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차천로(車天輅) 복원(復元, 차천로의 자)의 글은 당시 사람들이 웅문(雄文)이라 일컬었다. 글(文)이란 기(氣)로써 주를 삼아야 하건만 복원(復元)은 하찮은 부스러기를 주워 모았고, 사륙문(四六文)은 전아(典雅)해야 하는데도 복원의 사륙문은 순정치 못하고 거칠다.

시는 그보다 더 못하다. 그의 일본기행고(日本紀行稿)가 매우 많아 천여 수나 되지만, 읊을 만한 글귀는 하나도 없다.

다만 명천(明川)으로 귀양 갈 때 지은,

天外怒聲聞渤海 천외노성문발해

雪中愁色見陰山 설중수색견음산

하늘가에 성난 소린 발해의 파도

눈속에 시름겹긴 음산의 빛이로다

라는 구절은 정말 웅혼(雄渾)하다. 그러나 전편이 다 그렇지는 못하다. 만약 복원이 조금만 사리를 추구하여 많이 짓거나 빨리 짓는 데 치우치지만 않았다면, 고인의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천로(天輅)의 호는 오산(五山)이며, 연안인(延安人)으로 벼슬은 봉정(奉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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