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拆而視之, 悲不自勝, 不忍釋手, 思念之情, 倍於曩時, 如不能自存. 卽欲答書以寄, 而靑鳥無憑, 獨自愁歎而已

진사는 편지를 열어보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차마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리운 정은 지난날보다 배나 더하여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듯했다. 곧 운영에게 답서를 전하랴하나 쳥조(靑鳥)가 업서 홀로 가슴만 태울 뿐이었다.


聞有一巫女, 居在東門外, 以靈異得名, 出入其宮中, 甚見寵信. 進士訪至其家,

우연히 한 무녀(巫女)가 동문밖에 사는데 영험하기로 일홈이 높아 수성궁의 츌입하야 대군의 총애를 밧고 잇다는 말을 들엇다. [그리하야 무녀를 식혀 답서를 젼하랴고 어느 날] 진사가 무녀의 집을 심방하엿다


則其巫年未三旬, 姿色殊美, 早寡, 以淫女自處, 見進士至, 盛備酒饌, 而待之甚厚.

무녀는 나히가 삼십에 각거왓스나 자색이 슈미(秀美)하였다. 그러나 일즉이 과부가 되야 춘정을 조와하는 색녀(色女)의 성질이 있음을 자처했다. 진사가 심방하매 자긔가 친히 나가서 성심으로 주찬을 갖추어서 진사의 호긔심을 어드랴 하였다.


進士把盃不飮曰: “今日有忙迫之事, 明日再來矣.”

진사는 술잔을 들기는 들엇스나 마시지는 않았다.

“오늘은 바쁜 일이 있으니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翌日又往, 則亦如之. 進士不敢開口, 但曰: “明日又再來矣.”

이튿날도 무녀를 심방하엿스나 그대로 도라갔다. 진사는 [무녀의 마음만 호리면서] 한 말도 아니 하고 다만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라고 말햇다.


巫見進士容貌脫俗, 中心悅之, 而連日往來, 不出一言. 意謂年少之人, 必以羞澁不言,

무녀는 보고 볼사록 진사의 늠늠한 풍채의 정염(情炎)이 불가티 이러난다. 진사가 연일 와도 한 말도 아니 함은 년소하야 수삽한 까닭이다 하고 무녀는 스사로 생각하였다.


我先以意挑之, 挽留繼夜, 要以同枕. 明日, 沐浴梳洗, 盡態凝粧, 多般盛飾,

오늘은 내가 뜻을 먼저 말하고 만류하야 밤이 되거든 강제라도 동침(同枕)하도록 하겟다고 결심하고 아츰부터 목욕소제하고 화장을 더욱 소쇄하게 하고 홀난히 옷 입엇다.


布滿花氈瓊瑤席, 使小婢坐門外候之.

구슬자리에 화전을 펴고 시비로 식켜 일부러 문밧게서 마즁하게 하엿다.


進士又至, 見其容飾之華, 鋪陳之美, 中心怪之.

진사는 그 날도 무녀의 집을 심방하엿스나 얼골을 화장한 것이든지 집안을 황홀이  꾸며논 것이든지 아모 말이 업고 다만 심즁에만 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한 말을아니하니 무녀는 애교 잇게 한 번 웃는다.] 


巫曰: “今夕何夕? 見此至人.”

"오늘 밤은 무엇이라고 말삼할 수 업시 기쁜 밤이외다. 옥인을 맞아 첩은 한울이라도 오르고자 생각함니다"


進士意不在焉, 不答其語, 愀然不樂.

진사는 무녀에게 뜻이 업고  한 무어라고 말을 하여야 조흘는지 알지 못하엿다. 수연(愁然)한 빗이 잇서 질기지는 아니 하였다. [ 엇더케 보고 잡앗는지는 알 수 업스나 무녀는 무릅을 닥어 안저서 손만 아니 쥐힐 뿐이었다.]


巫怒曰: “寡女之家, 年少之男, 何往來之不憚煩!”

무녀가 노여워햇다.

"과부의 집에 젊은 사내가 어찌하여 왕래함이 번거러움을 꺼리지 않는가?”

[년소한 몸으로 심방하야 주시니 첩은 이만치 기쁜 일은 업슴니다"]


進士曰: “巫若神異, 則豈不知我來之意乎?”

진사는 [점점 궁박하야지매 필사(必死)의 생각으로]

"만약 그대가 신통함이 잇슬진대 내가 이가티 심방하는 일을 알겟지요?"


巫卽就靈座, 拜于神前, 搖鈴祝說, 遍身寒戰, 頃之,

진사의 침착한 어조에 음탕한 무녀도 무의식으로 자리를 곳처 안저 신단(神壇)으로 가서 신에게 배례하고 방울을 흔들며 무엇이라고 한참 눈을 감고 업듸여 잇드니


動身而言曰:

다시 몸을 이러안지면서 말을 한다.


“郎君誠可怜也. 以齟齬之策, 欲遂其難成之計, 非但其意不成, 未及三年, 其爲泉下之人哉.”

"랑군은 정말 가련합니다. 사리에 닿지 않는 방법으로 이루기어려운 계획을 이루려하니 그 뜻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삼년이 미치지 못하여 황천의 사람이 되겟슴니다"


進士泣而謝曰:

진사는 이 말을 듯고 읍배(泣拜)하면서


“巫雖不言, 我亦知之. 然中心怨結, 百藥未解. 若因神巫, 幸傳尺素, 則死亦榮矣.”

"신무게서 말하지 않아도 나 또한 그것을 압니다. 그러나 마음 가운데에 원한이 맺쳐 백약도 해소하지 못합니다. 만약 신무를 인연하여 다행히 편지를 젼하야 주시면 죽어도 영광이겠습니다"


巫曰: “卑賤巫女, 雖因神祀, 時或出入, 而非有招命, 則不敢入. 然爲郎君, 試一往焉.”

"비천한 무녀의 몸인 까닭에 신사(神祀)를 인연할지라도 간혹 출입하고 부르시는 명이 없으면 대군의 궁에 드러가지 못함니다. 그러나 랑군을 위하여 한번 가 보지요."


進士自懷中出一封書,

그리하야 진사는 품속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냈다.


以贈曰: “愼毋枉傳, 以作禍機.”

‘삼가 잘못 전하여 화의 기틀을 만들진 마십시오.’

["비옵나니 생명의 관계되는 일이오니 전하시기 어려우시지만 렴치를 불고하고 말슴함니다"]


巫持入宮門, 則宮中之人皆怪其來, 巫權辭以對,


무녀도 년소한 진사를 가련히 여겨서 자진하야 편지를 가지고 수성궁으로 드러갓다 궁즁의 여러 사람들은 괴상히 생각하야 주목한다. 무녀는 궁즁에서도 신의 령험을 자랑하고 잇다.


乃得間目, 引妾于後庭無人處, 以封書授之. 妾還房拆而視之,

틈을 봐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안케 운영을 후원으로 다리고 나와서 진사의 서한을 젼햐엿다. 운영은 방으로 도라와서 이것을 뜯어 보앗다.


其書云:

“自一番目成之後, 心飛魂越, 不能定情,

한번 꿈 가티 본 후에,

마음은 붕 뜨고 넋이 나가 정을 진정할 수 없도다


每向城西, 幾斷寸腸.

曾因壁間之傳書,

敬承不忘之玉音, 開未盡而咽塞,

날마다 궁성을 향하야 멧번이나 간장을 사르도다

의외에 벽새 틈으로 옥가튼 글을 바든 후로

잊을 수 업는 옥가튼 소래 펴서 보기도 전에 먼저 목이 맥키도다


讀未半而淚滴濕字.

自是之後, 寢不能寐, 食不下咽,

病入膏盲, 百藥無效,

번뢰하며 읽어 아직 반도 못 읽고 눈물이 글자를 적시도다

잠을 자도 능히 일우지 못하고 먹어도 넘어가지를 안어

병은 골수의 매처 백약이 무효로다


九原可見, 唯願溘然而從.

蒼天俯憐, 神鬼黙佑,

황천에서나 만난다면 다만 이것을 원할 뿐이라

창텬이 어엽비 여기시고 귀신은 묵우하야


倘使生前, 一洩此恨,

則當紛身磨骨,

以祭于天地百神之靈矣.

텬행으로 생전의 한번 만나 이 원한을 풀어보며는

즉셕에서 몸을 가루를 맨들고 뼈를 갈아

그것을 텬디신명께 제사지내리로다.


臨楮哽咽, 夫復何言, 不備謹書.”

닥나무의 임하야 목이 메여함은 무엇을 말하랴 함인가?

불비근서.


書下復有七韻一詩云:

이럿케 쓰고 다시 시 한 수를 적엇다.


樓閣重重掩夕霏, 樹陰雲影摠依微.

落花流水隨溝出, 乳燕含泥趁檻歸.

倚枕未成蝴蝶夢, 回眸空望鴈魚稀.

玉容在眼何無語, 草緣鸞啼淚濕衣.


누각은 깁고깁허 저녁문을 다첫는데

나무그늘과 구름 그림자는 희미하도다

꽃은 떠러지고 물은 흘러 개천으로 나가니

제비는 흙을 물고 란간을 너머 도라오도다

괴화나무에 의지하야 아직 되지 아니함은 호졉의 꿈이오

창을 열고 남천을 바라보니 기럭기가 드믈도다

옥가튼 얼골은 눈에 잇는대 엇지하야 말이 업나뇨

풀은 푸르고 꾀꼬리는 울고 눈물은 옷깃을 적시도다

妾覽罷, 聲斷氣塞, 口不能言, 淚盡繼血. 隱身於屛風之後, 唯畏人知.

운영은 이것을 보고 소래는 끊어지고 기운은 맥키여 입속으로도 한탄키 어렷왓다.

다만 병풍 뒤에 몸을 감추고 오직 사람이 알가 겹만 날 뿐이다.


自是厥後, 頃刻不忘, 如癡如狂, 見於辭色, 主君之疑, 人言之怪, 實不虛矣.

그 후로부터는 세월 가는 줄도 모른다. 텬치도 가트며 때로는 밋친 사람도 갓다. 이러한즉 대군의 의혹함이나 타인들 소문의 괴이함도 무리라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紫鸞亦怨女, 及聞此言, 含淚而言曰:

자연도 운영의 자세한 말을 듯고 들을수록 비통한 일이라고 생각하야 동정의 눈물을 흘렸다.


“詩出於性情, 不可欺也.”

“시는 성정(性情)에서 나와 속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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