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30- 스님의 대응시(上舍韓姓者)

 

한씨(韓氏) 성을 가진 선비 한 사람이

앞니가 매우 엉성했다.

 

하루는 절에 갔는데

사방이 고요하여 두리번거리니,

나이 많은 스님 한 분이

불상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조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이에 스님을 놀려 줄 마음으로,

'스님들은 시를 잘 짓거나

이해하지 못하니,

내 시 한 구절 지어

졸고 있는 이 스님을 놀려 줘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구를 지어 읊었다.

 

"僧頭北出皮槌子"

(승두북출피퇴자)

스님 머리 뒤로 튀어나온 그 모습

가죽 씌운 몽둥이 같구나.

 

이 소리에 스님은

눈을 뜨고 돌아보더니,

선비의 앞니가 엉성한 것을 보고

즉시 대구를 지어 읊는 것이었다.

 

"俗齒南虛朴處容"

(속치남허박처용)

세속 사람의 앞니 빈 것은

바가지로 만든 처용 가면이로다.

 

여기에서 '()'은 바가지를 나타내고,

'처용(處容)'은 가면을 나타내고 있다.

 

선비의 시에 대해

글자들이 완벽한 대구를 이루고 있어,

그 선비는 크게 놀라며 물러갔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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