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궁(東宮)이 또한 임금 되기 전에 시[詞藻]에 뜻을 두어 고서(古書)를 많이 모았다. 언젠가 삼청동시(三淸洞詩) 한 수를 지었는데, 그것이 진사(進士) 유희발(柳希發)의 궤 속에 있다기에 그에게 삼가 청하여 읽어보았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丹壑陰陰翠靄間 단학음음취애간

碧溪瑤草繞天壇 벽계요초요천단

煙霞玉鼎靈砂老 연하옥정령사노

蘿月松風鶴未還 라월송풍학미환

푸른 이내 속에 붉은 골짜기는 그늘졌는데

맑은 시냇가 기이한 풀들이 천단을 에웠도다

노을 어린 옥솥에 단약은 익어가나

다래넝쿨에 달 비치고 솔바람 일어도 학은 아직 돌아오지 않네

시화(詩話)가 맑고 서늘하며 자법(字法)도 또한 기이하다. 임금의 제작은 저절로 세속 시인들의 구기(口氣)와는 다르다. 아, 존경할 만하다.

희발(希發)은 문화 유씨(文化柳氏)로 광해군의 처남인데, 벼슬은 이조 참판을 지냈으며 계해년(1623)에 사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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