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韓氏) 성을 가진 선비 한 사람이
앞니가 매우 엉성했다.
하루는 절에 갔는데
사방이 고요하여 두리번거리니,
나이 많은 스님 한 분이
불상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조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이에 스님을 놀려 줄 마음으로,
'스님들은 시를 잘 짓거나
이해하지 못하니,
내 시 한 구절 지어
졸고 있는 이 스님을 놀려 줘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구를 지어 읊었다.
"僧頭北出皮槌子"
(승두북출피퇴자)
스님 머리 뒤로 튀어나온 그 모습
가죽 씌운 몽둥이 같구나.
이 소리에 스님은
눈을 뜨고 돌아보더니,
선비의 앞니가 엉성한 것을 보고
즉시 대구를 지어 읊는 것이었다.
"俗齒南虛朴處容"
(속치남허박처용)
세속 사람의 앞니 빈 것은
바가지로 만든 처용 가면이로다.
여기에서 '박(朴)'은 바가지를 나타내고,
'처용(處容)'은 가면을 나타내고 있다.
선비의 시에 대해
글자들이 완벽한 대구를 이루고 있어,
그 선비는 크게 놀라며 물러갔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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