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309화 - 숫돌을 위해 칼을 가나 (爲礪磨刀)
어떤 사람이 먼 길을 가다가
한 주막에 들렀다.
그런데 주막에 손님들이 너무 많아,
이 사람은 안방에 붙은
작은 곁방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이곳은 안방과의 사이에 정식 벽이 없고,
종이로 바른 장지 하나만 있을 따름이었다.
이 사람이 밤중에 누워 있자니,
주점 주인 부부의 잠자리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부인의 옷을 벗기는 소리,
흥분이 고조되어 신음하는 소리.
절정에 올라서 희희낙락하는
사랑의 속삭임까지 모두 잘 들렸다.
주인 부부의 한바탕 작업이 끝나자
남편이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여보! 내 오늘 하루 종일
손님들 때문에 힘들었소.
그래서 밤에는 그냥 자려고 했는데,
순전히 당신을 위해 봉사로 해준 것이라오.
그러니 고맙게 여겨야 하오."
"뭐라고요?
숫돌에 칼을 갈아 놓고는,
도리어 숫돌을 닳게 하기 위해
갈아 주었다고 하는구려.
그러면 누가 맞는다고 하겠어요?"
이러면서 부부는 한참 동안 웃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남편은 부인을 껴안으면서 귀에 대고 말했다.
"여보! 전날 당신이 귀 후비는 막대기로
이 귀를 후비던데,
그것은 귀가 가려워서 후빈 것이요,
그 막대기를 위해 후빈 게요?"
이에 부인은 대꾸는 하지 않고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자 곁방에서 듣고 있던 이 사람이
슬그머니 웃으면서,
"그야 두말 할 여지없이
귀를 위해 후빈 것이지요."
라고 말하니
부부는 부끄러워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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