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陽子方夜讀書 (구양자방야독서)러니 :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다가 聞有聲自西南來者 (문유성자서남내자)라 :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悚然而聽之曰異哉 (송연이청지왈리재)라 : 섬찟 놀라 귀기울이며 들으며 말하기를, "이상하구나!" 初淅瀝以蕭颯 (초석력이소삽)이라가 : 처음에는 바스락 바스락 거리고 휘휘거리더니 忽奔騰而澎湃 (홀분등이팽배)로다 :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어 치닫고 물결이 부딪쳐 올랐다 如波濤夜驚 (여파도야경)하며 : 마치 파도가 밤에 놀라 風雨驟至 (풍우취지)하니 : 비바람이 갑자기 몰아치는 것 같았는데 其觸於物也 (기촉어물야)에 : 그것이 물건에 부딪침에 鏦鏦錚錚 (총총쟁쟁)하여 : 쨍그렁 쨍그렁하여 金鐵皆鳴 (김철개명)하고 :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고 又如赴敵之兵 (우여부적지병)이 :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대가 銜枚疾走 (함매질주)하여 :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듯 不聞號令 (불문호령)이오 : 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 但聞人馬之行聲 (단문인마지항성)이라 :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기도 했다.
予謂童子 (여위동자)하되 : 내가 동자에게 둗기를, 此何聲也 (차하성야) 오: "이게 무슨 소리냐 汝出視之 (여출시지)하라 : 네 좀 나가 보아라."하니 童子曰星月皎潔 (동자왈성월교결)하고 : 동자가 이르기를, "달과 별이 밝게 빛나며 明河在天 (명하재천)하고 :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고 四無人聲 (사무인성)이니 : 사방에는 인적이 없으니 聲在樹間 (성재수간) 이더이다: 그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나고 있습니다." 하였다 予曰唏唏悲哉 (여왈희희비재)라 : 내가 말하기를, "아, 슬프도다, 此秋聲也 (차추성야)로다 : 이것은 가을의 소리구나. 胡爲而來哉 (호위이내재)오 : 어찌하여 온 것인가 蓋夫秋之爲狀也 (개부추지위상야)는 : 저 가을의 모습이란, 其色慘淡 (기색참담)하여 : 그 색은 암담하여 煙霏云斂 (연비운렴)하고 : 안개는 날아가고 구름은 걷힌다 其容淸明 (기용청명)하여 : 가을의 모양은 청명하며 天高日晶 (천고일정)하고 : 하늘은 드높고 태양은 빛난다. 其氣慄冽 (기기율렬)하여 : 가을의 기운은 살이 저미도록 차가워 砭人肌骨 (폄인기골)하고 : 피부와 뼛속까지 파고 들며, 其意蕭條 (기의소조)하여 : 가을의 뜻은 쓸쓸하여 山川寂寥 (산천적요)라 : 산천이 적막해진다. 故其爲也 (고기위야)가 : 그러기에 그 소리 됨이 凄凄切切 (처처절절)하고 : 처량하고 애절하며 呼號憤發 (호호분발)하여 : 울부짖는 듯 떨치고 일어나는 듯한 것이다. 豊草綠縟而爭茂 (풍초녹욕이쟁무)하며 : 풍성한 풀들은 푸르러 무성함을 다투고, 佳木蔥籠而可悅 (가목총농이가열)이라가 : 아름다운 나무들은 울창하게 우거져 볼 만하더니, 草拂之而色變 (초불지이색변)하며 : 풀들은 가을이 스쳐가자 누렇게 변하고, 木遭之而葉脫 (목조지이섭탈)하니 : 나무는 가을을 만나자 잎이 떨어진다. 其所以摧敗零落者 (기소이최패령낙자)가 : 그것들이 꺾여지고 시들어 떨어지게 되는 까닭은 乃其一氣之餘烈 (내기일기지여렬)이라 : 바로 한 가을 기운이 남긴 매서움 때문이다.
夫秋刑官也 (부추형관야)라 : 가을은 형관이요, 於時爲陰 어시위음)이오 : 절후에 있어서는 음의 때요, 又兵象也 (우병상야)이요 : 또한 전쟁의 상이요, 於行爲金 (어항위김)이니 : 오행에 있어서는 금에 속한다 是謂天地之義氣 (시위천지지의기)요 : 이는 천지간의 정의로운 기운이라 하겠으니, 常以肅殺而爲心 (상이숙살이위심)이니라 : 항상 냉엄하게 초목을 시들어 죽게 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天之於物 (천지어물)에 : 하늘이 만물에 대해 작용함에 春生秋實 (춘생추실)하나니 : 봄에는 나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게 한다. 故其在樂也 (고기재낙야)에 : 그러므로 그것이 음악에 있어서는 商聲主西方之音 (상성주서방지음)하고 : 상성으로, 서방의 음을 주관하고, 夷則爲七月之律 (이칙위칠월지률)이라 : 이칙으로 칠월의 음률에 해당한다. 商傷也 (상상야)니 : 상(商)은 상(傷)의 뜻이다. 物旣老而悲傷 (물기노이비상)이오 : 만물이 이미 노쇠하므로 슬프고 마음 상하게 되는 것이다. 夷戮也 (이륙야)니 : 이(夷)는 륙(戮)의 뜻이니 物過盛而當殺 (물과성이당살)이니라 : 만물이 성한 때를 지나니 마땅히 죽이게 되는 것이니라.
嗟乎 (차호)라 : 아, 草木無情 (초목무정)이로되 :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有時飄零 (유시표령)하나니 :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도다. 人爲動物 (인위동물)하여 : 사람은 동물 중에서도 惟物之靈 (유물지령)이라 : 영혼이 있는 존재인지라 百憂感其心 (백우감기심)하며 : 온갖 근심이 마음에 느껴지고 . 萬事勞其形 (만사노기형)하여 : 만사가 그 육체를 수고롭게 하여 有動於中 (유동어중)이면 : 마음 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必搖其精 (필요기정)이니 : 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리게 되나니 而況思其力之所不及 (이황사기력지소불급)하며 :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며 憂其智之所不能 (우기지지소불능)하여서는 : 그 지혜로는 할 수 없는 것까지 근심하게 되어서는, 宜其渥然丹者爲槁木 (의기악연단자위고목)이오 : 마땅히 홍안이 어느 새 마른 나무같이 시들어 버리고 黟然黑者爲星星 (이연흑자위성성)이라 : 까맣던 머리가 백발이 되어 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다. 奈何以非金石之質 (나하이비김석지질)이어늘 : 어찌하여 금석같은 바탕도 아니면서 欲與草木而爭榮 (욕여초목이쟁영)인고 : 초목과 더불어 번영을 다투려 하는가 念誰爲之戕賊 (념수위지장적)이완대 : 생각건대, 누가 저들을 죽이고 해하고 있건데 亦何恨乎秋聲 (역하한호추성)가 :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한하는가" 하니 童子莫對 (동자막대)하고 : 동자는 아무 대답 못하고 垂頭而睡 (수두이수)하니 : 머리를 떨구고 자고 있다. 但聞四壁 (단문사벽)에 : 다만 사방 벽에서 蟲聲喞喞 (충성즐즐)하여 : 벌레 우는 소리만 찌륵찌륵 들리는데, 如助余之歎息 (여조여지탄식)이로다 : 마치 나의 탄식을 돕기나 하는 듯하다.
윤선도의 증손이며, 윤이후의 넷째아들이다 숙종 때(26세) 진사에 급제하였다. 당쟁이 심하던 시기였기에 출사하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며 시서화로 생애를 보냈다.[1] 글씨와 그림에 능하였는데, 특히 인물·동식물 등의 그림에 뛰어났다. 조선 후기의 화단의 선구자로 지목받으며,[1]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겸재 정선(謙齋 鄭歚)과 함께 조선의 ‘3재(三齋)’라 불린다. 작품으로 〈노승도〉, 〈산수도〉, 〈자화상〉 등이 있다. 서화뿐만 아니라 유학, 천문지리, 수학, 병법 등 각 방면에 능통한 실학적인 태도는 가풍으로 전해졌다.[1]
국립중앙박물관이 현미경과 적외선, X선 촬영 및 형광분석법 등으로 조사해 보니 초상화는 원래 완성작이었으며 오랜 세월이 경과하면서 퇴화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생략된 것으로 여겨왔던 귀는 희미하지만 붉은 선으로 표현됐고 옷깃과 옷주름도 분명히 존재했다. 정밀하게 채색까지 된 사실도 밝혀졌다. 다만 무슨 이유로 선과 채색이 지워졌는지, 어떻게 얼굴만 보존될 수 있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