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화 - 아들이 먼저 차지하다 (衙子先取)
옛날 어떤 고을에 관장이 부임해 갔다.
그리하여 첫날 관속들로부터
부임 인사를 받는 자리에
고운 기생들이 많아 몹시 흡족해 했다.
한편 관장에게는 외아들이 있어
애지중지하며 보호하고 있는데,
예쁜 기생들을 보는 순간
아들이 여색에 빠지지나 않을까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관장은
한가지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곧 기생들 명부를 들여놓고
차례대로 하나씩 불러들여
입을 맞추고 가슴을 한번 문지른 다음,
기생의 사타구니 사이에 손을 넣어
은밀한 곳을 힘껏 쥐어 보고는
내보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부친과 관계를 맺은 기생들은
아들이 감히 접근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계책이었다.
이에 아들이 생각하니,
자기가 접근할 수 있는 기생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아들은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기생 중
제일 어리고 예쁜 아이를 하나
가려내어 불렀다.
그리고는 그 기생을
무릎에 앉히고
부친이 했던 것처럼
입을 맞추고
가슴과 은밀한 곳을 만진 뒤,
차례가 되면
부친께 들어가
그대로 아뢰라고 일렀다.
드디어 이 기생의 차례가 되자
관장 앞에 엎드려
공손히 고하기를,
"소녀는 조금 전 도련님께서
이미 입을 맞추었사온데,
그 때 감히 피하지 못하였사옵니다.
이 일을 숨겨서는 안 될 것 같사와
미리 사실대로 아뢰오니
어떻게 하면 좋겠나이까?"
이에 관장은 크게 놀라면서
똑바로 앉더니,
"이 아이가 한 짓은
강아지 같은 행동이지만,
그 기상은 매우 좋은 면이 있도다.
내 이 아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라고 말하고는
기생 부르던 일을 중지하였다.
그 후 아들은 과연 급제를 하고
높은 벼슬에 올라 크게 이름을 날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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