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妾退還西宮, 以白羅衫, 書滿腔哀怨而懷之, 與紫鸞故爲落後, 謂執馬者曰:

운영은 물러나 서궁으로 돌아와 백라삼(白羅衫)의 한 가닥에 만강(滿腔)의 애원을 적어 그것을 몸에 품고 자란과 두 사람이 모든 사람 즁에서 일부러 뒤쳐져서 채찍을 잡은 동복(童僕)에게 말했다.

“東門外巫女, 最爲靈驗云, 我將往其家, 問病而行.”

"동문 밧게 영험한 무녀가 잇다니 거기서 병을 진찰하고 곳 여러 사람 잇는 곳으로 갈 터이다"

僮僕如其言. 至其家, 巽辭哀乞曰:

동복은 그 말과 같이했다. 급히 무녀에게 가서 공순한 말로 애걸했다.

“今日之來, 本欲爲一見金進士耳. 可急通之, 則終身報恩.”

오늘 온 것은 본디 김진사를 한 번 만나고자 합입니다. 급히 통기해 주시면 종신토록 그 은혜는 갚겟슴니다"

巫如其言送人, 則進士顚到而至矣. 兩人相見, 不得出一言, 但流涕而已.

무녀도 그 쳥을 들어 사람을 김진사에게로 보내엿다. 그리하야 김진사는 죽을둥살둥하고 달려왓다. 사랑하는두 사람이 셔로 보매 가슴이 맥키여 한 말도 못하고 다만 서로 붓들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妾以封書給之曰: “乘夕當還, 郞君於此留待.” 卽上馬而去.

나는 그에게 봉서를 주었다.

"첩은 오늘밤 돌아올 터이오니 낭군님은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하고 말 한마듸를 남기고 편지를 손수 젼하면서 말을 타고 갓다

進士坼封書而視之, 其辭曰:

진사는 편지를 봉서를 열어 보니 사연은 이러했다.

曩者, 巫山神女, 傳致一札, 琅琅玉音, 滿紙丁寧.

지난 번 무산신녀가 전해준 편지에는 낭랑한 옥음이 편지에 가득했는데 편안하신지요?

敬奉三復, 悲歡交至, 意不自定. 받들어 재삼 읽자니 슬픔과 기븜이 교차되어 마음을 안정할 수 없었습니다.

卽欲答書, 而旣無信便. 且恐漏泄, 引領懸望, 欲飛無翼, 斷腸消魂.

곧 답서를 부치고자 하나 이미 믿을 만한 인편이 없는데다 또한 일이 누설될까 두려워 옷깃을 당겨 바라보지만 날아가고자 하나 날개가 없으니 애가 끊어지고 넋을 불사릅니다.

只待死日, 而未死之前, 憑此尺素, 吐盡平生之懷, 伏願郎君留神焉.

다만 죽을 날을 기다리며 죽기 전에 이 편지에 의지하여 평생의 회포를 다 토하오니 엎드려 비옵건대 낭군께서는 나를 기억해 주소서.

妾鄕南方也, 父母愛妾, 偏於諸子中, 出遊嬉戱, 姙其所欲.

"첩의 고향은 남방이외다. 부모는 자손 즁 특이 첩을 사량하시어 나가 놀아도 내가 하고자 한는 대로 맡겨 두었나이다.

園林溪水之涯, 梅竹橘柚之蔭, 日以遊翫爲事.

숲속 시냇물 가, 매화,대나무,귤,유자나무의 그늘 아래 날마다 놀기를 일삼았습니다.

苔磯釣漁之徒, 罷牧弄笛之兒, 朝暮入眼.

이긴긴 바위에서 물고기 낚는 무리와 소풀을 뜯기고 피리부는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其他山野之態, 田家之興, 難以毛擧.

기타 산야의 풍경과 농촌의 흥취는 다 적기 어렵습니다.

父母初敎以三綱行實, 七言唐音.

부모님은 처음에는 삼강행실과 칠언당시를 가르쳤지요.

年十三, 主君招之, 故別父母, 遠兄弟, 來入宮門. 나희 십삼세에 주군이 부르시매 부모를 리별하고 형뎨를 떠나 궁즁의 사람이 되엿슴니다.

不禁思歸之情, 日以蓬頭垢面, 藍縷儀裳, 欲爲觀者之陋, 伏庭而泣,

이러한 후에 도라갈 생각이 간절하야 날마다 흐트러진 머리에 댓국이 흐르는 얼굴을 하고 남루한 의상을 입고 보는 이들이 더럽다고 하고자 하여 땅의 업듸여 운 적도 많았슴니다.

宮人曰: “有一朶蓮花, 自生庭中.”

궁인:“한 떨기 연꽃이 절로 뜨락에 피었구나.”라고 했습니다.

夫人愛之, 無異己出. 主君亦不以尋常視之. 宮中之人, 莫不親愛如骨肉.

그러나 부인이 종애(鍾愛)하사 심상한 시녀와 가티 대우치 안으시고 궁즁의 사람들도 골육가티 친애하나이다

一自從事學問之後, 頗知義理, 能審音律, 故宮人莫不敬服. 그 후 학문을 배워 자못 의리를 알고 음률을 해득하였으므로 궁인들이 경복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及徙西宮之後, 琴書專一, 所造益深. 凡賓客所製之詩, 無一掛眼, 才難不其然乎!

셔궁의 온 후에는 금셔(琴書)를 전일하여 조예가 더욱 깊엇습니다. 무릇 손님들이 지은 시는 하나도 눈에 걸리는 게 없어

恨不得爲男, 立身揚名, 而爲紅顔薄命之軀, 一閉深宮, 終成枯落而已, 豈不哀哉!

만약 남쟈로 태어나 일홈을 당세의 빗내지 못하고 홍안박명(紅顔薄命)의 몸이 되어 한 번 깊은 궁에 갇치고는 끝내 말라죽을 뿐이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人生一死之後, 誰復知之. 是以恨結心曲, 怨塡胸海.

인생이 한번 죽은 후에 누가 다시 이것을 알리오? 이러므로 한이 마음에 맺치고 원이 가슴에 차오릅니다.

每停刺繡, 而付之燈火, 罷織錦, 而投杼下機, 裂破罷幃, 折其玉簪.

매양 수를 놋타가도 그만두고, 등불을 붙여 비단짜기를 끝내고 [한번 애닯븐 생각을 하면 걷잡을 수 업시] 북 같 튼 기계를 던지고 커틴을 열파하며 옥잠(玉簪)을 꺾거버립니다.

暫得酒興, 則脫爲散步, 剝落階花, 手折庭草, 如癡如狂, 情不自抑.

잠시 주흥을 얻으면 일상에서 벗어나 정젼(庭前)의 산보하고 계단 아래 꽃을 박락(剝落)하고, 뜨락의 풀을 손으로 꺾거 버림니다. 마티 밋친 사람과 갓슴니다. 이것은 정을 스사로 억제치 못한 까닭이외다.

上年秋月之夜, 一見君子之容儀, 意謂天上神仙, 謫下塵寰.

상년 가을밤에 헌 번 랑군에 옥가튼 얼골을 벽 사이로 보고 텬상의 션인이 인간세상에 적강하엿나 하고 의심하엿슴니다

妾之容色, 最出於九人之下,

저의 용색은 궁녀 즁 아홉 사람의 가장 아래에 났는데도

而有何宿世之緣, 那知筆下之一點, 竟作胸中怨結之祟. 슉세(宿世)의 인연이 잇었는지 어찌하여 붓 아래 일점이 마침내 가슴속에 원한을 맺는 빌미가 될 줄 알았으리오?

以簾間之望, 擬作奉箒之緣, 以夢中之見, 將續不忘之恩.

그리고 발 사이로 바라보고는 부부의 인연을 맺을까 헤아렸으며, 꿈속가티 만나보고는 잊을 수 없는 은혜를 이어갈까 하엿습니다.

雖無一番衾裡之歡, 玉貌手容, 恍在眼中.

한 번도 이불 속의의 즐김은 없을지라도 랑군의 옥모수용(玉貌手容)에 황홀하야 눈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梨花杜鵑之啼, 梧桐夜雨之聲, 慘不忍聞,

배꽃의 두견(杜견)의 울음소리와 오동나무의 밤비 소리가 처량하여 들려 차마 들을 수 없고,

庭前細草之生, 天際孤雲之飛, 慘不忍見.

뜰 압헤 가는 풀이 나고 한울가의 한 조각 구름이 흘러도 처량하게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或倚屛而坐, 或憑欄而立, 搥胸頓足, 獨訴蒼天而已.

혹은 병풍에 의지하여 앉기도 하고 혹은 난간에 의지하여 서기도 하며,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홀로 창천에 호소할 뿐입니다.

不識郎君亦念妾否?

낭군님게서 또한 첩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只恨此身未見郎君之前, 先自溘然, 則地老天荒, 此情不泯.

다만 한스러운 것은 이몸이 낭군님을만나기 전에 먼저 죽는다면 천지가 없어져도 이 정은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今日浣紗之行, 兩宮侍女皆已集, 故不得久留於此.

오날은 완사의 가는 길이오 양궁의 시녀도 모혀 잇는 까닭에 암만하여도 잇슬 수는 업게 됨니다.

淚和墨汁, 魂結羅縷, 伏願郎君, 俯賜一覽.

눈물은 먹물로 화하고 넉(魂)은 비단실에 맺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낭군께서는 몸을 굽혀 일람하소서."

又以拙句謹答前惠, 非此之僞弄, 聊以寓咏好意.

또 졸구로써 삼가 앞의 은혜에 답하옵니다. 이것이 거짓으로 기롱하는 것이 아니요 다만 호의를 두고 읊은 것입니다.

其文則傷秋之賦, 其詩則相思之詩也.

그 문은 가을을 슬퍼하는 글이요 시는 상사의 시였습니다.

'고전문학 > 운영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성궁몽유록 제15회  (0) 2009.10.18
수성궁몽유록 제14회  (0) 2009.10.18
수성궁몽유록 제12회  (0) 2009.09.29
수성궁몽유록 제11회  (0) 2009.09.29
수성궁몽유록 제10회  (0) 2009.09.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