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벌남·개똥녀·맘충 ..실종된 시민의식 신조어로 표출

이창수 입력 2018.02.20. 19:44

http://v.media.daum.net/v/20180220194410389?rcmd=rn

 

② 만연하는 이기주의 /

논란 일으킨 표현 대명사처럼 고착화.. 사회 갈등 대부분 시민의식과 맞닿아 /

공공 갈등 원인 '배려의식 부족' 꼽아.. 전문가 "관심 끌려 자극적 용어 사용"

 

#1.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 주말 집 근처 코인 빨래방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비좁은 공간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이씨의 빨래 더미를 넘어뜨린 것이다. 방금 빤 빨래들이 바닥에 쏟아져 버렸지만 아이와 그 부모는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했다. 이씨가 거세게 항의하자 부모는 그제서야 “미안하다”면서도 “애들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되레 쏘아 붙였다.

#2. 홍모(33)씨 커플도 최근 찾은 음식점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40∼50대 남성 셋이 들어와 큰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하더니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대놓고 욕설 섞인 반말을 했기 때문이다. “남자 몸에 좋은 걸로 갖다달라” 식의 성희롱성 발언은 물론이고 “5인분 같은 3인분을 달라” 등 꼴불견 행태가 이어졌다. 홍씨는 “어머니뻘이신 분을 막대하는 모습에 내심 욕지기가 치밀었지만 괜한 시비가 생길까봐 가만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백만명이 운집한 촛불집회에서도 우리 시민들은 사건사고 하나없이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주요 이벤트 때 보여주는 시민의식은 그 때 잠시 뿐. 일상에서는 그런 시민의식은 여지없이 실종되고 말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개인과 집단 사이 벌어진 도덕의 간극이 좁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의식 비꼬는 자학적 신조어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시민의식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20일 서울시가 지난 1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 서울시 공공갈등 인식’에 따르면 공공 관련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을 묻는 말에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서로 배려하는 성숙한 민주적 시민의식 부족’(39.1%)을 꼽았다. ‘정부불신 등 사회신뢰 부족’(37.8%), ‘법과 제도, 절치의 미비’(21.7%)보다 높았다.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갈등이 시민들의 의식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걸 시민들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시민의식에 대한 대중의 갈증은 꾸준히 등장하는 신조어들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04년 언론에 처음 등장한 ‘쩍벌남’, 이듬해 등장한 ‘개똥녀’는 무개념 인물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김여사’, ‘막말녀’ 등을 비롯해 2012년 이후 벌레라는 뜻의 ‘충(蟲)’이란 단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맘충’, ‘길빵충’, ‘낙서충’ 등 신조어들이 잇따랐다. 지난해엔 영화관 등에서 몰지각한 행위로 관람을 방해하는 이른바 ‘관크족’(관객+크리티컬)이란 단어가 주목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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