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15화 - 소에게 맹자 읽히기 (讀牛孟子)

 

옛날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집에서 부리는 종이

자주 꾀를 부리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선비가 종을 불러

왜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느냐고

하면서 꾸짖었다.

 

그러자 종이 물러가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주인 양반은

방안에 편하게 앉아 글만 읽으니

뙤약볕에 나가 일하는

힘든 내 처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지쳐서 조금만 쉬어도

게으름을 피운다고 야단을 치니

사정을 너무 모르시네."

 

이에 그 소리를 들은 선비는

다시 종을 불렀다.

"네 생각에 나는 편안히 놀고

너만 힘들게 일한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너와 내가 하는 일을

바꾸어 보자구나.

내 오늘부터 너처럼 옷을 입고

들에 나가 일을 하겠다.

대신 너는 내가 입었던 옷을 입고,

망건과 갓을 쓰고

행전에 버선까지

모두 갖추어 착용한 다음,

책상에 꿇어앉아

'맹자'를 배우기 바란다."

 

이렇게 약속하고,

종이 선비의 복장을 한 채

책상 앞에 꿇어앉으니,

얼마 안 있어

두통이 나고 다리가 아프며

구역질까지 나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종은

다시 선 비 앞에 나와 사죄했다.

"주인어른!

소인이 하던 일은 오히려 쉽고,

방안에 앉아 독서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이후로는 어르신께서 시키는 일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알았느냐?

양반의 일이 보기에는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것이란다."

"예, 어르신.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후로 종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일을 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를 몰고 나가 밭을 가는데

소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러자 종은 소의 코를 잡고

그 머리를 향해

이렇게 꾸짖었다.

"이 놈 소야!

내 말을 잘 안 들으면

망건과 갓을 씌워

책상 앞에 앉혀 놓고

'맹자'를 읽히겠노라."

이 말을 듣고 선비는

크게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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