秦代 전서 서체

석고(石鼓)

"돌북 비문" 감상 돌북 비문은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진나라가 북 모양의 돌 10개에 새긴 秦나라 전서로 보이는 고대 문자를 말한다.       

 높이가 약 100cm에 달하는 북 모양의 조각석 10개가 후세에 '돌북'으로 불립니다.

 

069석고가(石鼓歌)- 석고의 노래

한유(韓愈;768-824)

 

張生手持石鼓文

(장생수지석고문),장생이 손으로 석고문을 가져와

勸我試作石鼓歌

(권아식작석고가).나에게 권하여 석고문을 지어보라 하네

少陵無人謫仙死

(소능무인적선사),두보도 없고 이백도 죽었는데

才薄將奈石鼓何

(재박장나석고하)!재주 없는 내가 석고문을 어찌 하겠는가?

周綱凌遲四海沸

(주강능지사해비),주나라의 기강이 허물어져 세상이 들끓어

宣王憤起揮天戈

(선왕분기휘천과).선왕이 분기하여 하늘 창을 휘둘렀네

大開明堂受朝賀

{대개명당수조하),명당을 크게 열고 조하를 받으시니

諸侯劍佩鳴相磨

(제후검패명상마).제후들 다투어 와 칼과 패옥 부딪혀 소리나네

搜于岐陽騁雄俊

(수우기양빙웅준),기양에 가을 사냥 웅장하고 씩씩하게 달리고

萬里禽獸皆遮羅

(만리금수개차나).만리의 금수들 모두가 거물에 걸려드네

鐫功勒成告萬世

(전공늑성고만세),공을 새기고 만고에 알리려

鑿石作鼓隳嵯峨

(착석작고휴차아).돌을 뚫고 석고문( 石鼓文 )만들어 우뚝우뚝 무너지네

從臣才藝咸第一

(종신재예함제일),신하의 재주는 모두들 천하제일이지만

揀選撰刻留山阿

(간선찬각류산아).그 중에 가려 모아 산언덕에 두었구나

雨淋日炙野火燎

(우림일자야화료),비에 젖고 해빛에 지져지고 들불에 굽혀도

鬼物守護煩撝呵

(귀물수호번위가).귀신이 수호하여 번잡함 없앴네

公從何處得紙本

(공종하처득지본) 공은 어디서 탁본을 얻었는가?

毫發盡備無差訛

(호발진비무차와).조금도 빠짐이 없고 차이와 틀림이 없네

辭嚴義密讀難曉

(사엄의밀독난효),말은 엄하고 뜻은 조밀하여 읽어도 어렵고

字體不類隷與蝌

(자체부류례여과).자체는 해서도 과두문자도 아니네

年深豈免有缺畫

(년심개면유결화),세월이 흘러도 어찌 획 하나 빠지지 않고

快劍砍斷生蛟鼉

(쾌검감단생교타).날카로운 칼날에 짤리어도 교룡처럼 살았을까

鸞翔鳳翥衆仙下

(난상봉저중선하),난새가 말고 봉황이 춤추고 뭇 신선 내려오듯

珊瑚碧樹交枝柯

(산호벽수교지가).산호와 푸른 나뭇가지 끝에서 서로 만나네

金繩鐵索鎖鈕壯

(금승철삭쇄뉴장),금 새끼에 철 노끈, 그리고 무쇠 손잡이

古鼎躍水龍騰梭

(고정약수룡등사).옛 솥이 물에 뛰듯 베틀 북이 용처럼 뛰어오르네

陋儒編詩不收入

(누유편시부수입),고루한 선비 시경 편찬하여 이를 싣지 못하고

二雅褊迫無委蛇

(이아편박무위사).소아 대아 좀게 편찬 자세하지 못하네

孔子西行不到秦

(공자서항부도진),공자님 서행할 때 진나라에 못가서

掎摭星宿遺羲娥

(기척성숙유희아).별자리 모아오고 해와 달은 버렸도다

嗟予好古生苦晩

(차여호고생고만),애닯아라, 내 본래 옛 것을 좋아하는데 늦게 태어났으니

對此涕淚雙滂沱

(대차체누쌍방타).이 상황에 이르러 눈물이 두 줄기로 흘러내리네

憶昔初蒙博士征

(억석초몽박사정),지난 날 생각하니 처음 박사로 불려와

其年始改稱元和

(기년시개칭원화).그 해에 연호가 바뀌어 원화로 불리었네

故人從軍在右輔

(고인종군재우보),친구는 종군하여 우보에 있으면서

爲我度量掘臼科

(위아도량굴구과).나를 위해 생각하여 북 묻힌 곳 발굴했네

濯冠沐浴告祭酒

(탁관목욕고제주),관을 씻고 목욕하고 제주에게 아뢰노니

如此至寶存豈多

(여차지보존개다)!이와 같은 지극한 보배 어찌 그리 많으리오

氈包席裹可立致

(전포석과가립치),모존자리 감싸 세워서 보낸다면

十鼓只載數駱駝

(십고지재삭낙타).열 개 북을 낙타 몇 마리에 다 실으리라

荐諸太廟比郜鼎

(천제태묘비고정),태묘에 이 북을 바치면

光價豈止百倍過

(광가개지백배과)!그 빛난 값어치 어찌 백배 이상 나가지 않으리오

聖恩若許留太學

(성은야허류태학),성은에 힘입어 태학에 남기를 허락 받는다면

諸生講解得切磋

(제생강해득절차).여러 선비 일고 풀어 철차탁마 얻어리라

觀經鴻都尙塡咽

(관경홍도상전열),홍도문의 경전을 보려 여전히 길거리를 메우고

坐見擧國來奔波

(좌견거국내분파).앉아 보려고 온 나라 사람이 밀려오는 파도 같이 모여들었

剜苔剔蘚露節角

(완태척선노절각),이끼를 깎고 긁어내어 마디 각을 드러내어

安置妥帖平不頗

(안치타첩평불파).평탄한 글 첩에 두어 조금도 기울어지게 하지 않게 하리

大廈深檐與蓋覆

(대하심첨여개복),대하의 깊은 처마, 지붕으로 덮어놓으면

經歷久遠期無佗

(경력구원기무타).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리라

中朝大官老于事

(중조대관노우사),조정의 대관들은 일마다 능숙하여

詎肯感激徒媕婀

(거긍감격도암아).어찌 기꺼이 감격하지 않고 머뭇거리는가

牧童敲火牛礪角

(목동고화우려각),목동이 불을 놓고 소들이 뿔을 갈면

誰復著手爲摩挲

(수복저수위마사)?누가 다시 손을 대어 어루만져 사랑할까

日銷月鑠就埋沒

(일소월삭취매몰),날이 가고 달이 가면 매몰될 것인데

六年西顧空吟哦

(륙년서고공음아).육년을 서쪽을 돌아보며 공연히 옳다고 소리쳤네

羲之俗書趁姿媚

(희지속서진자미),왕희지의 속된 글씨 예쁘기는 하나

數紙尙可博白鵝

(삭지상가박백아).여러 장 종이 써도 흰 거위만 많아지네

繼周八代爭戰罷

(계주팔대쟁전파),주나라를 이어 팔대동안 이어온 전쟁 끝났는데

無人收拾理則那

(무인수습리칙나).아무도 거두지 않으니 도리상 어찌할까

方今太平日無事

(방금태평일무사),이제 천하가 태평하고 날마다 별일 없어

柄任儒術崇丘軻

(병임유출숭구가).유술을 받들고 공맹을 숭상하니

安能以此上論列

(안능이차상논렬),어찌 능히 이것을 의론에 부쳐

愿借辯口如懸河

(원차변구여현하).조심스레 말을 빌려 현하지변에 맡겨보리

石鼓之歌止于此

(석고지가지우차), 석고의 노래는 이에서 그치나

嗚呼吾意其蹉跎

(오호오의기차타)! , 내 뜻은 그렇게도 어그러지려나

 

[안병렬 역] 

069. 한유(韓愈;768-824)

석고의 노래

 

장생이 손에대

석고문 가지고서

나에게 권하기를

석고가를 지으라네.

 

두보도 이백도

가버린 지금

재주 없는 이 몸이

석고문 어찌 짓겠나?

 

주나라 기강 허물어져

四海가 들끓더니

선왕게서 분발하사

하늘창을 휘둘렀다.

 

명당을 크게 열고

조정하례 받으시니

제후들의 검과 패옥

부딪쳐 맑은 소리.

 

기양에 가을 사냥

솜씨도 장한지고

만리에 금수들이

한 그물로 몰려든다.

 

이 공로 새기어

만세에 전하려고

돌 파고 북 만드니

울숙불쑥 닳아지네.

 

선왕 신하 재주들은

모두 다 제일인데

이 작품을 돌에 새겨

산기슭에 두었더라.

 

비에 젖고 볕에 쬐고

들불에 그을려도

귀신이 지키시사

번거러움 없이 했네.

 

그대는 어디서

탁본을 얻었는가?

모두 다 갖추어져

털끝만치도 차이 없네.

 

말은 엄하고 뜻은 깊어서

읽어도 깨닫기 어려워

자체는 예서가 아니고

과두문도 아니어라.

 

오랜 세월 능히

획 하나 빠지잖나?

날카로운 칼날 아래

잘려도 살아남는 교룡이여.

 

난새가 나는 듯 봉황이 춤을 추듯

뭇 신선 내려오듯

산호와 벽수가

가지에서 만나는 듯.

 

금새끼에 철 노끈

거기다 무쇠손잡이

고정이 물에 든 듯

베틀북이 룡되어 올라가듯.

 

못난 선비 시경 편찬

이를 싣지 못하여서

소아 대아 좁아지고

자세하지 못하네.

 

공자님 서행할 제

진나라 못 갔거니

별들은 모아지고

해와 달은 놓쳤더라

 

내 본디 옛것 좋아하면서

애닳다, 너무 늦게 태어났거니.

이른 봄날 눈물이

두 눈에 주룩주룩.

 

지난 날 생각하니

내 처음 박사로 불릴 제

그 해에 년호 바꿔

원화라 처음 불리던 해.

 

그대는 종군하여

右扶風에 있으면서

날 위해 계획하여

북 묻힌 곳 발굴했네.

 

관을 씻고 목욕하고

제주 바쳐 아로노니

이 같은 지극한 보배

어찌 그리 많으리오?

 

모전자리 감싸서

세워서 보낸다면

낙타 몇 마리에

열 개북을 다 실으리.

 

北部의 大鼎처럼

태묘에 이 북을 바치오면

그  빛난 값어치야

어찌 차마 백배에 그치리까?

 

임금님 은혜로써

태학에 머물기 허락하시면

여러 선비 읽고 풀어

절차탁마 얻으리다.

 

옛날 홍도문에 經을 보려고

길거리 메우며

온 나라가 부러움에

물결과 같았나니.

 

이끼를 깎고 끍어

節角을 들러내어

평탄한 곳에 편안히 두어

기울어짐 없게 할지니.

 

大厦의 깊은 처마

지붕으로 덮어두면

세월이 오래 가도

변함이 없으리라.

 

조정의 대관들은

모든 일에 익숙한데

어찌 즐겨 감격 않고

망설임만 하시는고?

 

목동이 불을 놓고

소들이 뿔질하면

누가 다시 손을 대어

어루만져 사랑하리?

 

날이 가고 달이 가서

매몰되고 말면

육년 세월, 서쪽으로 바란 소망

헛되고 말겠구나.

 

왕희지의 속된 글씨

예쁘기야 하다마는

몇 장 종이 쓰더라도

흰 거위만 불어난다.

 

주나라 이어 팔대에 걸친 전쟁

이제 다 끝났는데

아무도 거두지 않으면

도리에 어떻겠나?

 

지금 천하 태평하고

일 없으며

유술(儒術)을 받들어

공맹을 숭상하니.

 

어찌 이것을

의론에 부쳐

현하(懸河) 같은 웅변을

빌어볼 수 있나?

 

석고의 노래는

여기서 그치나

, 내 뜻은

아무래도 어그러질 걸.

068알형악묘수숙악사제문누(謁衡岳廟遂宿岳寺題門樓)-한유(韓愈;768-824)

형악묘를 배알하고 악사에 묵으며 문루에 시를 짓다

 

五岳祭秩皆三公(오악제질개삼공),오악의 제사의 제관들 모두가 삼공이고

四方環鎭嵩當中(사방환진숭당중).사방을 사악이 둘러쌓고 숭산이 가운데 우꾹하네

火維地荒足妖怪(화유지황족요괴),불의 형산은 땅이 거칠어 요괴는 많으며

天假神柄專其雄(천가신병전기웅).하늘은 산악의 신에게 권력을 주어 그 웅자함을 오로지하

였다

噴雲泄霧藏半腹(분운설무장반복),뿜어 오르는 구름 쏟아지는 안개 산허리에 감초고

雖有絶頂誰能窮(수유절정수능궁)?비록 절정이 있지만 누가 능히 끝까지 오를 수 있으랴

我來正逢秋雨節(아내정봉추우절),내 가 오르니 한창 가을 비 내리는 때라

陰氣晦昧無淸風(음기회매무청풍).음기는 어둑하고 맑은 바람은 불기 않네

潛心黙禱若有應(잠심묵도야유응),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도하노니 신의 감응이 있는 듯

豈非正直能感通(개비정직능감통)!어찌 정직하년 신명과 감통할 수 없겠는가

須臾靜掃衆峰出(수유정소중봉출),잠깐 고요히 쓸어내니 여러 산봉우리들 나타나

仰見突兀撑靑空(앙견돌올탱청공).쳐다보니 돌올한 봉우리 푸른 하늘을 지탱하고 있네

紫蓋連延接天柱(자개련연접천주),자개봉은 연이너 늘어져 하늘 기둥과 접하고

石廩騰擲堆祝融(석름등척퇴축융).석름봉은 날아던지어져 축융봉에 쌓이네

森然魄動下馬拜(삼연백동하마배),삼업하여 혼백이 요동하여 말에서 내려 절하고

松柏一逕趨靈宮(송백일경추령궁).송백 사이의 작은 길로 영궁이 달려오듯 나타나네

紛牆丹柱動光彩(분장단주동광채),분칠한 담장 붉은 칠한 기둥 광채를 발하는 듯

鬼物圖畫塡靑紅(귀물도화전청홍).불상과 그림도 청홍으로 뒤덮였네

升階傴僂荐脯酒(승계구루천포주),계단에 올라 몸을 구부리고 고기와 술을 바치고

欲以菲薄明其衷(욕이비박명기충).조촐히 그 마음을 밝히려 한다

廟內老人識神意(묘내노인식신의),묘 단의 노인들 신의 뜻을 아는 듯

睢盱偵伺能鞠躬(휴우정사능국궁).눈을 크게 뜨고 국궁을 한다

手持杯珓導我擲(수지배교도아척),손에는 배교를 잡고 나를 이끌어 던지게 한 후

云此最吉餘難同(운차최길여난동).이 것이 가장 놓은 더할 수 없이 길하다고 하네

竄逐蠻荒幸不死(찬축만황행부사),오랑캐의 황량한 곳으로 쫓겨와 다행히도 죽지 않고

衣食才足甘長終(의식재족감장종).의식도 그런대로 족하고 오래 사는 것도 다행하네

侯王將相望久絶(후왕장상망구절),왕후장상 되는 소망 오래 전에 없어지고

神縱欲福難爲功(신종욕복난위공)!신이 비록 복주어도 공을 이루기 어렵다네

夜投佛寺上高閣(야투불사상고각),밤에 불사에 묵으며 높은 누각에 오르니

星月掩映雲曈曨성월엄영운동롱).별도 달도 빛이 가려지고 구름 끼어 희미하다

猿鳴鐘動不知曙(원명종동부지서),원숭이 울고 종소리 울려도 날 새는 것도 모르는데

杲杲寒日生于東(고고한일생우동).환하게 동산 위로 차가운 해가 떠오른다

 

[안병렬 역] 

068 한유(韓愈;768-824)

형악묘를 배알하고 산악사에서 자며 문루에서 시를 짓다

 

오악 제전의 제관들

모두 다 삼공이라

사약은 둘러 있고

고산은 가우데 우뚝하다.

 

불에 속한 남방의 형산 지방

땅은 거칠고 요괴 많으니

하늘이 산악신에게 권병 주어

오로지 이 땅을 다스리게 했다.

 

뿜어내는 구름 쏟아내는 안개

모두 다 산허리에 감추고 있거니

비록 최고봉 있다지만

누가 그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으랴?

 

내가 오자 정녕

추우절을 만낫거니

음산한 기운 어둑어둑

맑은 바람은 없어라.

 

마음 가다듬어 기도드리니

산악신의 응답이 있는 듯.

어찌 정직하면

신명과 감통할 수 없겠는가?

 

잠깐 새 고요히 쓸어내고

뭇 봉우리 나오는데

쳐다보니 높고 큰 봉우리

푸른 하늘 지탱하네.

 

자개봉 늘어져

천주봉과 접해 있고

석름봉은 날리어서

축융봉에 쌓여질 듯.

 

삼엄함에 혼백까지 놀라서

말에서 내려 경배하고

송백 사잇길로

산악묘에 달려온다.

 

분치한 담장 붉은 기둥

광채를 발하는 듯

불상과 그림들도

청홍으로 뒤덮였다.

 

계단에 올라서서 술과 고기

구부려 바치오니

조촐하나마

그 마음 밝히고자.

 

사당 안 노인들은

신의 뜻을 아는 듯

큰 눈 뜨고 살피면서

국궁하고 서 있다.

 

손에는 배교 잡고

날 시켜 던진 후에

점괘가 좋다고

더없이 길하다 하네.

 

오랑캐땅 쫓겨온 몸

요행히 살아 남아

의식도 근근히 되고

오래 삶도 다행하네.

 

왕후장상이야

오래 전에 희망 끊겨

신이 비록 복 빌어도

공 이루기 어려우리.

 

산악사에 묵으면서

높은 루각에 올라가니

별과 달도 가려지고

구름조차 희미하다.

 

원숭이 울고 종소리 울려도

날 새는 줄 몰랐는데

환하게 동산에

차가운 해 떠오른다.

 

067팔월십오야증장공조(八月十五夜贈張功曹)-한유(韓愈)

팔월 오일 밤에 장공조에게 주다

 

纖雲四捲天無河(섬운사권천무하) : 가는 구름 사방에 걷혀있으나 하늘에 운하수가 안 보여

清風吹空月舒波(청풍취공월서파) : 맑은 바람 빈 하늘에 불어오고 달은 빛을 펴는구나

沙平水息聲影絕(사평수식성영절) : 모래톱 평평하고 물은 잔잔하여 소리와 그림자도 끊어져

一杯相屬君當歌(일배상속군당가) : 한 잔 들어 서로 권하니 그대는 노래를 불러야 하리라

君歌聲酸辭且苦(군가성산사차고) : 그대의 노래가락 쓰리고 노랫말 또한 괴로워

不能聽終淚如雨(불능청종루여우) : 끝까지 듣지 못하고 눈물 비같이 흘러내린다

洞庭連天九疑高(동정련천구의고) : 동정호 물은 하늘에 닿고 구의산은 높기도 하고

蛟龍出沒猩鼯號(교룡출몰성오호) : 교룡은 출몰하고 성성이와 박쥐는 울부짖는다

十生九死到官所(십생구사도관소) : 구사일생 침주 관소에 이르니

幽居默默如藏逃(유거묵묵여장도) : 그윽한 거처는 조용하여 깊숙이 도망쳐 숨은 듯 하구나

下床畏蛇食畏藥(하상외사식외약) : 침상에서 내려가려니 뱀이 겁나며 먹은 것에는 독이 있을까 두려웠고

海氣濕蟄熏腥臊해기습칩훈성조) : 호수 기운 습하고 더운데 비린 냄새 후끈거리는구나

昨者州前槌大鼓(작자주전퇴대고) : 지난 번에 주청사 앞에서 큰 북 쳐서 알렸는데

嗣皇繼聖登夔皋(사황계성등기고) : 새황제 자리 이어시고 기와 고요같은 신하 충시들 등용하셨다네

赦書一日行萬里(사서일일행만리) : 특사하는 글 하루에도 천리나 달렸려서

罪從大辟皆除死(죄종대벽개제사) : 죄로 사형을 받았던 자들 모두 죽음이 면제되었다네

遷者追迴流者還(천자추회류자환) : 좌천되었던 자들 다시 올라가고 유배되었던 자 돌아 왔다네

滌瑕蕩垢清朝班(척하탕구청조반) : 잘못은 벗겨지고 때는 씻겨져 맑은 관리로서 조회에 나갔다네

州家申名使家抑(주가신명사가억) : 고을에서는 나의 이름 올렸으나 관찰사가 억눌렀고

坎軻祇得移荊蠻(감가기득이형만) : 불행하게도 다만 얻은 것은 형주 땅 오랑캐 고을로  전근발령이었다네

判司卑官不堪說(판사비관불감설) : 우리들 맡은 일 모두다 낮은 관직이라 설명하기도 어렵다네

未免捶楚塵埃間(미면추초진애간) : 티끌 속에 매달려서 회초리로 얻어 맞는 신세 면하디 못하고

同時輩流多上道(동시배류다상도) : 동시에 유배되었던 친구들 많아 조정으로 급히 불리어갔다네

天路幽險難追攀(천로유험난추반) : 길은 아득하고 험하여서 따라가 잡기가 힘들었네

君歌且休聽我歌(군가차휴청아가) : 그대 노래 잠시 그치고 내 노래를 들어 보게나

我歌今與君殊科(아가금여군수과) : 내 노래는 지금 그대의 노래와 종류가 다르니

一年明月今宵多(일년명월금소다) : 일년 동안에 밝은 달이 오늘 밤이 가장 밝다네

人生由命非由他(인생유명비유타) : 인생살이 운영에 달렸지 결코 다른 데 달려있지 않으니

有酒不飲奈明何(유주불음내명하) : 술이 있는데도 마시지 않는다면 저 밝은 달 무엇하리오

 

[안병렬 역] 

067 한유(韓愈)

팔월 보름날 밤에 장공조에게 드리다

 

작은 구름 퍼지더니

은하는 없어지고

맑은 바람 불어오니

달빛은 물결에 흐른다.

 

넓은 모래벌 강물도 조용하고

소리도 그림자도 끊겼는데

한 잔 술 권하노니

그대여 노래 부르라.

 

그대 노래 소리 쓰라리고

가사 도한 괴롭거니

다 듣지 못하고서

눈물이 비오듯.

 

동정호 하늘에 이었고

구의산 높았는데

동정호 교룡은 나고 들고

구의산 원숭이들 구슬피 운다.

 

구사일생 고생하여

임지에 다다르니

깊숙한 거처 적막하여

도망쳐 숨어온 듯.

 

방 밖에 나가려니 뱀이 무섭고

밥을 먹자니 독약이 두려운데

바다 기운 스며들어

냄새는 비릿비릿.

 

어저께 주부에서

큰 북 쳤거니

새 임금 등극하여

어진 신하 모으리라.

 

사면하는 무서는 하루에도

만리를 달리며너

죽을 죄 지은 놈도

모두 다 살리고.

 

좌천자도 유배자도

모두 다 돌아오니

흠 씻고 때 벗겨

조정반열 깨끗하리.

 

주부에서 올린 명단

관찰사가 억제하니

불우한 신세들은

겨우 옮겨 강릉일세.

 

판사의 벼슬 낮다

말도 못하리니

잘못하면 땅에 눕혀

태장 맞고 쫓겨나지.

 

함게 왔던 친구들은

모두 올라 가시는데

서울길 험난하여

따라잡기 어렵구나.

 

그대 노래 쉬어라

내 노래 들을지니

내 노래는 그대와

크게 다르리.

 

일 년 중 밝은 달

오늘밤이 제일이라.

 

인생이란 운명이지

다른 까닭 아니로다.

잇는 술 마시잖고

밝은 달을 어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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