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大君以前搆匪懈堂, 欲得佳製懸板, 而諸客之詩, 皆未滿意, 强邀進士, 設宴懇之,

대군은 전에 비해당(匪懈堂)을 짓고 현판을 맨드러 걸랴 하엿스나 모든 객의 시가 뜻에 맛지 아니하야 현판을 맨들지 못하다가 이에 김진사를 불러 잔채를 배설하고 이것을 청하엿다.

一揮而就, 文不加點, 而山水之景色, 堂搆之形容, 無不盡焉, 可以驚風雨, 泣鬼神.

진사가 글을 쓰매 점을 더하지 아니하고 산수의 경물이든지 당구(堂構)의 형용을 허비함이 업시 써서 풍우를 놀내이고 귀신을 울니인다.

大君句句稱賞曰:

대군은 시구마다 칭상하였다.

“不意今日復見王子安! ”

“뜻밖에 오늘 다시 왕자안 같은 신선을 만났구나.”

吟咏不已. 但一句有"隨墻暗竊風流曲"之語, 停口疑之.

음영하여 마지 않다가 [재삼 읇흐시다가] 다만 한 구 ‘수장암절풍류곡(隨墻暗竊風流曲)“이란 말의 이르러 입술을 닫고 의심하였다. [고개를 수구린다.]

進士起而拜曰:

진사는 일어 절을 올렸다.

“醉不省人事, 願爲之辭退.”

“취하여 인사불성이니 원컨대 물러나겟나이다.”

[진사는 대취하야 일을 분별지 못하며 나아가기를 쳥한다]

大君命童僕, 扶而送之.

대군은 동복(童僕)으로 부츅하야 보내엿다

翌日之夜, 進士入語妾曰:

잇튼날 밤에 진사는 셔궁의 드러가 운영에게 말하기를,

“可以去矣. 昨日之詩, 疑入大君之意, 今夜不去, 恐有後禍.”

“도망가야 하오. 어제의 시에서 의심이 대군의 생각에 들엇으니 오늘밤 도망가지 않으면 후환이 닥칠까 두렵소.”

["인제는 다라나지 아니하면 아니되오. 대군이 어제 시의 뜻을 의심하고 잇소. 지금 가지 아니하면 엇지 될지 모르겟소."]

妾對曰: “昨夕夢見一人, 狀貌獰惡, 自稱冒頓單于曰:

운영은 "어제밤에 용모가 흉악한 자가 스사로 모돈단우라 칭하면서 [모돈(冒頓)이라 하는 단우(單于)가] 말하기를,

‘旣有宿約, 故久待長城之下.’

'언약한 바가 잇서 오래 동안 성 밋헤서 기대리고 잇다.'고 말하기에

覺而驚起, 甚怪. 夢兆之不祥, 郞君其亦思之乎?”

꿈에서 깨어나 놀라 일어났으니 심히 괴이하오. 몽조가 불길한데 낭군께서도 그리 생각하시는지요?”

進士曰: “夢裡虛誕之事, 何可信也?

진사:“꿈이란 것은 허황된 일인데 어찌 믿을 수 있는가?

妾曰: “其曰長城者, 宮墻也. 其曰冒頓者, 此特也. 郞君熟知此奴之心乎?”

운영:“ 장성(長城)은 궁장(宮墻)이오 모돈은 특(特)입니다. 낭군게서는 특의 마음을 익히 아시는지요?”

進士曰: “此奴素頑兇, 然於我則前日盡忠, 今日與娘結此好緣, 皆此奴之計也. 진사:“이놈은 본디 미련하고 음흉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전날 충성을 다했고, 오늘 낭자와 이런 호연을 맺은 건 모두 이놈의 계교입니다.

豈獻忠於始, 而爲惡於後乎?”

어찌 처음에 충성을 다하다가 나중에 나쁜 짓을 하겠습니까?

[젼의 츙성을 다하다가 나종에 낫분 짓을 할니는 만무하다고 밋고 잇다]

妾曰: “郞君之言, 如是懇眷, 何敢辭乎?

운영:“낭군의 말씀이 이같이 정성스러운데 어찌 감히 거역하리오?

但紫鸞, 情若兄弟, 不可不告也.”

다만 자란은 정이 형제 같으니 알리지 않을 수 없어요.”

卽呼紫鸞. 三人鼎足而坐, 妾以進士之計告之,

곧 자란을 불러 세 사람이 가마솥발처럼 둘러앉아 나는 진사의 계교를 알렸다.

紫鸞大驚, 罵之曰:

자란은 깜짝 놀라 꾸짖었다.

“相歡日久, 無乃自速禍敗耶!

서로 즐긴 지 오랜데 스스로 화패를 빨리 불러들임이 아닌가?

一兩月相交, 亦可足矣, 踰墻逃走, 豈人之所忍爲也?

한두 달 동안 서로 사귐도 만족하거늘 담을 넘어 도망하다니 어찌 사람으로서소 차마 할 수 있으리오?

主君之傾意已久, 其不可去一也.

대군이 정성을 쏟은 지가 이미 오래니 도망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고,

夫人之慈恤甚重, 其不可去二也.

마님이 불쌍히 여기시고 애중해 하시니 도망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고,

禍及兩親, 其不可去三也.

화가 양친에 미치니 도망할 수 없는 세 번째 이유고,

罪及西宮, 其不可去四也.

죄가 서궁에 미치니 도망할 수 없는 네 번째 이유다.

旦天地一網罟, 非陞天入地, 則逃之焉往.

또한 천지는 하나의 그물망이니 하늘로 솟구쳐오르거나 땅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도망친들 어디로 가겠는가?

倘或被捉, 則其禍豈止於子之身乎?

혹 잡히게 되면 그 화가 어찌 너 일신에 그치겠는가?

夢兆之不祥, 不順言之, 而若或吉祥, 則汝肯往之乎?

몽조가 불길하여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만약 길했다면 네가 기꺼이 도망가겠는가?

莫如屈心抑志, 守貞安坐, 以聰於天耳.

마음을 굽히고 뜻을 억제하고 정절을 지키며 편히 앉아서 하늘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만 같지 못할 것이다.

娘子若年貌衰謝, 則主君之恩眷漸弛矣.

낭자의 얼굴이 쇠하면 대군은 은총과 보살핌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觀其事勢, 稱病久臥, 則必許還鄕矣.

사세를 보아 병을 일컫고 오래 나오지 아니하면 대군도 반듯시 고향에 돌아가기를 허락하리라.

當此之時, 與郞君携手同歸, 與之偕老, 計莫大焉, 不此之思耶.

이때를 당하여 나군과 손잡고 함께 가서 더불어 해로하면 계획이 이보다 큰 것은 없다.

當此之計, 汝雖欺人, 敢欺天乎?”

이런 계교 당하여 네가 사람을 속일 수는 있을지라도 감히 하늘을 속이겠느냐?

進士知事不成, 嗟歎含淚而出.

그 날은 진사도 뜻대로 되지 아니함을 알고 차탄하고 눈물을 먹음고 궁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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