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一日, 大君呼翡翠曰:

대군은 무슨 생각을 하엿는지 하로는 비취를 부르사


“汝等十人, 同在一室, 業不專一 當分五人置之西宮.”

"너의 열 사람이 한방에 잇스면 학업의 방해로우니 다섯 명은 서궁의 두기로 하겟다"


妾與紫鸞, 銀蟾, 玉女, 翡翠, 卽日移焉.

운영. 자연. 은섬. 옥녀. 비취는 즉일로 서궁(西宮)으로 갓다.


玉女曰: “幽花細草, 流水芳林, 正似山家野庄, 眞所謂讀書堂也.”

옥녀가 말햇다.

"그윽한 꽃과 가는 풀, 흐르는 물과 꽃다운 나무는 정히 산가의 야장(野庄)과 같아서 참으로 이른바 독서하는 집이로다"


妾答曰: “旣非舍人, 又非僧尼, 而鎖此深宮, 眞所謂長信宮也.”

운영이 말을 이었다.

"첩등은 사인(舍人)도 아니며 니고(尼姑)도 아닌데 이 심궁의 갖쳐 잇는 것은 이것이 소위 장신궁이라 하는 것이오"


左右莫不嗟惋.

이 말을 듯고 좌우의 모든 사람들이 차탄함을 마지않았다.


其後, 妾欲作一書, 以致意於進士, 以至誠事巫, 請之甚懇, 而終不肯來,

그 후로 운영은 한 글월을 지어 진사에게 보내랴고 지성으로 무녀 오기를 비럿스나 무녀는 오지 아니 하엿다.


盖不無挾憾於進士之無意於渠也.

그것은 확실이 진사가 무녀에게 뜻이 업스매 무녀가 함원(含寃)하는 까닭으로 오지 아니한 것이다.

[일로좃차 운영은 번민으로 날을 보내는데]

一夕, 紫鸞密言于妾曰:

하루 저녁은 자란이 비밀히 운영에게 말하기를,


“宮中之人, 每歲仲秋, 浣紗於蕩春臺下之水, 仍說盃酌而罷. 今年則設於昭格署洞, 而往來尋見其巫, 則此第一良策.”

"궁즁의 사람들은 매년 즁추가절이면 탕츈대 아래 물에서 완사(浣紗)를 행하야 주연을 베푸는데 금년에는 아마 소격셔동(昭格署洞)에다 베푸는 모양이다. 그런즉 그 핑계를 대고 무녀를 찾는 것이 상책입니다."


妾然之, 若待仲秋, 度一日如三秋. 翡翠微聞其語, 佯若不知, 而語妾曰:

운영도 이 말에 동의하야 즁추를 기다리기 일각이 여삼추로 생각한다. 비취는 모든 비밀을 알고도 모르는 듯이 야살스럽게 운영에게 말했다.


“汝初來時, 顔色如梨花, 不施鉛粉, 而有天然綽約之恣, 故宮中之人, 以虢國夫人稱之. 比來容色減舊, 漸不如初, 是何故耶?”

"운영은 처음 궁에 오실 때에는 안색이 리화 가트사 분을 아니 발느서도 텬연미가 사람을 황홀케 하야 궁인은 모다 운영을 괵국부인이라고 존칭하여 왓는데 얼굴빛이 옛날보다 못하고 점차로 처음 같지 아니하니 이게 무슨 까닭입니까?"


妾答曰: “稟質虛弱, 每當炎節, 則例有署渴之病, 梧桐葉落, 繡幕生凉, 則自至稍蘇矣.”

"날 때부터 허약한대다 더욱 더위에 몸이 파리하야지는 병이 있엇는데 오동잎이 떨어지고 선늘한 가을이 도라오면 조금 낫겠지요."


翡翠賦一詩戱贈.

비취는 일수시를 지어 운영을 야유(椰揄)한다.


無非翫弄之態, 而意思絶妙, 妾奇其才而羞其弄.

희롱하는 뜻이 없지 않앗으나 시상이 절묘하엿다. 나는 그 재주를 기이하게 여기면서도 그 희롱을 부끄러워하였다.


荏苒數月, 節屬淸秋,

凄風夕起, 細菊吐黃,

草虫歛聲, 皓月流光.

妾知西宮之人, 已不可隱,


그럭저럭 두어 달이 지나가고

어언간 절긔는 가을이 되었도다

서늘한 바람은 저녁에 이러나

가는 국화풀은 누른 빗을 토하도다

온갖 벌레가 추위에 신음하고

흰 달은 빛을 흘니도다

나는 서궁 사람들을 알지[마음으로는 조와하나]

겉흐로는 자기를 나타내지 않는도다


以實告之曰: “願勿使南宮之人知之.”

이리하야 사실을 알렸다. [서궁의 사람에게는 숨길려 하야도 쓸 데가 업시 되엿다.]

“다만 남궁의 사람들만 모르도록 하여 주오.”


于時, 旅鴈南飛, 玉露成團, 淸溪浣紗. 正當其時, 欲與諸女, 牢定日期, 而論議甲乙, 未定浣濯之所.

이대에 기러기떼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풀잎에는 구슬 같은 이슬이 맺히면, 맑은 시냇물에 빨래를 해왔는데 정히 그때를 당하였더라. 여러 궁녀들과 날짜를 정하려했으나 의론이 분분하여 완사(浣紗)하는 쟝소를 정하지 못했다.


南宮之人曰: “淸溪白石, 無踰於蕩春臺下.”

남궁사람들은 “쳥계백셕(淸溪白石)이 탕츈대 아래보다 나은 곳은 없다.”고 하고,


西宮之人曰: “昭格署洞泉石, 不下於門外, 何必舍邇而求諸遠乎.”

셔궁사람들은, “소격셔동의 천셕(泉石)이 문밖보다 못하지 않은데 하필 가가운 곳을 버리고 먼데서 찾는가?”라고 말했다.

南宮之人, 固執不許, 未決而罷.

남궁사람들이 고집을 피우고 허락지 아니하여 장소를 결정하지 못하고 끝낫다.


其夜, 紫鸞曰:

“南宮五人中, 小玉主論, 我以奇計, 可回其意.”

그날밤 자란이 말했다.

“남궁 오인가운데 소옥이 주론인데 내가 기이한 계교로써 그 뜻을 돌릴 수 있다.”


以玉燈前導, 至南宮,

옥등으로 앞에서 인도하여 남궁에 이르렀다.


金蓮喜迎曰:

“一分西宮, 如隔秦楚, 不意今夕玉體左臨, 深謝厚意.”

금련이 반가이 맞이하였다.

“한 번 서궁으로 갈라지니 소원하기가 진나라와 초나라 같았는데, 뜻밖에 오늘 저녁 옥체가 왕림하시니 후의에 깊이 감사한다.”


小玉曰: “何謝之有? 此乃說客也.”

소옥:“사례할 게 뭐 있니? 이들은 세객이야.”


紫鸞歛袵正色曰:

“他人有心, 予忖度之, 其子之說歟?”

자란이 옷깃을 여미고 정색했다.

“남의 마음을 내가 헤아리나니 어째서 너는 세객이라 하는가?”


小玉曰:

“西宮之人, 欲往昭格署洞, 而我獨堅執. 故汝中夜來訪, 其謂說客, 不亦宜乎.”

소옥:“서궁 사람들은 소격서동으로 가고자 하는데 내가 혼자서 고집을 세웠다. 그러므로 네가 밤중에 찾아왔으니 세객이라 함도 또한 적절하지 않니?”


紫鸞曰: “西宮五人中, 吾獨欲往城內也.”

자란:“서궁 오인중 나 홀로 성내로 가고자 한다.”


小玉曰: “獨思城內, 其何意哉?”

소옥:“홀로 성내를 생각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紫鸞曰: “吾聞昭格署洞, 乃祭天星之處, 而洞名三淸云.

자란:“내가 듣기로는 소격서동은 천성에 제사하던 곳으로 동명을 삼청동이라 한다.


吾徒十人, 必是三淸仙女, 誤讀黃庭經, 謫下人間.

우리들 열 사람은 반드시 삼청동의 선녀로 황정경을 잘못 읽어 인간세상에 귀양온 거야.


旣在塵寰, 則山家野村, 農墅漁店, 何處不可?

이미 인간세상에 잇다면 산가 야촌 농막 어점 어느 곳인들 불가하겠는가?


而牢鎖深宮, 有若籠中之鳥, 聞黃鸝而歎息, 對綠楊而歔欷.

그런데 심궁에 굳게 갇쳐 새장안의 새와 같고, 꾀꼬리 노래소리에도 탄식하고 봄날 푸른 버들을 보고도 한숨짓는다.


至於乳燕雙飛, 栖鳥兩眠, 草有合歡, 木有連理, 無知草木, 至微禽鳥, 亦稟陰陽, 莫不交歡.

제비가 쌍쌍이 날고, 깃든 새가 마조보며 졸고, 풀에도 합환초가 잇고 나무에도 연리지 있는 데 이르러서는, 무지한 초목과 미물인 새들도 음양을 받아 즐거움을 나누지 않는 것이 없다.


吾儕十人, 獨有何罪, 而寂寞深宮, 長鎖一身, 春花秋月, 伴燈消魂, 虛抛靑春之年, 空遺黃壤之恨, 賦命之薄, 何其至此之甚耶!

우리들 열 명은 유독 무슨 죄가 있기에 적막한 깊은 궁궐에서 길이 일신을 가두고 봄날의 꽃구경과 가을날의 달놀이할 적에도 등불을 벗하여 넋을 소진하며 허망히 청춘의 나이를 포기하고 공연히 땅 속의 한을 남겼으니 타고난 목숨의 기박함이 어찌 이다지 심한가?


人生一老, 不可復少, 子更思之, 寧不悲哉!

인생이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젊어질 수 없는 것을 네가 다시 생각해 보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今可沐浴於淸川, 以潔其身, 入于太乙祠, 扣頭百拜, 合手祈祝, 冀資冥佑, 欲免來世之此若也. 豈有他意哉?

이제 맑은 시내에 목욕하고 몸을 깨끗이 하여 태을사에 들어가 머리를 조아려 백 번 절하고 손모아 축원하여 하늘의 도움을 빌어 이 같은 처지를 면하고자 함이지 어찌 다른 뜻이 있으리오.


凡我宮之人, 情若同氣, 而因此一事, 疑人於不當疑之地耶? 緣我無狀, 言不見信之致也!”

우리 둥녀들은 인정이 동기와 같았는데 이 한 가지 일로 인하여 부당하게 의심하는 입장에서 남을 의심하다니? 내가 터무니없이 믿지 못할 말을 하였구나.


小玉起而謝曰:

소옥이 일어나 사례했다.

“我燭理未瑩, 不及於君遠矣. 初不許城內者, 城中素多無賴俠客之徒, 慮有意外强暴之辱, 故疑之, 今汝能使余, 不遠而復通.

내가 밝은 이치에 어두워 너에게 미치자면 멀었구나. 처음 성내를 허여하지 않은 것은 성안에는 본디 무뢰한 협객의 무리가 많아 뜻밖에 강포한 욕을 당할까 염려하여 그 점을 의심하였는데 너는 나로 하여금 멀리 아니하고 다시 소통하게 하였구나.


自今以後, 雖白日昇天, 而吾可從之, 雖憑河入海, 而亦可從之, 所謂因人成事, 而及其成功則一也.”

지금 이후로는 비록 대낮에 하늘에 오른대도 내가 따르고 강을 의지하고서 바다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또한 따르리라. 소위 남을 인연하여 일을 이루어도 성공에 이르기는 매한가지다 라고 했다.”


芙蓉曰: “凡事心定, 上言未定, 兩人爭之, 終夜未決, 事不順矣.

부용:“무릇 일이란 마음을 결정해야 하는데, 먼저 정해지지 않은 것을 말하여 두 사람이 다투니 일이 순조롭지 않겠구나.


一家之事, 主君不知, 而僕妾密議, 心不忠矣, 日間所爭之事, 宵未半而屈之人, 人不信矣.

한 집안의 일을 대군도 모르게 우리 구녀끼리 밀의하니 마음이 불충함이라. 낮에 다투던 일을 밤이 반도 안 가서 굴복하는 사람은 남이 불신한다.


且淸湫玉川, 無處不有, 而必往城祠, 似不宜矣.

또한 맑은 소와 옥 같은 시내가 없는 곳이 없는데 바드시 성사로 가려하니 옳지 않은 듯하다.


匪懈堂前, 水淸石白, 每歲浣洗於此, 而今欲所轍, 亦不宜矣. 一擧而有此五失, 妾不從命.”

비해당 앞에 물이 맑고 바위가 희어 매년 여기서 빨래를 하였는데 이제 장소를 바꾸고자 함도 옳지 않다. 한 번 거동에 이 다섯 가지를 잃으니 나는 그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


寶連曰: “言者文身之具, 謹與不謹, 慶殃隨之. 是故, 君子愼之, 守口如甁.

보련:“말이란 문신하는 도구와 같아서 삼가고 삼가지 않는 데 따라 경사와 재앙이 따른다. 이러므로 군자는 이를 삼가 입 지키기를 병과 같이하였다.


漢時, 丙吉張相如, 終日不語, 而事無不成, 嗇夫喋喋利口, 而張釋之, 秦詆之.

한나라 때에 병길 장상여는 종일 말하지 않아도 일을 이루지 못함이 없었고, 색부는 척척 예리한 말로 죄었다 풀었다 하니 진에서는 그를 꾸짖었다.


以妾觀之, 紫鸞之言, 隱而不發, 小玉之言, 强而勉從, 芙蓉之言, 務在文飾, 皆不合吾意, 今此之行, 妾不與焉.”

내가 보건대 자란의 말은 숨기고서 다 말하지 않았고, 소옥의 말은 억지로 다르겠다는 것이고, 부용의 말은 힘써 말을 꾸미니 모두 나의 뜻에는 맞지 않는다. 이번 행사에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


金蓮曰: “今夜之論, 終不歸一, 我且穆卜.”

금련:“오늘밤 의론은 끝내 결론을 못냈으니 나 또한 화목하는 점을 쳐 보리라.”


卽展羲經而占之, 得卦解之曰:

곧 주역을 펴고 점을 쳐서 괘를 얻어 이를 해석했다.


“明日, 雲英必遇丈夫矣. 雲英容貌擧止, 似非人世間者也.

내일 운영은 반드시 대장부를 만나리라. 운영의 용모와 행동거지는 인간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


主君傾心已久, 而雲英以死拒之, 無他故矣, 不忍負夫人之恩也.

대군이 마음을 기울인 지가 이미 오래다. 운영이 죽음으로써 항거하는 것은 다른 연고가 아니라 차마 부인의 은혜를 저버릴 수 없어서이다.


主君之威令雖嚴, 而恐傷雲英之身, 故不敢近之.

대군의 권위 있는 명령이 엄할지라도 운영의 몸을 손상할까 하여 감히 가까이 하지 않는다.


今舍此寂寞之處, 而欲往彼繁華之地, 遊俠少年見其色, 則必有喪魂欲狂者. 雖不能相近, 而指點送目, 斯亦辱矣.

지금 이 적막한 곳을 버리고 저 번화한 곳에 가고자 하는데, 유협한 소년들이 그 미색을 보면 반드시 정신을 잃고 미치고자 하는 자가 있으리라. 비록 서로 가까이하지 않더라도 손가락질하고 눈길을 보낼 것이니 이 또한 욕된 일이다.


前日, 主君下令曰:

‘宮女出門, 外人知名, 其罪皆死.’

今此之行, 妾不與焉.”

지난 날 대군이 명령하셨다.

‘궁녀가 대문을 나가 바깥사람들이 그 이름을 안다면 그 죄는 죽음에 해당한다.’

이번 행차에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


紫鸞知事不儕, 憮然不樂, 方欲辭去.

자란은 일이 성사되지 못함을 알고 무안하고 섭섭하여 지금 떠나가고자 했다.

飛瓊泣把羅帶, 强留之, 以鸚鵡盃, 酌雲乳勸之, 左右皆飮.

비경이 울면서 비단허리띠를 잡고 억지로 만류하고 앵무잔에다 유하주를 다루고 권하여 좌우에서 모두 마셨다.


金蓮曰: “今夕之會, 務在從容, 而飛瓊之泣, 妾實悶之.”

금련:“오늘 저녁 모임은 힘써 조용히해야 하는데 비경의 울음소리에 나는 참으로 괴롭다.”


飛瓊曰: “初在南宮時, 與雲英交道甚密, 死生榮辱, 若與同之, 今雖異居, 寧忍忘之.

비경:“처음 남궁에 있을 적에 운영과 사귐이 심히 은밀하여 사생과 영욕을 함께 할 것 같이 했는데 이제 거처를 달리할지라도 어찌 차마 잊겠는가?


前日, 主君前問安時, 見雲英於堂前, 纖腰瘦盡, 容色憔悴. 聲音細縷, 若不出口. 起拜之際, 無力仆地, 妾扶而起之, 以善言慰之.

전날 대군 앞 문안시에 당 앞에서 운영을 보니 가는 허리는 더 가늘어졌고 얼굴빛이 초췌하고 목소리는 가는 실낱 같아 입에서 나오지 못할 듯했다. 일어나 절을 올릴 즈음에는 힘이 없어 땅에 엎어져 내가 부축하여 일으키고 좋은 말로 위로했었다.


雲娘答曰: “不幸有疾, 朝夕將死. 妾之微命, 死無足惜, 而九人之文章才華, 日就月長, 他日, 佳篇麗什, 聳動一世, 而妾不及見矣, 是以悲不能禁.”

운영이 대꾸하기를, “불행히 병이 있어 조석으로 죽을 듯하다. 나의 미미한 목슴이야 죽어 아까울 게 없지만 아홉 명의 문장과 재화가 일취월장하니 다른 날 아름다운 시구를 모아 일세를 덜칠 터인데 첩이 볼 수 없으니 이 때문에 슬픔을 금할 수 없구나.” 라고 했다.


其言頗極悽切, 妾爲之下淚, 到今思之, 其疾實在於所思也.

그 말이 자못 처절하여 내가 눈물 떨구던 일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질병이란 게 실로 그리움에 있었다.



嗟呼! 紫鸞, 雲娘之友也. 欲以垂死之人, 置之於天壇之上, 不亦難哉. 今日之計, 若不得成, 則泉壤之下, 死不暝目, 怨歸南宮, 其有慨乎?

아, 자란은 운영의 벗이로다. 죽음에 임박한 사람을 천단 위에 두고자 함도 또한 어려운 일이다. 오늘의 계획을 만약 이루지 못할 것 같으면 지하에 죽어서라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요 원한은 남궁에 돌아올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書曰: ‘作善降之百祥, 不善降之百殃’ 今此之論, 善乎, 不善乎?”

서경에, ‘선한 일ㅇ을 하면 하늘이 백 가지 상스러운 일을 내리시고, 선하지 않을 일을 하면 하늘이 백 가지 재앙을 내리신다.’고 했는데 지 이 논의가 착한 일인가. 착하지 않은 일인가?


小玉曰: “妾旣許諾, 三人之志, 旣已順矣, 豈可半塗而廢乎. 設或事泄, 雲英獨被其罪, 他人何與焉哉. 妾不爲再言, 當爲雲英死之.”

소옥:“나는 이미 허락했고 세 사람의 뜻도 이미 따르기로 했으니 어찌 중도에 폐기하리오? 설혹 일이 누설되어 운영이 홀로 죄를 당하더라도 어찌 다른 사람에게 미치겠는가? 나는 다시 말하지 않고 마땅히 운영을 위하여 죽으리다.”


紫鸞曰: “從之者半, 不從者半, 事不諧矣.”

欲起而還坐, 更探其意, 或欲從之, 而以兩言爲恥.

자란:“따르는 자 반이오 따르지 않는 자 반이니 일은 글렀다.”

일어낫다가 다시 앉으며 다시 그들의 뜻을 탐색하니 혹 따르고자 해도 두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더라.


紫鸞曰: “天下之事, 有正有權, 權而得中, 是亦正矣. 豈無變通之權, 而膠守前言乎.” 左右一時從之.

자란:“천하의 일에는 정도와 권도가 있다. 권도도 사리에 맞으면 이 또한 정도이다. 어찌 변통하는 권도를 쓰지 않고 앞의 말을 굳게 지키려하는가?”

좌우에서 일시에 따랐다.


紫鸞曰: “余非好辯, 爲人謀忠, 不得不爾.”

자란:“내가 변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 충성을 도모하다 보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飛瓊曰: “古者蘇秦, 使六國合從, 今紫鸞能使五入承順, 可謂辯士.”

비경:“엣날 소진은 여섯 나라를 합종케 했는데 이제 자란은 다섯 사람을 따르게 했으니 변사라 말할 수 있다.”


紫鸞曰: “蘇秦能佩六國相印, 今吾以何物贈之乎?”

자란:“소진은 여섯 나라의 재상인을 찼는데 지금 나에게 무슨 물건을 줄래?”


金蓮曰: “合從者, 六國之利也. 今此承順, 有何所利於五人乎?”

因相對大笑.

금련:“합종한 것은 육국의 이익이나 지금 따르는 것은 우리 오인에게 이익될 것이 무엇이냐?”

그들은 상대하여 크게 웃었다.


紫鸞曰: “南宮之人皆善, 而能使雲英復繼垂絶之命, 豈不拜謝?”

乃起而再拜, 小玉亦起而拜.

자란:“남궁 사람들은 모두 착하여 운영으로 하여 절박한 목숨을 다시 잇게 했으니 어찌 사례하지 않으리오?”

이에 일어나 재배하니 소옥도 일어나 절을 했다.


紫鸞曰: “今日之事, 五人從之, 上有天, 下有地, 燈燭照之, 鬼神臨之, 明日, 豈有他意乎?”

乃起拜而去, 五人皆拜送于中門之外.

자란:“오늘 일은 오인이 따르기로 했다. 위에는 하늘이 있고, 아래는 땅이 있으며 촛불이 밝히고 귀신이 임하였으니 내일 어찌 다른 뜻이 있으리오?”

이에 일어나 절하고 가니 오인은 모두 중문 밖까지 나와 배송하더라.


紫鸞歸於妾, 妾扶壁而起, 再拜而謝曰:

자란이 나에게 돌아오기에 나는 벽을 잡고 일어나 재배를 올려 사례했다.


“生我者父母也, 活我者娘也. 入地之前, 誓報此恩.”

“나를 낳은 이는 부모요 나를 살린 이는 낭자로다. 죽기 전에 맹세코 이 은혜를 갚으리다.”


坐以待朝, 小玉與南宮四人, 入而問安, 退會於中堂.

앉아서 아침을 기다렸다. 소옥과 남궁 네 사람이 들어와 문안하고 물러나 중당에 모였다.


小玉曰: “天朗水冷, 正當浣紗之時, 今日設帳於昭格署洞, 可乎?”

소옥:“하늘이 맑고 물이 차니 저히 빨래할 시절이로다. 오늘은 소격서동에다 장막을 치는 게 좋겠지요?”


八人皆無異辭.

여덟 명은 모두 다른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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