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뉴시스】김석훈 안현주 기자 = 13일 오전 11시 '무소유와 아름다운 향기'를 남긴 법정스님의 다비식은 지켜보던 불자들의 눈물바다속에 차분하면서도 경건하게 진행됐다.
오전 10시 문수전을 떠나 다비식장으로 향한 스님의 법구는 송광사 경내에 가득찬 1만5000명의 추모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시간 동안 조심스럽게 이운돼 민재 다비장에 도착했다.
집전스님이 맨앞에 서고 위패, 영정, 법구, 상주스님, 문중스님들, 사부대중들이 뒤를 따랐다.
영정을 든 손자스님은 이운되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참지 못해, 지켜보는 추모객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다비식장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3000여명의 불자들은 법정의 법구가 도착하자 일제히 합장하며 고개를 숙여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곳곳에서 신도들은 '석가모니불'을 외며 참나무 단에 모셔지는 법정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보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세우며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법정스님의 다비식은 예정대로 영결식이 생략된 채 초촐하고 간소하게 진행됐다.
다비장에 쌓아올린 참나무단에 법구를 모신 뒤 다시 참나무를 쌓아올리고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전 총무원장 지관스님, 송광사 선덕 현호 스님, 덕숭총림 수덕사방장 설정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법주사 원로 월탄스님, 송광사 주지 영조스님, 문도대표 길상사 주지 덕현스님, 문도대표 길상사 덕조스님 등 9명의 거화스님이 장작에 불을 붙였다.
"스님 불 들어가요"라는 말로 거화가 시작될 때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던 3000여명의 불자들은 '아이고 스님'을 외치며 오열했다. 눈물바다가 되면서 상주스님, 문중스님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법정스님의 법구는 거화의식후 24시간 정도 지난 14일 오전 10시께 습골(뼈를 수거하는 의식)의식이 진행된다. 법정의 유언을 받들어 습골 의식 때 사리수습은 하지 않는다. 이어 상좌스님에게 수거한 뼈가 인수되며 모처에 뿌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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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불교계의 거목 법정 스님(78)이 11일자로 입적에 들어갔다.
시인 류시화는 법정 스님 입적한 날 오후 2시께 자신의 홈페이지에 '산이 산을 떠나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법정 스님의 유언을 공개했다.
이 글에서 법정 스님은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고 지난해 6월 가까운 사람 서너 명을 불러 절절한 감동의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류시화 시인은 이 글을 통해 "나는 죽을 때 농담을 하며 죽을 것이다. 만약 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 몸에 매단다면 벌떡 일어나 발로 차 버릴 것이다"며 20여 년 전부터 법정 스님이 해오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법정 스님은 생전에 스님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며, 사리도 찾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