝若流星,
東方猶未曉,
已進三由旬。
佛所行讚卷第一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불소행찬』 1권(ABC, K0980 v29, p.638b01-646b18)

 

 

 

4. 이욕품(難欲品)

4. 이욕품(難欲品)
佛所行讚  離欲品  第四


태자가 동산 숲에 들어갔을 때
많은 여자 나와서 받들어 맞이하네.
모두들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 내어
다투어 생글대며 그윽한 정 바쳤네.
太子入園林,
衆女來奉迎,
竝生希遇想,
競媚進幽誠。


제각기 아양떠는 맵시를 다해
받들어 모시면서 그가 좋아하는 것 따라
어떤 이는 손발을 잡고
혹은 그 몸을 두루 주무르네.
各盡伎姿態,
供侍隨所宜,
或有執手足,
或遍摩其身。


혹은 웃음으로 수작을 걸고
혹은 근심스러운 표정 지었네.
어찌했던 태자를 즐겁게 하여
사랑하고 즐기는 맘 내게 하려 하였네.
或復對言笑,
或現憂慼容,
規以悅太子,
令生愛樂心。


많은 여자들 태자를 보자
빛나는 얼굴 하늘 사람 몸 같아서
갖가지 장식으로 꾸미지 않더라도
본바탕의 몸이 치장한 것보다 나았네.
衆女見太子,
光顏狀天身,
不假諸飾好,
素體踰莊嚴。


모두들 우러러 쳐다보며
월천자(月天子)가 왔다고 하네.
갖가지 방편을 베풀었으나
보살의 마음 움직이지 못했네.
一切皆瞻仰,
謂月天子來,
種種設方便,
不動菩薩心。


그러자 서로들 돌아보며
부끄러워 말못했는데
우타이(優陀夷)라 이름하는
어떤 바라문의 아들이 있다가
更互相顧視,
抱愧寂無言,
有婆羅門子,
名曰優陁夷。


여러 채녀들에게 말했네.
“너희들 모두는 단정하기 그지없고
총명하고 또 재주도 뛰어나다.
색(色)의 힘도 또한 보통 아니며
謂諸婇女言,
汝等悉端正,
聰明多技術,
色力亦不常。


게다가 일체 세간의 애욕에 대한
은밀(隱密)한 방법까지 알고 있으며
자태와 얼굴은 세상에 드물고
모양은 옥녀(玉女)의 얼굴과 같네.
兼解諸世閒,
隱秘隨欲方,
容色世希有,
狀如王女形。


하늘이 보면 그들 아내 버리고
신선도 그 때문에 무너지리니
어떻게 인간의 왕자가
능히 그 정(情)을 느끼지 못하리.
天見捨妃后,
神仙爲之傾,
如何人王子,
不能感其情。


이제 이 왕의 태자는
비록 튼튼하고 굳은 마음 지니고
청정한 덕 순수하게 갖추었더라도
여자의 힘은 이기지 못하리라.
今此王太子,
持心雖堅固,
淸淨德純備,
不勝女人力。


옛날에 손타리(孫陀利)는
능히 큰 선인(仙人)을 무너뜨렸고
그로 하여금 애욕을 익히게 하여
발로써 그 정수리 밟았다 하였네.
古昔孫陁利,
能壞大仙人,
令習於愛欲,
以足蹈其頂。


오랫동안 고행한 구담(瞿曇) 선인도
또한 천후(天后)에게 무너졌으며
승거(勝渠) 선인의 아들은
애욕을 익힘으로 그 흐름 따랐다네.
長苦行瞿曇,
亦爲天后壞,
勝渠仙人子,
習欲隨沿流。


비시바(毘尸婆) 선인은
도(道)를 십천 년 동안 닦았으나
천후(天后)에게 깊이 집착하여
하루 사이에 갑자기 무너졌다네.
毘尸婆梵仙,
修道十千歲,
深著於天后,
一日頓破壞。


저와 같은 여러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 힘으로 모든 범행(梵行) 이겼거늘
하물며 너희들과 같은 기술로
왕자를 감동시키지 못한단 말인가.
如彼諸美女,
力勝諸梵行,
況汝等技術,
不能感王子。


마땅히 다시금 모든 방편 동원하여
왕가의 대물림 끊이지 않게 하라.
여자의 본 바탕 비록 미천하나
승천(勝天)을 따라 존귀하고 영화롭거늘
어찌하여 그 기술 다 부려
그로 하여금 더러운 마음 나게 하지 못하는가.”
當更勤方便,
勿令絕王嗣,
女人性雖賤,
尊榮隨勝天,
何不盡其術,
令彼生染心。


그때 여러 채녀들
우타이의 말을 즐겁게 듣고
용기와 기쁜 마음 더했으니
좋은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 같았네.
爾時婇女衆,
慶聞優陁說,
增其踊悅心,
如鞭策良馬。


그들은 곧 태자 앞으로 나아가
저마다 갖가지 애교 부렸네.
노래하고 춤추며 혹은 농담 붙이고
눈썹을 찡긋하고 흰 이빨 드러내며
往到太子前,
各進種種術,
歌儛或言笑,
揚眉露白齒。


아름다운 눈매로 살짝 엿보고
얇은 옷에 하얀 살 아련히 드러내어
요염하게 흔들며 천천히 걸어
거짓으로 친밀하게 점점 가까이 갔네.
美目相眄睞,
輕衣現素身,
妖搖而徐步,
詐親漸習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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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이 그 마음에 무르익은 데다
겸하여 대왕의 뜻 받들었으니
함부로 비밀한 곳 추잡하게 드러내며
어느새 부끄러워하는 마음 잊어버렸네.
情欲實其心,
兼奉大王旨,
慢形媟隱陋,
忘其慚愧情。


그러나 태자 마음 견고하여
의젓한 그 모습 변하지 않았나니
마치 저 큰 용상(龍象)이
수많은 코끼리에게 둘러싸여도
그 마음 어지럽지 않는 것처럼
그런 무리 속에서도 언제나 한가로웠네.
太子心堅固,
傲然不改容,
猶如大龍象,
群象衆圍遶,
不能亂其心,
處衆若閑居。


또 마치 제석(帝釋)천왕이
뭇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태자가 동산 수풀에 있을 때
채녀들에게 둘러싸임도 그와 같았네.
猶如天帝釋,
諸天女圍遶,
太子在園林,
圍繞亦如是。


혹은 그를 위해 옷맵시 내고
혹은 그를 위해 손발 씻으며
혹은 향수를 몸에 바르고
혹은 꽃으로 장엄하게 꾸몄네.
或爲整衣服,
或爲洗手足,
或以香塗身,
或以華嚴飾。


혹은 그를 위해 영락(瓔珞)을 걸고
혹은 태자 몸을 부여 안기도 하며
혹은 그를 위해 베개나 자리가 되어 주고
혹은 몸을 기대어 소곤거리기도 하였네.
或爲貫瓔珞,
或有扶抱身,
或爲安枕席,
或傾身密語。


혹은 세속의 유희로 꼬드기고
혹은 갖가지 애욕의 일 이야기하며
혹은 모든 애욕의 몸짓을 해내어
그 마음을 움직이려 꾀하였네.
或世俗調戲,
或說衆欲事,
或作諸欲形,
規以動其心。


그러나 보살 마음 깨끗하고 맑으며
견고하여 움직이기 어려웠으니
보살은 모든 채녀 지껄이는 말 듣고
근심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은 채
菩薩心淸淨,
堅固難可轉,
聞諸婇女說,
不憂亦不喜。


곱절이나 싫어하는 생각을 내어
이것은 참으로 기괴하다 탄식했네.
모든 여자들 음욕의 마음
이와 같음을 비로소 알았네.
倍生厭思惟,
嘆此爲奇怪,
始知諸女人,
欲心盛如是。


젊고 싱싱한 여색도 잠깐이어서
어느새 늙음ㆍ병듬ㆍ죽음으로 무너지는 것 모르나니
슬프다, 크게 미혹(迷惑)됨이여
어리석음이 그 마음 덮었구나.
不知少壯色,
俄頃老死壞,
哀哉此大惑,
愚癡覆其心。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마땅히 생각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라.
칼날이 내 목에 다다라 있거늘
어떻게 오히려 웃으며 즐기랴.
當思老病死,
晝夜勤勖勵,
鋒刃臨其頸,
如何猶嬉笑。


남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 보고도
제 몸을 돌아보아 살펴볼 줄 모르면
이는 곧 흙이나 나무로 만든 사람이니
어찌 마음에 생각인들 있으랴.
見他老病死,
不知自觀察,
是則埿木人,
當有何心慮。


빈 벌판의 두 그루 나무가
꽃과 잎이 다 함께 무성하다가
한 그루 이미 베어져 나가도
다른 하나는 두려움을 모르듯
如空野雙樹,
華葉俱茂盛,
一已被斬伐,
第二不知怖。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
생각 없음 또한 그와 같구나.
그때에 우타이가
태자 앞에 이르렀다네.
此等諸人輩,
無心亦如是,
爾時優陁夷,
來至太子所。


고요히 앉아 선정[禪思]에 들어
마음에 5욕(欲)의 생각 없는 것 보고
곧 태자에게 말하였네.
“일찍이 아들의 좋은 벗 되어 달라는
대왕의 명령을 받았기에
이제 마땅히 정성된 말 올립니다.
見宴默禪思,
心無五欲想,
卽白太子言,
大王先見勅,
爲子作良友,
今當奉誠言。


참된 벗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이익되지 않는 것 없애 주고
둘째는 남에게 이익된 일 만들어 주며
셋째는 어려울 때 버리지 않는 것이네.
朋友有三種,
能除不饒益,
成人饒益事,
遭難不遺棄。


나는 이미 착한 벗이라 불렸으니
장부의 의리를 저버리고
품은 생각 다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세 가지 유익한 친구라 하리라.
我旣名善友,
棄捨丈夫義,
言不盡所懷,
何名爲三益。


그러므로 이제 참된 말 설하여
충성스런 내 마음을 나타내려 하네.
나이는 한창 젊은 때이고
얼굴과 몸도 덕을 충분히 갖추었거늘
今故說眞言,
以表我丹誠,
年在於盛時,
容色德充備。


이제 여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것은 훌륭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설령 진실로 그런 마음 없더라도
마땅히 방편으로 받아들여야 하리.
不重於女人,
斯非勝人體,
正使無實心,
宜應方便納。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을 내어
그 생각을 수용해 따르라.
애욕으로 교만만 늘리는 것
여자보다 더한 것 전혀 없다네.
當生軟下心,
隨順取其意,
愛欲增憍慢,
無過於女人。


우선 지금은 마음에 어긋난다 해도
법의 방편을 따라야 하리.
여자를 따르면 마음이 즐겁고
따르는 것 자체가 장엄거리 된다네.
且今心雖背,
法應方便隨,
順女心爲樂,
順爲莊嚴具。


만일 사람으로서 순리를 거스르면
꽃과 열매 없는 나무와 같으리니
어찌하여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그 일을 거두어 받으려 함이라네.
若人離於順,
如樹無花果,
何故應隨順,
攝受其事故。


얻기 힘든 경계를 이미 얻었거늘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네.
애욕은 가장 제일가는 것으로
하늘도 그것을 잊지 못했고
저 제석왕(帝釋王)도
구담(瞿曇) 선인의 아내와 사통(私通)했네.
已得難得境,
勿起輕易想,
欲爲最第一,
天猶不能忘,
帝釋尚私通,
瞿曇仙人妻。


아가타(阿伽陀) 선인이
오랜 세월 고행을 닦았던 것은
천후(天后)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나
끝내 그 소원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阿伽陁仙人,
長夜脩苦行,
爲以求天后,
而遂願不果。


바라타(婆羅墮) 선인이나
저 월천자(月天子)나
바라사(婆羅舍) 선인
그리고 가빈사라(迦賓闍羅)들
婆羅墮仙人,
及與月天子,
婆羅舍仙人,
與迦賓闍羅。


이러한 많은 무리들도
모두 여자 때문에 무너졌나니
하물며 지금은 자기의 경계이거늘
어떻게 능히 즐기지 않으리.
如是比衆多,
悉爲女人壞,
況今自境界,
而不能娛樂。


과거 세상에 덕(德)의 종자 심었기에
이제 이 묘한 많은 갖춤 얻었네.
세상 사람들 모두 즐겨 집착하건만
그대 마음은 도리어 반기지 않는구나.”
宿世殖德本,
得此妙衆具,
世閒皆樂著,
而心反不珍。


그때에 왕의 태자(太子)는
친구 우타이(優陀夷)의
달콤한 말과 능란한 말솜씨로
세간의 모습을 말하는 것 들었네.
爾時王太子,
聞友優陁夷,
甜辭利口辯,
善說世閒相。


우타이에게 대답하였네.
“그대 성심으로 말하는 것 들었다.
내가 이제 너에게 설명하리니
우선 유의하여 자세히 들으라.
答言優陁夷,
感汝誠心說,
我今當語汝,
且復留心聽。


내 묘한 경계를 업신여긴다거나
또한 세상 즐거움 모르는 것 아니다.
다만 저 덧없는 모양 보았기에
근심스런 마음 내는 것이다.
不薄妙境界,
亦知世人樂,
但見無常相,
故生患累心。


만일 그 법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서
늙음ㆍ병듦ㆍ죽음의 괴로움 없다면
나도 또한 마땅히 그 즐거움을 누려
끝내 싫어하여 떠나려는 마음 없으리.
若此法常存,
無老病死苦,
我亦應受樂,
終無厭離心。


만일 모든 여색(女色)으로 하여금
끝까지 쇠하거나 변함 없게 한다면
애욕이 비록 허물이 되더라도
오히려 사람 정(情)을 머물 수 있으리라.
若令諸女色,
至竟無衰變,
愛欲雖爲過,
猶可留人情。


사람에게는 늙음ㆍ병듦ㆍ죽음이 있어
자기 자신도 즐거울 것 없겠거늘
어찌 하물며 다른 사람에 대해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랴.
人有老病死,
彼應自不樂,
何況於他人,
而生染著心。


항상함 없는 5욕의 경계는
자기 자신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런데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 내면
그것은 곧 짐승과 다름없으리.
非常五欲境,
自身俱亦然,
而生愛樂心,
此則同禽獸。


네가 모든 신선들을 끌어들여
5욕 익혀 집착하게 하였더라도
그들은 곧 싫어하고 근심해야만 했거늘
애욕을 익힘으로 멸망하고 말았다네.
汝所引諸仙,
習著五欲者,
彼卽可厭患,
習欲故磨滅。


또 훌륭한 선비라고 칭송 듣는 이들도
5욕의 경계에 집착하여 좋아하다가
그들도 또한 함께 멸망하고 말았나니
저들은 실로 훌륭하지 못한 줄 알아야 하네.
又稱彼勝士,
樂著五欲境,
亦復同磨滅,
當知彼非勝。


만일 거짓으로 방편을 말해
그들을 따르고 가까이하게 하면
그 익힘은 곧 진실로 물들어 집착한 것
어떻게 방편이라 이름하겠는가.
若言假方便,
隨順習近者,
習則眞染著,
何名爲方便。


허망하고 거짓됨 따르는 일들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나니
진실로 그대로 따르는 사람은
그것을 곧 그릇된 법이라 하네.
虛誑僞隨順,
是事我不爲,
眞實隨順者,
是則爲非法。


이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워
일을 따르면 곧 집착 생기고
집착하면 허물을 보지 못하나니
어떻게 방편이라 하여 따를 것인가.
此心難裁抑,
隨事卽生著,
著則不見過,
如何方便隨。


순리를 따르다가 마음이 어그러졌다는
이런 이치를 나는 보지 못하였네.
이와 같이 늙음ㆍ병듦ㆍ죽음은
큰 괴로움이 쌓인 덩어리이니.
處順而心乖,
此理我不見,
如是老病死,
大苦之積聚。


나를 그 가운데 떨어지게 하는 것
그것은 착한 벗의 말이 아니다.
아아, 불쌍하구나. 우타이여
참으로 간담이 크다 하겠구나.
令我墜其中,
此非知識說,
嗚呼優陁夷,
眞爲大肝膽。


남[生]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근심
그 괴로움 너무도 두려운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 모두 다 썩는 데도
거기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좇는구나.
生老病死患,
此苦甚可畏,
眼見悉朽壞,
而猶樂追逐。


나는 이제 고달프고 힘도 빠졌고
마음 또한 옹졸하고 비좁아졌네.
늙음ㆍ병듦ㆍ죽음을 가만히 생각하면
언제 들이닥칠지 예측할 수가 없어
밤낮으로 잠자는 일도 잊고 있나니
무슨 경황에 5욕을 즐길 건가.
今我至儜劣,
其心亦狹小,
思惟老病死,
卒至不預期,
晝夜忘睡眠,
何由習五欲。


늙음ㆍ병듦ㆍ죽음은 불꽃 같아서
결정코 이를 것임은 뻔한 일이거늘
오히려 걱정할 줄 모른다면
참으로 목석(木石)의 마음이라 하리라.”
老病死熾然,
決定至無疑,
猶不知憂慼,
眞爲木石心。


태자는 우타이를 위하여
여러 가지 교묘한 방편으로써
애욕의 깊은 근심 설명하느라
어느새 날 저문 줄 알지 못하였네.
太子爲優陁,
種種巧方便,
說欲爲深患,
不覺至日暮。


그때 모든 채녀들은
풍류며 갖가지 장엄거리들
그 모든 것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부끄러워하며 성(城)으로 되돌아갔다네.
時諸婇女衆,
伎樂莊嚴具,
一切悉無用,
慚愧還入城。


태자가 그 동산 수풀을 보자
갖가지 장신구들은 못쓰게 되고
기녀들도 모두 다 되돌아가니
그 장소 텅텅 비어 적막하였다.
덧없다는 생각 갑절이라 더하여
머리 숙인 채 본궁(本宮)으로 돌아갔다네.
太子見園林,
莊嚴悉休廢,
伎女盡還歸,
其處盡虛寂,
倍增非常想,
俛仰還本宮。


아버지인 왕은 그 태자가
5욕에 대한 마음 끊어졌단 말 듣고
못내 걱정하고 괴로워함이
예리한 칼날이 심장을 도려내는 듯 했네.
父王聞太子,
心絕於五欲,
極生大憂苦,
如利刺貫心。


모든 신하를 곧바로 불러들여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묻자
모두들 말하기를 5욕의 즐거움으론
태자 마음 붙들 수 없다 하였네.
卽召諸群臣,
問欲設何方,
咸言非五欲,
所能留其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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