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其後, 大君頻接進士, 而以妾等不相見, 故妾每從門隙而窺之,

그 후로 대군은 자주 진사님과 접촉하였으나, 저희들은 서로 보지 못하게 한 까닭으로 매양 문틈으로 엿보았다.

一日, 以薛濤牋寫五言四韻一首曰:

하루는 설도전에다 오언사운 한 수를 썼습니다.

布衣革帶士, 玉貌如神仙.

每從簾間望, 何無月下緣.

洗顔淚作水, 彈琴恨鳴絃.

無限胸中怨, 擡頭欲訴天.

포의 혁대의 션비여

옥가튼 얼골은 신션과 갓도다

날마다 발을 향하야 틈으로 바라보니

언제나 달 아래의 손이 되려는고

얼골을 씻으면 눈물은 물이 되도다

거문고를 타매 원한이 줄에서 우러나도다

한이 업는 가슴속의 원한을

머리를 들고 혼자 하늘에게 하소연하리로다

以詩及金鈿一隻同裏, 重封十襲, 欲寄進士, 而無便可達.

시에다가 금젼 한 꾸러미와 속옷 일습을 동봉하야 진사에게 젼하랴고 가슴 태우나 그 기회가 업서 그대로 지내엿다

其夜月夕, 大君開酒大會, 賓客咸稱進士之才, 以二詩示之,

어는 날 달밤에 대군이 즁빈을 청하야 연셕에서 김진사의 시재를 칭찬하며 그의 지은 바 시 두 수를 즁빈에게 내여 뵈이엿다.

俱各傳觀, 稱贊不已, 皆願一見,

모다 경이의 눈을 굴이면서 전하야 구경하고 칭찬 아니하는 자가 업섯다. 그리고 한번 보기를 간절히 원했다.

大君卽送人馬請之.

그 자리에서 대군이 인마를 보내여 진사를 마저왓다.

俄而, 進士至而就坐, 形容癯瘦, 風槪消沮, 殊非昔日之氣像.

얼마 후, 진사가 당의 오르는 모양을 본 즉 의외에 무슨 근심이 잇는지 용모가 초췌하야 풍체가 사라지고 아조 엣날의 기상은 없었다.

大君慰之曰:

“進士未憂楚之心, 而先有澤畔之憔悴乎?”

대군이 위로했다.

"진사는 근심하는 마음이 없을 터인데 굴원처럼 못가를 거닐며 시를 읊느라고 초췌해졌는가?"

滿坐大笑.

이 말에 일좌가 모두 크게 웃었다.

進士起而謝曰:

“僕以寒賤儒生, 猥蒙進士之寵眷, 福過災生, 疾病纏身, 食飮專廢, 起居須人,

진사가 일어나 사례했다.

"한미한 유생이 외람이 대군의 은총을 받음인지 복이 지내고 화가 당도하엿는지 질병이 전신을 얽어매어 근일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기거를 남에게 의지하였습니다.

今承厚招, 扶曳來謁矣.”

이제 후한 부름을 받들고 몸을 이끌고 와서 뵈옵니다."

坐客皆歛膝而敬.

좌즁은 모두 무릅을 가다듬고 공경하였다.

進士以年少儒生, 坐於末席,

진사는 좌즁의 가장 년소한 소년이다. 그리하야 그는 말셕에 안젓다.

與內只隔一壁.

그의 안즌편에는 내외가 다만 벽 한겹으로 격하여 잇슬 뿐이다.

夜已將闌, 衆賓大醉.

이미 밤도 야심하고 즁빈은 모다 취하엿다.

妾穴壁作孔而窺之, 進士亦知其意, 向隅而坐.

나는 벽에 구멍을 내고 엿보니 진사도 도한 그 뜻을 알고 구석을 향하여 앉았다.

妾以封書, 從穴投之 .

나는밀서(密書)를 벽틈으로 던졌다 .

進士拾得歸家,

진사는 얼른 받아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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