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영어: The Merchant of Venice)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악독한 유대인에게 큰 빚을 진 16세기 한 베네치아 상인에 관해 쓴 희극이다. 이 희극은 1596년에서 1598년 사이 서술로 추측한다. 다른 셰익스피어의 로맨틱 코미디극과 다르게 희극으로 분류하면서도 비극적인 면 있으며, 샤일록의 "유대인은 눈이 없소?"(Hath not a Jew eyes?)라는 대사가 유명하다. 이 희극은 또한 포셔의 '자비심의 본질' 장면으로도 유명하다.
가난한 상인. 포르티아와 결혼하기 위해 안토니오와 함께 샤일록에게 3,000더컷를 빌리고 포셔와 결혼하는 인물. 우정을 중요시하게 여겨 죽을 위기에 몰린 안토니오에게 돌아간다.
포샤
벨몬트의 거부 상속인. 청혼자들의 청혼을 물리치고 바사니오와 결혼한다. 그리고 베니스로 돌아간 바사니오와 그라시아노의 뒤를 쫓아가 재판관으로 변장하여 지혜로운 판결로 안토니오의 목숨을 구하는 인물.살만 1파운드,피는 흘리지 않게 판정을 내린다.
안토니오
거상. 포샤와 결혼하려 하는 친구 바사니오의 드00를 빌려주는 인물. 화물선이 침몰했다는 소문에 죽을 위기에 몰리지만 포샤의 도움으로 살아나며, 후에 화물선이 침몰된 것이 잘못된 소식이며 화물선이 잘 항구에 도착했는 소식을 듣고 기뻐한다.
샤일록
유대인, 사채업자(고리대금업자). 바사니오에게 3,000리라를 빌려주는 대신 안토니오에게서 살 1파운드를 담보로 잡는다. 기한이 되어 돈 헛소문에 안토니오에게 살을 받으려다 실패한다. 포샤의 판결에 의해 죽거나 죽은 뒤 재산을 딸 제시카에게 주는 두가지 판결 중 두 번째를 고른다.(당시의 유럽 사회에 남아 있던 유대인에 대한 편견의 전형적 인물.)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부유한 아가씨 포셔에게 구혼하기 위한 3000 두카트 만큼의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리하여 해상무역을 위해 내보내둔 자신의 상선들이 싣고 올 자산을 담보로 베니스에서 3000 두카트를 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돈을 기한 내로 갚을 수 없을 때에는 안토니오의 살들 중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써 준다.[1]
포샤는 구혼자들[2]에게 금·은·납의 세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신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다. 다른 구혼자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 잡아 구혼에 성공한다. 이때 포셔는 바사니오에게 결혼반지를 주면서 절대 빼지도 누군가에게 주지도 말 것이며, 반지를 잃으면 이혼하겠다는 줄로 알겠다는 경고를 건다. 그리고 이때 포셔의 시녀 '네리사'를 맘에 두고 있던 바사니오의 친구 '그라시아노'도 네리사에게 청혼하여 두 커플은 합동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 사이 안토니오는 오기로 예정되었던 상선들이 전부 침몰하면서 기한 내로 대금을 갚지 못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샤일록이 부려먹던 종 랜슬롯이 바사니오의 집으로 이직한데다 딸 제시카가 재산을 챙겨 바사니오의 친구 로렌조와 야반도주해 결혼을 앞두게 된지라, 딸에게 유산 상속은커녕 저주까지 퍼부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려 있는 상태였다. 그리하여 집요하게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안토니오를 죽이기를) 원했고, 이 때문에 안토니오는 샤일록과의 계약대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안토니오, 바사니오, 샤일록을 놓고 재판이 벌어지게 된다. 재판관은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어 돈으로 빚을 받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바사니오도 안토니오가 빌린 돈의 세 배, 그리고 샤일록이 원한다면 그것보다 더 많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샤일록은 계약이 정당했음을 주장하며 그 어떤 양의 돈을 줘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끝까지 살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결국 재판관은 그 주장을 받아들여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살을 가져가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다. 그러자 샤일록이 칼을 들고 안토니오에게 다가서면서 복수를 하려는 순간…
재판관은 계약서에 오로지 '살'만 적혀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되며,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샤일록은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사형에 처해진다"고 선언한다. 샤일록은 어떻게 살만 도려내고 피는 빼앗지 않는 게 가능하냐고 황당해하지만 재판관은 오히려 "당신이 원하던 대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덧붙여서 "털끝만큼이라도 1파운드에서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불가능한 조건을 하나 더 붙이며 샤일록은 궁지에 몰린다.
결국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 대금을 돈으로 받아가겠다고 하면서 물러나려 한다. 그러나 재판관은 이미 샤일록이 살을 가져가야 한다고 판결이 났다는 것을 상기시켜 샤일록에게 얼른 안토니오의 살을 도려내라고 부추긴다. 분통이 터진 샤일록은 그냥 법정을 나가려고 하지만, 재판관은 "계략으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이방인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적용해 샤일록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다.
결국 샤일록은 완전히 패소하여 재산의 절반은 국가에 몰수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안토니오에게 피해 보상으로 넘겨주게 되었으며 여차하면 공작이 사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는 상황에 몰렸다. 이에 공작은 사형은 안 내리겠으니 진심으로 반성하면 재산몰수형도 일부 경감해주겠다고 하지만 샤일록은 재산을 잃게 생겼는데 그깟 목숨이 남아서 뭐하냐며 그냥 죽여달라고 한다. 안토니오는 공작에게 재산몰수형을 철회하도록 간청하고, 자신이 피해 보상으로 받을 샤일록의 재산 절반도 야반도주했던 샤일록의 딸 제시카가 애인 로렌조와 결혼하는 데 쓸 자금으로 주겠으니 대신 샤일록이 기독교로 개종하고 죽은 뒤 전재산을 딸과 사위에게 물려줄 것을 약속하게 한다. 결국 샤일록은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겠다고 맹세한 후 먼저 재판장을 나온다.
재판이 끝난 후, 바사니오는 안토니오를 구해준 재판관에게 감사의 표시를 표하고 싶다며 간청하는데, 이에 재판관은 바사니오와 그라시아노가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요구한다. 당연히 바사니오는 주저했지만, 주지 않겠다면 재판 결과를 번복하겠다는 강수 때문에 결국 반지를 빼주고 만다. 당연히 집에 돌아온 바사니오에게 포셔는 반지를 잃어버린 책임을 물어 질타하고 이혼할 것을 요구하지만, 안토니오는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라며 끝까지 친구들을 변호한다.
이에 포셔는 마음을 풀고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아달라며, 바사니오가 분명 재판관에게 넘겨줬던 결혼반지를 다시 그에게 건네준다. 사실 포셔가 안토니오를 구하기 위해 원래 재판을 맡은 공작에게 간청하여 네리사는 서기로, 자신은 재판관으로 변장하고 재판을 담당했던 것이다.
모든 사정을 알게 된 바사니오와 안토니오는 벙쪄있다가 상황을 파악하고서 곧 호탕하게 웃는다. 이렇게 오해가 풀리고 모든 일이 끝나면서 부부의 사랑과 친구 간의 우정은 더욱 굳건해지고, 곧 안토니오의 상선들이 침몰했다는 이야기도 헛소문으로 밝혀지자 다 같이 신나는 마음으로 축제를 벌이며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베네치아 빠인 시오노 나나미는 저서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리스크 분산의 개념도 모르는 안토니오는 베네치아 상인의 자격도 없다고 마구 깠다. 현대판 탈무드를 쓴 유태인 랍비 마빈 토카이어는 이 책을 보고 "말도 안 돼. 유태인이라면 등골을 휘어버릴 정도로 돈으로 빼먹지. 그깟 살조각을 받아서 뭐하게?" 라면서 이 책을 비웃었다.
사실 현실의 사채업자들도 실제로 이런 식이다. 선단을 담보로 잡을 정도의 금액이라면 푼돈이 아니고 어마어마한 고액이다. 그런데 그 돈을 못갚으면 보통 응당 그 돈의 액수에 해당되는 뭔가를 저당잡고 말지, 누가 먹거나 팔 수도 없는 살 한덩이를 얻으려 하겠는가? 비슷한 경우로 신체포기각서를 이용하여 장기매매 같은 무시무시한 짓도 저지르는데, 장기는 최소한 수요라도 있지 살 조각은 정말 쓸 데가 없다.
물론 샤일록이 안토니오 때문에 곤란[3]을 겪었으니, 돈을 좀 손해보더라도 이 기회에 '법을 이용해' 안토니오를 죽여버리려고 그런 황당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4]
민법상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다. 애초에 살 1파운드를 제공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 신체포기각서가 무효인 것도 이와 같은 논리이다.
11년 9월 모의평가 법과사회 과목에서 베니스의 상인 줄거리를 각색한 보기가 출제되었다. 선지 가운데 하나로 '샤일록은 선박에 대하여 유치권을 설정한 바 없습니다.'로 출제했는데 오답률이 매우 높았다. 유치권이 아니라 질권을 설정한 것. 엄밀히 말하자면 등기한 선박은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 배수량 20톤 이상의 선박은 토지나 건물과 마찬가지로 등기를 통해서 권리가 변동되기 때문에 질권이 아니라 저당권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법대에서 물권법시간에나 배우는 내용이고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그런 것까지는 안 다룬다. 어쨌건 유치권을 설정한 바 없다는 말은 옳은 보기이다.[5]
다만 법과 사회 과목에서 이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늘날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겠는가' 를 묻는 것으로 이해해야지, '4백 년 전의 일이든 5백 년 전이든 오늘날 법으로 재단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자.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인권 그딴 거 다 갖다 버리는 계약의 수립, 인민재판, 종교재판 등이 횡행하던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이기 때문이다.[6] 샤일록은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를 위반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처벌받은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 베니스인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작품 내 베니스의 법률에 따라 처벌받았고, 한편으로는 현대국가라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었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였으며[7] 억지 논리의 희생양이 되었다.[8] 심지어 재판의 진행자는 진짜 판사도 아닌 데다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의 약혼녀'로서 안토니오의 편인 포샤.[9][10] 이건 완전 법정사기극이다. 진실이 밝혀질 시 샤일록은 최소한 제대로 된 판사에게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할 수는 있다. 물론 그게 받아들여질 지 또 제대로 된 판사가 온들 그 판사가 샤일록 사정을 알아줄 지 그건 미지수지만...
바사니오를 비롯해 포셔에게 청혼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대사를 살펴보면, 엘리자베스 1세 시대 잉글랜드의 외교 상황에 대해서도 일부 살펴볼 수 있다.
일단 첫 번째 구혼자로 금 상자를 선택하는 인물이 모로코의 왕인데, 당시 모로코의 왕 아마드 알 만수르(Ahmad al-Mansur)가 잉글랜드에 사절을 보내 우호관계를 수립하고 이윽고 동맹까지 맺었던 적이 있다. 이 아마드가 바로 문명 5에 나오는 모로코 지도자이지만, 극중에 나오는 왕이 그인지는 확인 불가.
'그렇다면 상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시오. 나의 운명을 시험헤 봅시다. 이 반월도(半月刀)에 걸고. 터키 왕 솔리만[11]을 세 번이나 물리쳤다는 그 페르시아 왕과 왕자를 살해한[12]이 검에 걸고 맹세하지요. 나는 아무리 무섭게 노려보는 눈초리를 만나도 대적하리다. 나는 아무리 용맹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도전하리다. 젖을 빠는 아기곰을 어미곰의 품에서 떼어 놓겠소. 먹이를 달라고 으르렁대는 사자라도 조롱하고 경멸하겠소. 당신을 내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말이오.'
라는 내용으로 한마디로 마음에 든 여자에게 스스로를 과시하는 것. 당시 오스만 제국과 잉글랜드는 합스부르크라는 공공의 적을 두고 있었기에 우호관계를 수립하고 있었는데, 오스만의 경제가 이미 파산 지경이었던 데다 신성 로마 제국과 전쟁(1591~1606)을 벌이면서 관료들 사이에서 '이교도는 다 같은 이교도고, 다 못 믿을 놈 아닌가요?' 라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었던지라 합동작전을 수립하는 등의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구혼자로 포셔와 결국 결혼하게 되는 바사니오의 고국인 베네치아만은 엘리자베스 시대 잉글랜드와 이렇다 할 접점이 없지만, 엘리자베스가 세상을 떠나는 1603년에 런던 주재 베네치아 대사가 그녀를 알현하고 쓴 보고서가 현전한다. 그 내용은 대략 '영어만 잘 하는 게 아니고 프랑스어, 플랑드르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같은 것도 잘 한다' 라는 것과, '젊었을 때는 미인이었을 것 같지만 쭈그렁 할머니가 된 지금도 가슴골이 패인 옷을 입고 있으니 민망하다(...)' 라는 것.
요컨대 극을 보는 관객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 위해 무대의 배경도 일부러 잉글랜드가 아니라 베네치아로 잡고,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나라인 스페인과 함께 우방이기는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낯선 나라인 모로코나 오스만도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여담으로, 금 상자를 열고 떠나가는 모로코 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포셔가 한 말이 그야말로 인종차별. '피부색이 저런 사람은 모두 저렇게 선택했으면 좋겠다'[13]
로맨틱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감미로운 장면이 풍부한 희극이지만, 당시 런던 시민이 가지고 있던 증오심과 반유대 감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극에서 샤일록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비극적 인물로서 묘사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면 당시에는 천인공노할 악당으로 보기 쉬우나 나이가 들어서 보면 제일 불쌍하게 보인다. 원작에서의 대접은 비참하기 그지없으며, 이 부분만 떼놓고 보면 희극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다.
결정적으로 침몰했다던 안토니오의 배는 멀쩡하게 돌아온다. 샤일록이 좀 지나치게 행동하기도 했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1. 평소에 안토니오라는 작자는 나를 매우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혐오한다. 내가 그와 그의 주변인들에게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단지 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다만 샤일록은 직업 때문에 돈을 밝히긴 한다.) 2. 그런데 그 작자가 나에게 돈을 빌리러 왔다. 정당한 이유도 없이 신나게 모욕할땐 언제고 필요하니깐 사정하는 모양새가 더욱 아니꼽다[14]. 3. 나는 이때다 싶어 그에게 담보를 걸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한 내로 갚지 못했을 경우에만 유효한 계약이므로 분명 나는 그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었다. 갚지도 못하게 기한을 지극히 짧게 준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안토니오 본인이 호언장담한 기간에 맞춰주었으며 살인적인 이자를 붙인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그리고 계약 불이행으로 생길 리스크에 대한 설명도 충실히 하는 등 법적으로 지킬 도리는 다 지켰다. 4. 배가 침몰했댄다! 골탕 좀 먹어봐라! 너 고소. 재판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시민의 권리로서 신청한 소송이다. 억지로 연 것이 아니다.[15] 5. 그런데 갑자기 한 판사가 나타나더니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계약의 허점을 짚어내어 판결이 역전되었다.[16] 그렇게 빌려준 돈을 눈 뜨고 떼인 것도 서러운데, 한술 더 떠서 내 재산의 반을 몰수당한다. (베니스인의 목숨을 노린 이방인은 그 재산을 몰수한다는 법 조항이 있기 때문인데, 안토니오도 동의한 계약이므로 좀 애매해진다. 물론 샤일록이 하필 담보로 살 1파운드를 내건걸 보면 그 자신은 그런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다른 살도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 심장 근처 살인 게 의도성이 다분해보인다.) 더불어 가문 대대로 지켜 온 종교도 불합리한 이유로 바꾸란다. (재판에서 졌다고 종교를 바꾸라는 것도 법이 있었나?) 6. 그리고 침몰했다던 배는 다시 멀쩡히 돌아와서 안토니오 녀석은 희희낙락(...). 물론 조금이라도 갚아줄 리는 없다. 7. 덤으로 금이야 옥이야 하던 내 딸은 아비가 이렇게 힘들 때 위로는 못 되어줄망정 그렇게 싫어하던 기독교도에게 넘어가 버린다...[17]
물론 위의 내용들은 말 그대로 샤일록의 입장에서 적혀진 내용들이기 때문에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수준의 내용들도 상당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갈등은 안토니오가 일방적으로 샤일록을 멸시한 게 아니고, 샤일록 또한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안토니오를 증오했기 때문에 이권 문제도 어느 정도 얽혀있는 문제였다. 또 개종은 강제로 요구한 게 아니라 안토니오가 샤일록을 선처해주는 대신 내건 조건이니 만약 종교가 중요하다면 재산 몰수 등의 처벌을 감내하고 선처를 거부한다면 그만이다.[18]
요약하자면 원수로부터 (유대인이기 때문에) 정당치 못한 모욕과 멸시를 받고 살았다는 참작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살 1파운드 얘기 자체가 샤일록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소로, 인종차별과 반 유대주의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샤일록이 완전히 억울한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작중에서는 샤일록이 진짜로 억울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안토니오의 멸시 뿐이지만, 작품 외적으로 봤을 때 유대인들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고리대는 사실 유럽의 유대인 탄압에 기인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는 게, 당시 유대인은 토지 소유 불가 등의 탄압 정책 때문에 농업을 비롯한 정상적인 생업을 가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세기 때 기독교는 고리대를 죄악시하였다고 하지만 이후 종교개혁 등으로 기독교도들도 고리대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고 돈맛을 알게 된 그들은 유대인들을 동유럽으로 쫓는 부정당 경쟁을 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유대인보다도 더 가혹한 이자를 받았다.https://brunch.co.kr/@kamohaeng/57 그래놓고서는 오히려 '이자를 안 받는 선한 기독교인 vs 고리대를 받는 탐욕스러운 유대인'이라는 구도를 창작물에서 만든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학교에서 이 책에 대해 가르칠 때는 당대의 인종차별주의의 희생자인 샤일록 및 그 당시 유럽 상황에 주목한다. 미국 본토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있으며 이들이 경제와 정치 및 여러가지를 꽉 좌우하기에 그렇단 소리도 맞지만 그 이전에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인종차별로 온갖 험한 일들을 겪은 역사가 있는지라 이런 인종 문제에 민감해서 그런 것도 있다. 둘 다 정답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예전에 대부분은 이것을 '교훈용 동화'랍시고 샤일록을 더더욱 철저히 나쁜 녀석으로 각색하는 버전도 존재한다. 우선 안토니오와 샤일록을 생면부지의 인물로 만드는 것은 물론[19] 아예 시작부터 '샤일록 = 원래부터 이름난 개갞기'로 깔아놓고 시작하는 버전도 많다. 문제는 이런 버전들은 기이하게도 샤일록이 유대인이란 점은 꼭 짚고 넘어간다. 즉 주인공이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민족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워서 샤일록의 악역성을 더 강화하려고 한 것 같으나, 자칫하면 특정 민족을 멸시하는 인종차별 풍습을 어린 아이들에게 당연하다는듯이 인식시켜 버릴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래도 원본을 가지고 진지한 시점으로 접근한 작품도 아주 없진 않은데, 계명대학교 출판사에서 교양과목 교재로 낸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에 더 주목한다. 대사마다 각주를 달아 샤일록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반유대주의를 깐다. 2010년대 기준에 나오는 책에서는 샤일록의 입장을 옹호하는쪽으로 약간 수정이 됐지만..
제일 중요한것은 당시 유대인들은 영국에서 미움받아 추방되었기에 세익스피어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유대인을 만난 적이 없고 샤일록은 당시 기독교권에서 떠돌던 반유대주의적 편견으로 집필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20]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인 재판 장면에는 종교적인 떡밥도 있는데, 엘리자베스 당시 영국에서 거의 공공의 적 취급을 받고 있던 가톨릭은 성찬예배에서 포도주를 나누어주는 것이 사목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자 결국 중세 이래로 성찬의 재료 중 빵만을 신도들에게 배분하고 포도주는 사제만 마시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반발에 대해서는 "예수의 살(빵에 대응하는 것)에는 당연히 피(포도주에 대응하는 것)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빵만을 받는 성사 역시 적법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연히 이런 교리는 루터를 필두로 종교개혁가들의 맹렬한 공격과 성토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당대의 반가톨릭 분위기에 편승해 셰익스피어도 이런 논리를 희극의 소재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대인이 골탕을 먹는다는 내용상 반유대주의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강해서 나치가 신나게 자주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곤 했다. 그런데 나치는 이것조차 일부 내용을 수정질했다. 샤일록을 더더욱 사악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샤일록의, 즉 '유대인의' 딸인 제시카가 결말에서 로렌조와 결혼한다는 이유로 '양녀'라는 설정으로 바꾸어 버린 것.
당시 샤일록 역은 유대인이 아닌 독일인이 맡았다. 당시 샤일록을 맡은 독일인 연극배우, 영화배우인 베르너 크라우스(Werner Krauss,1884~1959)의 악역 연기가 너무나도 명연기라 2차대전이 끝나고 나치 부역 혐의으로 기소당했다. 참고로 크라우스는 바로 공포영화 첫 효시로 유명한 전설적인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기소당한 크라우스였지만 그는 "그 배역으로 최선을 다한 게 죄란 말이냐? 유태인을 까는 연극이 문제라면, 이걸 쓴 셰익스피어부터 무덤을 파고 기소하고 처벌해 보시지?"라면서 당당하게 맞섰다. 물론, 이런 당당함에 기소시킨 연합국 중 하나인 영국이 가장 당황했다. 영국의 자랑이 셰익스피어였으니.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버나드 쇼도 이 재판에 대해 "악독한 정권을 향한 어리석은 복수심이 낳은 촌극"이라며 비난하고 "원작대로 제대로 연기한 것을 호평해야지, 그걸 엉터리 복수심으로 얽매이는 것부터가 문제다. 그를 처벌한다면 정말로 셰익스피어 무덤도 파내고 그도 기소해야 하는 거다!" 라며 크라우스를 옹호해 주었다. 당연히 본고장 영국에서도 문학가들이나 연극계도 크라우스가 무슨 잘못이냐고 옹호하고 "그를 처벌하는 건 말 그대로 셰익스피어도 반유태주의자이니, 나치 전범이라고 비난하고 처벌하자는 헛소리다! 그리고, 그런 이를 영국의 자랑이라는 우리나라부터도 나치 전범을 옹호하고 자랑했다는 소리 아니더냐?"라고 소리높여 공감했다.
그 밖에도 미국과 유럽 등등 많은 나라 연극배우들, 심지어 유태인 연극배우나 제작자들까지도 "이건 아니지... 크라우스가 나치를 지지한 건 아니었다고. 그가 나치에 대하여 입다물긴 했지만 그건 살려면 어쩔 수 없었던 건데 그것까지 죄 삼긴 좀 그렇잖아? 배역이 원래 그런 배역이라 열심히 연기한 것뿐인데?"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 게다가 같은 연극에 나온 다른 배우들도 "아니 그럼 우리들도 나치 연극에 나왔으니 처벌하겠네? 그저 명연기를 했다고 그를 비난해? 셰익스피어랑 우리도 처벌해봐라!" 시위까지 벌였다.
크라우스는 결국 나치에게 조금 동조했다는 어거지 명목으로 약간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그치며 풀려났다. 그 마저도 벌금은 여러 사람들이 모금해서 냈다고... 크라우스는 재판이 끝난 1948년 이후 한동안 배우 활동이 중단되었으나 1950년대 이후 다시 복귀하여 죽을 때까지 남은 평생 배우로 활동했고, 이에 전후 독일 연극계를 수호하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고 수차례 독일 정부에 의해 상을 받기도 했으며 제대로 천수를 누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출처는 1993년 4월 4일자 뉴욕 타임즈 예술부문 기사
줄거리는 부잣집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간 후에 돈을 막 써서 알거지가 되자 장사라도 해보려고 아버지랑 옛날에 장사했던 사람을 찾아가서 돈을 빌리는데 대신 못 갚으면 심장에 가까운 살을 베어내야 한다는 각서를 썼는데 알고보니 사실 그 사람은 아버지와 친구가 아니라 오히려 원수지간이어서 이런 각서를 쓰게 한 것. 결국 못 갚아서 위기에 처했을 때 가난하다고 무시했던 친구가 피에 대한 언급을 해서 친구를 도와주었다는 내용. 또는 재판관의 딸이 변호사로 변장했다고 하는 버전도 있다.
네이버 웹툰 실질객관동화 157화에서는 샤일록이 살 1파운드를 피흘리지 않고 가져가야 한다는 점을 틀어 죽은 살점인 때(...) 1파운드를 가져가는 꼼수를 썼다. 때 450g이면 죽을 맛이긴 하겠다. 여기에서는 나중에 안토니오가 자기도 샤일록에게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훈훈해지나 싶더니만, 샤일록의 딸이 안토니오의 도움을 받아 결혼할 때 입은 드레스의 원단이 알고 보니 이태리 타올. 궁금하다면 직접 보자(유료화).
이원복이 그린 사랑의 학교 한 단편에서 이를 소재로한 내용이 나온다. 당대의 명배우인 '가리크'가 하루는 어느 시골길을 지나가다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공연 광고를 본다. 자신은 이런 시골에서 하는 연극에 나올 예정이 없기에 그 연극관계자를 만나서 대체 그 배우를 어찌 섭외했느냐 따져든다. 진땀흘리며 당황하는 그 관계자에게 '가리크는 이런 얼굴을 하는데? 여기 어디에도 그 배우가 없다'라며 샤일록의 간사한 미소를 연기한다. 그러자 관계자가 풀썩 주저앉으며 "당신이 바로 그 가리크 씨군요...수도에서 명연기를 하던 걸 직접 봤는데..."라면서 속인 이유를 말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연극단에서 이렇게 그가 나온다고 거짓말을 한 것. 가리크는 특별히 한번 무상으로 나오게 하고 연극이 시작되자 그 간사한 특유의 미소를 짓자 관객들은 틀림없는 그 사람이다!라고 환호한다. 명연기를 보여준 가리크는 연극이 끝나자 사실, 나는 여기 나올 생각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면서 연극단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들을 돕고자 나오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후 사람들이 이 연극단의 연극을 그 배우가 나오지 않아도 보러가서 대박을 거두고 관계자가 너무나도 고마워하며 보상하려고 하지만 거절하고 가던 길이나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