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58화 - 어리석은 사위의 엉뚱한 대답 (愚壻誤答)

 

옛날 중부 지역에 사는 한 젊은이가 경상도 지방으로 장가를 갔다.

 

첫날밤에 장모가 술상을 차려 신방에 넣어 주고는,

이튿날 아침 자고나온 사위에게 의례적인 말로

어젯밤 넣어 준 술상이 보잘 것 없었지만

좀 먹고 잤냐며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 넣어 준 좀것1)  좀 하고 잤는가?"

1)좀것 : 보잘 것 없는 것.

 

이 말에서 '좀것'이란 첫날밤에 넣어 준 술상을 두고 하는 말로서

'별로 잘 차려지지 않은 음식' 이란 뜻이며,

'좀 하고'라는 표현도 '술과 음식을 좀 먹고'라는 뜻으로,

모두 경상도 지역에서는 보통

겸손하게 자기 것을 낮추어 하는 말로 쓰이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중부 지방에서 간 사위는

다르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좀것'이란 말은 '보잘 것 없이 생긴 내 딸, 즉 신부'로 알아들었고,

'좀 하고'를 '밤새 잠자리를 몇 번 했나?'로 알아들은 것이었다.

 

그래서 사위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예, 장모님! 세 판을 하고 잤습니다.'

즉, 밤새 신부와 세 번 잠자리 한 것을 그대로 말한 것이었는데,

장모는 사위가 매우 어리석어 말귀를 못 알아들은 것으로 여기고

언짢아했다.

 

그래서 장모는 고개를 돌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이 오히려 우리 돌금부보다 못하구먼."

 

이것은 사위가 집에서 일하는

'돌금부'라는 종보다 더 어리석다고 한탄한 말이었는데,

이 소리를 들은 사위는 또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이었다.

즉 밤새 세 번 했다는 말에 대해,

겨우 그것밖에 못했으니

정력이 너무 약해 돌금부보다 못하다고

꾸짖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사위는 화를 내면서 꿇어앉아 항의하듯 말했다.

"그 돌금부란 녀석이 어떤 영악한 놈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위는 십여 일 동안 몇 백 리 길을 와서

지친 몸으로 짧은 밤에 내리 세 판을 했으면 장한 것이지

그게 어찌 부족하단 말입니까?"

 

이에 장모는 크게 놀라

다시는 아무 말도 더 하지 않았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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