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31화 - 몸집이 비대한 감찰 (凡各司錢穀出納)
무릇 관아의 돈이나
곡식을 출납할 때는,
반드시 대관(臺官) 한 사람이 나와
감시를 하게 되어 있었다.
이씨 성을 가진 한 감찰이 있었는데,
몸집이 크고 특히 허리가 굵은데다
배가 많이 나왔다.
한데 이 감찰은 감시가 철저하고
조그만 융통성도 용납하지 않으니,
관아의 출납을 맡은 아전들이
매우 힘들어했다.
이에 한 호사자(好事者)가
그를 욕보일 생각으로
계책을 꾸몄다.
곧 그가 감시하는 장소에
의자를 갖다 놓았는데,
그가 앉기에는
너무 비좁은 것을 놓아두었다.
그리하여 감찰은
엉덩이를 비벼대며
간신히 그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이 때 호사자는
일을 주관하는
서리(書吏)와 미리 약속하여
감찰을 계속 불러대자,
일어날 때마다
의자가 빠지지 않고
엉덩이에 따라 올라와
마치 활집을 찬 것처럼 보이니,
그 모습이 매우 우스꽝스러웠다.
이에 감찰은 너무 힘이 들어
화를 내고는,
서둘러 마치고 돌아갔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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