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9화 - 객이 대동강 물이 다한다고 애석해 하다 (客惜水盡)

 

평양은 진실로 장관이 아름다운 곳이라

옛날부터 많은 시인들과

문장을 뽐내는 손님들이 와서

시를 읊으며 즐기던 곳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왕래하는 사신들 역시

지나가는 길에 놀고 갔으므로,

정든 기생들과의 이별에

많은 눈물을 뿌리고

슬퍼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려 시대의 정지상(鄭知常)은

다음과 같은 시를 읊게 된 것이었다.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비 갠 긴 언덕에 풀빛 더욱 푸른데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남포로 님 보내는 구슬픈 노래

大洞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곧 정들었던 기녀들과

슬픈 이별을 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려

그 물이 대동강의 물을

더해 주고 있으니,

언제라도 마르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날 서울의 한 선비가

평양에 가서

평안감사를 알현하니,

술상을 차려 내왔다.

그런데 물을 많이 타서

어찌나 싱거운지 술맛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밤에는 역시

기생 하나를 방기(房妓)1)로 넣어 주어

함께 잠자리를 했는데,

1)방기(房妓) : 손님 방에서 동침하는 기생.

아침에 작별을 하면서

전혀 슬퍼하는 기색이 없고

눈물 또한 흘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사람이

앞서 정지상의 시와 관련지어 말하기를,

"애석하구려,

대동강 물은

얼마 안 있어 마를 것입니다."

라고 은근히 비꼬았다.

 

이 말을 들은 감사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겠기에

그 까닭을 물으니,

이 사람의 대답은 이러했다.

"어제 주신 술에는

대동강 물을 많이 타서 싱거웠고,

어젯밤 나와 함께 잔 기생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니,

대동강 물에 더할 눈물이 없어

곧 마르지 않겠습니까?

정지상의 시에 따르면,

이별 눈물이 더해져서

대동강 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 했습지요."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명언이라 하여 크게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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