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仍告丞相曰: “狄娘有自多之心,

잉고승상왈 적낭유자다지심

거듭 승상에게 고하기를,

“적낭에게 우쭐거리는 마음이 있사옵기

妾請言狄娘之短處.

첩청언적낭지단처

첩이 적낭의 생각이 부족한 점을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狄娘之初從相公, 盜騎燕王千里馬,

적낭지초종상공 도기연왕천리마

적낭이 처음으로 상공을 좇을 적에

연왕燕王 천리마를 도적질하여 타고

自稱河北少年 欺相公於邯鄲道上,

자칭하북소년 기상공어한단도상

하북 소년河北少年이라 자칭하며

상공을 한단邯鄲의 길 위에서 속였으니,

使鴻娘苟有嬋娟嫋娜之態,

사홍낭구유선연요나지태

홍낭이 진실로 그 모습이 선연하고 자태가 예뻤으면

則相公豈以男子知之乎?

즉상공기이남자지지호

곧 상공께서 어찌 남자로 아셨사오리까?

且承恩於相公之日, 乘夜之昏假妾之身,

차승은어상공지일 승야지혼가첩지신

또한 상공의 사랑을 받던 날,

밤의 어둠을 틈타 첩의 몸을 빌었으니,

此所謂因人成事者也,

차소위인인성사자야

이는 이른 바 다른 사람으로 말미암아 일을 이룬 것이어늘,

今對賤妾有此誇大之言, 不亦可笑乎?”

금대천첩유차과대지언 불역가소호

이제 천첩에 대하여 이렇듯 작은 일을 크게 떠벌리니

어찌 우습지 아니하오리까?”

驚鴻笑曰: “信乎人心之不可測也.

경홍소왈 신호인심지불가측야

경홍이 웃으며 말하기를,

“진실로 사람의 마음이란 측량치 못하겠나이다.

賤妾之未從相公也, 譽之如月殿姮娥,

천첩지미종상공야 예지여월전항아

천첩이 상공을 따르지 아니할 적에는

월전月殿의 항아姮娥처럼 첩의 몸을 칭찬하고 기리더니,

今乃毁之如不直一錢者,

금내훼지여부직일전자

이제는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것처럼 헐뜯으니,

此不過丞相待妾於蟾娘故,

차불과승상대첩어섬낭고

이는 승상께서 첩을 대하심이 섬낭보다 못하심으로,

蟾娘欲專相公之寵, 有此妬忌之言也.”

섬낭욕전상공지총 유차투기지언야

섬낭이 상공의 은총을 홀로 차지하고자 내뱉은

투기妬忌 어린 말에 불과하나이다.”

蟾娘及諸娘子皆大笑 鄭夫人曰:

섬낭급제낭자개대소정부인왈

섬낭과 모든 낭자가 다 크게 웃거늘, 정부인이 말하기를,

“狄娘之纖弱非不足也,

적낭지섬약비부족야

“적낭의 부드럽고 가냘픔이 부족함이 아니라 남자로 보였으므로,

自是丞相一雙眸子不能淸明之致也,

자시승상일쌍모자불능청명지치야

이로부터 승상의 한 쌍 눈동자가 청명치 못하여,

鴻娘名價不必以此而低也,

홍낭명가불필이차이저야

홍낭의 이름값이 이로 말미암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려니와,

然蟾娘之言盖是確論. 女子以男服欺人者,

연섬낭지언개시확론 녀자이남복기인자

섬낭의 말은 아마도 확론確論이라.

여자가 남복男服으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必無女子之姿態也,

필무녀자지자태야

필연 여자로서의 고운 태도가 없음이요,

男子以女粧瞞人者, 必欠丈夫之氣骨也,

남자이녀장만인자 필흠장부지기골야

남자가 여장으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필연 장부로서의 기골氣骨이 없음이니,

皆因其不足處而逞其許也.”

개인기부족처이령기허야

다 그 부족한 것으로 인하여 그 거짓을 꾸밈이로다.”

丞相大笑曰: “夫人此言盖弄我也,

승상대소왈 부인차언개롱아야

승상이 크게 웃고 말하기를,

“부인의 말은 아마도 나를 희롱함이려니와,

夫人一雙眸子亦不淸明, 能卞琴曲而不能卞男子,

부인일쌍모자역불청명 능변금곡이불능변남자

부인의 한 쌍의 눈동자 또한 청명치 못하여

거문고의 곡조는 분별할 수 있어도,

여복을 입은 남자는 분별할 수 없었던 것이니,

此有耳而無目也, 七竅無一則 其可謂全人乎?

차유이이무목야 칠규무일즉 기가위전인호

이는 바로 귀는 가졌으되 눈이 없는 것이라면

일곱 구멍 중에 하나가 없는 것인즉,

온전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으리오?

夫人雖譏此身之殘劣, 見我凌烟閣畵像者,

부인수기차신지잔열 견아능연각화상자

부인은 비록 이 몸의 잔열殘劣함을 꾸짖었으나

나의 능연각凌烟閣의 화상을 보는 자는

皆稱形軆之壯威風之猛矣.”

개칭형체지장위풍지맹의

다 외모의 웅장함과 위풍이 맹렬함을 칭찬하더이다.”

一座又大笑 蟾月曰:

일좌우대소 섬월왈

모인 사람들이 또 크게 웃거늘, 섬월이 말하기를,

“方與勁敵對陣 豈可徒爲戱談?

방여경적대진 기가도위희담

“바야흐로 강한 적을 맞대하여 진을 칠 터이온데,

어찌 부질없는 희담戱談만 하시나이까?

不可全恃吾兩人, 賈孺人亦同往如何,

불가전시오양인 가유인역동왕여하

오로지 우리 두 사람만 믿기는 어렵사오니

또한 가유인賈孺人도 함께 가는 것이 어떠하오며,

越王非外人 淑人亦何嫌之有?”

월왕비외인 숙인역하혐지유

월왕이 또한 모르는 분이 아니시니,

숙인淑人도 함께 간들 무슨 혐의 있으리까?”

秦氏曰: 桂狄兩娘若入於女進士場中,

진씨왈 계적양낭약입어녀진사장중

진씨가 말하기를,

“계낭, 적낭의 두 낭자가 만일에 여자의 과거장科擧場 중에 들어가면

當效一寸之力矣, 歌舞之場安用妾哉?

당효일촌지력의 가무지장안용첩재

내 마땅히 미력한 힘이나마 도우려니와,

가무하는 마당에서 첩을 어디다 쓰리오?

此所謂駈市人而戰也, 桂娘必不能成功也.

차소위구시인이전야 계낭필불능성공야

이는 이른바 시정아치를 몰아가 싸우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

계낭은 반드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리라.”

春雲曰: “春雲雖無歌舞之才,

춘운왈 춘운수무가무지재

춘운이 말하기를,

“춘운이 비록 가무에 재주 없으나

惟妾一身貽笑於人 則不過爲妾身之羞,

유첩일신이소어인 즉불과위첩신지수

오직 첩의 한 몸이 남에게 비웃음을 받으며

곧 첩의 몸이 수치를 당할 뿐이라면,

豈不欲觀光於盛會哉,

기불욕관광어성회재

어찌 성대한 모임을 구경코자 하는 마음이 없으리오마는,

妾若隨去則人必指笑曰, 彼乃大丞相魏國公之妾也,

첩약수거즉인필지소왈 피내대승상위국공지첩야

첩이 만일 따라가면 곧 사람들이 필연 손가락질을 하며

‘저는 이에 대승상 위국공의 첩이요,

鄭夫人及公主之媵也.

정부인급공주지잉야

정부인과 공주의 잉첩이라’ 하면서 비웃을 터이니,

然則此貽笑於相公也, 貽憂於兩嫡也,

연즉차이소어상공야 이우어양적야

이는 곧 상공께 비웃음을 끼치고

두 정실 부인께 근심을 남김이니,

春雲決不可往矣.”

춘운결불가왕의

춘운은 결단코 가지 못하리로다.”

公主曰: “豈以春娘之去而相公被笑於人,

공주왈 기이춘낭지거이상공피소어인

공주가 말하기를,

“어찌하여 춘운이 가는 것으로

상공께서 타인들에게 비웃음을 받으리오.

我亦因君而有憂乎?”

아역인군이유우호

또 우리가 그대로 말미암아 근심이 있으리오?”

春雲曰: “平鋪彩錦之步障,

춘운왈 평포채금지보장

춘운이 대답하기를,

“채색으로 된 비단 보장步障을 나란히 펼치고

高褰白雲之帳幕人皆曰,

고건백운지장막인개왈

흰 구름의 장막을 높이 걷으면 사람들이 말하되,

楊丞相寵妾賈孺人來矣, 騈肩接武爭先縱觀,

양승상총첩가유인래의 병견접무쟁선종관

‘양승상의 총첩 가유인賈孺人이 온다.’하며

어깨를 비비대고 발꿈치를 돋우며 앞을 다투어 구경하거늘,

及其移步登筵 乃蓬頭垢面也.

급기이보등연 내봉두구면야

마침내 걸음을 옮겨 자리에 오르매

이에 ‘쑥대강이에 때 묻은 얼굴[蓬頭垢面]’이라.

然則人皆大驚大咤, 以爲楊丞相有鄧都子之病也,

연즉인개대경대타 이위양승상유등도자지병야

그런즉, 사람들이 모두 크게 놀라 내뱉기를

‘양승상이 등도자鄧都子와 같은 병이 있도다.’하니,

此非貽笑於相公乎,

차비이소어상공호

이 어찌 상공께서 비웃음을 받으심이 아니며,

至於越王殿下, 平生未嘗見累穢之物,

지어월왕전하 평생미상견루예지물

월왕 전하는,

일찍이 평생에 누추하고 더러운 물건을 보지 못하였기로

見妾必嘔逆而氣不平矣, 此非貽憂於娘娘乎?”

견첩필구역이기불평의 차비이우어낭낭호

첩을 보시면 필연 구역질이 나서 심기가 편치 않으실 터이니,

이 또한 마마께 근심이 아니리이까?”

公主曰: “甚矣春娘之謙也!

공주왈 심의춘낭지겸야

공주가 말하기를,

“춘운의 겸손함이 너무 심하다!

春娘昔者以人而爲鬼, 今欲以西施而爲無塩,

춘낭석자이인이위귀 금욕이서시이위무염

춘낭이 옛적에는 사람으로 귀신이 되더니,

이제는 서시西施같은 미녀로서 무염無塩같은 추부醜婦가 되고자 하니

春娘之言無足可信也.”

춘낭지언무족가신야

춘낭의 말은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도다.”

乃問於丞相曰: “答書以何日爲期乎?”

내문어승상왈 답서이하일위기호

이에 승상에게 묻기를,

“상공은 답서에 어느 날로서 기약하셨나이까?”

丞相曰: “約以明日會矣.”

승상왈 약이명일회의

승상이 대답하기를,

“내일로 모임을 기약하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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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公主見畢謂丞相曰: “相公知越王之意乎?”

공주견필위승상왈 상공지월왕지의호

공주가 글월을 보고난 다음 승상에게 말하기를,

“상공은 월왕의 생각을 아시나이까?”

丞相曰: “有何深意? 不過欲賞花柳之景也,

승상왈 유하심의 불과욕상화류지경야

승상이 이르기를.

“무슨 깊은 뜻이 있으리오?

화류花柳의 경치를 완상玩賞하려는 것에 불과한즉,

此固遊閑公子風流事也.”

차고유한공자풍류사야

이것은 진실로 유한공자遊閑公子다운 풍류로다!”

公主曰: “相公獨未盡知也.

공주왈 상공독미진지야

공주가 말하기를,

“상공 혼자만이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고 계시나이다.

此兄所好者惟美色風樂,

차형소호자유미색풍악

오라버니가 좋아하는 바는 오직 미색美色과 풍악인데,

其宮中絶色佳人非一二, 而近聞所得寵姬,

기궁중절색가인비일이 이근문소득총희

그 궁중에 절색가인絶色佳人이 한둘이 아니려니와

요사이 들리는 바로는 총첩寵妾을 얻었는데

卽武昌名妓玉燕也.

즉무창명기옥연야

무창武昌의 명기로 꼽히는 옥연玉燕이라 하나이다.

越宮美人自見玉燕 魂喪魄褫, 以無鹽嫫母自處,

월궁미인자견옥연 혼상백치 이무염모모자처

월궁의 미인이 옥연을 보고는 혼이 빠지고 넋을 잃어

스스로 무염無鹽과 모모嫫母와 같이 아리땁지 못한 여자로 자처한다 하오니,

可知其才與貌獨步於一代也.

가지기재여모독보어일대야

그의 재주와 용모가 세상에 견줄 바 없음을 짐작할 수 있나이다.

越王兄聞吾宮中多美人,

월왕형문오궁중다미인

월왕 오라버니가 우리 궁중에 미인이 많음을 듣고,

欲效王愷石崇之相較也.”

욕효왕개석숭지상교야

아마도 왕개王愷와 석숭石崇의 서로 비교함을 본받고자 하는 것 같소이다.”

丞相笑曰: “我果泛見矣.

승상소왈 아과범견의

승상이 웃으며 이르기를,

“내가 과연 범연히 보았도다.

公主先獲越王之心也.”

공주선획월왕지심야

공주가 먼저 월왕의 뜻을 알아 차렸도다.”

鄭夫人曰: “此雖一時遊戱之事, 不必見屈於人也.”

정부인왈 차수일시유희지사 불필견굴어인야

정부인이 말하기를,

“이것이 비록 한 때의 놀이지만,

남에게 지는 것은 안 되니라.”

目鴻月而謂之曰: “軍兵雖養之十年, 用之在一朝

목홍월이위지왈 군병수양지십년 용지재일조

정부인이 경홍과 섬월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군사를 비록 10년 동안 길러도 쓰는 것은 짧은 순간의 일인데,

玆事勝負, 都在於兩敎師掌握中矣, 汝輩須努力焉.”

자사승부 도재어량교사장악중의 여배수노력언

이번 놀이의 승부는 오직 두 교사敎師의 손아귀에 달렸으니

그대들이 모름지기 힘쓸지어다.”

蟾月對曰: “賤妾恐不可敵也.

섬월대왈 천첩공불가적야

섬월이 대답하기를,

“천첩은 아무래도 대적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나이다.

越國風樂擅於一國, 武昌玉燕鳴於九州,

월국풍악천어일국 무창옥연명어구주

월국越國의 풍악은 한나라를 진동하고,

무창武昌의 옥연玉燕은 구주九州에 그 이름이 떨쳤는데,

越王殿下旣有如此之風樂, 又有如此之美色,

월왕전하기유여차지풍악 우유여차지미색

월왕 전하께서 이미 이렇듯 풍악을 거느리고

또 이렇듯 미인을 두시고 있으니

此天下之强敵也,

차천하지강적야

이는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는 것으로,

妾等以偏師小卒, 紀律不明旗鼓不整,

첩등이편사소졸 기률불명기고부정

첩들은 작은 군대의 보잘 것 없는 병사들로서

기율紀律이 밝지 못하고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하여

恐未及交鋒便生倒戈之心也.

공미급교봉변생도과지심야

싸우지도 않고 문득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까 두렵나이다.

妾等之見笑不足關念, 而只恐貽羞於吾府中也.”

첩등지견소부족관념 이지공이수어오부중야

첩들이 비웃음을 받는 것은 마음에 두지 않사오나,

다만 우리 승상의 부중府中에 수치를 끼칠까 두려워하나이다.”

丞相曰: “我與蟾娘初遇於洛陽也,

승상왈 아여섬낭초우어락양야

승상이 말하기를,

“내가 섬낭과 낙양에서 처음 만났을 때

蟾娘稱有靑樓三絶色而玉燕, 亦在其中矣必此人也.

섬낭칭유청루삼절색이옥연 역재기중의필차인야

섬낭이 ‘청루靑樓에 삼절색이 있다.’고 일렀는데,

옥연도 또한 그 가운데 있거늘 필연 이 사람이로다.

然靑樓絶色只有三人, 而今我已得伏龍鳳雛,

연청루절색지유삼인 이금아이득복룡봉추

그러나 청루의 절색은 다만 세 사람만이 있을 뿐,

이제 나는 복룡伏龍[제갈량]과 봉추鳳雛[방통]을 얻었으니,

何畏項羽之一范增乎?”

하외항우지일범증호

어찌 항우項羽가 얻은 일개 범증范增 따위를 두려워하리오?”

公主曰: “越王姬妾中美色, 非獨一玉燕也.”

공주왈 월왕희첩중미색 비독일옥연야

공주가 말하기를,

“월왕의 총애하는 첩 중에 미색을 지닌 자가

비단 옥연 혼자뿐만 아니나이다.”

蟾月曰: “越宮中粉其腮而臙其頰者,

섬월왈 월궁중분기시이연기협자

섬월이 말하기를,

“그러면 월궁 속에서 볼에 분을 바르고 뺨에 연지를 바른 자가

無非八公山草木也, 有走而已 吾何敢當哉?

무비팔공산초목야 유주이이 오하감당재

팔공산八公山의 초목이 아닌 것이 없으니

오직 도망갈 뿐인데,

우리가 어떻게 감히 당해 낼 수 있사오리까?

願娘娘問策於狄娘. 妾等膽弱聞此言,

원낭낭문책어적낭 첩등담약문차언

마마께서는 적낭狄娘에게 계책을 물어 보시길 바라나이다.

첩은 담약膽弱하여 이 말을 듣고는

便覺歌喉自廢, 恐不能唱曲也.”

변각가후자폐 공불능창곡야

문득 저절로 목이 막히어 노래를 부르려 하여도

한 곡조의 노래도 부르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驚鴻憤然曰: “蟾娘子此果眞說話耶?

경홍분연왈 섬낭자차과진설화야

경홍이 벌컥 성을 내면서 말하기를,

“섬낭자의 그 말이 과연 참말이뇨?

吾兩人橫行於關東七十餘州,

오량인횡행어관동칠십여주

우리 두 사람이 관동關東 70여주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擅名之妓樂無不聽之, 鳴世之美色無不見之,

천명지기악무불청지 명세지미색무불견지

기악妓樂으로 이름을 드날리어 그것을 듣지 아니한 이가 없고

세상을 울리는 미색을 보지 아니한 이가 없을 정도로

此膝未曾屈也, 何可遽讓於玉燕乎?

차슬미증굴야 하가거양어옥연호

이 무릎을 남에게 꿇어 본 적이 없는데,

어찌 옥연에게 문득 그 자리를 사양하리오?

世有傾城傾國之漢宮夫人, 爲雲爲雨之楚臺神女,

세유경성경국지한궁부인 위운위우지초대신녀

세상에 경성경국傾城傾國하는 한궁 부인漢宮夫人과

구름도 되었다 비도 되었다 하는 무산巫山의 신녀神女가 있으면

或有一毫自歉之心, 不然彼玉燕何足憚哉?”

혹유일호자겸지심 불연피옥연하족탄재

혹시 적이 부끄러운 마음이 저절로 일려니와

저 옥연 따위를 어찌 꺼리리오?”

蟾月曰: “鴻娘發言何其太容易耶?

섬월왈 홍낭발언하기태용이야

섬월이 말하기를,

“홍낭자는 말을 어찌 그리 너무 쉽게 하뇨?

吾輩曾在關東, 所叅者大則太守方伯之宴,

오배증재관동 소참자대즉태수방백지연

우리들이 일찍이 관동에 있을 때

참석규모가 큰 것은 태수太守, 방백方伯의 잔치이고,

小則豪士俠客之會, 未遇强敵固其宜也,

소즉호사협객지회 미우강적고기의야

작은 것은 호기로운 선비와 협객俠客들 모임으로

강한 상대를 만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今越王殿下生長於大內萬玉叢中,

금월왕전하생장어대내만옥총중

이제 월왕 전하는 임금이 거처하는 곳에서 나서 자라

귀하신 사람들 사이에서

眼目甚高 評論太峻, 所謂觀泰山 而泛滄海者也,

안목심고 평론태준 소위관태산 이범창해자야

안목이 매우 높고 평론함이 무척 날카로우시니.

이른바 태산泰山을 보고 창해滄海에 떠 있는 자이니

丘垤之微涓流之細, 豈入於眼孔乎?

구질지미연류지세 기입어안공호

언덕에 있는 미미한 것, 작은 내에 졸졸 흘러 떠다니는 미세한 것들이

어찌 안중에 들어오리오?

此以孫吳而爲敵, 與賁育而鬪力,

차이손오이위적 여분육이투력

이는 손자孫子와 오자吳子를 적으로 삼고

분육賁育과 더불어 힘을 다투는 것으로

非庸將孺子所抗也, 况玉燕卽帷幄中張子房也,

비용장유자소항야 황옥연즉유악중장자방야

사리에 맞지 않아 장차 젖먹이 어린이에게나 항거할 바이로다.

하물며 옥연은 곧 유악帷幄 속의 장자방張子房이라,

能決勝於千里之外, 何可輕之?

능결승어천리지외 하가경지

천리 밖에서 승패를 내다 볼 수 있으니

어찌 그를 가벼이 여길 수 있으리이까?

今鴻娘徒爲趙括之大談, 吾見其必敗也.”

금홍낭도위조괄지대담 오견기필패야

이제 홍낭이 부질없게도 조괄趙括처럼 큰 소리를 치나

내 보기에는 반드시 패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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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衆賓皆曰:

중빈개왈

“洛陽桂蟾月河北狄驚鴻, 擅名久矣果然絶艶.

낙양계섬월하북적경홍 천명구의과연절염

모든 손님들이 한가지로 말하기를,

“낙양 땅의 계섬월桂蟾月과 하북 땅의 적경홍狄驚鴻이

명예를 드날린 지가 오래되었는데 과연 절세의 미인이로다.

非楊相國風流 何能致此也?”

비양상국풍류 하능치차야

양상국楊相國의 풍류風流가 아니라면

어찌 여기에 오게 할 수 있으리오?”

丞相命兩妓各奏其藝,

승상명양기각주기예

승상이 두 기생에게 그 가진 재주들을 펼치도록 명하자,

鴻月一時齊起曳珠履,

홍월일시제기예주리

경홍과 섬월이 동시에 함께 일어나 구슬 신을 끌고

登瓊筵拂藕腸之輕衫,

등경연불우장지경삼

잔치 무대에 올라 연꽃 무늬가 아로새겨진 가벼운 적삼을 떨치고

飄石榴之彩袖, 對舞霓裳羽衣之曲,

표석류지채수 대무예상우의지곡

석류石榴가 아름답게 새겨진 소매를 휘날리며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落花飛絮撩亂於春風, 雲影雪色明滅於錦帳,

낙화비서료란어춘풍 운영설색명멸어금장

떨어진 꽃과 나부끼는 가지가 봄바람에 요란스레 떠다니며

구름 그림자와 눈빛이 비단휘장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니,

漢宮飛燕再生於都尉宮中, 金谷綠珠却立於魏公堂上.

한궁비연재생어도위궁중 금곡록주각립어위공당상

한궁漢宮의 비연飛燕[한나라 성제의 첩으로 가무를 잘했음.]이

다시 도위궁중都尉宮中에 나타나고,

금곡金谷의 녹주綠珠[진나라 석숭石崇의 애첩으로 피리를 잘 불었음.]가

다시 위공魏公의 당상에 선 것과 같았다.

柳夫人兩公主, 以錦繡縑帛賞賜兩人.

류부인량공주 이금수겸백상사량인

유부인과 두 공주는 온갖 비단을 상으로 두 사람에게 주었다.

秦淑人與蟾月舊相識也, 話舊論情一喜一悲,

진숙인여섬월구상식야 화구론정일희일비

진숙인과 섬월은 옛적에 서로 안면이 있는지라,

옛일을 얘기하며 서로 쌓였던 회포를 풀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였는데,

鄭夫人手把一箱別勸桂娘, 以酬薦進之恩,

정부인수파일상별권계낭 이수천진지은

정부인은 손으로 잔 하나를 잡아 따로 계낭桂娘에게 권함으로써

천거하여 준 은혜에 보답하였다.

柳夫人謂丞相曰:

류부인위승상왈

그러자 유부인이 승상에게 이르기를,

“汝輩進謝於蟾月,而忘我從妹乎?

여배진사어섬월 이망아종매호

“너희들이 섬월에게는 나아가 사례하면서,

내 종매從妹는 잊었느뇨?

不可謂不背本者也.”

불가위불배본자야

근본을 저버린 것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도다.”

丞相曰: “少子今日之樂皆鍊師之德也,

승상왈 소자금일지락개련사지덕야

승상이 아뢰기를,

“소자의 오늘 즐거움은 모두 연사鍊師의 덕이옵고,

况母親旣入京師, 雖微下敎固欲奉請矣.”

황모친기입경사 수미하교고욕봉청의

하물며 모친께서 이미 사울에 들어와 계신즉,

비록 하교가 없으시더라도 진실로 받들어 청하고자 하였나이다.”

卽送人於紫淸觀, 諸女冠云:

즉송인어자청관 제녀관운

곧 사람을 자청관紫淸觀으로 보내니,

여관女冠들이 말하기를,

“杜鍊師入蜀三年尙未歸矣.”

두련사입촉삼년상미귀의

“두련사께서는 촉蜀 땅으로 가신지 삼년이나 되었는데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소이다.”

柳夫人甚恨焉.

류부인심한언

유부인이 매우 섭섭해 하였다.

鴻月入楊府之後, 丞相侍人日益多矣, 各定其居處.

홍월입양부지후 승상시인일익다의 각정기거처

적경홍과 계섬월이 양승상의 부중府中에 들어온 후

승상을 모시는 사람들이 날로 더욱 많아졌고

그 거처가 각각 정하여 졌다.

正堂曰慶福堂大夫人居之,

정당왈경복당대부인거지

정당正堂은 경복당慶福堂이라 부르는데 대부인이 살고,

慶福之前曰燕喜堂, 左夫人英陽公主處之,

경복지전왈연희당 좌부인영양공주처지

경복당 앞 건물은 연희당燕喜堂이라 부르는데

좌부인 영양공주가 살며,

慶福之西曰鳳簫宮, 右夫人蘭陽公主處之,

경복지서왈봉소궁 우부인란양공주처지

경복당 서쪽 건물은 봉소궁鳳簫宮이라 부르는데

우부인 난양공주가 살며,

燕喜之前凝香閣淸和樓, 丞相處之時時設宴於此,

연희지전응향각청화루 승상처지시시설연어차

연희당 앞에 있는 응향각凝香閣과 청화루淸和樓는

승상이 거처하며 때때로 이곳에서 잔치를 베풀고,

其前太史堂禮賢堂, 丞相接賓客聽公事之處也.

기전태사당례현당 승상접빈객청공사지처야

그 앞의 태사당太史堂과 예현당禮賢堂은

승상이 손님을 접대하며 공사公事를 살피는 곳이었다.

鳳簫宮以南尋興院, 卽淑人秦彩鳳之室也,

봉소궁이남심흥원 즉숙인진채봉지실야

봉소궁 남쪽의 심흥원尋興院은 곧 숙인 진채봉의 거실이고,

燕喜堂以東迎春閣, 卽孺人賈春雲之房也.

연희당이동영춘각 즉유인가춘운지방야

연희당 동쪽의 영춘각迎春閣은 곧 유인 가춘운의 방이었다.

淸和樓東西皆有小樓, 綠窓朱欄蔽虧掩映,

청화루동서개유소루 록창주란폐휴엄영

청화루 동서에 각각 소루小樓가 있는데,

녹창綠窓과 주란朱欄이 이지러져 가리워 그늘지게 하고,

周回作行閣, 以接淸和樓凝香閣,

주회작행각 이접청화루응향각

행각行閣으로 주위를 돌아 청화루와 응향각에 접하니

東曰賞花樓西曰望月樓, 桂狄兩姬各占其一樓.

동왈상화루서왈망월루 계적양희각점기일루

동은 일러 상화루賞花樓라 하고, 서는 일러 망월루望月樓라 하여

계섬월과 적경홍이 각각 한 누씩 차지하였다.

宮中樂妓八百人, 皆天下有色有才者也,

궁중락기팔백인 개천하유색유재자야

궁중의 악기樂妓 팔백인이

다 천하에 자색姿色이 드러나고 재주 있는 사람들로,

分作東西部, 左部四百人桂蟾月主之,

분작동서부 좌부사백인계섬월주지

이를 동서부로 나누어 왼편의 사백 인은 계섬월이 거느리고,

右部四百人狄驚鴻掌之, 敎以歌舞課以管絃,

우부사백인적경홍장지 교이가무과이관현

오른편의 사백 인은 적경홍이 맡아

가무를 가르치며 관현을 시험하고,

每月會淸和閣較兩部之材,

매월회청화각교량부지재

매달 청화루淸和樓에 모이게 하여 동서 양부의 재주를 비교하는데,

丞相陪大夫人率兩公主, 親自等第以賞罰,

승상배대부인솔량공주 친자등제이상벌

승상이 대부인을 모시고 두 공주를 거느리며

누각에서 친히 등급을 매기어 상벌을 내리니,

勝者以三盃酒賞之, 頭揷彩花一枝以爲光榮,

승자이삼배주상지 두삽채화일지이위광영

이기는 자에게는 석 잔 술로써 상을 주고

머리에다 꽃 한 가지를 꽂아서 영광을 빛내게 하고,

負者以一杯冷水罰之, 以筆墨畵一點於額上以愧其心.

부자이일배냉수벌지 이필묵화일점어액상이괴기심

지는 자에게는 한 잔 냉수를 벌로 주고

먹붓으로 이마에다 점 하나를 찍어서 그 마음에 부끄러움이 들게 하였다.

以此衆妓之才日漸精熟, 魏府越宮女樂爲天下最,

이차중기지재일점정숙 위부월궁여락위천하최

이렇게 하니 모든 기생들의 재주가 날로 점점 정숙精熟하여

위부魏府와 월궁越宮의 여악女樂들이 천하에 최고가 되었는데,

雖梨園弟子不及於兩部矣.

수리원제자불급어량부의

비록 이원梨園의 제자라 할지라도

이 양부의 기녀들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一日兩公主與諸娘, 陪大夫人

일일량공주여제낭 배대부인

하루는 두 공주가 모든 낭자와 더불어 대부인을 모시고 앉아 있는데,

而丞相持一封書, 自外軒而入授蘭陽公主曰:

이승상지일봉서 자외헌이입수란양공주왈

승상이 한 통의 편지를 갖고

바깥 마루로부터 들어와 난양공주에게 내어주며 이르기를,

“此卽越王之書也.”

차즉월왕지서야

“이는 곧 월왕의 글월이오.”

公主展看其書曰:

공주전간기서왈

공주가 펴 보는데 그 글월에 적혀 있기를,

“春日淸和丞相鈞軆蔓福? 頃者國家多事公私無暇,

춘일청화승상균체만복 경자국가다사공사무가

“봄날이 아주 맑고 화창하온데

승상은 몸 편안하시고 널리 만복하시나이까?

지난날에는 나라에 일이 많고 공사公私에 겨를이 없어,

樂遊原上不見駐馬之人, 昆明池頭無復泛舟之戱,

락유원상불견주마지인 곤명지두무부범주지희

낙유원樂遊原에 말을 머무르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곤명지昆明池 머리에 다시 배를 대는 즐거움이 없으니,

遂令歌舞之地便作蓬蒿之場.

수령가무지지변작봉호지장

마침내 가무를 즐기는 곳이 어느덧 잡풀의 마당을 이루었소이다.

長安父老每說祖宗朝繁華古事, 往往有流涕者,

장안부로매설조종조번화고사 왕왕유류체자

장안의 노인들이 매양 조종조祖宗朝의 성덕으로

시절이 번화繁華하던 옛 일을 그리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으니,

殊非太平之氣像也.

수비태평지기상야

이는 자못 태평한 기상氣像이 아니외다.

今賴皇上盛聖丞相偉功, 四海寧謐百姓安樂,

금뢰황상성성승상위공 사해령밀백성안락

이제 황제 폐하의 성덕과 승상의 훌륭한 업적으로

사해가 태평하고 백성이 안락하게 되어,

復開元天寶間樂事, 卽今日其會也.

복개원천보간락사 즉금일기회야

개원開元과 천보天寶 사이의 즐거운 시절로 돌아왔으니

오늘이 그때이옵니다.

况春色未暮天氣方和, 芳花嬾柳能使人心駘蕩,

황춘색미모천기방화 방화란류능사인심태탕

하물며 봄빛이 아직 저물지 아니하고 바야흐로 천기天氣가 화창하여,

고운 꽃과 부드러운 버들이 사람의 마음을 태탕駘蕩케 하니,

美景賞心俱在此時矣.

미경상심구재차시의

아름다운 경치와 완상玩賞하는 마음이 이때에 있는가 싶습니다.

願與丞相會於樂遊原上, 或觀獵或聽樂舖張昇平盛事,

원여승상회어락유원상 혹관렵혹청락포장승평성사

승상과 더불어 낙유원 위에 모여서 혹은 사냥하는 것을 보고,

혹은 풍악風樂을 들으면서 나라의 태평과 성대한 일을 펴서 넖히기를 바라는데,

丞相若有意於此,

승상약유의어차

만일 승상의 마음이 이에 있거든,

卽約日相報, 使寡人隨塵幸甚.”

즉약일상보 사과인수진행심

곧 날짜를 정하여 회답을 주어,

과인으로 하여금 따르게 하면 매우 다행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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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行到天津 鴻月兩妓因府尹是通, 已來待於客舘,

행도천진 홍월양기인부윤시통 이래대어객관

길을 떠나서 천진교에 다다르니

적경홍,狄驚鴻 계섬월桂蟾月의 두 기생이 부윤府尹의 기별을 받고

이미 객관客舘으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丞相笑謂兩妓曰:

승상소위양기왈

승상이 웃으며 두 기생에게 말하기를,

“吾之此行乃私行, 非王命也 兩娘何以知之?”

오지차행내사행 비왕명야 양낭하이지지

“나의 이번 행차는 사사로운 길이요, 왕명王命이 아니거늘,

두 낭자는 어찌 내가 오는 줄을 알았느뇨?”

鴻月曰:“大丞相魏國公駙馬都尉之行,

홍월왈 대승상위국공부마도위지행

경홍과 섬월이 대답하기를,

“대승상 위국공 부마도위의 행차를

深山窮谷 亦皆奔走聳動,

심산궁곡 역개분주용동

깊은 산과 험한 골짜기에서도

또한 다들 알고 분주히 소문이 들리어 용동聳動스러운데

妾等雖蟄於山林寂寥之地, 豈無耳目乎?

첩등수칩어산림적요지지 기무이목호

첩들이 비록 산림山林의 적요寂寥한 땅에 있사오나

어찌 귀와 눈이 없으오리까?

况府尹老爺敬待妾等, 亞於相公

황부윤로야경대첩등 아어상공

하물며 부윤께서는 첩들을 경대敬待하기를

상공의 다음으로 하는데

相公之來 不敢不報?

상공지래 불감불보

상공이 오시는 것을감히 알리지 않을 수 엉었습니다.

昨年相公奉使過此, 妾等尙有萬丈之光輝,

작년상공봉사과차 첩등상유만장지광휘

작년에 상공이 명을 받으시어 사신으로 여기를 지나시니

첩들이 오히려 만장萬丈의 광휘光輝가 되었거늘,

今相公位益崇而名益著, 臣妾之榮亦轉加百層矣.

금상공위익숭이명익저 신첩지영역전가백층의

이제 상공이 지위가 더 높고 이름도 더욱 드러나셨으니

신첩의 영광이 또한 백배나 더하나이다.

聞相公娶兩公主爲女君,

문상공취양공주위녀군

듣자오니 상공이 두 공주의 남편이 되었다 하온데,

未知兩位公主能容妾等否.”

미지양위공주능용첩등부

두 분 공주는

첩들을 용납하실 수 있을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丞相曰: “兩公主一則乃聖天子御妹, 一則鄭司徒女子,

승상왈 양공주일즉내성천자어매 일즉정사도녀자

승상이 말하기를,

“두 공주 가운데 한 분은 성천자의 매씨요,

또 한 분은 정사도의 딸인데,

太后取鄭氏爲養女, 而卽桂娘所薦也,

태후취정씨위양녀 이즉계낭소천야

태후께서 양녀를 삼으셨은즉,

곧 계낭이 천거한 사람이요,

鄭氏與桂娘有汲引之恩, 且與公主俱有及人之仁,

정씨여계낭유급인지은 차여공주구유급인지인

정씨와 계낭은 천거 중매한 은혜가 있고,

또 공주와 함께 사람을 사랑하는 어짐[仁]과

容物之德 豈非兩娘之福乎?”

용물지덕 기비양낭지복호

물건을 용납하는 덕德이 있으니,

어찌 두 낭자의 복이 아니겠느뇨?”

鴻月相顧而賀.

홍월상고이하

경홍과 섬월은 서로 돌아보며 하례賀禮하였다.

丞相與兩人經夜行到故鄕,

승상여양인경야행도고향

승상이 두 사람과 함께 밤을 지내고 떠나서 고향에 이르니,

初十六歲書生離親遠遊, 及其來覲擁

초십육세서생리친원유 급기래근옹

처음에 열여섯 살의 서생書生으로서

그 모친을 떠나 멀리 갔다가

이제야 돌아와서 뵈온즉,

大丞相之軒車, 嚲魏國公之印綬,

대승상지헌거 타위국공지인수

대승상의 헌거軒車를 타고

위국공의 인수印綬를 늘어뜨리고

重之以駙馬之豪貴, 四年間所成就者何如耶?

중지이부마지호귀 사년간소성취자하여야

부마의 호기 있고 귀함을 겸하였으니,

4년 동안에 성취한 것이 과연 어떠하였겠는가?

入謁於母夫人, 柳氏執其手而拊其背曰:

입알어모부인 류씨집기수이부기배왈

들어가 모부인母夫人을 뵈온즉,

유씨가 그 손을 잡고 그 등을 어루만지며 말하기를,

“汝眞吾兒楊少游耶? 吾不能信也.

여진오아양소유야 오불능신야

“네가 참으로 나의 아들 양소유냐?

내 믿을 수가 없구나.

當昔誦六甲賦五言之時, 豈知有今日榮華也?”

당석송육갑부오언지시 기지유금일영화야

마땅히 전일에 육갑六甲을 외우며

오언五言의 시를 지었을 때

어찌 오늘의 영화榮華가 있을 줄을 알았겠느뇨?”

喜極而淚下也, 丞相把立名成功之終始,

희극이루하야 승상파립명성공지종시

기쁨이 극진하여 눈물을 흘리거늘,

승상이 이름을 세우고 공을 이룬 일의 시종始終과

娶室卜妾之顚末, 悉告無餘

취실복첩지전말 실고무여

장가들고 복첩卜妾한 일의 전말顚末을

남김없이 모두 고하였다.

柳夫人曰: “汝父親每以汝爲大吾門者,

류부인왈 여부친매이여위대오문자

유부인이 이르기를,

“너의 부친이 매양 너한테

‘우리 집을 빛나게 할 자라’ 일렀는데,

惜不令汝父親見之也.”

석불령여부친견지야

너의 부친으로 하여금

이를 보게 할 수 없음이 애석하구나.”

丞相省祖先丘墓, 以賞賜金帛爲大夫人, 設大宴獻壽

승상성조선구묘 이상사금백위대부인 설대연헌수

승상이 선조들의 묘에 가서 성묘 드리고,

황상께서 상으로 주신 금과 비단으로써 대부인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어 헌수獻壽하고,

請宗族故舊隣里, 讌飮十日 陪大夫人登程,

청종족고구린리 연음십일 배대부인등정

이웃 마을에 사는 일가친척들과 옛 친구들을 청하니

술잔치가 열흘 동안이나 이어 졌으며

대부인을 모시고 귀경길에 오르자,

諸路方伯列邑守宰 輻輳護行, 光彩輝映於一方矣.

제로방백열읍수재 폭주호행 광채휘영어일방의

각도의 방백方伯들과 여러 고을의 수령들이

다투어 몰려와서 호위하며 길을 보살피니,

광채가 한 방향으로 밝게 비추었다.

過洛陽分付本州, 招鴻月兩妓還報曰:

과락양분부본주 초홍월양기환보왈

승상이 낙양을 지나면서 본 고을에 분부하여

경홍과 섬월을 부르라 하였는데,

돌아와 알리기를,

“兩娘子同向京師已有日矣.”

양낭자동향경사이유일의

“두 낭자가 함께 서울로 향한지

이미 여러 날 되옵니다.”

丞相頗以交違爲悵缺,

승상파이교위위창결

승상은 길이 서로 어긋남을

자못 매우 섭섭히 여기고

至皇城奉大夫人於丞相府中,

지황성봉대부인어승상부중

황성皇城에 이르러서는

대부인을 승상부에 모시고,

詣闕肅謝 兩宮引見, 賜賚金銀綵段十車,

예궐숙사 양궁인견 사뢰금은채단십거

대궐로 나아가니 태후와 황상께서 불러 보시고

금은 채단綵段 열 수레를 내리시어

俾爲大夫人壽

비위대부인수

대부인을 위하여 헌수하게 하셨으며,

請滿朝公卿, 設三日大酺以娛之,

청만조공경 설삼일대포이오지

만조 백관들을 청하여

3일 동안 큰 잔치를 베풀고 즐기게 하였다.

丞相擇吉日陪大夫人, 移入於賜新第,

승상택길일배대부인 이입어사신제

승상은 길일吉日을 가려 잡아 대부인을 모시고

황상께서 내리신 새 집으로 옮겨드니

園林臺沼亭榭宮于, 下皇居一等.

원림대소정사궁우 하황거일등

동산과 정자 그리고 누각, 연못이

황상께서 거처하신 곳과 비등할 정도로 굉장하였다.

鄭夫人蘭陽公主行新婦之禮,

정부인란양공주행신부지례

정부인과 난양공주는 신혼新婚의 예를 행하고,

秦淑人賈孺人亦備禮謁見,

진숙인가유인역비례알현

진숙인과 가유인이 또한 예를 갖추어 뵈오니

幣物之盛禮貌之恭, 足令大夫人敷和氣聳歡心也.

폐물지성례모지공 족령대부인부화기용환심야

폐물의 융성함과 예모禮貌의 공손함은

족히 대부인으로 하여금 화기가 흐뭇하게 하였고

마음속으로 부터 기꺼워하게 하였다.

丞相旣承壽親之命, 以恩賜之物又設大宴三日,

승상기승수친지명 이은사지물우설대연삼일

승상은 이미 ‘어버이의 장수를 기리라’ 하는

황상의 명을 받은고로,

위에서 내리신 물건으로써

다시 삼일간 큰 잔치를 베풀었는데,

兩宮賜梨園之樂, 移御廚之饌 賓客傾朝廷矣.

양궁사리원지락 이어주지찬 빈객경조정의

양궁께서는 궐내의 악공樂工을 보내주시고

황상께서 잡수시는 음식을 내려주시니

빈객들이 모두 조정에 모여들었다.

丞相具彩服與兩公主, 高擎玉盃以次獻壽, 柳夫人甚樂.

승상구채복여양공주 고경옥배이차헌수 류부인심락

승상이 채색옷을 입고 두 공주와 더불어

옥잔을 높이 들어

차례로 대부인께 올리고 장수함을 기리자

유부인柳夫人이 무척 즐거워하였다.

宴未罷閽人入告門外,

연미파혼인입고문외

잔치가 아직 파하지 아니하였는데

문지키는 자가 들어와서 아뢰기를,

有兩女子納名於大夫人及丞相座下矣.

유양녀자납명어대부인급승상좌하의

“문 밖에 두 여자가 와서

대부인과 승상의 자리 아래에 명첩名帖을 드리나이다.”

丞相曰必鴻月兩姬也, 以此意告於大夫人卽招入,

승상왈필홍월양희야 이차의고어대부인즉초입

승상이 말하기를,

‘반드시 적경홍과 계섬월 두 여인일 것이니라’ 하고

대부인께 이 뜻을 사뢰어 곧 불러들이니,

兩妓叩頭拜謁於階前,

양기고두배알어계전

두 기생은 섬돌 아래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고 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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