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33화 - 짊어지고 못 일어나는 차이 (負豆有異)
한 무인이 몸집이 크고 장대했으며,
젊었을 때는 기운이 무척 세니
장사라고 불렸었다.
이 무인이 나이가 좀 들고 나서
한 재상 댁을 방문해 인사를 드리자,
재상은 이렇게 물었다.
"영감의 기력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한지요?"
"예, 소인이 일전에는
팥 두 섬을 짊어지고 시험해 보았지요.
그런데 어떤 경우는
전과 다름없이 똑같았고,
어떤 경우는 전에 비해
조금 못한 것 같았습니다."
이에 재상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물었다.
"정말 장사로군요.
그런데 그 어떤 경우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말하는지
한번 설명해 보시지요."
"예, 첫 번째 경우는
팥 두 섬을 새끼로 똘똘 묶어
돌 위에 올려놓고
앉아서 짊어져 보는 것인데
이 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습니다만,
두 번째 경우는
이 팥 두 섬을
전날에는 짊어지고
거뜬히 일어났는데,
지금은 일어나지 못하는 점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더라 한다.
'고전문학 > 국역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435화 - 아내에게 속은 낭관 (一郎官) (1) | 2018.02.17 |
---|---|
제434화 - 신주함이 닫혔네 (祭祀失禮) (0) | 2018.02.15 |
제432화 - 선비들의 낙방은 당연하오 (上舍閔釋) (1) | 2018.02.06 |
제431화 - 몸집이 비대한 감찰 (凡各司錢穀出納) (0) | 2018.02.05 |
제430화 - 스님의 대응시(上舍韓姓者) (0) | 2016.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