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明日楊丞相就朝堂理國政,

명일양승상취조당리국정

이튿날 양승상이 조정에 나아가 국정을 다스리고

遂上疏請暇 欲將母而來 其疏曰:

수상소청가 욕장모이래 기소왈

드디어 상소를 올려 휴가를 청하며,

그 모친을 모셔오려 하였는데,

그 상소문에 쓰이기를,

“丞相魏國公駙馬都尉臣楊少游,

승상위국공부마도위신양소유

승상 위국공 부마도위駙馬都尉인 신臣 양소유는

頓首百拜 上言于皇帝陛下.

돈수백배 상언우황제폐하

돈수백배頓首百拜하옵고

황제 폐하께 삼가 아뢰옵나이다.

伏以臣卽楚地編戶之民也, 生事不過數頃,

복이신즉초지편호지민야 생사불과수경

엎드려 생각건대

신은 본디 초楚 땅의 미천한 백성으로

생사生事가 불과 몇 이랑에 지나지 않았고

學業止於一經

학업지어일경

학업은 경서經書 한 권 정도를 읽는 것에 지나지 않았사오며

而老母在堂, 菽水不繼 欲營升斗之錄,

이로모재당 숙수불계 욕영승두지록

노모老母께서는 집안에 계시어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신 데도

대수롭지 않은 녹봉祿俸을 받고,

以備甘毳之供, 不揣寸分猥蒙鄕貢,

이비감취지공 불췌촌분외몽향공

맛있고 부드러운 음식을 즐기고자 하여

재주와 분수를 헤아리지도 않고

외람되이 향공鄕貢을 입었나이다.

方臣之躡履赴擧, 老母臨行送之曰:

방신지섭이부거 로모임행송지왈

바야흐로 신이 과거 길에 오르려 하자

노모老母께서 문까지 나와 신을 보내시며 당부하시기를,

‘門戶殘矣家業弊矣, 堂搆之責十口之命,

문호잔의가업폐의 당구지책십구지명

‘집안이 쇠잔하고 가업家業이 피폐되었으니,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책임과 열 사람[十口]의 목숨이

皆付於汝之一身, 汝其力學決科, 以顯父母是吾望也.

개부어여지일신 여기력학결과 이현부모시오망야

모두 너 한 몸에 달렸으며,

너는 힘껏 학업에 열중하고 과거에 급제하여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로다.

而祿仕太暴 則躁競之刺興,

이록사태폭 즉조경지자흥

녹祿을 받기 위해 벼슬길에 오르는 것이 너무 이르면

마음을 조급히 굴어 남과 권세를 다투어 스스로 함정을 파기 쉽고,

官職太驟 則負乘之患生, 汝其戒之.’

관직태취 즉부승지환생 여기계지

관직이 너무 빨리 오르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근심이 있으니,

너는 이것을 경계하라.’ 하시기에

臣敢受母訓 銘在心肝, 而濫以幼少之年,

신감수모훈 명재심간 이람이유소지년

신이 감히 어머님의 가르치심을 받고

마음 깊은 곳에 굳게 새기어 두었나이다.

그런데 외람스럽게도 어린 나이에

幸値功名之會, 立朝數年 名位揚赫,

행치공명지회 립조수년 명위양혁

다행히 공명功名을 얻을 기회를 만나

조정에 선 지 수년 만에

이름과 지위가 모두 혁혁赫赫해지고

金馬玉堂世稱華貫

금마옥당세칭화관

좋은 말과 좋은 집에 살면서

세상에서 이른 바 호화로운 생활로만 일관되어 왔나이다.

而臣旣冒據, 黃麻紫誥 必順全才

이신기모거 황마자고 필순전재

신은 이미 위험스럽게 웅거한 오랑캐들에게

황상께서 조서詔書를 내리시어 그들을 깨우치시는 데에

모름지기 온갖 재주를 다하며 왔나이다.

而臣又添叨奉綸, 南討强藩屈膝受命,

이신우첨도봉륜 남토강번굴슬수명

신은 또 분수에 넘게도 황상 폐하의 명命을 받들어

남南으로는 강한 도적들을 효유曉諭하여 굴복시키며

무릎을 꿇게 하고 명命을 받들게 하였으며,

西征凶酋束手,

서정흉추속수

서쪽으로는 흉악한 도적의 괴수를 정벌하여

어찌할 도리없이 항복케 하였으나,

臣本白面一書生也,

신본백면일서생야

신은 본래 일개 백면 서생白面書生으로

是豈臣能立一策 辦一謀 而致此哉?

시기신능립일책 판일모 이치차재

어찌 한 계책을 세우고

한 가지 꾀를 낼 수 있어 이에 이르렀겠나이까?

莫非皇威所及, 諸將效死 而陛下乃反獎其微勢,

막비황위소급 제장효사 이폐하내반장기미세

황상 폐하의 위엄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고,

여러 장수들이 죽기를 무릅쓰고 싸운 탓인데도

폐하께서는 이에 도리어 작은 수고를 가상히 여기시어

褒以重爵, 臣心之愧惕惶感, 有不可論

포이중작 신심지괴척황감 유불가론

중한 벼슬로써 포장하시니

신의 마음으로는 부끄럽고 두려우며 황송할 뿐

아뢸 수 있는 말씀이 없나이다.

而老母所戒, 躁競之刺貧乘之患,

이로모소계 조경지자빈승지환

그런데 노모께서 경계하여

마음을 조급히 굴어 남과 권세를 다툴 위험과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염려를 하셨는데도

不幸當之矣.

불행당지의

불행히 이렇게 되었나이다.

至於錦臠抄簡, 尤非閭巷賤身,

지어금련초간 우비려항천신

부마 간택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천하고 속된 신이 감당할 바가 아닌데도 천신賤身이

所敢當者而聖命勤摯, 謬恩荐加,

소감당자이성명근지 류은천가

감히 그를 감당한 것은

성명聖命이 간곡하시고 은혜가 깊으시어,

臣逃遁不得冒沒承順,

신도둔부득모몰승순

신이 도망할 수가 없어

분수에 넘치게도 순순히 그 명을 받들었으니,

豈不足以辱國家而羞當世乎?

기부족이욕국가이수당세호

어찌 국가를 욕되게 하고

당세當世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겠나이까?

嗚呼! 老母之所期於臣者, 初不過乎寸廩而已,

오호 로모지소기어신자 초불과호촌름이이

오호嗚呼라! 노모께서 신에게 기대하신 바는

애당초 얼마 되지 않는 녹祿에 불과한 것이었고,

臣之所望於國者, 本不外於一官而已,

신지소망어국자 본불외어일관이이

신이 국가에 바란 것도

본디 보잘 것 없는 벼슬에 불과하였는데,

今臣居將相之位, 挾公侯之富,

금신거장상지위 협공후지부

지금의 신은 장상將相의 위치에 있으며,

공후公侯의 부富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奔走王事不遑將毋.

분주왕사불황장모

왕사王事가 분주하여 노모를 돌볼 겨를이 없었나이다.

臣隱處丹碧之室 而臣母則僅掩茅茨,

신은처단벽지실 이신모즉근엄모자

신이 누운 곳은 호화로운 집인데

신의 어미는 가까스로 띠로 지붕을 이은 정도이며,

臣坐享方丈之食 而臣母則不免醜糲,

신좌향방장지식 이신모즉불면추려

신은 편안히 즐기며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잘 차린 음식을 먹고 있는데,

신의 어미는 오래 묵은 쌀이나마 마지못해 잡수실 정도이니,

居處飮食母子絶異, 是以貴富處身以貧賤待母,

거처음식모자절리 시이귀부처신이빈천대모

거처와 음식에 있어서 모자가 판이하게 다르니

이렇듯 신은 부귀에 몸을 처하고 빈천으로써 노모를 대하니,

人論廢矣子職墮矣.

인론폐의자직타의

인륜을 폐하고 자식된 직분을 망각한 것이옵니다.

况臣母年齡已高 疾病沉篤,

황신모년령이고 질병침독

하물며, 신의 어미는 연세가 무척 높고

질병이 깊고 위독한데도

無他子女可以扶護者而,

무타자녀가이부호자이

다른 자녀가 없어 부호扶護할 수 있는 자가 없나이다.

山川遼濶信使阻絶, 消息亦不能以時相通,

산천요활신사조절 소식역불능이시상통

산천이 아득하여 신의 정성을 막고 끊어 놓으며,

소식 또한 때때로 통할 수가 없어서

不待陟屺望雲而, 肝腸已寸斷無餘矣.

불대척기망운이 간장이촌단무여의

신을 기다리지도 못하시고 동산위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시는데

간장肝腸은 이미 더할 나위 없이 마디마디 끊어졌을 것이옵니다.

今幸國家無事 官府多閑,

금행국가무사 관부다한

이제 다행히 나라에 아무 일도 없고

관부官府도 무척 한가하오니

伏乞陛下諒臣危迫之情, 察臣終養之願,

복걸폐하량신위박지정 찰신종양지원

엎드려 애걸하옵건대 페하께옵서는

신의 위박危迫한 사정을 헤아리시고

신의 어미를 봉양코자 하는 바람을 살피시어

特許數月之暇, 使之歸省先墓 將歸老母,

특허수월지가 사지귀성선묘 장귀로모

몇 달 동안의 틈을 내어

고향으로 돌아가서 조상의 묘에 성묘 드리고

노모를 모시고 장차 돌아와

母子同居歌詠聖德, 得以盡瀜洩之樂,

모자동거가영성덕 득이진융설지락

모자가 함께 살면서 성덕을 기리며

깊고 큰 즐거움을 다하고,

反哺之誠, 則臣謹當彌竭 移孝之忠,

반포지성 즉신근당미갈 이효지충

반포反哺의 정성을 본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윤허해 주신다면,

신은 삼가 효성을 다하고 그것을 충성으로 옮기어

誓報軆下之恩矣. 伏乞陛下矜悶焉."

서보체하지은의 복걸폐하긍민언

맹세코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엎드려 애걸하옵건대,

폐하는 불쌍하고 딱하게 여기시옵소서.

上覽之歎曰:“孝哉! 楊少游也.”

상람지탄왈 효재! 양소유야

황상은 상소문을 보시고 감탄하기를,

“효성스럽도다. 양소유여!”

特賜黃金四千, 綵帛八百匹歸爲老母壽.

특사황금사천 채백팔백필귀위로모수

특별히 황금 사천 근斤과 비단 팔백 필을 하사하여,

돌아가서 그 노모를 헌수獻壽케 하였다.

且令輦母遄返, 丞相入闕祗肅拜辭於太后,

차령련모천반 승상입궐지숙배사어태후

또 노모를 만나 속히 모시고 돌아오도록 하교하시니,

승상이 대궐로 들어가 사은하고

태후께 하직 인사를 드리는데,

太后下賜金帛, 倍蓰於皇上恩典矣,

태후하사금백 배사어황상은전의

태후 또한 금과 비단을 내리시므로

승상이 황상의 은전에 거듭 거듭 감사드리고

退與兩公主及秦賈兩娘相別.

퇴여양공주급진가양낭상별

물러나와 두 공주와 진숙인, 가유인 두 낭자와 더불어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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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蘭陽曰: “春雲爲謁英陽姐姐 入宮屬耳,

란양왈 춘운위알영양저저 입궁속이

난양이 이르기를,

“춘운이 영양저저를 뵈옵고자 궁중에 들어왔다가

春雲亦憂丞相之疾來候.”

춘운역우승상지질래후

춘운 또한 승상의 병환을 근심하여

문 밖에 와서 문후하나이다.”

春雲自外卽入謁曰:

춘운자외즉입알왈

춘운이 밖으로부터 바로 들어와 아뢰기를,

“相公貴軆少康乎?”

상공귀체소강호

“상공의 귀체貴軆 어떠하시나이까?”

丞相曰:“春雲獨留 餘皆出.”

승상왈 춘운독류 여개출

승상이 말하기를,

“춘운만 혼자 머무르고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나가기 바라오.”

兩公主及淑人退立於欄頭.

양공주급숙인퇴립어란두

두 공주와 숙인은 밖으로 나가 난간머리에 섰다.

丞相卽起梳洗整其衣冠, 使春雲請三人

승상즉기소세정기의관 사춘운청삼인

승상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소세梳洗하고 의관을 정제한 다음,

춘운을 시켜 세 사람을 불러오라 하니

春雲含笑而出, 謂兩公主及秦淑人曰: “相公邀之矣.”

춘운함소이출 위양공주급진숙인왈 상공요지의

춘운이 웃음을 머금고 나와

두 공주와 진숙인에게 말하기를,

“상공이 맞아들이라 하십니다.”

四人同入 丞相戴華陽巾着宮錦袍,

사인동입 승상대화양건착궁금포

네 사람이 함께 들어가니,

승상이 화양건華陽巾을 쓰고 궁금포宮錦袍를 입고

執白玉如意倚案席而坐,

집백옥여의의안석이좌

백옥여의白玉如意를 잡고

안석案席에 의지하여 앉았는데,

氣像如春風之浩蕩, 精神如秋水之瀅徹,

기상여춘풍지호탕 정신여추수지형철

기상이 호탕한 봄바람 같고

정신은 가을물의 맑고 투명함 같아서

文彩非似病起之人矣,

문채비사병기지인의

겉모습은 조금도 병들었다가 일어난 사람 같지 않으므로,

鄭夫人方悟見賣, 微笑低頭更不問病

정부인방오견매 미소저두갱불문병

정부인은 비로소 속은 줄을 알고

조용히 웃으며 머리를 숙이고 다시 문병치 아니하였으나,

蘭陽問曰: “相公之氣今則如何?”

란양문왈 상공지기금즉여하

난양공주가 묻기를,

“상공의 기후氣候 지금은 어떠하시나이까?”

丞相正色曰: “少游見近來風俗甚怪,

승상정색왈 소유견근래풍속심괴

승상이 정색正色하며 말하기를,

“소유가 근래 풍속의 심한 괴이怪異함을 보는데,

婦女作黨欺瞞家夫, 少游職在大臣之列,

부녀작당기만가부 소유직재대신지열

부녀자가 작당作黨하여 지아비를 기만하는지라

소유의 직분이 대신 반열에 있기로

每求規正之術而未得其道, 憂勞成病

매구규정지술이미득기도 우로성병

매양 교정의 술책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 도를 깨치지 못하고

근심과 괴로움은 병이 되었으며,

昔疾今愈, 不足以煩公主慮也.”

석질금유 부족이번공주려야

지난날에는 아팠으나 이제는 나았으니

공주는 염려 마소서.”

蘭陽及秦氏惟微笑而不答.

란양급진씨유미소이부답

난양과 진씨는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못하였다.

鄭夫人曰: “是事非妾等所知,

정부인왈 시사비첩등소지

정부인이 말하기를,

“이 일은 첩들이 알 바 아니오니,

相公如欲醫疾 仰禀于太后娘娘.”

상공여욕의질 앙품우태후낭낭

상공의 병을 고치고자 하실진댄

태후마마께 우러러 품고稟告하여 보소서.”

丞相心不勝癢 始乃發笑曰:

승상심불승양 시내발소왈

승상이 마음의 병앓이를 이기지 못하여

비로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하기를,

“吾與夫人只卜後生之相逢矣, 今日我在夢中而亦不知夢耶?”

오여부인지복후생지상봉의 금일아재몽중이역부지몽야

“나와 부인이 다만 후생後生에 상봉을 점쳤었는데,

오늘 내가 꿈속에 있은즉 또한 꿈임을 알지 못하느뇨?”

鄭氏曰: “此莫非太后娘娘子視之仁,

정씨왈 차막비태후낭낭자시지인

정씨가 말하기를,

“이는 태후마마의 자식같이 보시는 인자로움과

皇上陛下竝育之恩,

황상폐하병육지은

황상 폐하가 아울러 기르신 은혜이오며,

蘭陽公主之德, 惟鏤骨銘心而已,

란양공주지덕 유루골명심이이

난양공주의 덕택이오니

오직 마음에 깊이 새길 뿐이오며,

豈口吻所可容謝哉?”

기구문소가용사재

어찌 입과 입술로 사례할 수 있사오리까?”

仍細陳顚末,

잉세진전말

이에거듭 그 전말顚末을 세세히 토로하였다.

丞相謝於公主曰:

승상사어공주왈

승상이 공주에게 사례하며 말하기를,

“公主盛德實簡策上所未睹者也,

공주성덕실간책상소미도자야

“공주의 성덕은

실로 간책簡策 위에서도 보지 못할 바이오며,

少游實無酬報之路, 惟期益加敬服之誠,

소유실무수보지로 유기익가경복지성

소유가 실로 그 은혜를 갚을 길이 없으니,

오직 더더욱 공경하고 복종하는 정성을 더하고

不替鐘鼓之樂也.”

불체종고지락야

금슬의 즐거움을 갈마들게 아니하리이다.”

公主稱謝曰:

공주칭사왈

공주가 칭찬하여 사례하며 아뢰기를,

“此盖姐姐徽儀柔德, 感回天心 妾何與哉?”

차개저저휘의유덕 감회천심 첩하여재

“이는 다 저저의 훌륭한 모습과

유연한 덕성이 천심을 감동케 한 것이니,

첩에게 무슨 공功이 있나이까?”

時太后招宮人問病狀, 乃知托病之由

시태후초궁인문병상 내지탁병지유

이때 태후가 궁인을 불러 승상의 병을 물어

승상이 병을 칭탁한 이유를 이내 알고는

大笑曰:“我固疑之矣.”

대소왈 아고의지의

크게 웃으시며 말하기를,

“내 진실로 그 병을 의심하였느니라.”

乃召見丞相兩公主亦在坐矣,

내소견승상양공주역재좌의

이에 승상을 불러 보시니

두 공주가 또한 모시고 앉았거늘,

太后問曰: “丞相與旣死之鄭女, 續已絶之佳緣,

태후문왈 승상여기사지정녀 속이절지가연

태후 하문하기를,

“승상은 이미 죽은 정녀와 더불어

끊어진 아름다운 인연을 다시 이었는데

不可無一言賀也.”

불가무일언하야

한 마디의 하례가 없는 것은 옳지 않도다.”

丞相俯伏對曰: “聖恩與造化同大,

승상부복대왈 성은여조화동대

승상이 고개 숙여 엎드리고 대답하기를,

“성은이 조화造化와 더불어 한결같이 크시니

臣雖摩頂放踵, 瀝膽露肝 難報其萬一矣.”

신수마정방종 력담로간 난보기만일의

신이 분골쇄신粉骨碎身하고 마음을 다 쏟아도

성은의 만분의 일도 갚기 어렵나이다.”

太后曰: “吾直戱耳 豈曰恩也?”

태후왈 오직희이 기왈은야

태후가 이르시기를,

“내가 고의로 희롱한 것뿐인데

어찌 은덕이라 말하리오?”

是日上受羣臣朝賀於正殿, 羣臣奏曰:

시일상수군신조하어정전 군신주왈

이날 황상이 정전正殿에서

모든 신하들의 조회를 받는데

여러 신하들이 아뢰기를,

“近者景星出甘露降, 黃河淸年穀登,

근자경성출감로강 황하청년곡등

“근자에 경성景星이 뜨며, 단 이슬이 내리고,

황하黃河의 물이 푸르고 곡식이 풍성하며,

三鎭節度納地而朝, 吐蕃强胡革心而降, 此皆盛德所致也.”

삼진절도납지이조 토번강호혁심이강 차개성덕소치야

세 진鎭의 절도사가 땅을 드리고 들어와 조회하고

토번吐蕃과 강한 오랑캐가 진심으로 항복하였으니,

이는 다 성덕盛德으로써 이룬 바입니다.”

上謙讓歸功於群臣, 羣臣又奏曰:

상겸양귀공어군신 군신우주왈

황상이 겸양하여 공을 모든 신하에게 돌리는데

모든 신하들이 또 아뢰기를,

“丞相楊少游近作銅龍樓上嬌客, 吹玉簫而調鳳凰,

승상양소유근작동룡루상교객 취옥소이조봉황

“승상 양소유가 근일 동용루銅龍樓 위의 교객嬌客이 되어

옥통소를 불면서 봉황鳳凰을 길들이느라

久不下於秦樓, 玉堂公務殆將闕矣.”

구불하어진루 옥당공무태장궐의

오래도록 진루秦樓에서 내려오지 아니하니

옥당玉堂 공무公務가 자못 지체되었나이다.”

上大笑曰: “太后娘娘連日引見,

상대소왈 태후낭낭연일인견

황상이 크게 웃으며 이르기를,

“태후 마마가 연일 불러들이어 보니,

此少游所以不敢出也, 朕近當面諭 使之就職矣.”

차소유소이불감출야 짐근당면유 사지취직의

이로써 소유가 감히 나가지 못하는 것이오.

짐이 가까운 때에 친히 효유曉諭하여 일을 보게 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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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英陽不得已與蘭陽, 詣丞相寢所留堂上,

영양부득이여란양 예승상침소류당상

영양이 부득이 난양과 더불어

승상의 침소로 나아가 당상堂上에 머무르고,

先使蘭陽及秦氏入見, 丞相見蘭陽 或搖雙手,

선사란양급진씨입견 승상견란양 혹요쌍수

먼저 난양과 진씨가 들어가 보게 하였는데,

승상이 난양을 보자 혹은 두 손을 휘두르고

或瞋兩瞳初若不相識者, 始作喉間之聲曰:

혹진양동초약불상식자 시작후간지성왈

혹은 두 눈을 부릅뜨면서, 처음에는 서로 알지 못하는 듯 하드니

비로소 목안엣소리로 말하기를,

“吾命將盡矣, 要與英陽相訣,

오명장진의 요여영양상결

“내 명이 장차 다하겠기로

영양과 더불어 서로 영원히 이별하려 하거늘,

英陽何往而不來乎?”

영양하왕이불래호

영양은 어찌 가서 오지도 않는고?”

蘭陽曰:“相公何爲此言乎?”

란양왈 상공하위차언호

난양이 말하기를,

“상공께서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시느뇨?”

丞相曰:“去夜似夢非夢間, 鄭氏來我而言曰:

승상왈 거야사몽비몽간 정씨래아이언왈

승상이 말하기를,

“간밤에 비몽사몽非夢似夢 간에

정녀가 내게 와서 말하되

相公何負約耶? 仍盛怒呵責,

상공하부약야 잉성로가책

‘상공은 어찌 언약을 저버리시나이까?’ 하고

무척 노하여 심히 꾸짖으며

以眞珠一掬與我, 我受而呑之, 此實凶徵也,

이진주일국여아 아수이탄지 차실흉징야

내게 진주眞珠 한 웅큼을 내려주거늘

내가 그것을 받아 삼켰는데, 이는 실로 흉한 징조요,

閉目則鄭女壓我之身, 開眸則鄭女立我之前,

폐목즉정녀압아지신 개모즉정녀립아지전

눈을 감은즉 정녀가 내 몸을 누르고

눈을 뜬즉 정녀가 내 앞에 서서,

此鄭女怨我之無信, 而奪我之脩期也,

차정녀원아지무신 이탈아지수기야

이는 정녀가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노하여

나의 원천적인 기운을 빼앗아 버렸으니,

我何能生乎? 命在喣刻間矣,

아하능생호 명재후각간의

어찌 내가 살 수 있으리오?

내 명이 후각喣刻 사이에 있으니

欲見英陽者盖以此也.”

욕견영양자개이차야

영양을 보고자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니라.”

言未已又作昏困斷盡之形, 回面向壁又發胡亂之說,

언미이우작혼곤단진지형 회면향벽우발호란지설

말을 마치지 못하여 또한 혼곤昏困한 시늉을 지으며

낯을 돌려 벽을 향하더니

다시 횡설수설橫說竪說하기에,

蘭陽見此擧止, 不得不動而憂慮大起,

란양견차거지 부득부동이우려대기

난양이 그 모습을 살펴보매

움직이지도 아니하므로

놀랍고 염려스런 마음이 활짝 일어나.

出言於英陽曰:

출언어영양왈

“丞相之病似出於憂疑, 非姐姐不可醫矣.”

승상지병사출어우의 비저저불가의의

밖으로 나와서 영양에게 이르기를,

“승상의 병은 아무래도 걱정과 의심에서 나온 것 같은데,

저저가 아니면 고칠 수가 없겠나이다.”

仍言病狀 英陽且信且疑, 踟躕不入 蘭陽携手同入,

잉언병상 영양차신차의 지주불입 란양휴수동입

이에 승상의 병 증세를 말하였지만,

영양이 반신반의하고 주저하여 들어가지 않으니

난양이 손을 끌고 함께 들어가매,

丞相猶作譫語, 而無非向鄭氏之說也.

승상유작섬어 이무비향정씨지설야

승상이 아직도 헛소리를 하는데

모두가 정씨를 향한 말이었다.

蘭陽高聲曰:

란양고성왈

“相公相公 英陽姐姐來矣, 開目而見之.”

상공상공 영양저저래의 개목이견지

난양이 소리를 높여 말하기를,

“상공, 상공! 영양 저저 왔으니 눈을 떠 보소서.”

丞相乍擧頭頻揮手, 有欲起之狀,

승상사거두빈휘수 유욕기지상

승상이 잠깐 머리를 들고 손을 저으며

일어나고자 하는 시늉을 하기에

秦氏就身扶起坐於床上, 丞相向兩公主而言曰:

진씨취신부기좌어상상 승상향양공주이언왈

진씨가 나아가서 몸을 부축하여 일으켜 평상위에 앉히니,

승상이 두 공주를 향하여 말하기를,

“少游偏蒙異數, 與兩位貴主結親,

소유편몽리수 여양위귀주결친

“소유가 편벽되게 황은皇恩을 입어

양위 공주兩位公主와 함께 혼인을 맺어,

方欲同室而同穴矣, 有若拉我而去者, 將不得久留矣.”

방욕동실이동혈의 유약랍아이거자 장부득구류의

같은 방과 같은 굴에서 같이 지내고자 하였는데,

나를 잡아 가려는 듯한 자가 있어서

세상에 오래 머무르지 못할 것 같나이다.”

英陽曰: “相公識理之人也, 何爲浮誕之言也?

영양왈 상공식리지인야 하위부탄지언야

영양이 말하기를,

“상공은 이치를 아는 분이거늘

어찌 덧없고 쓸데없는 말씀을 하시나이까?

鄭氏設有殘魂餘魄, 九重嚴邃百神護衛, 渠何能入乎?”

정씨설유잔혼여백 구중엄수백신호위 거하능입호

정씨의 흩어진 넋과 혼이 남아 있을지라도,

백신百神이 호위하는 구중의 깊은 곳에

그가 어떻게 들어올 수 있으리까?”

丞相曰:

승상왈

“鄭女方在吾傍, 何以曰不敢入乎?”

정녀방재오방 하이왈불감입호

승상이 말하기를,

“정녀가 바로 내 곁에 있거늘

어찌 감히 들어오지 못한다 이르시오?”

蘭陽曰:“古人見盃中弓影 而有成疑疾者,

란양왈 고인견배중궁영 이유성의질자

난양이 말하기를,

“옛 사람이 ‘잔 속의 활 그림자를 보고

의질疑疾을 얻었다’ 고 하더니,

恐丞相之病, 亦以弓而爲蛇也.”

공승상지병 역이궁이위사야

생각건대 승상의 병 또한 활이 뱀이 된 것 같나이다.”

丞相不答 但搖手而已, 英陽見其病勢轉劇,

승상부답 단요수이이 영양견기병세전극

승상이 대답하지 아니하며

다만 손만 놀릴 따름이기에,

영양이 병세가 점차 위중한 줄 알고

不敢終諱乃進坐曰:

불감종휘내진좌왈

감히 끝내 어길 수가 없어서

다가앉으며 이르기를,

“丞相只念死鄭氏 而不欲見生鄭氏乎?

승상지념사정씨 이불욕견생정씨호

“승상은 다만 죽은 정씨만 생각하고,

산 정씨는 보고자 아니하시나이까?

相公苟欲見之 妾卽鄭氏瓊貝也.”

상공구욕견지 첩즉정씨경패야

상공이 만일 그를 보고자 하실진대

첩이 바로 정씨 경패瓊貝로소이다.”

丞相佯若不信曰:“是何言也?

승상양약불신왈 시하언야

승상은 거짓으로 믿지 못하는 체하며 말하기를,

“이 무슨 말이뇨?

鄭司徒只有一女而死已久矣,

정사도지유일녀이사이구의

정사도에게 다만 딸 하나가 있다가

죽은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死鄭女旣在吾之身邊, 則死鄭女之外 豈有生鄭女乎?

사정녀기재오지신변 즉사정녀지외 기유생정녀호

죽은 정녀는 이미 내 몸 곁에 있은즉,

죽은 정녀 외에 어찌 산 정녀가 있으리오?

不死則生 不生則死人之常也,

불사즉생 불생즉사인지상야

죽지 않은즉 살고,

살지 않은즉 죽는 것이 사람에게 흔히 있는 일이요,

一人之身 或謂之死 或謂之生,

일인지신 혹위지사 혹위지생

한 사람의 몸이 혹은 죽었다고도 이르고

혹은 살았다고도 한즉,

則死者爲眞鄭氏乎? 生固眞也死則妄也,

즉사자위진정씨호 생고진야사즉망야

죽은 자가 정말 정씨이리요,

산 자가 정말 정씨이리요?

산 것이 굳이 진실이라면 죽은 것은 망령된 것이요,

死固眞也生則誕也, 貴主之言吾不信也.”

사고진야생즉탄야 귀주지언오불신야

죽은 것이 굳이 진실이라면 산 것이 거짓된 것이니,

귀주의 말씀은 내 믿지 못하겠나이다.”

蘭陽曰:“吾太后娘娘, 以鄭氏爲養女,

란양왈 오태후낭낭 이정씨위양녀

이에 난양이 말하기를,

“우리 태후마마가 정씨를 양녀로 삼으시고

封爲英陽公主, 與妾同事相公

봉위영양공주 여첩동사상공

영양공주로 봉하사

첩과 한가지로 상공을 섬기게 하였으니,

英陽姐姐 卽當日聽琴之鄭小姐也.

영양저저 즉당일청금지정소저야

영양 저저가 곧 당일의 거문고를 듣던 정소저이니이다.

不然姐姐何以與鄭氏, 無毫髮爽也?”

불연저저하이여정씨 무호발상야

그렇지 않다면 저저가 어찌 정씨와

털끝만큼도 어긋남이 없을 수 있사오리까?”

丞相不答微作呻吟之聲, 忽昻首作氣而言:

승상부답미작신음지성 홀앙수작기이언

승상이 대답지 아니하고

적이 신음하는 소리를 내더니,

홀연히 머리를 쳐들고 숨을 크게 쉬며 말하기를,

“我在鄭家之時, 鄭小姐婢子春雲使喚於我矣,

아재정가지시 정소저비자춘운사환어아의

“내 정씨 집에 있을 적에

정소저의 비자婢子 춘운이 내게 와 사환使喚노릇을 하였는데,

今有一言欲問於春雲, 春雲亦何在乎?

금유일언욕문어춘운 춘운역하재호

이제 춘운한테 한 마디 말을 물어보고자 하는데,

춘운 또한 어디에 있느뇨?

吾欲見之耳.”

오욕견지이

내 그를 보고 싶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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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春雲乃推局向英陽公主而言曰:

춘운내추국향영양공주이언왈

춘운이 이에 주사위 판을 밀어 놓고

영양공주를 향하여 여쭈기를,

“小姐小姐! 小姐平日愛春雲可謂至矣,

소저소저 소저평일애춘운가위지의

“소저, 소저!

소저는 평일에 춘운을 사랑하심이 지극하시었는데,

何以爲此可笑之說, 悉陳於公主乎

하이위차가소지설 실진어공주호

어찌 이런 우스운 이야기를

공주께 다 말씀하시었나이까?

淑人亦旣聞之, 宮中有耳之人孰不知之?

숙인역기문지 궁중유이지인숙부지지

숙인께서도 또한 이 이야기를 들었다 하오니,

궁중에 귀 있는 사람이야 누군들 알지 못하오리까?

春雲自此以何面目立乎?”

춘운자차이하면목립호

이제 춘운이 무슨 면목으로

사람들 앞에 설 수 있으리이까?”

彩鳳曰:“春娘子!

채봉왈 춘낭자

채봉이 말하기를,

“춘낭자여!

吾公主何以爲春娘子之小姐乎?

오공주하이위춘낭자지소저호

우리 공주 어찌 춘낭자의 소저가 되리오?

英陽公主卽吾大丞相夫人魏國公女君,

영양공주즉오대승상부인위국공녀군

영양공주께서는 곧 우리 대승상의 부인이요,

위국공의 여군女君이시니,

年齒雖少爵位已高, 豈可復爲春娘子之小姐乎?”

년치수소작위이고 기가부위춘낭자지소저호

연세는 비록 젊으시나 작위는 이미 높으시니

어찌 다시 춘낭자의 소저가 될 수 있으리오?”

春雲曰:“十年之口一朝難變,

춘운왈 십년지구일조난변

춘운이 말하기를,

“십 년 익은 입을 하루아침에 고치기 어렵고,

爭花鬪草 宛如昨日, 公主夫人吾不畏也”

쟁화투초 완여작일 공주부인오불외야

꽃을 다투고 가지를 갖고자 싸우던 일이 완연히 어제 같은데,

공주 부인께서 두렵다는 생각이 제겐 들지 않나이다.”

仍琅琅而笑 蘭陽公主問於英陽曰:

잉랑랑이소 란양공주문어영양왈

이어서 소리내어 크게 웃거늘,

난양공주가 영양공주에게 묻기를,

“春雲話尾小妹亦未及聞之, 丞相其果見欺於春雲乎?”

춘운화미소매역미급문지 승상기과견기어춘운호

“춘운의 이야기 끝을 소매도 또한 듣지 못하였거늘,

승상께서 과연 춘운에게 속았나이까?”

英陽曰:

영양왈

“相公之見欺於春雲者多矣, 無薪之突烟豈生乎?

상공지견기어춘운자다의 무신지돌연기생호

영양이 말하기를,

“상공이 춘운에게 속임을 당한 일이 많으니,

불 아니 땐 굴뚝에 어찌 연기가 날 수 있겠나이까?

但欲見其恇怯之狀矣,

단욕견기광겁지상의

다만 그 겁내는 형상을 보고자 하였더니,

冥頑太甚不知惡鬼, 古所謂好色之人,

명완태심부지악귀 고소위호색지인

명완冥頑하기가 너무 심하여 귀신을 미워할 줄 모르시니,

옛날에 이르는 바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色中餓鬼者果非誣也, 鬼之餓者 豈知鬼之可惡乎?”

색중아귀자과비무야 귀지아자 기지귀지가오호

여색女色에 빠진 귀신이라’ 하는 말이 과연 거짓말이 아니매,

귀신에 주린 자가 어찌 귀신을 미워할 줄 알리이까?”

一座皆大笑.

일좌개대소

좌중이 모두 크게 웃었다.

丞相方知英陽公主之爲鄭小姐也,

승상방지영양공주지위정소저야

승상이 바로 영양공주가 정소저인 줄 알고

如逢地中之人, 徒切驚倒之心,

여봉지중지인 도절경도지심

죽은 사람을 만난 듯하여

놀랍고도 즐거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欲直入開窓突入 而旋止曰:

욕직입개창돌입 이선지왈

곧바로 창을 열고 뛰어 들어 가려 하다가

도로 멈추며 이르기를,

“彼欲瞞我我亦瞞彼矣.”

피욕만아아역만피의

“저들이 나를 속이고자 하니

내 또한 저들을 속이리라.”

乃潛歸於秦氏之房披衾穩宿, 天明秦氏出來問於侍女曰:

내잠귀어진씨지방피금온숙 천명진씨출래문어시녀왈

이에 가만히 진씨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덮고 잘 자고 났는데,

날이 밝자 진씨가 나와 와서 시녀에게 묻기를,

“相公已起否?”

상공이기부

“상공이 이미 일어나셨느뇨?”

侍女對曰:“未也.”

시녀대왈 미야

시녀가 대답하기를,

“아직 일어나지 아니하셨나이다.”

秦氏久立於帳外, 朝旭滿窓早饌將進而,

진씨구립어장외 조욱만창조찬장진이

진씨가 장막 밖에 오래 서 있으니,

어느덧 아침 햇살이 창문에 가득하고

조반상이 곧 들어 가겠으되,

丞相不起時有呻吟之聲,

승상불기시유신음지성

승상이 일어나지 아니하고

이따금 신음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에,

秦氏問曰: “丞相有不安節乎?”

진씨문왈 승상유불안절호

진씨가 묻기를,

“승상께서 불편하신 데가 있나이까?”

丞相忽睜目直視, 有若不見人者,

승상홀정목직시 유약불견인자

승상이 갑자기 눈을 떠 직시直視하되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 같고

且往往作譫言秦氏問曰:

차왕왕작섬언진씨문왈

이따금 헛소리를 하니

진씨가 다시 묻기를,

“丞相何爲此譫語耶?”

승상하위차섬어야

“승상께서 어찌 잠꼬대를 하시나이까?”

丞相慌亂錯莫者久忽問曰:“汝誰也?”

승상황란착막자구홀문왈 여수야

승상이 어지러운 듯 오랫동안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묻기를,

“네 뉘뇨?”

秦氏曰:“丞相不知妾乎? 妾卽秦淑人也.”

진씨왈 승상부지첩호 첩즉진숙인야

진씨가 말하기를,

“승상께서 첩을 알지 못하시나이까?

첩은 진숙인秦淑人이옵나이다.”

丞相曰:“秦淑人誰也?”

승상왈 진숙인수야

승상이 말하기를,

“진숙인이 뉘뇨?”

秦氏不答以手撫丞相之頂曰:

진씨부답이수무승상지정왈

진씨가 대답하지 못하고

손으로 승상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이르기를,

“頭部頗溫可知相公有不平之候矣, 然一夜之間疾何疾也?”

두부파온가지상공유불평지후의 연일야지간질하질야

“이마가 자못 더우니

승상께서 편치 못하신 환후患候가 계심을 알 수 있으나,

하룻밤 사이에 무슨 병이 이렇듯 위중하시나뇨?”

丞相曰:

승상왈

“我與鄭女達夜相語於夢中, 我之氣候安得平穩乎?”

아여정녀달야상어어몽중 아지기후안득평온호

승상이 말하기를,

“내 정녀와 밤새도록 꿈속에서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었으니,

나의 기체氣體가 어찌 평온하리오?”

秦氏更問其詳丞相不答, 翻身轉臥秦氏切悶,

진씨갱문기상승상부답 번신전와진씨절민

진씨가 다시 그 자세한 이야기를 물은즉,

승상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몸을 옮겨 돌아눕거늘, 진씨는 매우 걱정이 되므로

使侍女告于兩公主曰:“丞相有疾速臨診視.”

사시녀고우양공주왈 승상유질속임진시

시녀를 보내어 양공주에게 아뢰기를,

“승상이 환후가 계시니 속히 나와 뵈옵소서.”

英陽曰:

영양왈

“昨日飮酒之人今豈病乎? 不過欲使吾輩出頭也而已.”

작일음주지인금기병호 불과욕사오배출두야이이

영양공주가 말하기를,

“어제 술 마시던 사람이 이제 무슨 병이 있으리오?

아무래도 이는 우리들로 하여금

나아가 보게 함에 불과함이리라.”

秦氏忙入告曰:“丞相神氣怳惚見人不知,

진씨망입고왈 승상신기황홀견인부지

진씨가 급히 들어와 아뢰기를,

“승상의 신기神氣가 황홀하여

사람을 보아도 알지 못하시고

猶向暗裡頻吐狂言, 奏於聖上 召太醫治之如何?”

유향암리빈토광언 주어성상 소태의치지여하

오히려 어두운 데를 향하여 광언狂言을 자주 하시니,

황상께 아뢰옵고

태의太醫를 불러 치료하심이 어떠하오리까?”

太后聞之召公主責之曰:

태후문지소공주책지왈

태후가 그 말을 들으시고

공주를 불러 꾸짖고 이르시기를,

“汝輩之瞞戱丞相, 亦已過矣而聞其疾重, 不卽出見

여배지만희승상 역이과의이문기질중 불즉출견

“너희들이 승상을 지나치게 속이고

또한 그 병이 중함을 듣고서도 나아가 보지 않으니

是何事也 是何事也!

시하사야 시하사야

이 무슨 도리이뇨!

이 무슨 도리이뇨!

急出問病病勢若重, 促召太醫中術業最妙者 而治之.”

급출문병병세약중 촉소태의중술업최묘자 이치지

급히 나아가 문병하고 만일 병세가 중하거든

태의太醫 중에서 의술이 제일 신묘한 자를 빨리 불러

치료케 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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