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313화 - 기녀들이 서로 질투하다 (妓女相妬)

 

옛날에 기생을 둔 고을이나 감영에서

이들 기생들의 질투로 인한

폐단이 적지 않았었다.

 

예를 들면

고을 관장이나 감영의 관찰사가

한 기생을 수청 들게 하면,

그 기생은 반드시 의복이며

바느질 도구 등을 관아로 옮겨와서

마치 관장의 부인처럼 행세하고,

관장의 치산 (治産)을 도맡아 처리하곤 했다.

 

게다가 관장이

또 다른 기생에게 마음을 쏟거나

잠자리를 하게 되면,

이 수청 기생은 질투를 하여

본부인보다 더 심하게

추궁하고 못살게 굴었다.

 

한 사람이 관장이 되어

어느 고을로 부임해 갔다.

그리고는 먼저

'춘랑(春浪)'이란 기생을 가까이 하여

수청을 들게 했는데,

나중에는 춘랑보다 예쁜 '홍련(紅蓮)'이라는

기생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에 관장이 몰래

홍련과 잠자리라도 하게 되면,

춘랑의 질투로

온 관아가 시끄럽고 소란하여

관장은 매우 괴로웠다.

 

어느 날 밤에는

관장이 춘랑과 함께 자는데,

하도 잠이 오지 않아 코를 골고 있는

춘랑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때 문득 관장은

홍련이 보고 싶은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

조심스럽게 옷을 입고 방을 나가려니,

마침 춘랑이 문 앞에 자고 있어

그 몸을 넘어 나가야 했다.

 

이에 관장은 발을 높이 들어

그 몸을 지나

문지방을 밟으려다가,

몸이 비틀거리면서

춘랑의 배 위로 발이 떨어지려 하기에

깜짝 놀라 다시 들어올리면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간신히 그 위기를 모면했다.

 

이 때 문득 관장의 머리에

이런 시구가 떠올랐다.

곧 춘랑의 이름 자에 있는

'물결랑(浪)'자를 바다로 표현하고,

사람의 '배(腹)'를

같은 음의 바다에 떠 있는

'배(舟)'로 대치시켰다.

 

그리고 기생의 이름인 '홍련'을

글자의 뜻 그대로 '붉은 연꽃'이라 나타내었다.

 

欲採紅蓮南浦去

(욕채홍련남포거)

남쪽 포구에 홍련 연뿌리를 캐러 가다가

洞庭春浪孤舟驚

(동정춘랑고주경)

동정호 봄 물결에 외로운 배 놀라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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