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45화 - 두부로 부인 유혹한 중 (設泡瞞女)
어떤 절에 한 중이 있었는데,
권모술수에 능하여
다니면서 사기행각을 일삼았다.
이 중이 거처하는 절은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중은 수시로 마을에 와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
이 마을에는
박씨, 김씨, 이씨 성을 가진
세 천호(千戶)1)가 살았는데,
1)천호(千戶) : 중국에 있었던 지방장관. 지방 행정의 장이란 뜻.
중은 이들과 모두 친하게 지냈으며
수시로 세 집을 드나들어
그 부인들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하루는 중이
세 천호의 부인에게 이야기했다.
"소승이 만드는 두부는
맛이 매우 특이합니다.
그래서 소승이 세 수씨(嫂氏)를 위해
특별히 두부를 만들려고 하오니,
소승의 절까지 오시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다면
소승이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세 부인의 의향은 어떠하신지요?"
이에 세 부인은
모두 좋다고 대답하면서,
특별히 자신들을 위해
수고해 주시는 성의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중을 찾아갈
날짜와 시간을 정한 다음 헤어졌다.
드디어 약속한 날이 되어
세 부인은 함께
중이 거처하는 절로 찾아 올라갔다.
그러자 중은 세 부인을 맞이해
법당으로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무릇 절에서 먹는 음식은
반드시 먼저 부처님께 공양을
드린 다음 먹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세 부인께서는
먼저 부처님께 예를 올리소서."
이 말에 따라 세 부인은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합장하여 절을 하니,
중은 또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절 두부를 먹으려면
부처님 앞에
배례를 올려야 할 뿐만 아니라,
평생 숨기고 있던 일을
모두 부처님께
낱낱이 고해야 하옵니다.
부처님은
사람들의 모든 비밀을 다 아시기에,
만약 숨기는 일이 있으면
큰 벌을 받게 되옵니다."
이에 세 부인은 서로 돌아보며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때 불상 있는 곳에서
엄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세 부인은 들어라.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일을
다 알고 있으니,
숨김없이 내 앞에서
털어 놓아야 하느니라."
이것은 사실 중이 동자승 하나를
미리 불상 뒤에 숨겨 놓고,
중이 신호를 하면
이렇게 목소리를 변조하여 말하라고
시켜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인들은 정말
부처님이 계시하는 소리로 알고
크게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때 중은 또 세 부인을 재촉하니,
그들은 할 수 없이
마음속의 비밀을 털어 놓기로 했다.
먼저 박 천호의 부인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시집오기 전 처녀로 있을 때
끓어오르는 춘흥(春興)을
억제하지 못하고,
옆집 총각과 매일
집 뒤편 숲속에 들어가서
맨살을 맞대고 즐겼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니
모친이 알고서 이 일을 숨긴 채
빨리 혼인을 시킨 것입니다.
제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이것뿐이옵니다."
"그래, 알겠다.
내 이미 다 알고 있느니라."
박 천호 부인의 말이 끝나자,
역시 불상 뒤에 숨어 있는 동자승이
중의 지시대로 목청을 가다듬어 말했다.
다음은 김 천호의 부인이
비밀을 고하기 시작했다.
"저는 처녀 때,
같은 마을에 사는 한 남자가
아무 것도 모르는
저를 유혹해 말하기를,
여자가 나이 들어 시집을 가려면
반드시 잠자리 연습을 해가지고 가야
첫날밤을 잘 견딜 수 있다고 꾀었습니다.
그 때 저는 모든 처녀들이
다 그렇게 연습을 해가지고
시집을 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
하라는 대로 옷을 벗고
몸을 합쳐 환애를 했는데,
처음에는 아프고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했지만,
날마다 연습을 하는 동안
점점 감흥이 일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배게 되었고,
출산을 하니,
부모님이 아시고는
그 아이를 뒷산에 묻은 다음
혼인을 시켰습니다.
이 외에는 비밀이 없나이다."
"그렇지,
내 그 사실도 알고 있는 바로다."
김 천호의 부인이 비밀을 고했을 때도,
역시 이전처럼
동자승이 한 소리를 했다.
끝으로 이 천호의 부인이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처녀 때
남자를 접해본 적이 없어,
앞의 두 부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하지만 시집을 온 후에
남편의 친구가
허물없이 집에 드나들어
스스럼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저를 유인해
정을 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남편 친구의 아이를 가져
출산한 것이
지금 기르고 있는 아들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자기 아들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일은
남편이 자신의 친구와
너무 무관하게 지내게 한 탓이고,
순전히 제 잘못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맞도다,
너의 일도 내 이미 다 알고 있노라."
불상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동자승은 역시 이렇게 말했다.
세 부인의 실토가 끝나니
중은 세 부인을 향해,
"부인들 어떻습니까?
부처님은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십니다.
내 이제 세 부인의 그 일을
남편 천호들에게
모두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 아십시오." 라고 말하니,
부인들은 크게 놀라
제발 남편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며
엎드려 애걸하는 것이었다.
이에 중은 부인들을 한 사람씩
차례로 옆방에 들어오라고 하여,
온갖 기교를 부리며
응축되어 있던 정력을 모두 발휘해
마음대로 세 부인을 농락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말하지 않는 댓가로
쌀을 가져 오라고 하여,
동자승과 함께 한동안
배불리 잘 먹고 지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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