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609- 등거리 입고 나왔네 (新兒背衣)

한 선비가 혼인 후

내리 세 아들을 낳았는데,

모두 얼굴이 못생겨 매우 언짢았다.

그래서 선비는 이렇게 한탄했다.

'내 정액이 너무 탁해서

태어나는 아이가

이렇게 곱지 못한 것 같으니,

이번에는 정액을 잘 걸러서

아이를 만들어 보겠노라.'

이렇게 생각하고,

밤에 잠자리를 하면서

아내의 음호를

가는 삼베 천으로 덮은 다음

행사를 시작하려 했다.

이를 본 아내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이라

이상하게 여기고 물었다.

"여보, 삼베 조각은

왜 덮는 것인가요?"

"아, 내 정액이 너무 흐려서

태어난 아이들 얼굴이

모두 곱지 않고 추하니,

이번에는 내 정액을 잘 걸러서

예쁘게 생긴 아이를

낳아 보려고 이런다오."

이러면서 바야흐로

삼베 조각 위에

양근을 접속시켜

조심스럽게 행사를 치렀다.

그런데 끝나고 보니

출입 운동을 하는 동안

양근에 씌워졌던 삼베 조각이

어디론가 사라져,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10삭이 지났다.

아내가 해산을 하자

과연 이번에는

잘생긴 아이가 태어났다.

그래서 부부는 기뻐하며

아이를 살펴보니,

잘 기워진 '삼베등거리'1)를

입고 있는 것이었다.

1)삼베등거리 : 삼베로 지은 저고리.

이를 본 선비가 기뻐하면서 소리쳤다.

"이번에 잘생긴 아이가 태어난 것은

분명히 내 정액을 걸러서

맑게 한 효험이 나타난 것이로다.

게다가 삼베 등거리까지 입고 나왔으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로다."

이러면서 부부가 함께 크게 웃었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