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1>
서산대사 휴정(休靜)은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으니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러하다.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는 임종게를 남겼다.
<예문2>
나옹화상 누이의 시라고 소개한 글도 있다.
空手來空手去是人生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출생은 어디서 오고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위의 싯구는《석문의범釋文儀範》이 그 출전임]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출생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뜬 구름 자체는 본디 실체가 없으니
생과 사의 오고 감도 또한 그러한가?
獨有一物常獨露 (독유일물상독로)
湛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사)
오직 한 물건이 홀로 항시 번뇌를 벗어나
맑고도 고요한 경지에 이르러 생사(生死)에서 벗어났네.
[위의 싯구는 중국의 불교의례집인 《승가례의문僧家禮儀文》이 그 출전임]
<예문3>
임종 게송 (臨終 偈頌) ---- 서산대사
千計*萬思量(천계만사량) 計*는 思가 맞다고 함.
紅爐一點雪(홍로일점설)
泥牛水上行(니우수상행)
大地虛空裂(대지허공열)
천 가지 계산과 만 가지 헤아리는 생각이란
붉은 화롯불에 한 점 눈꽃이니
진흙으로 빚어진 소가 물 위를 지나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운영자 주1]
<예문3>의 이 시는 <청허당집> 에도 들어 있는 걸 보면 대사의 작품이 맞다.
임종게는 그 승려를 논의할 때 그가 살아온 인생을 집약한 것이므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동사열전> '30.청허존자'에서 臨終偈 를 빠뜨린 것은 두구두고 의문으로 남는다.
<청허당집>의 번역만 옮긴다.
휴정, 청허당집 淸虛堂集,배규범역 ,지만지고금천음 ,2011,p.190.
임종게 臨終偈
천 가지 만 가지 생각들이
붉은 화로의 한 점 눈과 같네
진흙소가 물 위를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다 찢어진다
휴정, 청허당집 淸虛堂集, 박경훈역,동국대역경원,1987,p.121.
임종게 臨終偈
천 생각, 만 가지 헤아림이
붉은 화로의 한 점 눈이로다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 위를 가나니
대지는 허공을 찢누나.
운영자가 이 시를 재해석해 본다.
千思萬思量(천사만사량)
紅爐一點雪(홍로일점설)
泥牛水上行(니우수상행)
大地虛空裂(대지허공열)
천만 가지 생각이란
붉은 화롯불 위에서 잠깐 사이에 녹아 사라지는 한 점 눈꽃이로다
진흙으로 빚은 소가 물 위를 지나가듯하는 한 생을 살고보면
진흙소가 물 속에 녹아 사라지듯이 대지와 허공도 나의 의식에서 사라진다.
천지도 사라지는데 개체의 존재야 일러 무삼하리오?
영원한 것은 내 마음 속의 佛性, 부처님의 깨달음밖에 없다.
참고로 제4구는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해석이지만
주어를 대지(大地)로 보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지조차 허공중에 흩어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면 제3,4구의 번역은
진흙소가 물 속에 녹아 사라지듯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지조차 허공중에 흩어진다.
가 된다.
[운영자 주2]
대사께서 자화상에 쓴 마지막 게송은 아래 두 마디였다.
八十年前 渠是我 八十年後 我是渠
팔십 년 전에는 자화상이 나이더니
팔십 년 후에는 내가 자화상이로다
*죽음에 임하고 보니 나라는 존재는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자화상만 남는구나.
[참고]
'서산대사의 해탈시'는 오류 01- 04를 바로잡은 글은 아래 두 편의 글이다.
https://kydong77.tistory.com/1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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