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46화 - 문장에 능한 관장에게 물어보라 (問能文官)

옛날에 한 무인이

남쪽 지역 어느 고을

관장으로 부임해 갔다.

 

그리하여 첫날,

고을의 많은 선비들이 방문하여

인사를 올린 다음,

일반적으로 무인 관장들은

학문이 깊지 못하므로

이를 놀려 주기 위해 꾀를 냈다.

 

그래서 선비들은

옛날 유학 경전에 있는

성현들의 글귀를 끌어와서

종이에 가득 적은 다음,

"사또어른, 이 글의 깊은 뜻을

소인들 시골 선비들은

자세히 알지 못하오니,

이 속에 담긴 의미를 밝혀

해석해 주옵소서."

라고 말하면서

그 종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에 관장은

선비들의 눈치를 살펴보고서,

무인인 자신을 골탕 먹이려는

수작임을 알았다.

 

그래서 앞에 놓인 종이를

한번 죽 훑어보고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적어 주는 것이었다.

"활의 강하고 약한 정도며

화살의 곧고 굽은 것 등에 대해서라면

무관인 본관이 잘 알고 있어,

이에 관한 문제는

본관이 명쾌하게

설명할 수가 있소이다.

하지만 '시경'이나 '서경'같은

고전 경서에 대해서는

문견이 짧아

본관이 잘 알지 못하니,

그런 문제는 잘 간수해 두었다가

이후 문장에 능한 관장을 만나거든

물어 보도록 함이 옳을 것이로다."

 

이것을 본 선비들은

이 무인 관장의 임기응변에

깊이 감복하고,

감히 무인 관장이라 하여

놀리려 하지 못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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