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 려인행(麗人行)

ㅡ 두보(杜甫;712-770)

* 제목의 '行'은 詩 형식임을 나타내는 말.

 

三月三日天氣新,

(삼월삼일천기신),삼월 삼짇날 날씨도 맑아

長安水邊多麗人.

(장안수변다려인).장안 물가에는 미인도 많다

態濃意遠淑且眞,

(태농의원숙차진),자태는 농염하고 뜻은 멀고 마음은 맑고 진실한데

肌理細膩骨肉勻.

(기리세니골육균).피부 결은 섬세하고 기름지며 뼈와 살이 적당하다

繡羅衣裳照暮春,

(수나의상조모춘),수 놓은 비단 옷 저문 봄 빛 비치면

蹙金孔雀銀麒麟.

(축금공작은기린).금시로 공작새를, 은실로 기린을 수놓았네

頭上何所有?

(두상하소유)? 머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翠微盍葉垂鬢唇.

(취미합섭수빈진).비취색 머리 장식 귀밑까지 드리웠네

背后何所見?

(배후하소견)? 등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珠壓腰衱穩稱身.

(주압요겁온칭신).진주 박힌 허리띠에 온몸이 어울린다

就中雲幕椒房親,

(취중운막초방친),궁중 휘장 안 황후의 친척에 나아가면

賜名大國虢與秦.

(사명대국괵여진).대국 괵부인, 진부인의 명칭 내렸네

紫駝之峰出翠釜,

(자타지봉출취부),자타지봉 팔진미 요리는 푸른 솥에서 나오고

水精之盤行素鱗.

(수정지반항소린).수정 쟁반에는 흰 물고기 기어 다니네

犀箸饜飫久未下,

(서저염어구미하),무소 젓가락 음식에 물려 오래도록 내리지 못하고

鸞刀縷切空紛綸.

(난도누절공분륜).부엌칼은 잘게 자르는 데에 공연히 바쁘다

黃門飛鞚不動塵,

(황문비공부동진),태감은 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황문에서 날듯이 달려가고

御廚絡繹送八珍.

(어주락역송팔진).임금님 주방에선 끝없이 팔진미를 보내오네

簫鼓哀吟感鬼神,

(소고애음감귀신),퉁소소리, 북소리 애달프게 울리면 귀신도 감동하고

賓從雜沓實要津.

(빈종잡답실요진).손님이 많이 와도 실로 귀한 손님이라

后來鞍馬何逡巡,

(후내안마하준순),황후가 타고 오는 말은 어찌 그리 느릿느릿

當軒下馬入錦茵.

(당헌하마입금인).집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려 비단 요에 든다

楊花雪落覆白蘋,

(양화설낙복백빈),버들꽃 눈같이 떨어져 흰 부평초에 덮이고

靑鳥飛去銜紅巾.

(청조비거함홍건).소식 전하는 푸른 새, 붉은 수건 물고 날아간다

炙手可熱勢絶倫,

(자수가열세절륜),손을 쪼이면 델 만큼 권세가 비할데 없으니

愼莫近前丞相嗔!

(신막근전승상진)!조심하여 가까이 말라, 승상께서 화내실라

 

087 려인행(麗人行, 아름다운 사람들

ㅡ두보(杜甫;712-770)

 

 

삼월 삼짇날

날씨 맑은데

장안 물가에는

미인도 많아라.

 

자태는 농후하고 뜻은 멀어서

정숙하고 참되고

피부는 다듬어서 가늘고 야들야들

뼈와 살이 알맞기도 하여라.

 

수놓은 비단옷에

저녁놀 비치는데

금실 은실로

공작을 수놓고 기린을 수놓았네.

 

머리에는

무엇 있노?

비취색 머리장식

귀밑까지 드리웠네.

 

등뒤에는

무엇이 보이나?

진주 박은 허리띠가

온몸에 어울리네.

 

구름발 휘장에서

귀비(貴妃)와 친하거니

나라에서 책봉받아

괵국부인, 진국부인.

 

자타봉(紫駝峯) 팔진미는

푸른 솥에서 나오고

수정 반 위에는

흰 물고기 얹혔더라.

 

배불러서 상아 젓가락

오래도록 내리지 못하는데

난새의 부엌칼은 잘게 쓰느라

실없이 분주하다.

 

태감(太監)은 먼지도 내지 않고

나는 듯이 달려가고

임금님 부엌에선 연달아

팔진미를 보내온다.

 

북 치며 부르는 슬픈 노래에

귀신이 감동하고

손님은 많아도

모두가 귀한 사람들.

 

마지막 오는 말은

어이 저리 느릿한고?

헌(軒)에 와 말에서 내려

잔디로 들어온다.

 

버들꽃 눈같이 떨어져도

부평초에 덮이고

푸른 새 날아가도

붉은 수건 머금었다.

 

사나운 권력자들

세력이 빼어나니

조심해 가까이 가지 마라

승상께서 노하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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