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게 (臨終偈)가  <청허당집> 에도 들어 있는 걸 보면 대사의 작품이 맞다.

임종게는 그 승려를 논의할 때 그가 살아온 인생을 집약한 것이므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동사열전> '30.청허존자'에서  臨終偈 를 빠뜨린 것은 두구두고 의문으로 남는다.

 

 

휴정, 청허당집 淸虛堂集,배규범역 ,지만지고금천음 ,2011,p.190.

 

임종게 臨終偈

千思萬思量

(천사만사량)    천 가지 만 가지 생각들이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붉은 화로의 한 점 눈과 같네

泥牛水上行

(니우수상행)  진흙소가 물 위를 걸어가니

大地虛空裂

(대지허공열)  대지와 허공이 다 찢어진다

 

휴정, 청허당집 淸虛堂集, 박경훈역,동국대역경원,1987,p.121.

임종게 臨終偈

 

 

 

 

이 시를 재해석해 본다.

 

千思萬思量

(천사만사량) 천 생각, 만 가지 헤아림이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붉은 화로의 한 점 눈이로다

泥牛水上行

(니우수상행)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 위를 가나니

大地虛空裂

(대지허공열) 대지는 허공을 찢누나.

 

천만 가지 생각들이란

붉은 화롯불 위에서 잠깐 사이에 녹아 사라지는 한 점 눈꽃이로다

진흙으로 빚은 소가 물 위를 걸어가면 물 속에 녹아 사라지듯이

대지와 허공도 나의 의식에서 사라진다.

[천지도 사라지는데 개체의 존재야 일러 무삼하리오? 

영원한 것은 내 마음 속의 佛性, 부처님의 깨달음밖에 없다.]

 

참고로  제4구는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해석이지만

주어를 대지(大地)로 보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지도 허공중에 흩어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면 제3,4구의 번역은

"진흙소가 물 속을 걸으면 물에 녹아 사라지듯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지도 허공중에 흩어진다."가 된다.

 

<동사강목> ' 30.청허존자'편에 의거하면

서산대사께서 자화상에 쓴 마지막 게송은 아래 두 구의 자찬(自讚)시였다.

 

八十年前渠是我   

팔십년전거시아,  팔십 년 전에는 자화상이 나이더니

八十年後我是渠

팔십년후아시거, 팔십 년 후에는 내가 자화상이로다

 

(살아 있을 적에는 자화상이 나이더니

죽음에 임하고 보니 나는 자화상으로 남게 되는구나)

**죽음에 임하고 보니 나라는 존재는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자화상만 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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